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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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해 줄 책은 제목 때문에 궁금해서 산 책이란다. I의 비극. I라고? 제목을 보고 아빠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MBTI란다. 많은 성격 테스트가 있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은 MBTI가 대세가 되었잖니. MBTI에서 첫 번째 성격을 가르는 E I. 아빠는 확실한 I인데, 그런 아빠에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I가 비극까지 될 것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면서 설마 그 I는 아니겠지? 설마 그 I인가? 이런 생각이 번갈아들면서 결국은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읽게 되었단다. 지은이는 요네자와 호노부라는 일본 작가인데, 그의 책은 처음인데 그가 쓴 책제목을 보니 서점에서 눈에 띄던 책들이 있더구나. 일본에서는 추리 소설 관련 상도 많이 받은 유명한 작가인 것 같았어.

그런데 막상 읽으려고 보니, 소설 제목이 익숙했어. .. 조금 생각하다 보니 엘러리 퀸의 소설들이 생각나는구나. X의 비극, Y의 비극, Z의 비극그런 알파벳 비극의 연장선인가? 궁금해.. 얼른 책을 펼쳤단다.

 

1.

일단 I는 아빠가 생각했던 I는 아니었단다. I‘I을 의미하는데 I턴은 출신지와 다른 지역, 특히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을 말한대. 아무도 살지 않는 시골 마을을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타지 사람들의 이주를 적극적으로 돕는 프로젝트. I턴 프로젝트가 이 소설의 주요 이야기란다.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고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빈 농촌이 늘어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구나. 일본에도 그런 것이 사회 문제가 되어 빈 농촌에 사람들을 다시 이주시키는 프로젝트를 하나 봐. 정확한 것인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농촌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유튜브에서 본 기억이 있단다. 참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어. 집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방 폐허가 되니까 말이야.

….

이 소설은 그런 I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공무원들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단다. 마지막 주민이 죽고 나서 6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는 미노이시라는 마을. 신청자를 뽑아 이주 지원을 해주는 일은 소생과 공무원들이 담당했어. 만간지 구니카즈가 주인공이고, 소생과 신입 공무원 간잔 유카가 함께 일을 추진했어. 소생과 담당 과장은 니시노 히데쓰구라는 사람인데, 주로 지시만 하고 자신은 칼퇴근을 즐기는 사람이었어. 대부분의 일을 만간지 구니카즈가 했단다.

처음에 이주 온 두 집부터 만만치 않았어. 시골 생활을 하는데 적합해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만간지는 최선을 다해서 그들을 지원해 주었단다. 야간 근무는 말할 것도 없이 주말 근무도 해야 했어. 하지만 두 집은 결국 서로 불화를 일으키고 얼마 못 있다가 미노이시를 떠났단다. 그리고 다시 빈 마을이 되었어.

그리고 얼마 후 정식 개촌식을 열고 여러 식구들이 이사를 왔단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일들이 꼬이면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미노이시를 떠나는 일들이 일어났어. 그렇게 떠나는 이유들도 각양각색이었단다. 양식업을 준비하던 이는 새에게 물고기를 모두 빼앗기고 떠났고, 어떤 아이는 미아가 되어 지하에서 발견되어 떠났고 그 아이가 미아가 되게 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 이웃도 떠났고 구급차가 오는데 40분이나 걸리는 것을 알고 불안해서 떠난 이도 있었고, 식중독에 걸려서 떠난 이도 있었고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언제나 소생과 과장 니시노 히데쓰구였어. 현장에 잘 오지도 않고 근무시간도 칼같이 지키는 그는 신입 간잔 유카가 준 자료만 보고 숨어 있는 사건의 핵심을 찾아냈단다.

