(11)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자갈 비탈에서도 톨 틈에서도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 라이어 쿤체>


(15)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헙을 걸자.’

<눈풀꽃 루이스 글릭> 중에서


(17)

고마워, 내 심장

나를 다시 잠에서 깨어나게 해 주어서.

비록 오늘을 일요일.

안식을 위해 만들어진 날이지만

내 갈비뼈 바로 아래에서는

영원한 휴식 전의 분주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

<일요일에 심장에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중에서


(20)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휴식을 취했으며,

운동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놀이를 하고,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배우며 조용히 지냈다.

그리고 더 깊이 귀 기울여 들었다.

어떤 이는 명상을 하고, 어떤 이는 기도를 하고

어떤 이는 춤을 추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그림자와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치유되었다.

무지하고 위험하고 생각 없고 가슴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지구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그리하고 위험이 지나갔을 때

사람들은 다시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잃은 것을 애도하고,

새로운 선택을 했으며

새로운 모습을 꿈꾸었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치유받은 것처럼

지구를 완전히 치유해 나갔다.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키티 오메라> 중에서


(23)

기다려라

너무 일찍 떠나려 하지 말라.

너는 지쳤다. 하지만 우리 모두 지쳤다.

하지만 누구도 완전히 지치진 않았다.

다만 잠시 기다리며 들어 보라.

머리카락에 깃든 음악을

고통 안에 숨 쉬는 음악을

우리의 모든 사랑을 실처럼 다시 잇는 음악을

거기 있으면서 들어 보라.

지금이 무엇보다도 너의 온 존재에서 울려 나오는

피리 소리를 들을 유일한 순간이니.

슬픔으로 연습하고,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자신을 연주하는 음악을.

<기다려라 골웨이 카넬> 중에서


(30)

아이들에게 날개를 주리라.

하지만 스스로 나는 법을 배우도록 내버려 두면서.

노인들에게는 일깨워 주리라.

죽음은 노년과 함께 오는 것이 아니라

망각과 더불어 온다는 것을.

<꼭두각시 인형의 고백 조니 웰치> 중에서...


(32)

웃는 것은 바보처럼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우는 것은 감상적으로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은 일에 휘말리는 위험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꿈을 사람들 앞에서 밝히는 것은

순진해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랑을 보상받지 못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사는 것은 죽는 위험을,

희망을 갖는 것은 절망하는 위험을,

시도하는 것은 실패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위험들 자넷 랜드> 중에서


(43)

나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당신의 나무가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잘라 버리는 게 두려워

당신 스스로

꼭대기를 자르는 일을

멈추기만 한다면.

<무제 타일러 노트 그렉스>


(53)

나는 언제나 궁금했다.

세상 어느 곳으로도

날아갈 수 있으면서

새는 왜 항상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새와 나 하룬 야히아>


(72)

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이 문제다.

해 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잊어버린 부드러운 말

쓰지 않은 편지

보내지 않은 꽃

밤에 당신을 따라다니는 환영들이 그것이다.

<하지 않은 죄 마거릿 생스터> 중에서


(108)

그녀는 두려움을 내려놓았다.

판단을 내려놓았다.

머리 주위에 무리 지어 모여드는 선택들의 합류 지점을 내려놓았다.

자신 안의 망설임 위원희를 내려놓았다.

모든 옳아 보이는 이유들을 내려놓았다.

전적으로 그리고 완전히,

머뭇거림 없이, 걱정 없이 내려놓았다.

<그녀는 내려놓았다 새파이어 로즈> 중에서


(115)

날마다 고양이는 무엇을 기억하는가?

추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는 길,

가장 따뜻한 지점과

먹을 것이 있는 위치를 기억한다.

고통을 안겨 주는 장소와 적들,

애를 태우는 새들,

흙이 뿜어내는 온기와

모래의 쓸모 있음을.

마룻바닥의 삐걱거림과 사람의 발자국 소리,

생선의 맛과 우유 핥아먹는 기쁨을 기억한다.

고양이는 하루의 본질적인 것을 기억한다.

그밖의 기억들은 모두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 마음속으로 내보낸다.

그래서 고양이는 우리보다 더 깊이 잔다.

너무 많은 비본질적인 것들을 기억하면서

심장에 금이 가는 우리들보다.

<고양이는 옳다 브라이언 패튼>


(138)

인생은 짧다, 비록 내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하겠지만.

인생은 짧다, 그리고 나는 내 삶을 더 짧게 만들었다.

천 가지나 되는 달콤하고 경솔한 방식으로.

천 가지나 되는 달콤하고 경솔한 방식을

내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할 것이다.

세상은 적어도 절반은 끔찍한, 이조차도

실제보다 적게 어림잡은 것.

비록 내 아이들에게는 이것을 비밀로 하겠지만,

새들이 많은 만큼 새에게 던져지는 돌도 많고

사랑받는 아이들이 많은 만큼 부러지고,

갇히고, 슬픔의 호수 밑으로 가라앉는 아이도 있다.

인생은 짧고, 세상은 적어도 절반을 끔찍하며,

친절한 낯선 이들이 많은 만큼

너를 파괴하려는 자도 많을 것이다.

<좋은 뼈대 매기 스미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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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연대기 - 곤충은 어떻게 지구를 정복했는가
스콧 R. 쇼 지음, 양병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이번에 읽은 책은 지구의 주인들이자 지배자들에 관한 책이란다. 지구의 주인은 누구일까?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님에는 틀림 없단다. 못된 입주자일뿐이지. 자신의 집인 지구를 다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같이 사는 다른 생명체들에게 온갖 민폐를 끼치고 이제는 같이 망하는 길로 들어선 못된 입주자. 인간들이 지구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다 파괴해 버린 것을 보면 그들의 고향은 지구가 아닌 먼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어떤 이의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다.

