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4)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싱싱합니다, 싱싱해요! 재앙은 오지 않았어. 여름의 풍요로움이 만발하네!(환희의 외침) 봄은 막 지나갔어. 어느새 하늘을 향해 빠른 속도로 튀어 오른 여름의 황금빛 오렌지는, 계절의 정점에서 터지며 스페인의 머리 위에 꿀과 같은 과즙을 쏟아내지. 그때 녹진한 과즙을 품은 포도가, 버터 빛깔의 멜론이, 핏빛의 새빨간 무화과가, 불꽃의 색과 같은 살구가, 온 세상 여름이 품어낸 온갖 과실들이 한꺼번에 우리 시장의 진열대로 몰려들어. (환희의 외침) , 과실들이여! 버드나무 가지로 광주리에서 너희들의 조급했던 기나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구나. 여정의 출발점이었던 시골에서 과실들은 여름의 청량함으로 물든 초원의 물과 당분을 먹고 실하게 자랐네. 햇빛으로 물든 무수한 샘에서 솟아나는 깨끗한 물들은 뿌리와 줄기를 통해 하나로 모아지고, 과실의 중심부로 전해지고, 그 속에서 마르지 않는 꿀의 샘과 같이 유유히 흐르며 과실을 단단하게 만들고 더욱 무겁게 만들었지.


(38)

디에고 : 도대체 무엇으로 얼굴을 씻기에 아몬드처럼 새하얄까?

빅토리아 : 깨끗한 물로만 씻는걸, 사랑이 아름다움을 더해 주지!

디에고 : 머리카락은 선선한 밤처럼 상쾌해!

빅토리아 : 그건 매일 밤마다 창가에서 너를 기다리기 때문이야.

디에고 : 깨끗한 물과 밤 때문에 네 몸에서 레몬과 같은 향이 나는 걸까?

빅토리아 : 아니야, 당신의 사랑이 보내는 바람이 나를 단 하루 만에 꽃으로 뒤덮어 주어서 그런 거야!

디에고 : 꽃들은 시들면 지는데!

빅토리아 : 그다음은 열매가 기다리지!

디에고 : 겨울이 올 텐데!

빅토리아 : 그래도 당신과 함께인 걸. 당신이 처음 내게 불러준 노래 기억해? 그 노랫말처럼 항상 변함없는 거지?

디에고 : 나 죽고 백 년 뒤에

대지가 내게 묻겠지

내 너를 결국 잊었냐고

그럼 나는 아직이라 답하리


(75)

그러니 명심해라, 내가 도착하는 순간 감동적인 것은 더 이상 없다. 그 따위 감동은 금지된다. 그 밖의 몇 가지 쓸데없는 것들, 예컨대 행복을 원하는 우습기만 한 초조함, 사랑에 빠진 이들의 얼굴, 풍광에 취하는 이기적인 작태, 불경한 풍자 행위 등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들의 빈자리에 나는 조직을 이식한다. 처음에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끝에 가서는 탁월한 조직이 너절한 감동 따위보다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듯 탁월한 생각을 실행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를 분리하는 조치를 시행할 것이다. 나의 명령은 법률이 규정하는 것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다.


(105)

판사 : 내가 법을 지키는 것은 법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네. 그것이 법이니까 지키는 거지.

디에고 : 그 법이 범죄를 가리킨다면요?

판사 : 범죄가 법이 된다면 그건 더 이상 범죄가 아닌 것이지.

디에고 : 그렇다면 미덕을 단죄해야 할 판이군요!

판사 : 분명, 그렇게 해야겠지, 만일 미덕이 건방지게 법을 검토하려 든다면.

빅토리아 : 아버지, 아버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두려움인 거예요.


