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의 과학공부 - 철학하는 과학자, 시를 품은 물리학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얼마 전에 <과학하고 앉아있네 3>을 읽었잖아. 그 책의 주요 내용이 양자역학이었고, 그 양자역학을 설명해주던 사람이 바로 김상욱 교수였고그리고 아빠가 그 책을 읽고 나서 뭐라고 그랬냐면, 지금까지 읽은 양자역학에 관련된 책 중에 그나마 쉽게 쓰여졌다고 했지. 그렇게 알게 된 과학자 김상욱 교수의 다른 책들도 검색을 해보았어. 그래서 읽게 된 것이 바로 책 제목의 이름까지 달아 놓은 <김상욱의 과학공부>라는 책이야.

책 제목 위 아래로 철학하는 과학자’. ‘시를 품은 물리학이란 부제를 달아 놓았단다. 전에 읽은 <과학하고 앉아있네 3>는 팟캐스트에 출현하여 짧은 시간에 양자역학을 이야기한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만 했거든. 그런데 이번에 읽은 <김상욱의 과학공부>는 과학 전반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의 생각과학자로서는 약간 뜻밖인 깊은 인문학적 성찰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많이 실려 있었단다.

이 책은 그가 여러 매체에 실었던 글들을 다시 정리한 글인데,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던 책이었어. 더욱 매력적인 과학자로 생각이 들더구나. 그의 또다른 책도 검색하게 만들었어. 그리고 책 읽는 순서도 잘 정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무슨 이야기냐면 얼마 전에 <과학하고 앉아있네 3>에서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도를 조금 높인 상태에서 이번에 읽은 <김상욱의 과학공부>에 자주 등장하는 양자역학의 이야기를 읽으니 고개가 끄덕여지더구나.

이 책에 나와 있는 글들은 앞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이라서 양자역학을 심도 있게 이야기하지 않았거든. 그래서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양자역학에 대한 글을 접할 때마다 답답해 했을 것 같구나. 양자역학의 난해함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다는 것이다.

=======================================

(237)

,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측정하기 전에 물체가 사방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론 이해하지 못해도 수학적으로 확률을 계산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면 더 이상 고민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확률의 의미를 따져보면 물체가 여기저기 존재할 뿐 아니라, 때로는 유령처럼 벽을 스스로 통과하기도 한다는 것이 양자역학이 말하는 바이다. 양자물리 전문가인 필자도 물체가 여기저기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해한다는 것이 내가 가진 경험적 지식과 새로운 지식이 모순 없이 관계를 맺는 것이라면 나는 양자역학을 이해 못 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관계를 맺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해하려고 노력할 이유는 없다.

=======================================

.

아무튼 아빠에게는 참 괜찮은 책이었단다. 하지만 책제목의 과학공부라는 것을 보고 과학에 대한 상식을 쌓으려고 했던 사람들에게는 약간 실망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싶더구나. , 출판사에서 제목을 지었겠지만, 좀더 좋은 제목이 없었을까? 오히려 부제에 있는시를 품은 물리학이 좀더 이 책의 성격을 잘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1.

과학이라고 하면, 물리학이라고 하면, 먼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를 이야기한단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라고 하면 과학이 아니고 역사인가? 요즘에는 역사라고 해서 단순히 인간의 역사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단다. 과학과 역사를 합쳐서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잖아. 그런 것을빅히스토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 빅히스토리라는 말은 호주의 데이비드 크리스턴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데 빌 게이츠가 지원을 해서빅히스토리 프로젝트까지 있다고 하더구나. 이런 빅히스토리는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 역사학, 고고학, 경제학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

(47-48)

이런 점에서빅 히스토리라는 새로운 관점은 역사를 보는 신선한 틀을 제공한다. 모든 것은 빅뱅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별과 원소의 탄생,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생명과 인류의 탄생, 농경의 탄생, 세계의 연결, 변화의 가속, 그리고 미래이다. 여기에 민족이나 국가는 없다. 우리 모두는 빅뱅에서 이어져오는 우주의 일부분이다. 이런 관점이야말로 국가와 민족을 뛰어넘어 인류라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21세기의 역사관이라 생각된다. 또한 빅 히스토리는 그 자체로 학문 간의 벽을 허무는 작업이다. 빅뱅은 우주론을, 별과 원소의 탄생은 핵물리학과 양자역학을,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은 천문학과 지구과학을, 생명과 인류의 탄생을 화학과 생물학을, 그 이후는 역사학, 고고학, 경제학, 공학 등을 필요로 한다.