그러면 지구의 주인은 누구인가? 아주 오랫동안 지구에 살고 있고, 지구의 어떠한 환경에서 잘 꿋꿋하게 적응해서 생존해 왔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구와 함께할 이들, 바로 곤충들이란다. 곤충이야말로 진정한 지구의 주인이며, 어쩌면 지구의 마지막을 함께할 마지막 종이 되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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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곤충의 성공은 너무나 위대해서, 문자 그대로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알량한 자존심이 우리로 하여금 지구와 도시와 기술과 문명을 지배한다고 착각하게 하지만, 우리는 지구의 상태를 개선하기보다는 파괴하는 데 골몰하고 있는 듯하다. 인류는 지구상에서 패악질이나 일삼는 악종 정도로 간주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만약 인류가 멸종한다면, 대부분 종들의 생활 여건이 대폭 개선되러 것이다(머릿니, 몸니, 사면발이와 같은 몇 가지 종만이 예외다). 이와 반대로, 지구에서 모든 곤충이 멸종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버드 대학교의 유명한 곤충학자 에드워드 O. 윌슨에 의하면, 그럴 경우 육상 환경이 붕괴되어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한다. 인류의 문명은 고작해야 최근 수천 년 동안 형성된 것이지만, 곤충은 무려 4억 년 동안 육상 생태환경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성공적으로 공진화해 왔다. 곤충은 생태계의 필수 구성원으로서, 쓰레기를 청소하고 영양소를 순환시키고 토양을 비옥하게 하며, 사실상 모든 유기물을 섭취 활용한다. 다리가 여섯 개 달린 퇴적물 섭식자는 죽은 식물, 죽은 동물, 동물의 배설물을 소비하여 생분해 속도를 크게 상승시킨다. 곤충은 포식자인 동시에 포식기생자로서, 다른 곤충들(초식곤충, 청소부곤충)을 먹어 개체수를 감소시키기도 한다. 곤충의 가장 강력한 천적은 역시 곤충이어서, 대부분의 곤충집단은 다른 곤충집단에게 잡아먹힘으로써 개체수가 조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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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비할 수 없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오랜 세월 진화를 통해 지구 환경에 최적화된 이들 곤충. 곤충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절지동물을 포함하여 3억년은 곤충의 시대였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늘날 가장 많은 종수를 가지고 있고, 가장 많은 개체를 가지고 있으니, 한창 후배인 인간은 곤충들에게 경외심을 가져야 할 것 같구나. 그리고 지난 3억년 넘게 지구를 잘 지켜 주어 고맙다고도 해야 할 것 같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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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7)

만약에 외계의 관찰자가 지구의 생물학사를 다시 쓴다면 좀 더 간단명료하게 기술할 것이다. “처음 약 30억 년 정도의 시기는 세균의 시대였고, 그 나머지 시기(캄브리아기부터 현재까지는)절지동물의 시대였다.”라고 말이다. 다세포동물이 등장한 이래 다양성으로 보나 개체수로 보나 가장 성공적인 집단은 단연코 절지동물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곤충은 유구한 다양성의 역사를 갖고 있는 만큼, 지난 3억 년의 시기는 곤충의 시대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에 비해 인간이 문화를 건설한 역사는 겨우 1만 년이다. 세균과 절치동물(특히 곤충)이 지구를 지배해 왔던 장구한 세월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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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공주님의 과학책을 보니 화석이 나오더구나. 고생대의 유명한 화석 삼엽충와 같은 절지동물들이 곤충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어. 절지동물은 고생대 캄브리아 시대부터 생겨났는데, 초기 절지동물들은 물속에서 생활하였단다. 절지동물의 주요 특징은 외골격을 가지고 있어서 외부 충격에 강하고, 분절화가가 되어 있어서 몸의 일부를 잃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관절로 된 다리를 가지고 있단다.

캄브리아기에 삼엽충 등 절지동물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이후 오로도비스기에는 삼엽충의 전성기라고 할 정도로 그 개체수가 엄청나단다. 하지만 너희들이 나중에 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는 아마 오로도비스기를 어류의 시대라고 배울 지도 모르겠구나. 그것은 사람이 척추동물이라서 척추동물 기준으로 시대를 구분했기 때문인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은이는 이야기했단다.

고생대의 대표적인 화석을 삼엽충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삼엽충이 고생대 말기를 거치면서 멸종되었기 때문이야. 그 오랜 세월 무지막지만 개체수를 보였던 삼엽충은 왜 멸종했을까. 절지동물들은 외골격이 있기 때문에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외골격을 한번 벗어 던지고 새로운 외골격을 만드는 시기가 있었는데, 삼영충과 같은 초기 절지동물들은 외골격이 없는 시기가 좀 길어서 그 시기에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구나. 그런 와중에 삼엽충의 먹이사슬 윗단계 동물들, 즉 포식자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멸종 시계는 단축되었을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 외에 고생대 말기 대멸종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복합되어 있는데, 그건 조금 이따가 다시 이야기해줄게.

지구상 마지막 삼엽충은 어떠했을까. 지은이는 마지막 삼엽충의 마지막 숨이 사라지는 장면을 상상해서 이야기해주는데 아빠도 모르게 울컥하게 했단다. 그 마지막 삼엽충처럼 마지막 인간이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삶을 마감할까이런 생각으로 생각이 확장되었단다.

===============================

(199)

마지막 남은 삼엽충 한 마리가 얕은 조수 웅덩이에서 먹잇감을 찾다가 맥없이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잠시 후 그의 시신은 물 위로 떠올랐고, 다른 삼엽충 시신들과 함께 조수에 휩쓸려 해변 한 구석에 나동그라졌다. 잠시 후 조그만 다리를 가진 곤충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아마도 최초의 바퀴벌레쯤 되는 것 같았다. 그들은 해변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삼엽충의 시신을 발견하고 우르르 달려들어 갉아먹기 시작했다. 때마침 근처의 고목에 걸터앉아 한가롭게 더듬이를 고르던 딱정벌레 한 마리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잽싸게 날아와 잔칫상에 끼어들었다. 식사를 마친 딱정벌레는 날개를 펼치더니 숲 속으로 되돌아왔다.

===============================

고생대 실루리아기는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단다. 바닷속에서만 살던 동물이 처음으로 육지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야. 그것도 당연히 절지동물들이 먼저였단다. 우리가 과학 시간에 절지동물이 육지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은 배우지 않고, 어류에서 양서류로, 양서류에서 파충류도 육지 동물이 진화하는 과정을 배우게 되는데, 이것도 모두 척추동물 위주의 잘못된 과학 지식이라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란다. 그보다 무려 4천만 년 전부에 이미 절지동물이 육지에 발을 내디딘 것이야. 그때 여전히 바다에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었는데, 일부 절지동물들이 육지로 터전을 옮긴 것이지. 그들이 육지로 발을 디딘 것은 심지어 식물보다도 먼저란다. 보통 육지의 식물들을 먹기 위해서 동물들이 육지로 올라왔다고 생각하는데, 절지동물들은 식물들보다 더 빨리 올라왔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먹을 것도 없는 육지에 올라온 이유는 역시 생존이었단다. 물 속에 그들을 노리는 포식자들이 늘어나서 도망가려고 육지로 올라오게 된 것이야. 육지에 먹을 거리가 없으니 육지에 올라와도 멀리는 못 가고, 물가에 살면서 바닷속 생물들을 먹으면 살아가게 되는 것이란다.