(109)

아니, 빅토리아, 엄마는 닥치지 못하겠다. 내 평생 입 닫고 살아왔다. 내 명예를 위해서 그랬고, 신의 자비를 위해 그랬다. 그런데 명예란 게 이제 하나도 남지 않았어. 내 아들의 머리카락 한 올이 하늘에 계신 신보다도 귀중하단 말이다. 그러니 이제는 입 닫고 살지 않으련다. 이 사람에게 적어도 이 말만은 해야겠다. 당신 같은 사람 편에는 권리가 함께하지 않는다고. 당신도 잘 알겠지만, 권리란 고통받고 신음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편에 있으니까요. 권리는, 약삭빠른 자나 돈에 눈이 먼 자와는, 함께하지 않아요.


(157)

디에고 : 싫어. 그런 방식은 나도 알아. 살인을 없애기 위해서는 죽이지 않을 수 없고,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도해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이 따위 논리가 수백 년을 버텨온 것이지! 지난 수백 년간 너와 같은 권력자들은 이 세상에 난 상처를 치료한다는 구실로 오히려 약화시키기 일쑤였어. 그리고 그런 방식을 대단한 것인 양 치켜세웠지, 왜냐면 아무도 그들의 면전에 대고 코웃음 친 적이 없었으니까!

페스트 : 나는 실천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비웃지 않는 거야. 나는 효율적인 사람이거든.

디에고 : 효율적이라, 그럼 그렇지! 그리고 실용적이지. 마치 도끼처럼!

페스트 : 인간들을 살펴보기만 하는 것으로도 충분해. 그러면 어떤 정의라도 그들에게 쉽게 먹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

디에고 : 이 도시의 성문들이 모두 봉쇄된 이후로, 나는 그동안 모두 사람들을 지켜볼 수 있었어.

페스트 : 그렇다면 그들이 언제나 너를 고립시킬 것도 잘 알겠군. 혼자 남은 사람은 무너져 내리는 법이지.

디에고 : 아니, 틀렸어! 만일 혼자였다면 모든 것이 쉽게 풀렸겠지.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그들은 나와 함께 한다고.


(159)

내가 경멸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려 드는 자들뿐이야.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르든, 저 사람들은 너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어. 만일 저들이 어쩌다 딱 한 번 사람을 죽였다 해도, 그것은 잠시 광기에 사로잡혀 그랬던 걸 거야. 그런데 너는, 그 잘난 법이니 논리니 들먹이며 대학살을 자행하고 있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저들을 비웃지 마. 그건 이미 수백 전부터 공포를 불러오는 혜성들이 저들의 무리를 수도 없이 지나갔기 때문이니까. 저들의 겁먹은 모습을 보고 비웃지 마. 수백 년 전부터 저들은 죽어갔고 저들의 사랑은 너덜너덜하게 찢겨 왔어. 설령 저들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원인이 존재하는 거야. 그러나 저들을 상대로 너희들이 저질러온 죄악에는, 네가 고안해 낸 그 따위 역겨운 질서에 맞춰 이 세상을 체계화하는 일을 완수하기 위해 저질러 온 죄악에는, 나는 그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어. (페스트가 데이고 쪽으로 걸어온다) 네가 다가온다고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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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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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노르웨이 작가 프로테 그뤼텐의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 자주 노출이 되어 알게 된 책이란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누가 봐도 교훈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책이구나. 마지막 하루, 삶의 소중함을 담은 그런 책이라고 예상이 되어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인터넷 서점에 자주 노출이 되고 평점도 좋고, 무슨 문학상도 받았다고 해서 한번 읽어봤단다.

약간 식상한 교훈적인 내용이더라도 가르침은 여러 번 본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거든. 노르웨이 작가 중에 아빠가 가장 많이 읽은 작가는 당연히 요 네스뵈란다. 하드 스릴러 장르를 주로 읽었다는 소리지. 그래서 프로테 그뤼텐의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라는 책을 읽으면서 일말의 다른 가능성에 대한 생각도 추가하여 책을 펼쳤단다. 그러니까 마지막 하루를 자신에게 원한 산 일을 한 사람들을 찾아 다니면서 다 죽이는 그런 하드 스릴러 장르 소설 말이야. ㅎㅎ 아빠가 장르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나 보구나. 하지만 역시 이 책은 예상 가득했던 그런 내용이었단다.