결국 몇 남아 있던 사람들도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면서 모두 떠나게 되고 미노이시는 다시 빈 마을이 되었어.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었던 것은 누군가의 작전이 있었던 것이란다. 빈 농촌 마을에 사람들이 이주하게 하는 I턴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사람… I턴 프로젝트는 세금만 많이 들어가고 시설이 부족한 농촌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또 돈도 들어가고 말이야.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몰래 이 이 프로젝트를 방해하려고 했던 거지의도적으로 오래 정착하지 못할 것 사람들을 선정하고, 그 사람들이 지내면서 의도적으로 이런 저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도록 유도한 사람누굴까? 그건 나중에 너희들이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오늘은 미공개…^^

이 소설이 추리 소설이긴 하지만 무섭고 누군가 죽을지 모른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어. 사건들이 약간은 귀엽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사건들이었지. 문체는 가벼워 보였지만, 소설의 주체는 고령화 사회, 도시 집중 문제 등 제법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단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데, 나라는 산으로 가고 있으니 정말 걱정이구나. 얼른 탄핵이 인용이 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구나.

오늘은 짧게 끝낼게.

 

PS,

책의 첫 문장: 날숨도 얼어붙은 듯한 새벽, 올해로 100세인 노인 여성이 숨을 거뒀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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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요즘 사람들은 얼룩백이 소라고 하면 흰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점박이 무늬의 홀스타인 젖소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홀스타인 품종의 소가 널리 보급된 것은 1960년대 이후라고 합니다. 이 시가 발표된 때는 1927년이니 당시에 홀스타인 젖소가 우리나라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습니다.

홀스타인 젖소도 아니라면, 얼룩백이 소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여기서 얼룩백이란 칡소를 말합니다. 오늘날 한우의 대표는 누런 소가 되었지만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소는 누런 소 외에도 흰 소, 검은 소, 몸에 호랑이처럼 줄무늬를 가진 칡소 등 다양한 종류의 소가 있었습니다.

 

(44-45)

사람들의 선택으로 언어는 변화합니다. 없던 의미가 새로이 생기기도 하고, 기존의 부정적인 의미가 완화되거나 심지어는 미화되어 쓰이기도 하며, 의미가 추가되기도 합니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 잘 쓰이지 않게 되면서 한때의 유행어로 남기도 하고 일상적으로 쓰이게 되어 안착하기도 하지요. 기존에 알던 단어가 새로운 의미로 쓰일 때, 그리고 그 단어를 자신도 쓰게 될 때 왜 이런 의미로 쓰이는 걸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많은 단어를 무심코 써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78-80)

,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버드나무 가지를 이용하였는데 그 도구를 재료의 명칭인 양지라고 부르게 되었고 그 도구를 사용하는 행위를 양지질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양지질이라고 말이 이를 닦거나 헹구는 행위 전반을 지칭하는 말로 바뀌었고, 시간이 더 많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이 양지나 양지질이라는 말이 기원적으로 버드나무 가지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우리나라는 한자 문화권이었으므로, 한자어 가운데 를 뜻하는 이 치()라는 한자가 있으니 세월이 흘러 양지라는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 쓰이면서 를 혼동하여 쓰게 되었고, 양지나 양지질이 양치 내지 양치질이라는 말로 바뀌게 됩니다.

 

(107)

제가 생각하는 국어학자 역할은 이렇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오하고 사람들을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는 방향을 뒤쫓아 가면서 확인하는 거죠. 다만 그 방향이 어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이건 생객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선택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제 생각이 틀렸고 사람들의 방향이 맞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114)

예전에는 돼지와 고양이의 새끼를 뜻하는 단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단어는 무엇일까요? 바로 돼지와 고양이입니다. 무슨 말장난이냐고 할지 모르나 돼지와 고양이는 원래 새끼를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에 와서 성체를 뜻하는 말로 변한 것이지요.

옛날에는 돼지와 고양이가 새끼를 뜻하는 말이었다면 성체를 뜻하는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예전 사람들은 돼지를 돝이라 하였고 고양이는 괴라고 하였습니다. 돝이라는 말은 현대에는 사라져 쓰이지 않게 되었지만 우리가 지금도 자주 사용하는 단어에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윷놀이에서 도, , , , 모 할 때 의 형태로, 또 마산 앞바다에 있는 돝섬이란 지명에, 또 물고기 이름 돗돔에 남아 있습니다. 돗돔은 원래 돝돔에서 유래한 것인데 돝이란 말이 사람들 사이에 쓰이지 않게 되면서 표기까지도 ㅅ으로 바뀌었지요.