=======================================

그럼, 이런 빅히스토리의 시작은 무엇일까? 바로 우주의 시작인 빅뱅이 그 시작이지누군가 질문하겠지.. 그럼 빅뱅 이전은 무엇인가요? 빅뱅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대. 시간조차도그런 것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려고 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아빠도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아. 눈에 보이지도 않은 작지만 무게는 엄청나게 무거운 존재가 어떤 이유에 의해서 폭발을 했다는 거그리고 그것은 아직도 팽창하고 있다는 거그리고 팽창 너머에는 또 아무것도 없다는 것

아빠가 초등학교 시절에 밤에 잠이 안 올 때 이상하게 생각의 끝은 우주의 무한함에 다다랐어. 이 말도 안 되는 우주의 무한함을 생각하면 더욱 잠이 달아나서 한참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던 때가 있었어. 그런데 요즘은 힘든 일이 있을 때 광활한 우주를 생각하곤 해. 이 드넓고 오래된 우주를 생각하면 아빠의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잠깐, 이야기가 이상한 곳으로 빠졌구나. 아무튼, 빅뱅의 정체는 사실 아무도 몰라.. 하지만, 이 빅뱅 때 생긴 에너지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것이야. 빅뱅의 에너지로부터 태양이 생겼으니까 말이야

=======================================

(35)

빅뱅이론을 이야기하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 첫째,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물론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공간이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조차도 없었다는 말이다. 솔직히 나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마 대부분의 물리학자들도 비슷할 거다. 둘째, 우주가 팽창한다면 어디로 팽창해가나요? 우주 바깥에 빈 공간이 있다는 말인가요? 이미 이야기했듯이 우주에는 바깥이 없다. 그냥 우주 전체가 팽창하는 거다. 풍선에 바람을 불면 풍선 표면이 점점 팽창한다. 풍선 표면에는 경계가 없다. 차를 몰고 여행을 떠나보라. 어디가 지구의 끝인가? 경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모든 지점 사시의 거리가 늘어났을 뿐이다. 우주는 이런 식으로 팽창한다.

=======================================

 

2.

아빠가 이 책을 통해 지은이 김상욱 교수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고 하잖아. 이 책이 출간한 것이 2016년이란다. 우리나라의 암흑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사고들도 많이 생기고 사회 시스템도 엉망이던 시기김상욱 교수는 그런 일에 입만 닫고 있던 지식인이 아니었어. 그는 당시 불합리한 사회 시스템에 대해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어.

아빠는 대학을 졸업한 지 오래되어서 잘 몰랐는데, MB 시절부터 대학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라는 압박이 있었대. 많은 대학에서 낙하산 총장이 총장을 했다는 것이지.. 지금은 김상욱 교수가 경희대에 계시지만 예전에는 부산대에 계셨었는데, 부산대 교수 중에 한 분이 직선제 폐지에 반대하여 투신자살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 일로 부산대 직선제는 유지되었대

대학에서 영어 수업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 비효율성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했단다. 참 부끄러운 일이란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전과학을 영어로 수업한다는 것 말이야. 그 밖에 당시 사회적인 이슈가 있었던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댓글 조작, 국정교과서 논란, 위안부 등 많이 사안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그의 생각에 많은 공감이 갔단다. 특히 핵발전소 반대에 대한 그의 의견에 아빠는 적극 지지한단다. 아빠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짧으면서도 논리적으로 잘 말씀해주셨어.

=======================================

(117)

원전은 위험하지만 완벽하게 통제될 수 있으므로 안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원저의 위험은 열차 사고, 경제 위기, 전쟁의 위험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후쿠시마의 예에서 보듯이, 자칫 이 땅이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불모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이 아무리 적더라도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이란 말이다. 안전장치 10개가 달렸다고 해도 실탄이 장전된 총을 유치원 다니는 자기 아이에게 줄 부모는 없다. 원전의 사고 위험이 정말 무시할 만한 것이라면 왜 원전을 서울 근교에 건설하지 못하는가? 송전에 필요한 엄청난 설비를 절약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

 

3.