===============================

(78)

동물의 육지 상륙은 인간의 달 착륙보다 훨씬 더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왜냐하면 최초의 동물들이 바다에서 나왔을 때, 건조한 육지에서는 매우 열악하고 험난한 환경이 줄지어 나왔을 때, 건조한 육지에서는 매우 열악하고 험난한 환경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생활하려면 많은 도구들이 필요했다. 첫째, 육상환경의 스트레스를 견뎌내기 위한 골격계와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운동계가 필요했다. 둘째로, 자외선, 더위와 추위, 탈수로부터 몸을 지켜줄 표피계와 물과 공기 중에서 모두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호흡계가 필요했다. 셋째로, 무엇보다도 동기였다. 오랫동안 안락한 보금자리였던 바다를 뒤로하고 적대적 환경으로 진출하려면 뭔가 결정적인 동기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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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표적인 절지동물들이 바로 전갈로 대표되는 거미류와 노래지, 지네로 대표되는 다족류였단다. 거미류는 나중에 거미, 진드기, 전갈 등으로 진화되고, 다족류는 노래기, 지네뿐만 아니라 곤충으로 진화하게 된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실루리아기 후기에 이르러 드디어 육상식물들이 출현하게 된단다. 초기 육상 동물과 초기 육상 식물들 사이는 공존의 관계라고 할 수 있어. 실루리아기를 거쳐 데본기에 이르면 척추동물 시대의 관점에서 양서류의 시대가 된단다.

이때 육상식물이 엄청나게 번창하게 되는데, 이것은 가장 종이 많은 이들은 역시 곤충들이란다. 육지에 식물들이 많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는 먹이가 증가했다는 이야기이고, 척추동물군들 중에서도 대형 어류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종들, 예를 들어 폐어들이 육지로 올라오게 진화하게 된 것이란다. 그렇게 양서류들이 태어난 것이야.

절지동물의 관점에 보면 데본기는 정리동물들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어. 정확하게 머리, 가슴, 배의 세 등분의 몸을 가진 최초의 곤충이 출현한 것도 이 시기였단다. 다리도 여섯 개로 진화해서 안정성과 스피드를 가지게 되었단다. 다리가 여섯 개나 있으면 어떻게 안 꼬이고 빨리 달릴 수 있는지 참 신기하구나. 그리고 이때부터 곤충의 사이즈가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는구나. 워낙 포식자들이 많다 보니 곤충의 유전 방향은 작고 빠르게 진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어.


2.

아빠가 작년에 갈로아님의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라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 읽은 <곤충연대기>를 읽다 보면 갈로아님의 책의 내용들이 가끔 떠오르더구나. 그 중에 날개 부분은 특히 그랬어. 왜냐하면 아가미가 변했다는 설이 있다는 것이 다소 충격이었거든곤충의 날개는 측배판엽이 변해서 되었다는 설과 아가미가 변해서 되었다는 설, 두 가지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같더구나.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고, 모순을 가지고 있대. 무엇이 변해서 날개가 생긴 것이 무엇 중요하겠니날개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것도 활강할 필요도 없이 내가 날고 싶을 때, 본능보다 빠르게 이륙과 착륙을 할 수 있는 날개. 곤충의 비행주법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고, 그것을 따라 만들 수 있는 기술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단다. 하기야 수억 년 진화의 산물을 어찌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겠니.

그렇다면 왜 날개가 생겨났을까.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당연히 편하겠지. 먹이를 찾으러 멀리 가려고 생겨났다고도 하고, 짝짓기를 위해 잘 보이려고 생겨났다고 하고, 냉혈 동물로써 따뜻한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 생겼다고도 하더구나. 날면 좋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 .. 날면 나쁜 것이 있을까? 질문이 다소 이상하네.. 날면 포식자들로부터 피할 수 있었지날개가 달린 곤충이 처음 출현했을 때 새는 없었으니, 하늘은 날개 달린 곤충의 차지였어. 그래서 날개길이가 30cm가 되는 거대잠자리도 생겨나서 다른 곤충들을 잡아먹는 포식자 노릇을 했다는구나.

그리고 석탄기 후기에 드디어 곤충의 천적 파충류가 출현하게 된단다. 왜 이 시기를 석탄기라고 하냐면, 이 시기의 식물들이 땅속에 축적되어 오늘날 석탄과 석유를 많이 제공하기 때문이란다. 오늘날 식물들도 아무 먼 미래에….(인류는 남아 있지 않겠지만…) 석탄이나 석유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런 것은 아니라는구나. 여러 조건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어야만 하는데, 그것이 석탄기에만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구나. 그러니까 석탄과 석유는 유한한 것이니 이 또한 아껴 쓰라는 이야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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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데본기 후기와 석탄기에 특별히 많은 식물자원이 축적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막대한 양의 석탄을 선사할 수 있었던 것은 습한 기후 조건 때문만도,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로 인한 엄청난 식물 성장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런 요인에 더하여, 초식동물의 소화력을 능가하는 바이오매스가 수백만 년에 걸쳐 생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초의 중요한 나무 소비자인 갑옷바퀴가 등장한 것은 석탄기 후기 이후였고, 뒤를 이어 깍지벌레가 나타났다. 마루를 갉아먹는 딱정벌레들이 다양하고 출현한 것은 페름기에 이르러서였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더욱 복잡한 나무 소비자 집단이 진화했고, 이에 따라 석탄기에 이루어졌던 식물 자원의 전 지구적 대량 생산을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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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대 말기 폐름기는 대멸종의 시기란다. 앞서 이야기를 했던 고생대 시대를 풍미했던 삼엽충도 이 시기에 멸종했단다. 이 시기에 하늘을 주름잡던 거대 곤충들이 멸종했고, 고생대의 주인 삼엽충의 멸종을 비롯하여 약 90%의 종들이 사라졌단다. 왜 그럴까. 여러 가설이 있는데, 한가지 가설이 아닌 복합적인 요소들에 의해 멸종되었다는 것이 정설인데, 그 가설들은 여러 가지가 있었어..

