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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내란의 시대에
신경안정제 역할을 해 준, 고마우신 유시민 님의 <청춘의
독서> 특별 증보판이란다. 유시민 님의 <청춘의 독서>는
2009년에 이미 출간했던 책으로 유시민 님의 팬인 아빠도 당시에 읽었단다. 그리고 그
책에서 추천해 준 책들을 여러 권 읽었단다. 그럼에도 고마운 마음에 이번 개간본이 나왔을 때 또 구입해서
다시 한번 읽었단다. 특별 증보판이라고 해서, 초판본에 없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 포함되어 총 열다섯
권의 책을 소개해 주고 있단다.
이 책들은 유시민 님께서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 때, 그러니까 아주 팔팔하게 젊을 때 읽었던 책들 중에 이삼십 년이 지나고 다시 읽고 젊었을
때와 다른 느낌을 받은 책들을 선정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아빠는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 때 책을 거의
읽지 않아서 같은 책을 다시 읽고 다른 느낌을 받는 경우가 극히 적단다. 아빠는 뒤늦게 책읽기에 뛰어들어
읽어야 할 책은 많다 보니 한 책을 두 번 읽는 경우도 드물단다.
이번에 읽은 <청춘의 독서>는 16년
전에 읽고 이번에 증보판으로 다시 읽었으니 두 번 읽은 거나 마찬가지겠구나. 아빠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책을 읽고 나서 조금만 지나도 책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청춘의 독서>는 16년 전에도 아빠가 잘 읽은 모양이구나. 이번에 읽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내용들이 하나 둘 떠오르더구나. 아빠가 유시민 님의 책들을 많이 읽은 편인데, <청춘의 독서>는 그의 책들 중에서 아빠가 손에 꼽는 책들 중에 하나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유시민 님이 이야기해준 책들이 마구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단다. 하지만 유시민 님처럼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
2009년에는 독서 일기 형식으로 독후감을 썼는데, 그 때 쓴 일기를 다시 읽어보았는데, 책을 좋게 읽어서 비교적 자세히
썼더구나. 이번에는 너희들에게 들려주는 편지 형식으로 다시 쓰면서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되새김질해야겠다.
1.
유시민 님이 소개한 책들 중에
유달리 러시아 소설들이 많단다. 열다섯 편 중에 세 권이 포함되어 있어. <죄와 벌>은 아빠도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인데, 도스토옙스키탄생 250주년 기념으로 산 책으로 다시 읽어보겠다고 마음만 먹은 지 오래인데 아직 다시
읽기를 못하고 있구나. <죄와 벌>은 유시민 님이
고3시절 밤새워 책을 읽었다고 하는구나. <죄와 벌>을 통해 사회가 개인을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대. 이
소설을 통해 지은이 도스토옙스키는 선한
목적이 악한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아무리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악한 수단을
사용한 데 따르는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지 못한다.”라는 답을 얻었단다.
하지만 유시민 님은 악한 수단으로
선한 목적을 이룰 수도 있다는 전제를 부정하였단다. 그보다 선한 목적을 선한 수단으로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한단다. 최선의 방법이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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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1)
“아무리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악한 수단을 사용한 데 따르는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지 못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죄를 지으면 벌을 면하지 못하는
게 삶의 이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다른 맥락에서 볼 수도 있다.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악한 수단으로 선한 목적을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당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악한 수단으로는 선한 목적을 절대 이루지 못한다고 믿는다. 이것은
어떤 연역적, 논리적인 추론의 산물이 아니다.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보고 체험한 끝에 경험적, 직관적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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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킨의 <대위의 딸>. 이 책은 아빠가 <청춘의 독서>를 읽고 난 후에 읽어 본 책이란다. 재미있었단다. 푸시킨. 반체제
시인으로 유명하고, 차르 전제정치를 비판을 많이 했었대. <대위의
딸>은 푸시킨의 유일한 소설이라는구나. 이 소설은 연애
소설로 위장한 역사소설이자 정치소설이야. 그가 시와 소설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삶은 행복하지 않았대. 바람난 젊은 아내 때문에, 아내의 정부와 결투를 하게 되고, 그 결투에 치명상을 입어 38살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이 책은 아빠도 오래 전에
읽긴 했단다. 수용소라는 좁은 공간, 이반 데니소비치 한
사람의 시선, 하루라는 짧은 시간을 소설로 쓸 수 있다는 단편적인 생각만 했던 기억이 있구나. 존엄을 빼앗긴 수용소에서의 하루에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슬픔과 노여움을 자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단다. 유시민 님은 소설 속의 수용소는 소비에트 연방을 빗댄 것이라고 하는구나. 솔제니친의
대하소설 <수용소군도>를 언젠가는 꼭 읽어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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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님의 <전환시대의 논리>. <청춘의 독서> 초판본이 나왔을 때는 리영희 님께서 생존해 계셨는데, 지금은
돌아가셨구나. 리영희. 진보 사상가 중에 한 명이란다. 아빠는 <청춘의 독서>
초판을 읽을 때는 리영희 님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 그 이후에 김상웅 님의 <리영희 평전>을 통해