 

1.

이 소설은 주인공 닐스 비크가 자신의 마지막 날 5 15분에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단다. 닐스는 그 날이 자신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어쩌면 그 날을 마지막으로 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고아무튼 소설은 닐스 비크의 하루로 소설이 이루어져 있단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마지막 날을 알 수 있다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야. 그렇다면 좀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고,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과 이별 인사를 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마지막 하루라고 해서 특별한 것 없이 닐스는 늘 같은 루틴으로 아침을 시작했단다. 가장 떠오르는 사람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마르타였어. 마르타가 떠나고 집에 남긴 흔적을 다시 한번 살펴 보았어. 타지에서 생활하는 두 딸도 그려보았단다. 닐스는 자신이 떠나고 자신의 마지막으로 누웠던 침대를 누군가 보는 것이 싫어서 매트리스를 뒷마당으로 가지고 나와서 불태워버렸단다.

닐스는 마지막으로 집을 나와 자신 소유의 배로 갔어. 그의 배는 페리호로 평생 그 배로 사람들과 물건들을 실어 나르는 일을 했었단다. 페리호에 시동을 건 닐스는 피오르를 가로질러 앞으로 나아갔단다. 그 길은 마치 저승으로 가는 스틱스 강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닐스는 페리호를 혼자 타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그의 삶에 함께 했던 사람들을 만났단다. 자신의 첫 손님도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버지의 폭력에 맞서 싸우고 도망가다가 피오르에 빠져 죽은 소년도 다시 만났고, 눈사태가 일어났을 때 닐스가 구출해 준 사람들도 다시 만났단다. 그리고 그가 오랫동안 키웠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개 루나도 다시 만났단다. 다시 만난 루나는 말도 할 줄 알았단다. 승객 중에는 유명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닐스가 생각하는 가장 유명한 사람은 영화배우 에드워드 G 로빈슨이었어. 그렇게 반가운 사람들도 있었지만, 태우기 싫은 승객들도 있었는데 그들도 다시 만났어. 그밖에 닐스의 페리호를 탔던 많은 사람들을 다시 만났단다. 그러니까 닐스의 삶을 만들어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어. 마지막 날을 안다면 정말 그럴 것 같구나.

….

해가 지고 밤이 되었어. 닐스 비크의 시간은 더 멀리까지 가서, 어린 시절 함께 했던 형제들과 부모님도 기억도 떠올렸단다. 닐스의 소중한 두 딸 엘리와 구로와 함께 했던 소중한 기억들도 생생하게 떠올랐단다. 그리고 닐스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 아내 마르타의 기억도 떠올랐지. 마르타를 처음 만난 날, 그리고 마르타와 처음으로 사랑을 나눈 날, 그리고 마르타가 세상을 떠난 날, 그리고 마르타가 세상을 떠난 후의 날들도 떠올랐어. 마르타는 닐스와 달리 불의와 불합리한 일에 대해 직접 행동하는 스타일이었어. 예를 들어 베트남전 미군 철수 시위에도 적극 동참했었단다. 마지막 하루, 그가 함께 했던 사람들이 그의 페리호에 다시 나타났는데, 마르타는 보이지 않아서 살짝 조바심도 났는데,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이라고, 마지막 하루의 마지막 순간 닐스는 꿈에 그리던 마르타를 다시 만나면서 마무리했단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지구상에 있는 사람 중에 죽어 본 사람이 없어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많은 사람들이 추측을 할 뿐이지.. 이 우주가 엄청나고 광활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단다. 혹시 죽고 나면 이 광활한 우주 어디선가에서 다시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아주 가끔 한단다. 과학적 사고로는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이 광활한 우주를 과학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아무튼 닐스 비크는 마지막 하루를 한 분 한 초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갈무리하는데 쓴 것 같더구나. 그런데 마지막 하루만 그렇게 소중한 시간은 아닌 것 같구나. 삶의 매순간이 똑같이 소중한 순간들이지이런 소설을 읽다 보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더구나. 그것이 자칫 후회와 이어질 수 있으니, 여기서 그만 하련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끝.