새로운 동물들이 진화를 하면서 자원 획득 능력이 떨어지는 종들이 사라졌다. 거대한 화산이나 소행성과 충돌로 플랑크톤이 대거 사라졌다. 대륙이 이동하면서 기후가 변했다. 빙하가 변화면서 기후가 변했다. 대기의 변화가 오면서 산소 농도가 감소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곤충도 대멸종의 위기에서 피해갈 수 없었던 거야.

하지만 살아남은 곤충들이 있었어. 찔러서 빨아먹는 주둥이, 일명 천읍형 구기를 가진 곤충들. 번데기 과정을 거치는 완전변태의 곤충들오늘날 곤충들의 약 90%가 완전 변태를 하는데, 이때 살아남은 곤충들의 후예들이 세상을 지배했다고 보면 될 것 같구나.


3.

대멸종과 함께 고생대가 막을 내리고 중생대에 들어서게 된단다. 트라이아스기. 최초 공룡이 출현하였는데, 남미의 토끼 악어가 최초 공룡으로 유력하단다. 이 시절 살아남은 곤충들은 또 빠르게 번성해서 지구의 주인 자리를 되찾게 된단다. 그리고 그 유명한 쥐라기 시절 2 1000만년전부터 1 4500만년전까지이때가 공룡의 전성기라고 부르지만, 곤충의 입장에서는 곤충도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단다. 다만 일부 공룡에서 진화한 새들의 출현으로 강력한 천적을 만나게 되지.

곤충이 다양화되면서 흰개미 등 사회적 곤충의 생겨나게 된단다. 사회적 곤충들의 특징은 성충기가 길고, 유충들을 공동 육아를 하고 역할 분담이 뚜렷하여 신분제 사회가 보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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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첫 번째 특징은 성충기가 길어서 적어도 두 세대 이상의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비사회적 곤충들은 성충이 알을 낳고 죽어 버리므로, 대부분의 부모들은 생전에 유충들을 공동으로 양육한다는 것이다. 즉 성충들은 다음 세대에게 먹이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해 주며, 포식자와 기생충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성충들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은 유충들은 무럭무럭 자라 사회의 노동력을 구성하게 된다. 세 번째 특징은 구성원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역할 분담은 엄격한 신분제로 이어진다. 대다수의 구성원들은 생식능력이 없는 노동자들은 둥지를 짓고, 먹이를 구하러 다니고, 자라나는 유충을 먹여 살린다. 한편 둥지를 지키는 일은 병정들의 몫이다. 병정들은 커다란 머리와 구기의 소유자로, 둥지를 지키는 일에 전념하고 먹이는 노동자들에게 의존한다. 병정들 역시 생식능력이 없다. 마지막으로 흰개미 사회에서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개체는 극소수의 왕과 여왕들뿐이다. 이들은 지구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왕족으로, 일단 왕국을 건설하여 1세대 노동자들을 양성해 놓은 다음, 평생 동안 노동자들을 착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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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새들이 나타나서 곤충의 천적이 되었다고 하는데, 곤충의 역할 중에 하나가 공룡을 새로 진화시켰다는 것이야. 아이러니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야. 일부 깃털을 가진 공룡이 나타났고, 그들은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기 위해 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진화를 한 거야. 그런 이들이 오늘날 새가 된 거지.. 인간들도 곤충들을 주요 먹이로 삼았다면 멋진 날개를 두 개씩 달고 있었을까? …. 그럼 팔이 없었을려나?

백악기에는 꽃식물이 갑자기 늘어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곤충들이 또 다양해지게 된단다. , 말벌, 개미 등 사회적 곤충들의 종수가 늘어났어. 백악기 말기에는 공룡이 멸종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게 된단다. 아직도 그 이유에 대한 것은 명확하지 않고 여러 가지 설만 있어. 이유가 모르지만, 공룡들이 사라지면서, 그들 때문에 숨고 피해 지내던 포유들이 드디어 다양해지고 개체수가 늘어나게 된단다. 거기에 인간들도 포함되어 드디어 인간들이 지구에 모습을 드러내게 돼.

신생대에 와서 포유류가 다양화되고, 그로 인해 곤충이 다양해진단다. 이렇듯 모든 시대를 통해서, 새로운 생명들은 생태적 틈새를 통해 다양화되는 적응방산이라는 것을 통해 진화하고 역사가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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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298)

적응방산은 신생대에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생명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연선책이 적응방산을 추동한 사례와, 새로운 생명체들이 생태적 틈새를 차지하여 다양화한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선캄브리아기의 경우, 영양분이 풍부한 바다에서 미생물들이 크게 증가했다. 산소가 풍부한 캄브리아기에는 호흡을 하는 다세포생물들이 번성하여, 다양한 외골격 동물들이 바다를 메웠다. 실루리아기에는 풍부해진 오존이 유해한 태양 광선을 여과해준 덕분에 동식물들이 육지로 진출했다. 실루리아기의 동식물들은 해안지대의 틈새로 이주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해, 최초의 육상생태계를 건설했다. 데본기에는 육상식물들이 내륙과 고지대로 영역을 넓혔고, 식물과 곤충이 서로 상대방의 다양화를 촉진했다. 석탄기에는 날개 달린 곤충이 급속도로 증가하여 공중으로 진출했다. 페름기에는 완전변태를 하는 곤충들이 증가하여, 그때까지 아무도 밟아 보지 않았던 생태적 틈새를 개척했다. 페름기 말에는 최악의 대멸종 사건이 일어났지만 생명체, 특히 곤충들은 위기를 잘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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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구나. 지구의 주인 곤충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다면 곤충은 지구만 지배했을까? 만약 우주의 어떤 행성에 생명체가 발견되었다면 어떤 생명체가 있을까. 지구의 역사를 봤을 때 대부분의 시기를 점령하고 있던 곤충들이 발견될 확률이 가장 높지 않을까 싶구나. 그러니까 곤충들은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전 우주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지모르겠다, 그들보다 더 작은 단세포 생물들이 주장할 수도우주는 우리 것이라고


PS:

책의 첫 문장 : 10월의 어느 날 늦은 오후, 나는 코스타리카 샌라몬 생물보존지구 열대우림의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책의 끝 문장 : 나도 별을 바라보며, 그곳에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생명체를 생각한다.