그의 삶을 조금 알게 되었는데, <리영희 평전>을 읽게 된 것도 유시민 님의 <청춘의 독서>를 읽고 난 이후 리영희 님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읽게 된 것이란다. 리영희 님이 활약하던 시기와 아빠의 시간은 맞지 않지만, 유시민 님의 세대분들은 리영희 님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전환시대의 논리>는
베트남 전쟁을 통해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곧 대한민국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구나. 진리, 진실, 끝없는 성찰, 인식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신념과 지조, 진리를 위해 고난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시면서 지식인의 방향을 잡아주셨어. 리영희 님이 살아계셨다면 서울대나 나와서 권력욕에 빠지고 내란을 저지른 이들을 보고 뭐라고 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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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선언.>. 너무나
유명한 선언이기에 아빠도 예전에 한번 읽어본 적이 있단다. 유시민이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대학 초년생때인 1978년이라고 하는구나. 그는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공산당 선언의 내용이 당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느꼈대. 1970년대면
군사독재 말기로 암울한 시기였지. 그런 시기에 읽어서 유시민 님은 이 책이 더욱 인상 깊었다고 하는구나. 공산당 선언의 핵심은 이렇다. 계급 투쟁으로 정의된 역사.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 역사가 종말하고, 계급도 계급 투쟁도 없는
공산주의 국가가 세워진다는 내용이란다. 공산당 선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은 설명할 수 없었다고 했어. 공산당
이론에 따르면, 공산주의 혁명도 역사 발전의 하나로 계급투쟁의 역사로 볼 수 있는데, 공산주의 사회는 계급 투쟁이 없는 사회. 즉, 역사 발전이 없는, 역사 그 자체를 영원히 종식시키게 된다는 모순이
있다는 거야. 그리고 또 다른 모순은, 인간 본성에 관한
것이다. 공산당 선언에서 공산주의 사회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되는 연합체가 된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인간의 이기적 욕망 추구를 부정하게 되고, 과연 모든 인간이 이기적 욕망을 없앨 수 있을까? 답은 NO라고 하는구나. 이런 모순을 가지고 있어도 공산당 선언은 아직
유효하단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또한 모순이 많이 때문이지. 세계화, 글로벌 시장,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금융 위기, 금융 독점, 산업공황 등등... 공산당
선언의 내용은 원래의 모습이 아닌, 자본주의 비판이론으로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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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아빠는 <맹자>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도올 김용옥 님의 <맹자>
해설서를 읽어보긴 했단다. 맹자는 역성혁명론을 주장하였기에 더욱 빛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단다. 왕이 백성의 삶을 윤택하게 해야 하고, 그렇지 못한
왕은 혁명을 통해 바꿔도 괜찮다고 하였어. 그 일이 쉽지 않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것을 여러 번 해냈단다. 맹자가 우리나라 국민들을 보면 기특하다고 하지 않을까. 맹자는 인의로 다스리는 왕도정치를 주장하였는데, 실제로는 실천에
옮기지 못해 실패한 지식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대. 맹자의 사단이 유명하단다.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우지 않을까 싶구나. 仁의 시작, 측은지심. 義의 시작, 수오지심. 禮의 시작, 사양지심. 智의
시작, 시비지심. 진보주의라고 생각했던 맹자에게 유시민 님은
진정한 보수주의자라 평가를 했단다. 보수주의라 함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통적인 제도와
관습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라고 볼 수 있어. 보수가 물질적 이익과 세속적 출세를 탐낸다고 하지만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탐하는 것이라면서 맹자는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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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보수가
이념이 아니라 “연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통적인 제도와 관습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라면, 맹자는 정말 멋진 보수주의자였다고 할 수 있다. 흔히들 보수가 물질적 이익과 세속적 출세를 탐낸다고 하지만 진짜 보수주의자는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탐한다. 진짜 보수주의자는 다른 누군가와 싸우는 전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에 정체성의 닻을 내린다. 타인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을 성찰한다. 누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실의에 빠지지 않으며 깊은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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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자신이 보수라고
하는 이들은 보수가 아니고, 옛 것을 지켜 이익과 출세만을 탐내는 수구이고 극우세력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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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서스의 <인구론>. 알면 알수록 충격적이고 무서운 주장을 하는 책이란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이렇게 가다가는 모든 인류는 굶어 죽게 되는데, 이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전쟁, 기근, 전염병이라는 주장하는 거야. 농담이 아니고 진지하게 말이야. 전쟁, 기근, 전염병을 자연법칙이라 했어.