미세구조상수를 것이 있어. 보통 과학의 법칙에 등장하는 상수는 단위가 있단다. 그런데 단위가 없는 상수가 있대. 미세구조상수.. 그 미세구조상수는 것은 아래와 같이 구할 수 있대.

=======================================

(178)

빛의 속도, 최소 전화 크기의 제곱, 진공의 투자율(자기장에 대한 특성을 나타내는 상수)를 곱하고 플랑크 상수로 나누어주면 137분의 1이라는 숫자가 나오는데, 이것을 미세구조상수라 한다. 재미있게도 미세구조상수는 기본상사들의 단위가 절묘하게 서로 상쇄되어 단위가 없다. 단위라는 것은 물리량을 기술하는 기준이다. 인간은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1미터라는 길이의 단위를 만들었다.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그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단위를 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세구조상수는 단위가 없으므로 우주에 사는 어떤 외계 생명체라도 똑 같은 값을 얻게 된다. 뭔가 중요할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

137분의 1… 그런데 우연인지 몰라도 우주의 나이가 약 137억년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어떤 과학자들에 의해서 이 미세구조상수가 수십 억년 동안 서서히 커져왔다는 것이 밝혀졌대. 그냥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이 우주를 어떤 위대한 창조자가 만들어놓은 장치라면.. 여기저기 저린 오묘한 수치들을 만들어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런데 우주를 정말 어떤 뛰어난 창조자가 만들었다면, 이 넒은 공간에 생명체들을 이렇게 적게 만들어 놓았을까? 그는 이 우주를 실패작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렇게나 방치하고, 다른 곳에서 또다른 우주를 만들어 심씨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패작은 그냥 그렇게 방치했는데, 아주 우연히모든 물리의 법칙이 적당하게 들어맞아서 지구라는 별에 생명체가 출현한 것은 아닌지그 창조자는 자신이 만든 우주가 사실은 성공작인데 그것도 모르고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빠의 공상이 너무 심했구나.

다시 책 이야기를 해보면과학공부라고 했지만 주로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했단다. 중력파에 관한 이야기..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그리고 카오스 이론카오스 이론은 아빠가 군대 있을 때 아빠 후임병이 읽던 책 제목이었단다. 당시에는 다들 대부분 소설을 읽던 시절인데, 저런 책을 읽다니그 이후에 카오스라는 단어만 보면 그 후임병이 생각나더구나. 카오스 이론에 대해 간단하면서 쉽게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

(248)

카오스는 복잡해서 얼핏 보면 불안정해 보인다. 하지만 카오스계는 선형계보다 외부의 간섭에 대해 훨씬 안정적이다.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침에 1시간 지각을 하면 하루종일 엉망이 되겠지만, 대충 살아가는 사람은 2시간 지각을 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자연은 카오스와 프랙털을 통해 안정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것이다. 자연의 실제 모습은 우리가 생각한 단순한 운동이나 이데아의 도형과 사뭇 다르지만, 그래서 인간이 만든 것보다 더 아름답다.

=======================================

..

물리학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빛에 관한 이야기도 했고, 아빠가 다른 책에서 이미 몇 번 이야기했던 빛의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도 했어.… 이 책을 덮으면서 느낀 것은 따뜻한 과학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해 줄만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면서 그의 또다른 책 <김상욱의 양자역학>이라는 책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왠지 이제 그 책을 읽으면 양자역학에 대해 한 걸음 더 전진해 있을 것 같다는 생각….

 

PS :

책의 첫 문장 : 기자들이 과학자를 찾아오면, 질문은 대개 비슷한 요청으로 시작된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책의 끝 문장 : 융합보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믿는 이유이다


(69)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삶을 원한다. 제러미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행복을 위해 교육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람마다 행복의 정의가 다를 수 있다. 내가 온종일 물리를 공부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동의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아이의 행복을 위해 교육한다면 이미 뭔가 잘못된 거다. 왜냐하면 그 행복이란 당신이 정의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행복이 무엇인지는 아이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동물들이 그러하듯, 결국 인간에게도 교육의 목적은 아이의 독립이다. 행복한 삶을 정의하고 그것을 찾는 것은 부모, 교사, 사회의 몫이 아니라 바로 아이 자신의 몫이다.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113)

학문은 창조를 위한 일이고, 창조하는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인생이다. 학문하는 것을 공부라 한다.때로 공부가 힘들고 지루할 때가 있지만, 창조의 희망을 가지고 버티는 것이 학자들이다. 왜냐면 그것이 즐거움이니까. 수능에서 만점을 받는 사람이 공부의 신이라면 우리는 니체의 명언을 떠올려야 할 것 같다. "신은 죽었다."