이 같은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에 대해 고생물학자인 데이빗 라우프는 언젠가 이렇게 비꼰 바 있다. "하나의 종이 탄생하려면, 영향력 있는 분류학자가 그렇다고 우기면 된다." - P28

지금까지 전갈에 대한 온갖 험담을 늘어놓았으니, 그들에게 사죄하는 뜻에서 이제 전갈의 매력을 하나 알려드리고자 한다 암컷 전갈은 매우 훌륭한 어머니다. 사실 암컷 전갈은 가장 오래된 자녀양육의 모범사례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암컷 절지동물들이 알을 낳은 다음 새끼들에게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하는 것과는 달리 암컷 전갈은 수정란을 몸 안에 품고 다닌다. 암컷은 여러 달 후에 6~90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어미의 축소판처럼 생긴 새끼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미의 등 위에 올라타 일주일 이상 머문다. 새끼들은 첫 번째 탈바꿈을 마칠 때까지 어미의 보호를 받다가, 뿔뿔이 흩어져 각자 제 살길을 찾는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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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그런 거야, 친구. 둘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거지. 현재의 사회구조가 정당하다고 인정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든가, 나처럼 자신이 부당한 우위를 누리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기꺼이 누리든가 말이야.”

아니, 만일 그것이 정당하지 않다면, 자네는 그 혜택을 기꺼이 누릴 수 없을걸. 적어도 난 그렇게 못할 거야.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잘못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니까.”


(126-127)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걸까? 그녀는 살고 싶은 거야. 어쩌면 나도 그녀와 똑같이 행동했을지도 몰라. 그녀가 모스크바로 날 찾아온 그 끔찍한 시절에 내가 그녀의 말을 들은 것이 과연 잘한 것인지는,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어. 난 그때 남편을 버리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했어야 했어. 어쩌면 난 정말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데도 과연 지금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난 그를 존경하지 않아. 그가 필요할 뿐이야.’ 그녀는 남편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난 그를 견디고 있지. 과연 이것이 더 나은 걸까? 그때 난 아직 사랑을 받을 수 있었어. 내게도 아직은 아름다움이 남아 있었으니까.’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계속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거울을 들어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손가방에는 작은 손거울이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꺼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부와 덜컹덜컹 흔들리는 사무원의 등을 보면서, 그녀는 만약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뒤를 돌아보면 자신이 부끄러울 것 같다고 느껴 거울을 꺼내지 않았다.


(328)

그는 그녀에게 전보다 더 싸늘했다. 마치 그녀에게 굴복한 것을 후회하기라도 하는 듯. 그래서 자기에게 승리를 안겨 준 그 말, 바로 내가 얼마나 절실하게 끔찍한 불행을 느끼는지,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라는 그 말을 떠올리며, 그것이 위험한 무기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 두 번 다시 그것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그들 사이에 그들을 묶는 사랑과 더불어 모종의 투쟁을 일으키는 사악한 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느꼈다. 그녀가 그의 마음에서 몰아낼 수 없는,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서는 더더욱 몰아낼 수 없는 사악한 영이……


(329)

사람이 익숙해질 수 없는 환경은 없다. 특히 주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갈아가는 것을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석 달 전만 해도 레빈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다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생활, 그것도 자신의 수입을 넘어선 생활을 하면서, 술에 취해(그로서는 클럽에서 있었던 일을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한때 아내가 사랑한 남자와 꼴사나운 우정을 나누고, 더욱더 꼴사납게도 타락한 여자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 없는 여자의 집을 찾아가고, 그 여자에게 마음을 뺏겨 아내를 슬프게 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친 데다 밤에 잠도 못 자고 술까지 마신 탓으로 깊고 편안하게 잤다.


(452)

그래, 난 몹시 불안해. 그리고 이성이 인간에게 부여된 것은 인간을 불안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야. 그러니 난 벗어나야 해. 더 이상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저 모든 것을 보는 게 끔찍하기만 한데, 촛불을 꺼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어떻게 끄는 거지? 저 차장은 왜 승강용 발판을 뛰어다니는 걸까? 저 객실에 있는 젊은 사람들은 왜 소리를 지르지? 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말하고 무엇 때문에 웃는 걸까? 모든 게 진실이 아냐. 모든 게 거짓이고, 모든 게 기만이고, 모든 게 악이야!’


(455-456)

그녀는 성호를 그었다. 십자가를 긋는 친숙한 동작이 그녀의 마음속에 처녀 시절과 어린 시절의 모든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갑자기 눈앞의 모든 것을 뒤덮고 있던 암흑이 찍어지고, 일순간 과거의 모든 눈부신 기쁨과 함께 삶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녀는 다가오는 두 번째 객차의 바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바퀴와 바퀴 사이의 중간 지점이 그녀와 나란히 온 바로 그 순간, 그녀는 빨간 손가방을 내던지고는 어깨 사이에 머리를 푹 숙인 채 객차 밑으로 몸을 던져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러고는 마치 곧 일어날 자세를 취하려는 듯 경쾌한 동작으로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았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시가 한 짓에 몸서리를 쳤다.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야? 무엇 때문에?’ 그녀는 몸을 일으켜 고개를 뒤로 젖히려 했다. 하지만 거대하고 가차 없는 무언가가 그녀의 머리를 떠밀고 그녀를 질질 잡아끌고 갔다.’ 하느님, 나의 모든 것을 용서하소서!’ 그녀는 어떤 저항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왜소한 농부가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철로 위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불안과 허위와 슬픔과 악으로 가득 찬 책을 읽을 때 그 옆에서 빛을 비추던 촛불 하나가 어느 때보다 밝은 빛으로 확 타오르더니, 이전에 암흑 속에 잠겨 있던 모든 것을 그녀 앞에 비춰 보이고는 탁탁 소리를 내며 점점 흐릿해지다가 영원히 꺼지고 말았다.


(500)

그때는 진리를 알았는데 지금은 잘못 알고 있다니, 그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그 문제를 차분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자마자 모든 것이 산산조각으로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그때 착각을 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때의 정신 상태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던 데다, 그것을 약점 탓이라고 인정해 버리면 그 순간을 더럽히는 셈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과 고통스러운 갈등을 겪으며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정신을 팽팽히 긴장시켰다.