그래서 맬서스는 기근에 허덕이는 하층민에 대한 자선 사업을 비난하고, 전염병을 치료하려는
의사들을 맹비난하였단다. 나중에 맬서스의 <인구론>은 전쟁 우호가들한테 환영을 받기도 했고 말이야. 맬서스가 <인구론>을 쓰려고 하던 이유 중에 선한 이유도 있다면서
유시민 님이 그를 두둔하기도 하였지만, 그의 인구론 이론이 너무 강렬하게 잔인하여 그 선한 이유가 잘
생각나지 않는구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맬서스의 주장은 잘못되었음이 밝혀졌단다. 인류 스스로 출생률 저하라는 자발적 인구를 억제하게 된 것을 예측 못했던 것이야. 비록 그의 이 잔인한 이론은 모순이라는 데 밝혀졌지만, 지구의 입장에서는
아직 유효하다고 유시민 님은 이야기한단다. 지구의 에너지는 한정적인데,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야. 이미 지구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인류, 얼마나 버티려나.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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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종의 기원>. 너무 유명한 책이지만, 쉽지 않은 책. 읽지 않은 책이란다. 유시민 님도 이 책을 읽기 전에 해설서를 먼저 읽으면 좋다면서 <이기적
유전자> 등 몇 권의 책을 추천해주었단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배워 알고 있는 적자생존, 자연선택설 등이 사회진화론에 잘못 인용되어 제국주의 국가들이 약소국을 침범하는데
다윈의 진화론을 앞세웠다는 이야기를 했어. 다윈의 <종의
기원>은 읽어보고 싶지만, 넘사벽이라는 생각에 엄두가
나질 않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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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블런의 <유한계급론>. 유시민 님은 베블런을 지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외계인에 비유했어. 그의 삶 또한 실제로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였다는구나.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파브르의 <곤충기>에 비유해서 인간의 습성을 연구하여
적은 책이라고 했어. <유한계급론>에서 던지는
질문. 사람들은 돈을 모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 풍족한
사람이라고 해서 더 이상 돈에 관심을 끊는 것이 아니란다. 돈 있는 사람들이 더 돈을 밝힌다. 왜? 이것은 경쟁에서 이기려는 인간의 습성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원시시대 힘으로 싸워 상대를 이겼지만, 폭력이 불법이 된 오늘날은
상대를 이기는 수단으로 재력이 등장한 것이야. 돈 많은 유한 계급들은 수요공급의 법칙도 무시된단다. 값이 비싸면 비쌀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명품의 경제법칙도 경쟁에서 이기려는 습성에서 나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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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질문.
사회는 계속 진보하는데 왜 빈곤은 사라지지 않는가? 답.