 

(136)

강원도에서는 왜 생강나무를 동백이라 불렀을까요? 이유는 두 식물의 용도가 공통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동백나무 씨앗에서 짜는 동백기름은 식용으로도 쓸 수 있지만 부녀자들의 머리에 바르는 기름으로도 많이 사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동백이 자라지 않는 강원도에서는 동백기름 대신 생강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사용하였어요. 동백기름 대신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그 이름까지도 동백으로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초기에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동백나무를 뜻하는 <Camelia>라고 제목을 붙였다가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었습니다.

 

(219)

갈매기살의 갈매기는 가로막이라는 말이 변한 형태입니다. 갈비와 삼겹살 사이의 부위가 갈매기살이라고 하였는데요. 갈비는 가슴에 위치하고 삼겹살은 배에 있으니 갈비와 삼겹살 사이란 가슴과 배의 경계 부위가 됩니다. 포유류의 가슴과 배는 횡격막(橫膈膜)이라는 얇은 막으로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한자어 횡격(橫膈)을 우리말 가로로 바꾸어 횡경막에 해당하는 말을 새로 만들었는데 그것이 가로막입니다. 세로가 이닌 가로로 되어 있는 막()이라는 의미이지요.

 

(228-229)

요즘은 어떤 사람을 두고 아저씨와 아주머니라고 부르나요? 잘 알지 못하는 남자 어른을 두고 아저씨라고 하거나 마찬가지로 잘 알지 못하는 여자 어른을 두고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예전에는 남자 친척을 모두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삼촌, 외삼촌, 숙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모부, 이모부를 모두 구분해 부르지만, 예전에는 이들을 모두 아저씨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아주머니 역시 고모, 이모, 숙모, 백모 할 것 없이 집안의 여자 어른을 부르는 단어였습니다.

 

(231-232)

그러다 보니 김치가 우리 고유의 음식이므로 김치라는 단어 또한 순우리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김치는 침채(沈菜)라는 한자어가 변해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침채는 담글 침()에 채소 채()자로 채소를 담근 것이라는 의미이지요. 현대 한자음으로는 침채이지만, 옛 한자음으로는 팀ㅊ.l이었고, 사람들이 말할 때는 딤ㅊ.l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딤채를 김치냉장고 브랜드 이름으로 더 익숙하게 알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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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 좋고
커피 맛도 좋고
인도 리버 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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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5-01-18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너무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커피향이 막 나는 것 같아요. ㅎㅎㅎ

bookholic 2025-01-19 00:33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주말 아침 소소행입니다..^^
꼬마요정 님도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파운데이션을 향하여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7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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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드디어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로구나. 파운데이션 시리즈 7 <파운데이션을 향하여>를 이야기해줄게. 지난 6권은 그 전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한다고 했는데, 이번 7권도 마찬가지로 6권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란다. 6권이 프리퀄 1부에 해당하고, 7권이 프리퀄 2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 이 책의 원작은 1993년에 쓴 것이라고 하는구나. 파운데이션 1권이 1951년에 썼다고 하니 42년만에 완간된 것이구나. 지은이는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네. , 그럼 7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7권은 6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8년이 지난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에토 데머즐은 여전히 총리를 하고 있고, 황제는 여전히 클레온 1세였단다. 아참, 에토 데머즐이 사람이 아니고 다닐 올리버라고 하는 로봇이라는 것 기억나지? 5권에서 달 지하에서 고군분투하던 그 로봇 말이야.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 에토 데머즐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해리와 도스뿐이라는 것도 기억나지? 6권에서 해리와 도스가 썸을 그렇게 타더니, 결국 결혼을 했단다. 그리고 6권에서 도움을 주었던 다알 출신의 소년 레이치를 양자로 들였어. 해리 셀던은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비밀리에 계속 심리역사학을 연구했단다. 6권에서 만난 유고 에머릴을 제자로 삼아서 같이 연구했어. 그 동안 연구 결과가 큰 발전은 없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연구를 해 나가고 있었어. 제국이 오래되다 보니, 여기저기 조금씩 균열의 움직임도 보였어. 그 중에는 반란을 일으키려는 이도 있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조조 조라넘이라는 사람이었어. 본명은 라스킨 조라넘이야. 조조 조라넘은 마이코겐 출신인데, 마이코겐은 6권에서 나왔던 그 마이코겐이야. 모두 대머리 패션을 지내야 했던 곳.