 

PS,

책의 첫 문장: 새벽 5 15, 닐스 비크는 눈을 떴고 그의 삶에 있어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책의 끝 문장: 그의 마지막 날은 이렇게 끝이 났다


거울 속의 남자.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건장한 몸집의 남자. 한때는 짙은 색이었던 그의 머리카락이 이제는 희끗희끗하게 변해버렸다. 거친 피부와 주름진 얼굴, 벗겨진 이마, 작은 눈, 손질이 필요한 눈썹.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은 거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신체 부위 중에서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오직 발뿐이라 말하곤 했다. 그는 시선을 고정했다. 거울 속의 남자도 시선을 고정한 채 팔을 내리고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두 다 알고 싶어 하는 남자였다. 날씨, 바람, 시간. 하지만 이제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 P8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그 끝은 결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같지 않다. 끝은 모든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언젠가는 마지막으로 딸을 목말 태우고 숲을 산책하는 날이 올 것이다. 산 위에 올라가 발밑의 풍경이 마치 나만의 것 같다고 느낀 마지막 날, 마지막으로 가게에 가서 빵과 우유와 버터를 산 날, 마지막 여름. 마지막 수영. 그는 8월의 어느 날, 튜브에 등을 대고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올려다보았고, 햇살에 데워진 바위 위에 앉아 눈을 감고 피오르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었다. - P43

그는 어떻게 하면 그녀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이건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다. 그는 일지에 그렇게 적었다. 우리는 쉽게 건널 수 있는 깊은 소금물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을 뿐이다. 어느 날 그는 배를 정박시키고 그녀의 집이 있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두세 발자국을 떼었을까. 갑자기 용기가 사라졌다. 그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이제 그의 삶은 저 집 안에, 저 대문 너머에, 마르타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의 삶 속에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 P81

그는 여전히 이 몸 안에 있다. 시간은 그의 몸속에 존재하고, 그의 머릿속에 존재한다. 모든 것은 몸과 영혼, 앞과 뒤, 두 개의 반쪽 퍼즐 사이의 그 어딘가에 존재하며 서로 끼워 맞추어지려고 노력한다. 시간은 우리가 태어나는 날부터 시작해 우리가 점점 더 강해지고, 더 커지고, 더 현명해지고, 더 빨라지고, 더 명료해질 때까지 함께 하다가 천천히 내리막길로 향한다. 우리는 더 약해지고, 더 느려지고, 더 취약해지며, 어떤 일을 해보려는 우리의 열정은 사그라든다. 그는 이제 이것을 알고 있다., 천천히 시작해 천천히 끝을 맺을 것이다. - P153

닐스는 하나의 이름은 운명이자 숙명이며, 모든 시를 시작하는 첫 단어라고 말했다. 비록 인간이나 배가 죽거나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 이름은 항상 남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마르타는 그런 것쯤은 다 안다면서 자시는 바보가 아니라고 했다. 그럼 당신은 어떤 이름이 좋을 것 같나요? 밤과 낮. 그녀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닐스는 코웃음을 치면서 배는 이미 완벽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피오르에 나가 있을 때, 그녀와 떨어져 있는 모든 밤과 낮에도 그는 항상 그녀 속에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아, 징그러워. 그녀가 쏘아붙였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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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제가 스무 살이 넘은 건 아시죠. 제 동생도 곧 스물이 되고요. 이러고만 살 수는 없어요. 박사님이 오시기 전에 그 얘기를 하던 참이었어요. 저희는 얼마나 돈을 모을 수 있었을지? 상상이 되세요? 사람이라도 죽일 것 같은 기분이예요. 정말요!”