(118)

다시 말하지만, 과학은 근본적으로 완벽하지 않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은 자연의 법칙을 주었지만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만들어 놓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169)

물체가 하나 더 늘어 3개가 되면 이제 그 복잡함이 도를 넘어선다. 혼돈, 그러니까 카오스현상은 서로 중력으로 당기는 물체가 3개 이상 존재하면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20세기 벽두, 삼체 문제를 연구한 프랑스 수학자 푸앵카레가 얻은 결론이다. 남녀 사이의 삼각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 과학적 이유라고나 할까. 카오스가 일어나면 운동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지며 무질서한 양상까지 보이게 된다. 이런 이유로 물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숫자를 세기도 한다. 하나, 둘, 으음… 너무 많다.

(200)

진실은 미묘하다. 중첩 상태에 있는 전자가 정말 두 장소에 동시에 있는지 알아보려면 눈으로 보아야 한다. 양자역학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당연한 것을 이처럼 심각하게 말해야 한다. 좀 더 어려운 말로 ‘관측’을 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관측을 하면 전자는 한 장소에서만 발견된다. 관측이 대상의 상태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측은 중첩 상태를 깨는 역할을 했다. 살다 보니 별 헛소리를 다 들어본다는 반응을 보여야 정상이다. 막상 보면 한 장소에만 있다고? 그렇다면 동시에 두 장소에 있다고 한 것이 거짓이잖아? 이거 사기네. 안타깝지만 전자는 분명 두 장소에 동시에 있었다. 관측하는 행위가 전자를 한 장소에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짧은 글에서는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독자로서는 필자를 믿는 수밖에 없다. 필자는 양자역학으로 밥벌이하는 사람이라는 것만 밝혀두겠다.

(286)

시는 대개 최소한의 언어로 표현된다. 우주를 기술하는 물리법칙도 최소한의 수학으로 표현되는 것이 원칙이다. 건조하게 말하자면 오컴의 면도날 때문이고, 비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우주가 단순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에는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물리학자의 미학적 관점이 깔려 있다. 최소한의 수식을 사용하기 위해 상실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것은 의도적인 상실이라기보다 필연적인 상실이다. 물리법칙으로의 압축은 모든 가능한 현상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줄이는 과정이 아니다. 현상의 핵심이라 믿어지는 사실을 하나의 문장으로 그냥 쓰는 것이다. 여기서는 상실될 것을 고르는 행위가 아니라 핵심만을 집어내는 감각에 창조성이 있다고 하겠다.

(319)

최근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1830년대에 등장한 과학자라는 명칭은 예술과 관련 있다. 지질학자 윌리엄 휴얼은 예술가(artist)와 비슷한 이름으로 과학자(scientist)라는 단어를 제안했다. 이 단어는 곧 급속히 확산되어 1840년에는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기에 이르렀다. 과학자가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아가던 시기, 그 일의 성격이 예술과 비슷하다고 여겨졌던 것이다. 과학과 예술의 겉모습은 많이 다르지만,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있어 이 두 분야는 통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과학과 예술의 상상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융합보다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트 2018-08-12 0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독서편지를 항상 술술 읽히게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자녀 분들도 좋아하겠어요😸 우주의 드넓음과 광활함에 비해 나의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저도 그런 생각을 종종하는데 그러고 나면 스트레스도 조금 사라지더라고요 😄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bookholic 2018-08-12 17:01   좋아요 1 | URL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이 독서편지의 존재를 몰라요..^^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유나리님도 늘 즐독하시고요.. 남은 여름은 부디 시원한 여름이 되시길...^^

아트 2018-08-12 17:12   좋아요 1 | URL
미리미리 써두시는 모습이... 아버지의 사랑도 느껴지고 좋네요 😸😸 bookholic님도 즐독하셔요 !!