조라넘은 제국의 수도인 트랜터에 혼란을 조장하여 에토 데머즐을 몰아내고 자신이 총리를 하는 것이 꿈이었단다. 황제가 아니고 총리가 되겠다고? 아무래도 황제까지 무너뜨리는 것에는 명분이 없기 때문이고, 총리의 파워도 막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야. 조라넘을 따르는 이들을 조라넘주의자라고 했는데, 그들은 해리 셀던이 일하고 있는 스트릴링 대학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어. 불법 시위였지. 해리 셀던과 유고 애머릴이 그 시위를 보고 그들을 쫓아냈단다. 해리 셀던은 데머즐을 만나 조라넘을 조심하라고 조언을 했지만, 데머즐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단다. 해리 셀던은 조라넘이 계속 마음에 걸렸어. 만약 그가 총리가 되면 심리역사학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어 중단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해리 셀던은 조라넘을 직접 해결하기로 했단다. 양자로 둔 레이치를 조라넘의 조직에 스파이로 보냈단다.

이 일을 두고 아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도스는 해리에게 막 잔소리를 했단다. 엄마와 아빠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가도 아빠라면 너희들을 스파이로 보내지 않았을 것 같구나. 레이치는 자신의 역할을 잘 했어. 레이치는 조라넘 조직에 들어가서, 총리 에토 데머즐은 로봇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단다. 이것은 다 해리가 시킨 일인데, 그 말이 사실이지만, 레이치는 당연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어. 레이치의 임무는 자신이 거짓 정보를 넘긴 것인데, 데머즐이 로봇이라고 이야기를 한 것이 임무를 잘 수행했다고 생각했어. 레이치가 하는 말들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조라넘은 이 내용을 제국 전체로 퍼뜨려 혼란을 조장하려고 했단다. 그러나 에토 데머즐은 방송에 출현하여 아주 자연스러운 미소를 보여줌으로써 에토 데머즐이 로봇이라는 소문은 급격이 줄어들었고, 역풍으로 조라넘에 대한 여론은 악화되면서 신뢰를 잃고 결국은 추방되었단다. 이것이 해리 셀던의 작전이었던 거야. 그렇게 조라넘 사태가 마무리되고 에토 데머즐은 총리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하고 자신의 후임으로 해리 셀던을 추천하여 해리 셀던이 총리가 되었단다.

 

1.

해리가 총리가 된지 10년이 흘렀어. 해리가 처음 총리가 되었을 때는 아직 조라넘주의자들이 많던 혼란의 시기라서 해리를 죽이려는 암살 기도가 있었단다. 그때 도스 베나빌리와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정원사 그루버가 도와주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어. 그 이후 해리는 정원자 그루버와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단다.

10년이 흐르긴 했지만, 조라넘주의자들이 몇몇 활동을 하고 있었어. 그 중에 조라넘의 부하였던 나마티라는 사람이 있었어. 10년 전에 스프릴링 대학에서 시위를 하다가 해리에게 쫓겨난 사람이

바로 나마티였어. 나마티는 글램 엔도린이라는 사람과 함께 조라넘주의를 부활시키려고 했어. 이번에는 아예 황제를 없애고 민주주의를 하려고 했단다. 그들은 와이 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세력을 키워나갔단다. 이런 조라넘주의자들의 움직임을 포착한 해리 셀던은 이번에도 아들 레이치를 와이 지역의 스파이로 보냈단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마티가 그의 정체를 알아봤어. 나마티는 레이치가 해리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역이용하기로 했단다.

트랜터에는 수백 명의 정원사들이 있고, 그들을 대표하는 대표정원사가 있었어. 그런데 이번에 대표정원사가 나이가 많아 은퇴를 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 그루버를 선임했단다. 하지만 그루버는 그런 행정적인 자리를 무척 싫어했어. 죽기보다 싫다면서 안 하겠다고 했지만 클레온 1세를 그루버를 대표 정원사로 선임했단다. 대표 정원사가 바뀌면 의례적으로 정원사들도 대규모 교체가 이루어졌어. 나마티는 이것을 이용하려고 했어. 새로 뽑는 정원사에 자신의 부하들도 지원해서 뽑히게 했는데 그 중에 레이치와 앤도린도 있었단다. 그리고 나마티는 레이치에게 몰래 신경 약물을 주었는데 그 약물에 중독되게 되면 명령을 내리는 사람의 말을 무조건 따르게 하는 약물이었어. 그 약물을 이용하여 레이치가 아버지 해리를 죽이도록 하는 작전이었단다.