(241-242)

애매하게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야말로 근근이 버티고 계시다는 사실 말이지요. 이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되면 아니라고 하십시오! 벌써 몇 년 전부터 여기 세상의 끝, 이 가망 없는 지역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생계를 꾸려보자고 하지 않았던가요? 우리가 마지막으로 1년 반 전에 보고 헤어질 때, 여러분은 술집 앞에 모여서 저희가 길을 꺾어 들어 보이지 않게 될 때가기 손을 흔들어주셨지요. 아직도 기업이 납니다. 그때 여러분들은 아이디어가 넘쳐났고 멋진 계획들과 충만한 의욕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보는 여러분은 그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아니 더 남루해지고, 이런 제 표현을 용서하십시오. 이전보다 더 어리석어졌습니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요?


(250)

불행한 나의 친구들이여. 여러분이 무릎을 꿇고만 이 고난이란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우리의 친구 후터키 씨가 거듭 말하듯이 부스러진 회벽, 내려앉은 지붕, 무너진 담당, 닳아버린 기와 따위가 같은 겁니까? 아니면 그보다는 깨진 환상, 암담해진 전망, 쇠약해진 무릎, 의지력의 쇠퇴 같은 것을 떠올려야 할까요? 제가 가혹하게 표현한다고 해서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분명하게 말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점잔 빼고 소심하게 굴며 전전긍긍하는 것은 모든 것을 더 나쁘게 만들 뿐입니다.


(353)

, 너무 가슴에 담아두지 마세! 보다시피 다 좋은 쪽으로 해결 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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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리뷰툰 냉정과 열정 : 냉정 편 - 이제 읽을 때도 됐다, 인류 최강의 냉냉한 고전 문학 탐구 여행 고전 리뷰툰
키두니스트 지음 / 골든래빗(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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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만화책은 별로 읽지 않는데, 기다리는 시리즈가 하나 있단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 키두니스트 님의 <고전 리뷰툰> 시리즈란다. 고전은 읽기도 쉽지 않고, 그것을 읽고 리뷰를 쓰기도 쉽지 않은데, 리뷰를 만화로 그리는 초현실적인 작가가 있으니 바로 키두니스트 님이란다.

작년에 이어 <고전 리뷰툰 내정과 열정-> 두 번째 이야기 냉정 편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읽어 보았단다. 여전히 위트 넘치고 리뷰툰만 봐도 그 고전을 읽은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단다. 물론 중요한 장면에서는 스포일러는 멈추어서 소개해 준 고전들을 읽고 싶게 만드는 능력 또한 갖고 있단다. 아빠도 이전 <고전 리뷰툰> 시리즈들을 읽고 나서 거기서 소개한 책들을 여럿 읽었단다. 좋은 고전들을 소개해주어 고맙구나.

이번에 읽은 <고전 리뷰툰 내정과 열정-> 냉정 편은 냉정 편답게 고전들 중에 좀 차분하면서 또는 서늘한 이야기 또는 허무한 이야기들을 모았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생각보다 그런 고전이 많지는 않다고 하더구나. 어떤 작품은 지은이 키두니스트 님이 억지로 냉정 편에 넣은 것도 있으니 양해해 달라고 했어. 십분 이해하고 말고…. 차분하고, 서늘하고, 허무한 고전들을 여덟 편 골랐는데, 그 중에 일본 작품이 세 개나 되는구나. 일본의 작가들이 스산하고 허무하고 분위기의 명작을 많이 쓰는 것이 민족성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이번에 소개한 작품들을 보면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의 <우리들> 이렇게 여덟 작품인데 아빠가 읽은 책은 <인간실격> <위대한 개츠비> 이렇게 두 권뿐이구나. 어렸을 때 동화로 읽은 <보물섬>도 쳐주면 세 권이구나. 심지어 제목조차 처음 들어보는 책도 있더구나. 정말 세상에는 읽을 책들, 특히 고전들이 많구나.

 

1.