지대, 즉 땅값 때문이래. 땅을 개인이 소유하고, 가치가 있는 땅의 가격은 천지부지로 올라가서 어떤 사람은 땅만 소유하고 있으면 노동을 하지 않아도 많은 돈을
갖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사회는 지구의 한 특징이란다. 이게 비상식적인 일이지만 다들 당연하다고 생각한단다. 헨리 조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땅으로 얻은 소득에 높은 세금을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걷어들인
세금을 빈곤퇴치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 앞서 이야기한 맬서스와 차원이 다른 사람이구나. 땅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조건이기 때문에 소유하면 안 된다고 그는 주장했어. 조지의 이론은 공산주의의 사유제산폐지와는 다른 것이란다. 토지에
대해서만 소유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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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조지의
사상은 사실 그리 과격하지도 위험하지도 않았다. 토지소유권을 근거로 지주가 취득하는 지대를 공동체의
것으로 만들자고 했을 뿐이다. 그래서 조지의 사상을 가리켜 ‘토지공개념’ 또는 지공주의(地公主義)라고도
한다. 조지는 마르크스와 달리 사유재산제도의 폐지 또는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주장하지 않았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폐기하자고 하지도 않았다. 토지를 국융화하자는
것도 아니었다. 조세 징수를 통해 생산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은 사람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근거로
진보의 경제적 과실을 독점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진보와 빈곤이 동시에 존재하는 부조리를 해소하자고 했을 따름이다.
자연이 또는 하느님이 준 토지를 특정한 개인이 사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사회적 범죄라고 보았던 그의 사상은 전통적인 경제학의 울타리를
넘어 철학과 종교의 영역에 걸쳐져 있었다. 조지의 지대 이론은 논리적으로 명확하며 누구나 경험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설명의 논리 구조는 리카도의 차액지대론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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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이 이론을 실제에
적용하기 위해 뉴욕시장에 출마했지만 낙선하였다고 하는구나. 이런 혁신적인 공약을 가지고 있다면 많은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았을 텐데, 왜 낙선했을까? 그는 두
번째 뉴욕시장 출마하면서 무리한 선거운동으로 몸이 허약해져 그만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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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님의 <광장>. 유명한 소설로 아빠도 읽어본 책이란다. 남북 갈라진 땅, 갈라진 이념. 그리고
두 군데 모두에서 환영 받지 못하는 주인공. 남에서 살다가 월북한 아버지로 옥살이를 하고, 다시 북으로 가서 북의 체제에 실망을 하게 되는 주인공. 결국 남북이
아닌 제3국으로 망명을 선택하고, 제3국으로 가는 배에서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주인공. 유시민 님은 <광장>을 북의 체제를 분석 평가한 문학 작품으로 평가했고, 북한의 체제가 실패할 것으로 예견한 책이라고 했단다. 왜냐하면 북한은
인간 욕망을 억압하고, 개인자발성을 말살하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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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이 책은 <청춘의 독서> 초판본에서 소개한 것을 너무 감명 있게
읽고 찾아 읽어 본 책이란다. 아빠도 재미있게 읽었어. 이
소설에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이퉁 신문이 있는데, 그 신문의 왜곡이 한 젊은 여인 카타리나 블룸을
짓밟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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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280)
처음
읽었을 때 숨이 막혔다. <차이퉁>이 카타리나
블룸의 명예를 짓밟은 방식이 너무나도 ‘리얼’했기 때문이다. 내가 현실에서 보고 경험했던, 그리고 현재에도 목격할 수 있는 언론의
행태와 정말로 똑같았다. <차이퉁>은 주로 두
가지 방법을 썼다. 첫째는 검찰청 조사실에서 오간 이야기를 악의적으로 왜곡해 중계방송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문명국가의 형법이 금지하는 불법적인 ‘피의 사실 유포’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다. 검사나 검찰 수사관 중에 누군가가 <차이퉁> 기자와 ‘정보
밑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국가기관과
언론기관이 한통속이 되어 저지르는 불법행위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결코 원치 않았던 S의 아파트 방문, 얼마짜리인지도 몰랐던 반지, S의 별장 열쇠 등에 관한 사항을 비롯하여 <차이퉁>이 내밀한 사생활 관련 정보를 왜곡 보도해 자신을 모욕하는 데 대해, 그리고
그런 일을 바로 잡을 방법이 사실상 전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카타리나 블룸은 절망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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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 못한 카타리나는 그 신문사의
기자를 살해하고 얼마 후 자수한단다. 이 소설은 언론의 잘못된 표적 기사, 왜곡 기사에 대한 비판을 한 소설이란다. 지은이 뵐은 신문으로부터
왜곡 보도로 집중 포화를 받고 난 뒤 소설을 통해 그 신문사에 복수한 것으로 하는구나. 언론이 문제가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을 하지만, 언론은 마치 왜곡이 그들의 임무인양 오늘날도 여전하구나.