대표 정원사와 새로운 정원사들의 첫 모임이 있던 날, 정원사로 위장하고 있던 앤도린은 레이치에게 해리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어. 레이치가 해리에게 총을 겨누는 순간 일이 벌어졌어나마티 진영에 창녀로 있었던 마넬라라는 여자가 앤도린을 죽였단다. 앤도린이 죽자 레이치는 마법에서 풀린 것처럼 총을 거두어 해리가 살아날 수 있었어. 그렇다면 마넬라는 누구인가. 사실 마넬라는 정부가 심어 놓은 정보요원이었단다. 그래서 나마티의 계략을 알고 있었고 극적인 순간에 해결을 할 수 있었어. 이렇게 마넬라의 활약으로 나마티의 반란은 실패로 돌아갔어. 그런데 황제 클레온 1세가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행했단다. 나마티의 일행이 그런 거냐고? 아니야. 대표 정원사 그루버가 죽인 것이었어. 죽기 보다 하기 싫다고 하는 대표 정원사를 맡게 되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황제를 죽이면 대표정원사를 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결국 그루버는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처형되었단다. , 그루버도 그렇고 황제도 그렇고 너무 허망한 죽음이구나.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2.

클레온 1세가 죽고 군부 정권이 들어서고 해리도 총리직에서 그만두었단다. 레이치와 마넬라는 결혼을 하였고, 완다라는 딸을 낳았어. 세월은 흘러 어느덧 해리 셀던은 예순 살이 되었어. 그러나 여전히 도스는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어. 도스는 여자지만 힘도 세고, 젊음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전까지 심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로봇이라고 강하게 의심되었어. 심리역사학에 있어도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고, 무엇보다 심리역사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단다.

..

어느날 손녀 완다가 꿈을 꾸었는데, 도스는 그 꿈이 해리의 죽음, 그것도 누군가에 의한 죽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어쩌면 완다가 꿈을 꾼 것이 아니고, 잠결에 누군가 하는 말을 들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누가 해리를 죽이려고 하는지 밝히려고 했어. 첫 번째 의심 가는 사람은 해리의 영원한 후계자 유고 애머릴. 그가 해리 셀던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해리를 죽일 수도 있겠다고 의심했으나, 유고는 영원한 해리의 지지자였단다. 그렇다면 군부 정권에서 해리를 제거하려고 했을까? 그것도 아니었어. 범인은 탬와일 엘라르라는 젊은 연구원이었어. 도스는 엘라르가 의심되어 강하게 추궁했어.

엘라르를 의심한 이유는 그가 전자정제기라는 기계를 만들었는데, 그 기계는 해리와 유고가 주로 사용했고, 해리와 유고가 최근에 체력이 급격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자정제기와 연관성을 의심했던 거야. 계속된 추궁에 엘라르는 결국 자신이 꾸민 일을 자백했어하지만 전자정제기는 해리와 유고를 노린 것이 아니라고 했어. 전자정제기는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했고, 해리와 유고가 체력이 약해진 것은 단지 늙었기 때문이라고 했어.. 전자정제기는 기계에만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고 했단다. 그러니까 엘라르는 도스가 로봇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도스를 제거하기 위해 전자정제기를 만든 것이었지. 도스는 이 사실을 알고 엘라르를 공격하여 죽였지만, 이미 전자정제기의 전자파에 타격을 입었어. 간신히 해리를 찾아갔지만, 도스는 기능이 정지하고 말았단다. 그렇게 도스는 삶을 마감했어. 도스는 마지막까지 로봇의 원칙을 지키면서 해리를 지키려고 노력했단다.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흘렀어. 해리 셀던은 이제 일흔 살이 되었단다. 10년 전에 군부 정권이 끝나고, 아지스 14세라는 사람이 황제가 되었어. 하지만 예전의 황제와 달리 힘이 별로 없었어. 의회의 힘이 강해서 허수아비 황제나 다름없었어. 이젠 심리역사학의 지원도 받지 못했단다. 해리 셀던은 도서관장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도서관의 자료라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했어. 도서관장은 자신의 권한 내에서 해리를 도와주려고 노력했고, 우주 변두리에 있는 무인 행성인 터미너스를 파운데이션으로 제안하기도 했어. 해리도 그의 제안이 적합하다고 하여 파운데이션을 터미너스에 세우는 것으로 검토했어. 하지만 돈이 없었지. 그래서 해리는 아지스 14세를 만났지만, 아지스 14세도 돈을 마음대로 유용할 수 없어서 도와주지 못했단다. 그런 재정적인 어려움 이외에 신변의 안전에도 위험이 있었어. 해리가 제국이 붕괴되고 있다는 말을 하고 다녀서, 그를 공격하려는 사람들이 있었어. 이젠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했지. 얼마 전에 그의 영원한 지지자 유고도 죽고, 이젠 손녀 완다만 해리 곁을 지켰단다.