(509)

추론은 그를 의심으로 이끌었고 그로 하여금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깨닫지 못하게 방해했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고 살아갈 때, 그는 자신의 정신 속에서 두 가지 가능한 행위 가운데 어느 것이 좋은지 어느 것이 나쁜지 판단하는 완전무결한 재판관의 존재를 계속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하지 않으면 그 즉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무엇인지, 자기가 이 세상에서 무엇을 위해 사는지 인식할 가능성을 전혀 깨닫지도 보지도 못하면서, 그러한 무지 때문에 자살을 두려워할 정도로 괴로워하면서, 그와 동시에 인생에서 자신만의 고유하고 일정한 길을 굳건하게 개척해 가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540)

민중이란 말이 너무 애매해서 말이야.” 레빈이 말했다.

읍 서기들, 교사들, 어쩌면 1000명의 농민 가운데 한 명은 그것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알지도 몰라. 하지만 미하일리치 같은 나머지 8000만 명은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에 대해 자신의 의지를 표명해야 않을 뿐 아니라 무엇에 대해 자신의 의지를 표명해야 하는지 최소한의 개념도 갖고 있지 않아. 그렇다면 우리가 무슨 권리로 그것을 민중의 의지라고 말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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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그 자신이 민중과 함께 살고 있고 그의 모든 이해관계가 민중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스스로를 민중의 일부라고 생각하여 자신과 민중 안에서 어떤 특별한 성질이나 단점을 찾으려 하지 않았고 자신을 민중과 대립된 존재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오랫동안 주인으로, 중재자로, 특히 조언자로(농부들은 그를 신뢰하여 40베르스타 떨어진 곳에서도 그에게 조언을 구하러 왔다.) 살아왔으면서도 민중에 대해 어떠한 민중을 사랑하느냐는 질문만큼이나 그를 난처하게 했을 것이다. 그에게는 민중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 인간을 안다고 말하는 것과 똑 같은 것이었다. 그는 모든 종류의 인간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그들을 이해하려 했다. 그 가운데에는 그가 훌륭하고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농부들도 있었다. 그는 인간들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특징을 찾아 그들에 대한 이전의 견해를 바꾸고 새로운 견해를 확립하였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그 반대였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생활과 대조하여 시골을 사랑하고 찬미한 것과 똑같이, 민중에 대해서도 그가 좋아하지 않는 계급의 사람들과 대조하여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사람 일반과 대조되는 무엇으로 파악했다. 그의 체계적인 이성 안에서는 민중의 생활에 대한 일정한 형식이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형식은 민중의 생활 자체에서 어느 정도 끌어낸 것이기도 하지만 주로 대조를 통해 얻은 것이었다. 그는 민중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그들에게 공감하는 태도를 결코 바꾸려 하지 않았다.


(30)

, 철학에 관한 이야기는 그쯤 해.” 그가 말했다. “모든 시대를 통틀어 철학의 주요 과제는 바로 개인의 이해와 공공의 이해 사이에 놓인 필연적인 연관을 찾아내는 것이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내가 너의 비교를 바로잡아 줄 필요가 있다는 거야. 자작나무 가지는 누가 꽂아 둔 게 아니라 심거나 씨를 뿌려서 얻은 거야. 그러니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해. 자신의 제도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인지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민족, 그런 민족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고, 그런 민족만이 역사적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


(77)

상관없어요. 어쨌든 당신네들은 자신의 사랑이 무르익거나 선택을 기다리는 두 여자 사이에서 저울질을 끝내면 청혼을 하잖아요. 하지만 여자에게는 누구를 선택할지 묻지 않아요. 물론 다들 여자가 스스로 선택하기를 바라죠. 하지만 여자에게는 선택권이 없어요. 그저 .’, ‘아니오.’라는 대답만 할 수 있죠.”


(122)

그들은 그가 지난 8년 동안 내 삶을 얼마나 숨 막히게 했는지, 내 안에 살아 있던 모든 것을 얼마나 억압했는지 몰라. 그들은 몰라. 그가 단 한 번도 나를 사랑이 필요한 살아 있는 여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그들은 그가 항상 날 모욕하고 스스로에게 만족했다는 것을 모르지. 내가 노력하지 않았나? 온 힘을 다해 내 삶의 정당성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던가? 내가 그를 사랑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더 이상 남편을 사랑할 수 없을 때, 그때는 아들을 사랑하려고 애쓰지 않았던가? 하지만 때가 온 거야. 난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난 살아 있는 여자야. 내게는 죄가 없어. 하느님은 날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그런 여자로 만드셨어. 이제야 그걸 알겠어. 그런데 지금 도대체 이게 뭐야? 남편이 날 죽이거나 그를 죽이기라도 한다면, 난 그 모든 것을 견디고 그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아냐, 그는……


(217)

하지만 난 당신이 무엇에 놀라는지 잘 모르겠군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나 뒤떨어진 민중이 자기들에게 낯선 모든 것에 저항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유럽에서 합리적인 농업이 가능한 것은 민중들이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나라도 민중을 교육시켜야 합니다. 그게 전부예요.”


(218)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학교가 민중에게 자신들의 물질적 상태를 개선하도록 돕는다는 겁니까? 당신은 학교와 교육이 민중에게 또 다른 필요를 느끼게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상황만 더욱 나빠질 뿐입니다. 왜냐하면 민중은 그러한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테니까요. 덧셈, 뺄셈, 교리문답 같은 지식이 무슨 수로 민중들의 물질적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준다는 건지,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248)

레빈은 자신이 최근에 진심으로 생각하던 바를 말했다. 그는 모든 것에서 죽음이나 죽음으로의 접근만을 보았다. 하지만 그가 계획한 일이 그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았다. 죽음이 오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삶을 살아가야 했다. 그에게는 어둠이 모든 것을 뒤덮은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어둠 때문에, 그는 자신의 일이 이 어둠 속에서 그를 이끌어 줄 유일한 끈이라고 느끼며 온 힘을 다해 그것을 붙잡고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297)

그게 어때서? 난 지금도 계속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 죽을 때가 되었다는 건 사실이야. 이 모든 게 다 무의미하다는 것도. 자네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난 나의 사상과 일을 너무나 소중히 여기고 있어. 하지만 자네도 한번 생각해 봐. 사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전체는 아주 작은 혹성에 핀 작은 곰팡이에 지나지 않아.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의 세상에 무언가 위대한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사상이나 일 같은 것 말이지! 이 모든 건 모래알에 불과해.” 레빈이 말했다.