...
그리고 개간본에서 추가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이 책은 유시민 님이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알릴레오 북스>에서 소개해
준 적이 있는데 그 방송을 보고 아빠도 읽어 보았단다. 유시민 님이 여러 번 극찬한 책이야. 유시민 님은 12.3 내란 이후 이 책을 다시 읽었다고 하는구나. 사회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했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자기 보호일 때만 정당하고 했지. 하지만 지난 3년
우리나라는 얼마나 많은 입틀막을 당했니… 그것도 모자라 모든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고자 내란까지 저지르게
된 것 아니니… 아직도 그 내란이 성공했다면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는구나. 밀은 <자유론>을
통해서 오늘날 우리에게 위로를 해 준다고 유시민 님은 말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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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347)
밀은 1859년 그 옛날에 쓴 책에서 그런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어리석은
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후 화나고 아프고 어이없는 일들을 견디고 이겨낸 이들에게, 계엄의 밤 국회에서
계엄군을 막아섰던 시민들에게, 남태령의 기적을 만든 젊은이들에게, 눈보라를
맞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밤을 지새웠던 남녀노소에게, 무한히 큰 감사의 마음을 얹어 그 말을 전하고
싶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오늘 우리를 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대들은 인간의 모든 자랑스러운 것의 근원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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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초판본
서문에 보면,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은 대학교에 입학하는 자신의 딸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들이라는 내용이
있단다. 그래서 나중에 너희들이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대학에 입학할 즈음, 이 책을 강력히 권해볼 생각이란다. 너희들도 이 책을 읽고,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을 파릇파릇한 젊은 시절에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은 자로서 지금까지 낸 책이 적지는
않다.
책의 끝 문장: 내게 기적을 베풀어주신 위대한 작가들에게 감사드린다.
너는 지식인이야. 너는 무엇으로 사느냐. 너는 권력과 자본의 유혹 앞에서 얼마나 떳떳한 사람이었느냐. 관료화한 정당과 정부 안에서 국회의원, 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비판적 지성을 상실했던 적은 없었느냐. 성찰을 게을리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핑계 삼아 진실을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았느냐. 너는 언제나 너의 인식을 바르게 하고 그 인식을 실천과 결부시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 - P51
19세기 유럽 자본주의국가의 노동 대중이 처했던 극단적 빈곤과 전적인 무권리 상태에 대한 마르크스의 분노에 공감한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그에 버금가는 고난을 겪는 것을 나는 보았다. 또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종식할 방법을 모색한 그의 집요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노동권과 사회권은 마르크스와 같은 이상주의자 국유화를 핵심으로 하는 중앙 통제식 계획경제와 일당독재는 사회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되는 연합체"를 만드는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없다. - P71
푸시킨은 200년 전 전제정치와 농노제도가 실시되던 동토(凍土) 러시아에서 자유를 노래했다. 인류가 오늘날까지도 온전히 실현하지 못한 휴머니즘과 민중에 대한 사랑을 문학으로 꽃피웠다. 당대의 현실에 대해 그가 느꼈을 분노, 환희, 절망, 그 모든 것이 생생하게 전해 오기에, <대위의 딸>을 읽으면 가슴 깊은 곳이 아려 온다. 푸시킨은 황제의 권력으로 모독할 수 없었던 고귀한 영혼이었다. 얼어붙은 땅에서 솟아오른 꽃이었다. 두꺼운 먹구름도 빛을 가리지 못한 밤하늘의 별이었다. 그 별은 오늘도 문명의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푸시킨! - P113