완다의 부모인 레이치와 마넬라가 다른 행성으로 떠난 후에도 완다는 할아버지 해리를 도와주겠다면서 남았어. 그런데 완다에게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어.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을 읽고 상대방의 머릿속에 명령을 내릴 수도 있는 그런 능력이었어. 파운데이션 시리즈 초반부에 이런 능력을 가진 이들이 있었는데, 그 시작이 완다인 것 같구나. 문득 영화 어벤저스의 스칼렛 위치 완다가 생각이 났단다. 그 완다도 상태방의 정신을 조작하는 능력이 있었잖아. 어벤저스의 완다라는 이름을 파운데이션의 완다에서 따온 것은 아닐까 궁금해지더구나. 비슷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고 말이야.

다시 소설의 이야기를 하자면, 완다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이도 또 한 명 나타났어. 스태틴 팔버라는 사람인데 해리는 그도 영입을 했단다. 그 이후 완다와 팔버에게 그들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이들을 찾는 일을 시켰단다. 그리고 원래 계획인 파운데이션 이외에 제2파운데이션의 계획도 수립했단다. 완다와 같은 초능력들이 모여서 제1파운데이션을 지원할 수 있는 그런 곳. 그리고 심리역사학을 통해서 제2파운이션의 위치를 정했는데 그곳은 ‘33A2D17 구역:성계의 끝이라는 곳이었단다. 파운데이션 시리즈 초반부에 그렇게 제2파운데이션의 위치를 찾으려고 노력을 했고, 2파운데이션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그 수수께끼가 소설의 마지막에서 풀리는구나. 완다와 팔버는 제2파운데이션을 세우기 위해 ‘33A2D17 구역:성계의 끝으로 떠나게 된단다.

….

여기까지가 파운데이션 시리즈 마지막 7 <파운데이션을 향하여>의 이야기였단다. 파운데이션 시리즈 7권을 읽는 것은 아이작 아이모프가 만든 새로운 세계를 모험하는 것 같았어. 미래 여행, 우주 여행이라고 하면 너무 비약인가?^^ 아무튼 대작 한 편 잘 읽었단다. 이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국 드라마를 한번 봐야겠구나. 이 방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편집했을까 궁금하구나. 작년에는 유명한 SF 고전을 여럿 읽은 것 같구나. 그 중에 <삼체> 시리즈와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마치 숙제를 한 기분이야. 이제 또 다른 큰 숙제인 <>시리즈는 올해 도전해봐야겠구나.

,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제가 말씀드리지만, 셀던 선생님, 선생님께서 가까이 지내시는 데머즐이 아주 커다란 곤경에 처했습니다.”