여덟 작품 중에 가장 특이하면서 읽고 싶은 책이 첫 번째로 소개한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라는 책이란다. 아빠가 제목조차 처음 본다는 책이 바로 이 책이란다. 물론 지은이 아베 코보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 봤지. 책은 무척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는 가볍지 않은 소설이란다. 곤충학자인 주인공이 곤충 연구를 하러 출장을 갔다가 어떤 사막 마을에 도착을 하는데 그 곳의 사막 구덩이에 지은 집에 갇히게 되고, 그 구덩이 안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되고, 매일 모래를 퍼내야만 하는 그런 기이한 소재의 소설이란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매일 모래를 퍼내면서 탈출을 하려고 시도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야. 무슨 이런 소설이 다 있나 싶지만, 매일 똑같이 일을 반복하면서 아빠의 시간을 퍼내고 있는 모습이 주인공과 다를 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었단다. 이 소설은 꼭 한번 읽어보고 싶구나.

두 번째 소개한 책은 너무 유명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라는 책이란다. 나쓰메 소세키는 예전에 읽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서 소개되어 그의 책들을 읽어보겠다고 두어 권 사두었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한 것 같구나. <마음>이라는 책을 먼저 읽어봐야 하나?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너무 유명한 작품이긴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 보면 이야기가 너무 초현실적이라 흥미를 못 느낀 작품이란다. 아빠는 텔레비전을 통해서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이야기가 이상해서 나중에 커서도 책으로 읽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어. 마치 꿈 이야기를 그대로 소설로 쓴 듯한 이야기지은이 키두니스트 님이 이야기하기를, 이 작품은 언어유희와 상징을 통해 1856년 출간된 당시 빅토리아 시대를 풍자한 작품이라고 하는구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아빠가 읽은 책이라고 했는데, 찾아 읽은 것이 아니고 출판사 열린책들 35주년 특별판을 산 적이 있는데, 그 특별판에 포함되어 있어 읽은 적이 있단다. 당시 그 책을 읽고 너희들에게 독서편지를 쓰면서 아마 이 책은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고 쓴 기억이 있구나. 이야기는 재미 있긴 한데, 너무 허무하고 염세적이라는 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은 모험 소설인데, 냉정 편과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구나. 모험 소설의 대명사로 저희들 책장에서 꽂혀 있더구나.

...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는 쌍으로 소개하는 것이 낫겠구나. 이 두 소설은 19세기 초 불과 몇 십 년 차이의 미국 세계를 그리고 있단다. 불과 몇 십 년 차이지만 그 사이에 빠른 속도로 변한 미국 사회를 볼 수 있는 작품들이래. <순수의 시대>에서는 숨막히는 규범의 시대를 그린 반면에,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주의를 비판한 소설이지. 아빠도 이 소설을 읽긴 했는데, 다시 한번 읽기보다 디카프리오가 출연하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한번 보고 싶구나.

..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의 <우리들>  SF 소설인데 디스토피아 SF 소설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고전 중에 고전이라고 하는구나. 조지 오웰의 <198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이 소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지은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구 소련 출신인데, 이 작품이 당시 소련 세계를 빗댄 것 같은 느낌이 들다 보니 출간되자마자 금지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이상 이 책에서 소개된 여덟 개의 작품을 아주 짧게 이야기해 보았다. 이 책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유머도 담겨 있어서 너희들도 읽으면 재미있게 읽겠다 싶구나.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한번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에 소개된 고전들도 읽어보면 좋고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키두니스트입니다.

책의 끝 문장: 이상, 혁명 후 머나먼 미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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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87)

이 아이들은 교제를 원하지 않았다. 이들은 유치하고 떠들썩한 모임에 익숙하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보다 더 단단하게 결속된 가족은 어디에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들에게는 아동용 도서가 없었을 것이며,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영국 문학의 유익한 문장들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고 다녔을 것이다…… 이 집의 하인들은 놀랍도록 총명한 브론테가의 아이들에게 크게 감명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130)