맹자는 제후의 지위를 가진 자로서 왕을 죽이고 새 왕조를 세웠던 주 무왕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은나라 주왕이 폭정으로 인의를 해쳤고 간언하는 충신을 모두 죽였으며 백성을 도탄을 빠뜨렸으니 군주로서의 정당성 또는 정통성을 이미 상실했다고 본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무왕은 반역자가 아니며, 주나라의 정통성을 의심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왕조를 바꾸는 역성혁명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사상을 반길 왕이 있을까?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덕으로 선정을 펴라는 맹자의 왕도 정치 이론을 부국강병에 몰두하던 전국시대 왕들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그 이후 여러 통일 왕조들에서도 맹자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의심해본다. - P122
정치는 위대한 사업이다.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적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일이다. 설사 한신과 유방이 빛을 좇는 불나방처럼 권력을 향한 본능에 이끌려 투쟁의 소용돌이에 뛰어들었다 할지라도, 그들은 덕(德)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인의(仁義)를 존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만하면 충분하지 아니한가. 비록 성인의 반열에 오를 만한 덕성을 갖추지 못했다 할지라도, 때로 맹목적 욕망과 시기심에 휘둘렸다 할지라도, 그러한 마음과 능력을 발휘하여 결과적으로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었지 않은가. <사기>를 덮으며, 한신과 한고조가 겪었던 인간적 고통과 비극적 죽음에 대해, 이 모든 것들이 기록해 인류에게 선사한 역사가 사마천의 삶에 대해 깊은 존경과 높은 찬사를 바친다. - P183
곳곳에서 우생학회가 만들어졌는데 대표적인 것이 1926년 결성한 미국 우생학회였다. 이 학회는 부자와 권력자들이 우수한 유전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에서도 남부와 동부는 열등한 민족이 살기 때문에 이민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정신병, 발달 장애, 간질 환자들에 대해서는 강제로 불임 시술을 하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미국의 수많은 주들이 불임법을 도입했다. 독일 나치 정권은 미국의 불임법을 복제한 법률을 만들었으며, 우생학에 의거해 순수한 독일인 혈통을 보존하는 사업을 벌였고, 유대인과 유색인종과 동성애자 학살을 정당화했다. 진화론은 확실히 오남용의 위험이 큰 이론이다. - P218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신문 방송이 시시각각 전하는 뉴스와 인터넷에서 만나는 정보들은 과연 얼마만큼의 진실을 함유하고 있을까? 누구도 알지 못한다. 모든 정보의 진실성 여부 또는 ‘진실 함유도’를 정확하게 따지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것은 다, 누가 특별히 허위라는 문제 제기를 하고 분명하게 입증하지 않는 한, 대충 어느 정도는 사실이려니 여기게 된다. 이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언론 보도를 대하는 기본자세이며, 우리네 삶의 어찌할 수 없는 한계다. 우리는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정보를 숨 쉬고, 왜곡과 거짓을 마시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 내가 가진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 P273
인생의 고비마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이번이 여섯 번째인 것 같다. 다시 카를 읽으며 사회와 역사의 진보,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생각한다. 카의 말마따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그런 의미에서 모든 시대의 역사는 현대사임에 분명하다. 고대사 연구 프로젝트인 소위 ‘동북공정’은 만족할 줄 모르는 오늘의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제어할 수 없는 영토 확장 욕망을 지니고 있음을 드러낸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제국주의 침략 전쟁의 행동은 그들이 미래에도 침략 전쟁의 죄악을 부인하도록 역사 교과서 수정을 강제한 일본 정부 당국자들의 행동은 그들이 미래에도 침략 전쟁을 벌일 의사가 있음을 증명한다. 조선에 대한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고, 대한민국 건국 이후 국가권력이 저지른 인권유린 범죄를 정당화하려한 형태는 그들의 마음속에 극우 파시즘 사상이 똬리 틀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시대의 역사는 현대사임에 분명하다. - P313
밀은 1859년 그 옛날에 쓴 책에서 그런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어리석은 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후 화나고 아프고 어이없는 일들을 견디고 이겨낸 이들에게, 계엄의 밤 국회에서 계엄군을 막아섰던 시민들에게, 남태령의 기적을 만든 젊은이들에게, 눈보라를 맞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밤을 지새웠던 남녀노소에게, 무한히 큰 감사의 마음을 얹어 그 말을 전하고 싶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오늘 우리를 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대들은 인간의 모든 자랑스러운 것의 근원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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