책의 끝 문장: 그가 창조한 미래가 사방에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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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0)

아니야, 그건 보통의 경우고 난 비적떼라는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일찍 냉수 마시고 속차려야 될 것 같애. 생각해 보면 51년 김홍일 장군 예편 때부터 우리 광복군이나 독립군 출신들의 앞날은 결정났던 거야. 도대체 김홍일 장군이 어떤 분인가. 김구 선생을 도와 이봉창, 윤봉길 의사가 사용할 폭탄을 제조한 독립투사고, 중국 정규군 소장으로 왜놈들과 맞서 싸운 걸출한 인물인 거야 세상이 다 아는 것 아닌가. 그런 분은 겨우 별 둘 달고 예편당하고, 독립군들 등뒤에 총질해 댔던 만군 출신 정일권이가 그 새파란 나이에 마구 별 달아대며 참모총장을 해먹는 판이니 볼장 다 본 거지. 말이 좋아 중국 대사로 파견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김홍일 장군을 유배시킨 동시에 군부에서 독립운동 세력의 중추를 제거해 버린 것이었어. 그 다음부터 독립운동 세력은 진급은 안 되는 것만이 아니라 추풍낙엽 신세들이 되지 않았나. , 우리도 만군 출신 못 된 게 천추의 한이로구만 그래.”

 

(59)

그런데 동네사람들의 춤은 오래가지 못했다. 소작지가 그냥 자기들 것이 되는 줄 알았는데 유상몰수 유상분배로 돈을 내고 사게 되어 있었다. 그것도 헛김 빠지는 일인데 더 기막힌 일이 또 있었다. 논 열 마지기를 소작하던 사람을 예로 놓고 보면 그 사람 앞으로 돌아온 것은 서너 마지기뿐이었다. 나머지는 농지개혁을 하네 마네 하며 질질 끌어오는 몇 년 동안 지주들이 소작인들은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넘겨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실망한 소작인들이 더 놀란 것은 그 다음이었다. 딴 사람들에게 팔아넘긴 줄 알았던 그 논의 태반이 지주들과 짜고 명의만 살짝 바꾸어놓은 것이었다. 그건 결국 농지개혁을 하나마나였지만 법에 걸리지 않으니 소작인들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112)

인간들만이 생존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물론이고 식물들의 세계에서도 생존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된다. 그런데 그 경쟁은 동족과 동종 간에, 타족과 타종 간에 동시에 벌어진다. 여러분은 동물들의 세계는 모르지만 식물들의 세계에서 무슨 생존경쟁이냐고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고 뱀이 개구리를 잡아 먹는 것처럼 쉽게 표가 나지 않고, 사람들이 무관심하기 때문에 잘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활엽수 속에서 침엽수는 햇빛을 못 받아 결국 고사하고, 속성수 속에서 보통 나무들도 그늘에 치여 다 죽고 만다. 식물들은 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치열하게 동족을 번식시키며 집단과 무리를 이룬다. 이러한 모든 현상을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고 한다.”

 

(116-117)

아닙니다. 이건 대처방법이 근본적으로 잘못돼서 그런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경향신문>을 폐간시키면서 미군정법령 88호를 끌어다가 적용시킨 것에 대해 위헌이라고 한 것부터가 발상이 잘못됐고, 방향이 어긋났다 그겁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수립과 동시에 미군정은 종식됐고, 따라서 군정법도 완전히 폐기처분됐습니다. 그런데 엄연히 독립국가고 법치국가에서 집권자의 편익을 위해 미군정법을 끌어다 적용시키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독립국가의 정통성을 전면 부인하는 반역행위이고, 법치국가의 존엄성을 완전히 파괴하는 반란행위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미군정법을 끌어다 대는 건 일제 총독부의 법을 끌어다 대는 것과 뭐가 다르냐 그겁니다. 이 점을 부각시켜 정부를 비판하고 공격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위헌이다 뭐다 하고 있으니 일이 해결될 게 뭡니까.”

 

(119)

말 마. 성적표 받아오는 날이 사형 언도 받는 날이니까. 성적이 떨어지는 거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제자리걸음만 해도 사형이지. 5등 이내의 경우는 예외지만, 그런 아이들이 가정교사 두는 게 어디 흔한가. 끝없이 성적이 오르기를 바라는 부모들 욕심 앞에서 우리들 목숨은 하루살이야. 아까운 돈 쓰고 있는 부모들 욕심 탓할 게 아니라 가난한 우리들 신세를 탓해야지.”

어떤 선배가 쓰디쓰게 웃으며 한 말이었다.