에밀리 브론테는 이때 벌써 우아하고 나긋나긋한 자태가 두드러졌어요. 아버지를 에외하면 가족 중에 에밀리의 키가 제일 컸죠. 샬럿처럼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지만 역시나 언니처럼 꼬불꼬불한 곱슬머리를 부스스하게 방치했어요. 피부색도 언니처럼 색소가 부족한 듯 창백했죠. 에밀리의 눈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어요. 부드럽고 초롱초롱하며 투명한 눈이었죠. 하지만 너무 내서적이어서 사람들 똑바로 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답니다. 눈동자는 때로는 짙은 회색으로, 때로는 짙은 파란색으로 보였어요. 말수는 동반자이자 가장 가까운 공명의 대상이었어요. 다른 누구도 그들 사이에 끼어든 적이 없었던 것처럼요.


(134)

앤과 나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간다면 1874년에 우리는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하고 있고, 어디에 살고 있을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가 되면 나는 쉰일곱 살이 되어 있을 거다. 앤은 쉰다섯이고 브랜웰 오빠는 쉰여덟이고 샬럿 언니는 쉰아홉 살인 그해에 우리 모두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며 이 기록을 마친다.


(175)

에제 씨는 에밀리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위대한 모험가가 됐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매우 논리적이어서 브론테 자매들의 철도 주식을 도맡아 관리했다. 이들은 브랜웰 이모의 유산을 모조리 철도에 투자했다. 샬럿은 1845년 울러 양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에밀리는 신문에 철로에 관한 기사나 광고가 나오면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읽으며 그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해 왔어요. 게다가 우리는 도박성 투자를 하지 않고 단순한 추측성 매입이나 매도도 삼가고 있어서 수익을 꽤 올렸답니다.’


(186)

1843 10 14일 토요일 아침, 브뤼셀. 1교시 수업. 너무 춥다. 불도 없다. 아빠와 브랜웰과 에밀리와 앤과 태비가 있는 집에 가고 싶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지내는 데 지쳤다. 삶이 음울하다. 이 학교에는 호감을 품을 만큼 괜찮은 사람이 단 한 명뿐이다. 또 한 명은 장밋빛 설당 과자 같지만 실상은 색분필일 뿐이라는 걸 나는 안다.


(209-210)

목사관 자매들의 일상도 늘 화목하지만은 않았다. 앤이 1846 5 11일 월요일 밤에 지은 아래의 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시는 훗날 <가정의 평화>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왜 우울한 침묵에 지배당해야 하나

온 집안이 왜 이리 스산한가,

위험도 질병도 고통도 없으며

죽음도 빈곤도 쳐들어오지 않았는데.


우리는 그날 밤처럼

모여 있다, 우리 모두 명랑했고,

희망차고, 아무 걱정 없던 때처럼.

그러나 무언가 사라졌으니……


저마다 파멸의 기쁨을 느끼며

변화를 애도한다-제각기 떨어져.


벽난로에서 불이 타오른다

예전처럼 벌겋게 타오른다,

그런데도 집안은 쓸쓸하다

웃음과 사랑과 평화가 돌아오지 않기에……


(252)

우리는 죽은 형제를 보이지 않는 곳에 묻었습니다.’ 샬럿이 1848 10 2, 출판사에 보낸 편지 내용이다. ‘지난주의 우울한 소란이 잠잠히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다른 이들이 망자를 애도하듯 그를 추모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남자 형제가 떠난 것은 우리에게 징벌보다는 자비의 빛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브랜웰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누이들의 자랑이자 희망이었지만, 성인이 된 후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그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죠. 옳은 길로 돌아오길 희망하고 기대하고 기다렸지만…… 결국에는 절망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단한 성공을 거둘 수도 있었던 생명이 이른 나이에 갑작스레 빛을 잃고 종결되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257)

에밀리의 장례식을 치르고 며칠이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샬럿은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인 동생을 위해 다음과 같은 애도의 시를 써 내려갔다.


내 사랑 그대는 결코 모르겠지

우리가 그대로 인해 겪은

뼈를 깎는 듯한 비통함을,

그리하여 깊은 절망 속에서도

황폐한 고통 속에서도

위안의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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