(512)

레빈이 결혼한 지도 석 달이 지났다. 그는 행복했지만, 그 행복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그는 걸음걸음마다 예전의 공상에 대한 환멸과 예기치 못한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레빈은 행복했다. 그러나 일단 가정생활에 발을 들여놓자, 그는 걸음걸음마다 그 행복이 그가 상상하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걸음걸음마다 그는 호수 위를 행복하게 떠다니는 보트를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이 그 보트에 몸소 앉았을 때 느꼈음 직한 것을 경험했다. 그는 흔들리지 않고 반듯하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한시도 잊지 말고, 발아래에 물이 있다는 점, 노를 저어야 한다는 점, 익숙하지 않은 손으로 하면 아프다는 점, 보고만 있을 때는 쉬울 것 같지만 그것을 직접 해 보면 무척 즐겁기는 해도 굉장히 힘들다는 점까지 염두에 두어야 했던 것이다.


(520-521)

그는 러시아에서 빈곤이 발생한 것이 토지 소유의 불평등한 분배와 그릇된 경향 때문만이 아니라, 최근 러시아에 변칙적으로 보급된 외국 문명, 특히 도시로의 집중을 초래한 교통망과 철도, 사치풍조의 심화, 그로 인해 농업이 쇠퇴할 정도로 발전한 공업 및 신용 대출과 그 동반자인 주식 거래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한 국가에서 부()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경우, 이 현상들은 농업에 상당한 노동이 투입된 이후에야, 농업이 올바른, 적어도 일정한 조건에 이른 이후에야 비로소 시작될 것 같았다. 그리고 한 국가의 부는 균등하게, 특히 부의 다른 싹들이 농업을 앞지르지 않는 한에서 성정해야 할 것 같았다. 또한 교통망도 농업의 일정한 상태에 따라 그에 상응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러시아의 그릇된 토지 이용을 고려할 때 경제적 필요고 아닌 정치적 필요에 따라 생긴 철도는 아직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그것에서 기대되는 농업의 조성을 가져오는 대신 농업을 앞지르고 공업과 신용 대출의 발전을 초래함으로써 농업을 저지할 것 같았다. 그래서 동물의 한 기관의 편향적이고 지나치게 빠른 발달이 전체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부의 전반적인 발전에 있어서 신용 대출, 교통망, 공업 활동의 강화유럽에서는 시기적절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겠지만 농업의 정비라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를 제쳐 둔 채 그저 러시아에 해악만 끼칠 것 같았다.


(524)

하지만 불만에 찬 사람이 자신의 불만에 대해 다른 누군가를, 특히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탓하지 않기란 어려운 법이다. 레빈의 머리에도 어렴풋하게나마 그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그 무엇도 그녀의 탓일 수는 없다.) 그녀가 받은 너무나 피상적이고 경박한(‘그 멍청한 차르스키, 그녀가 그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나도 알아.’) 교육 탓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래, 집에 대한 관심(그녀에게도 그런 것이 있다.)을 제외하면, 자신의 몸치장을 제외외하면, broderie anglaise를 제외하면, 그녀에게는 진지한 관심이 전혀 없어. 나의 일에 대해서도, 농사에 대해서도, 농부들에 대해서도, 그녀가 상당한 재능을 보인 음악에 대해서도, 독서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단 말이야.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완전히 만족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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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44
켄 폴릿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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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에 지인의 소개로 재미있게 읽은 <대지의 기둥>이라는 책이 있단다. 그 소설의 지은이가 켄 폴릿이라는 사람인데, <대지의 기둥>을 읽고 나서 그 사람의 다른 작품도 한번 읽어봐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이제서야 한번 읽어보는구나. 세월이 빠른 것인지, 거참… <대지의 기둥>을 읽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 되었다니믿기지가 않는구나.

켄 폴릿이라는 사람은 스릴러와 역사소설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책이 바로 아빠가 이번에 읽은 <바늘구멍>이라는 책이란다. 무려 40년도 더 된 책이라고 하더구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한번 찾아보니 그 영화도 거의 40년이 다 되었더구나.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소설의 재미는 그대로 담겨져 있더구나. 이 소설의 배경은 1944년 즈음이야. 세계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었던 시절, 스파이들에 관한 소설이란다. 스파이를 다룬 소설이다 보니 스파이 소설 전문가 존 르카레도 생각이 났는데, 존 르카레의 소설들보다는 좀 더 가볍다고 해야 할까, 읽기 편하다고 해야 할까, 어느 쪽을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각자의 장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1.

소설의 제목이 왜 바늘구멍일까. 바늘구멍이 영어로 뭘까? 원제를 봤더니 “Eye of the Needle”이더구나. 왜 소설 제목을 바늘구멍이라고 했는지는 소설을 이야기하다 보면 나온단다. 이 소설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는구나. 2차 세계 대전 막판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 연합국은 독일에 혼란을 주기 위해 가짜로 공군기지를 만들어 시선을 돌리는 작전을 폈고 그 작전이 성공하여 노르망디 상륙 작전도 성공했다고 하는구나. 그 속임수 작전을 포티튜드 작전이라고 하는데 그 사건에 지은이의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이란다.

먼저 중요 등장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 줄게. 페이버라는 사람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독일 스파이란다. 형용사를 하나 사용하면 잔인한독일 스파이란다. 이름 페이버도 가명이야. 정체가 조금만 드러날 것 같으면 가차 없이 죽였어. 그를 유혹하던 젊은 과부였던 하숙집 여주인도 죽인 후, 흔적을 지우고 사라져 버렸어.

영국 군사 정보부 MI5라는 곳이 있었는데, MI5는 앤드루 대령이 이끌었고, 퍼시벌 고들리먼이라는 교수도 MI5에 합류하게 되었단다. 퍼시벌은 프레더릭 블로그스라는 파트너와 함께 일했단다. 프레더릭은 아내 크리스틴을 독일군의 폭격으로 잃고 혼자가 되었단다. 그들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바늘이라는 별명을 가진 독일 스파이를 쫓고 있었어. 별명이 왜 바늘이냐면 바늘처럼 뾰족한 스틸레토로 사람들을 죽였기 때문이란다. 스틸레토? 아빠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어서 검색을 해보았단다. 그랬더니….. 아주 뾰족한 하이힐만 잔뜩 검색이 되고, 그 사이에 아주 뾰족한 칼이 보이더구나. , 저렇게 바늘처럼 뾰족하게 생긴 칼이 스틸레토구나. 그 독일 스파이가 누구냐면 바로 앞서 이야기했던 페이버란다.