 

(141-142)

상복을 입은 김선오는 아버지 영전에 망연히 앉아 있었다. 비가 아무리 심하게 퍼부었어도 아버지는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아니, 비가 심하면 심할수록 아버지는 더 나가서 논을 돌보려고 했을 것이다. 열 마지기의 논, 그건 아버지의 육신이었고 생명이었다. 소작인의 자식으로 태어나 손수 그 열 마지기의 논을 장만한 것은 아버지의 크나큰 긍지였고 자랑이었다. 지주와 소작인 사이에 철저한 착취구조 속에서 그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자신이 고등학생이 되고서였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더욱 크고 강하게 보였다.

 

(245-246)

여기 대학의 양심은 증언한다. 우리는 보다 안타까이 조국을 사랑하기에 보다 조국의 운명을 염려한다. 우리는 공산당과의 투쟁에서 피를 흘려온 것처럼 사이비 민주주의 독재를 배격한다.

조국에의 사랑과 염원이 맹목적 분격에 흐를까. 우리는 얼마나 참아왔는가.

보라! 갖가지 부정과 사회악이 민족적 정기의 심판을 받을 때는 왔다. 이제 우리는 대학의 양심으로 일어나노니 총칼로 저지 말라. 우리는 살아 있다. 동포의 무참한 살상 앞에 안일만을 탐할소냐! 한숨만 쉴소냐! 학도여, 우리 모두 정의를 위하여 총궐기하자.”

 

(252-253)

고등학생들까지 터져나오고 있구나. 저것들이 세상이나 정치를 뭘 안다고. 투표권도 없는 미성년자들이. 헌데 아니야…… 고대생들이 데모를 일으키기 전에 전국에서 일어난 그 많은 데모는 전부 고등학생들이 일으키지 않았나. 데모대 중에 제일 무서운 게 물불 가리지 않는 고등학생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고등학생들이 왜 그렇게 대학생들보다 먼저 데모를 시작하게 된 거지? 가만있거라…… 그게…… 아아 그렇구나.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선거기간 동안 야당 유세장에 못 가게 아느라고 일요일에도 등교를 시키고, 갑자기 시험을 치르고,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글짓기를 시키고…… 그런 처사에 대해 유일표가 얼마나 불평 불만을 했던가. 그 따위 치졸한 처사들이 고등학생들을 자극해 불평불만을 사고 결국 정치의식까지 길러준 것이로구나. 이거야말로 자업자득이 아니고 뭔가. 그나저나 물불 가리지 않는 고등학생들까지 저렇게 터져나오면 이 판이 어떻게 될까? 정말 엎어지는 것 아닐까? 내가 지금 잘못하고 있는 거 아닌가. 글쎄…… 한 정권이 그리 쉽게 무너질 리 있나. 한바탕 불평 불만을 터뜨리고 가라앉겠지.

 

(289)

나는 오늘 무엇이었는가. 방관자였는가, 구경꾼이었는가, 훼방꾼이었는가. 방관자는 비겁자다, 다같이 궐기하자고 하지 않았는가. 방관자보다도 더 나쁜 존재. 비겁자도 못 되는 나는 무엇인가. 비겁자보다도 더 나쁜 명칭…… 이기주의자, 기회주의자, 파렴치한…… 그 어느 것도 합당하지가 않았다.

유일민은 자신이 인간벌레 같은 부끄러움과 혐오감에 묻혀 있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구급차에 실리는 부상자들을 보았을 때, 피 흘리는 여학생이 업혀가는 것을 보았을 때, 피범벅된 시체를 떠메고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을 보았을 때 가슴 푸들거리는 데모의 충동에 사로잡히곤 했었다. 그러나 그런 감정을 끝내 행동화하지 못한 자신은 참으로 하잘 것 없고 한심스런 인간벌레였다.

 

(290)

그러나 오늘 크게 깨달은 것이 있었다. 혁명은 어째서 일어나는 것인지. 혁명은 어떻게 성취되는 것인지, 혁명을 왜 위대하다고 하는지, 왜 혁명에 몸을 던지는 것인지, 구름이 걷히듯 확연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혁명이란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 속에서 응결된 분노와 증오의 집단적 폭발이었다. 그 인식은, 불투명하고 원망도 섞여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이해이면서 발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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