데이비드와 루시라는 신혼 부부가 있었단다. 데이비드는 예비 파일럿으로 곧 전투기를 탈 예정이었어. 그런데 신혼 여행 중에 교통사고로 그만 불구의 몸이 되어 휠체어 신세가 되었단다. 루시는 크게 다치지 않았어. 데이비드의 상심이 커서 그들은 속세를 떠나 폭풍의 섬이라고 부르는 외진 섬에서 지냈어. 그 섬에는 그들 부부 이외에 섬을 관리하는 어르신 한 분, 톰이 멀리 떨어져 지냈단다.

루시는 결혼 당시 임신을 했었고, 결혼해서 얼마 후 아이를 낳았단다. 섬에 이제 한 명이 더 늘었구나. 아이의 이름은 조. 데이비드를 위해서 외진 섬에 왔지만 데이비드의 상실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어. 늘 신경이 예민하고 화도 자주 내어 정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았어. 어린 아들을 돌보고 그런 남편을 보살펴야 하는 루시였지만, 언젠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


2.

페이버가 잔인하다고 했는데 또 하나 일화를 이야기해줄게. 그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려고 한 자기편 요원도 정보를 얻고 죽여버리는 사람이었어. 무자비한 사람. 그의 임무는 연합군이 어디를 공격하려고 준비하는 정보를 캐는 일이었어. 그 정보를 알게 되면 유보트를 타고 귀환하는 것이었지. 그는 영국의 한 기지를 염탐했어. 누가 봐도 대규모 공군 기지였어.. 대충 보거나 하늘에서 보면 말이지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 기지는 모두 가짜였던 거야. 그 공군기지를 진짜였다면 연합군의 타겟은 아마 칼레라는 지역이 될 거야. 그런데 이것이 가짜라는 것은 연합군의 타겟은 노르망디라는 것이지. 독일은 연합군의 타겟이 칼레인지, 노르망디인지 몰랐거든. 이 중대한 소식을 빨리 본국에 타진해야 하는 페이버는 유보트를 타기로 한 접선지 스코틀랜드 바다로 가야 했어. 그런데 그가 본 공군 기지에서 얼마 가지 못해 영국군 다섯 명과 마주치게 되었지. 그에게 다섯 명은 아무것도 아니었지. 삽시간에 그 다섯 명을 모두 처치했어. 예상치 못한 일로 그의 행적이 들통날 수 있었지. 그는 빨리 그곳을 떠났어. 영국군도 다섯 명이 죽은 것을 알고 자신의 위장 작전이 드러났다는 것을 깨닫고 바늘을 추적하는데 혼신을 기울였단다. 기차를 타고 이동 중에 페이버는 자신을 알아보는 검표원도 죽이고 달리는 기차를 탈출했지.

….

영국 정보부 소속인 퍼시벌과 프레더릭도 바늘을 추적하면서 성과를 보였어. 그의 단서를 확보하고 젊은 시절 사진까지 확보했어. 그리고 그를 쫓는데 안타깝게도 한발씩 늦었단다. 그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연합국의 가장 중대한 정보이자, 전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정보이기 때문에 영국을 빠져나가기 전에 붙잡아야 하는데 말이야..


3.

페이버는 유보트와 접선하기로 한 날 이변이 생겼어. 폭풍우가 몰아친 거야. 페이버는 배를 훔쳐 바다로 나갔지만, 폭풍우로 인해 접선에 실패하고 배는 난파되어 간신히 몸만 추스르고 어떤 외딴 섬에 올라갔단다. 그 섬에 유일하게 빛이 나오고 있는 집이 있어서 그곳까지 간신히 갔다가 노크를 하고 정신을 잃고 쓰러졌어.

그 집은 바로 데이비드와 루시의 집이었지. 루시는 페이버가 누군지도 모르고 보살펴 주었단다. 이 폭풍우에 찾아온 사람이라니루시는 페이버를 간호해 주다가 그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겨났어. 데이비드가 다친 이후로는 사랑도 한 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루시는 사랑에 굶주리고 있었을지도 몰라. 데이비드가 톰과 양치기 일을 한다고 집을 비웠을 때 루시와 페이버는 사랑을 나누게 된단다. 루시는 위험한 행복을 느꼈어..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사랑이랄까. 하지만 페이버가 누구인지 안다면….

….

페이버는 데이비드와 톰의 양치기 일을 도와주러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데이비드는 페이버의 정체를 알아 챘어. 차 안에서 데이비드와 페이버의 결투가 벌어졌고, 데이비드가 죽고 말았단다. 페이버는 데이비드와 자동차를 벼랑에 떨어뜨려버렸단다. 페이버는 루시에게 와서 모른 척 하고 데이비드는 톰의 집에서 자고 온다고 이야기했어. 그리고 그 다음날 페이버는 톰의 집에 가서 톰마저 죽였단다. 이제 섬에는 페이버, 루시, 어린 조이렇게 세 명이었어. 페이버가 톰을 죽이고 있는 사이, 벼랑 밑에 자동차와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본 루시.. 그곳에 가서 그 사람이 데이비드인 것을 확인하고, 페이버가 데이비드를 죽였다고 생각했어. 벌벌 떨면서 톰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지만, 이미 톰도 죽어 있었지

….

섬에서 다급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퍼시벌과 프레더릭도 페이버가 폭풍의 섬에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들도 폭풍의 섬으로 향했단다. 소설의 끝은 어떻게 될까. 결국 바늘 페이버는 그 섬을 살아서 빠져 나오지 못했단다. 그래서 그가 가지고 있던 일급 정보는 독일까지 못했고, 독일은 그 가짜 공군 기지가 진짜라고 생각하고 칼레를 완벽 대비하고 노르망디는 수비를 소홀히 했단다. 그 결과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은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

이렇게 소설이 끝났단다. 당시 독일이 그 공군기지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노르망디에 온 전력을 집중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전쟁은 연합국의 승리로 끝이 났겠지? 미국이 핵폭탄을 독일에도 떨어뜨렸을까? 우연과 우연이 쌓여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다시는 이런 잔인한 역사가 만들어지지 않기를그리고 세계를 우울의 역사로 만든 코로나19의 역사도 싫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사십오 년 만에 가장 추운 겨울이었다.

책의 끝 문장 : 데이비드가 할아버지의 무릎에서 뛰어내리며 찻잔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마법의 주문이 풀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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