도비는자유예요 2022-07-17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편지 형태로 쓰인 리뷰은 처음 읽어봅니다! 자식을 위한 부모의 마음이란...괜시리 찡해집니다. 나중에 아이들과 함께 리뷰를 읽는 행복한 시간이 기대되시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bookholic 2022-07-17 18:37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리뷰 쓰기가 어려워서 애들한테 이야기하듯 쓰면 좀 나을까 하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한 주, 즐거운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언젠지 모르겠지만 우연히 알게 된 책이란다. 책 제목만 보면 교양 서적인 줄 알았어. 내 인생 최고의 책. 딱 봐도 어떤 유명인이 자신의 읽은 책 중에 최고의 책을 추천해주는 그런 책 소개해주는 책처럼 보이잖아. 그런데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간 책이었단다. 사람들의 평도 나쁘지 않아서 그냥 읽어보기로 했어. 이 소설에서 소개된 책들이 꽤 유명한 책들이고, 어떤 책들은 아빠가 읽은 책들도 있었단다.

, 그럼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바로 이야기해줄게. 주인공 에이바는 성인이 된 두 아이를 가진 중년 여성이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편과 평범한 생활을 했었어. 직업은 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쳤어. 그런데 얼마 전 남편 짐이 바람을 피고 집을 떠나 버리고 나서는 에이바는 더 이상 평범한 생활을 할 수가 없었어. 믿었던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혼자 집에서 지내는 것은 에이바를 더욱 힘들게 했어.

그래서 친구 케이트가 참여하는 독서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단다. 그 모임은 10명 정원제였는데, 이번에 결원이 생겨서 에이바가 회원이 될 수 있었어. 첫 모임은 12월이었는데, 12월은 내년에 읽을 책을 고르는 달이야. 1년에 총 10권의 책읽기. 한 달에 한 권. 12월은 책을 선정하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고, 8월은 한 달 쉰다고 했어. 내년의 주제는내게 가장 소중한 책이라고 했어.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이내 인생 최고의 책인 것 같구나. 에이바는 어린 시절 힘들었을 때 몇 번씩 읽었던 책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책을 골랐어. 그런데 이 책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고 했어. 같은 제목의 노래가 있다는 것만 알고들 있었단다.

 

 

1.

에이바는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단다. 에이바에게는 동생이 있었어. 이름은 릴리였어. 엄마는 서점을 운영을 하고 책을 쓰신 적도 있었어. 아빠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어. 중산층의 행복한 가정이었지. 그런데 엄마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릴리가 정원에 있는 나무에 올라가서 놀다가 떨어져서 그만 죽고 말았단다. 에이바는 그때 고작 여덟 살인가 그랬어. 나무 밑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있었어. 에이바는 언니로써 동생을 죽게 만든 것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 살아가야 했어. 엄마는 일하러 가면서 엄마의 동생 즉 이모한테 아이들을 부탁했는데 이모는 집안에서 설거지하고 있다가 사고가 났던 거야. 이모도 그 일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살다가 유럽으로 떠났어.

엄마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살다가 릴리가 죽은 뒤 일 년 뒤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다리 밑으로 떨어져 죽었단다. 자살이었지. 그렇게 힘든 시절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에이바가 읽은 책이 바로 로절린드 아든이라는 사람이 쓴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책이란다. 그 소설의 내용은 자식을 잃은 엄마의 이야기로, 에이바의 집에서 일어났던 일과 비슷했단다. 에이바는 그런 아픔을 가지고 있었어.

그런데 에이바가 모르는 진실이 숨어 있었어. 에이바의 엄마 살럿은 그때 사실 일하러 간 것이 아니었어. 가족 몰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갔던 것이야. 살럿이 바람을 피우던 대상은 행크라는 경찰이었는데, 그들이 함께 있던 시간에 행크의 무전기에서 사고 소식이 전해져서 먼저 갔는데, 그 사고 소식이 바로 릴리의 사고 소식이었단다. 살럿이 나중에 집으로 와서 릴리를 붙잡고 통곡하는 장면을 보고서야 행크는 얼마 전까지 자기 품에 있던 살럿이 릴리의 엄마라는 것을 처음 알았지. 자신이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 동안에 사랑하는 딸이 죽게 되어서 살럿은 더욱 더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에이바의 가족 중에 딸 이야기를 할게. 아니다. 간단하게 아들 윌 이야기 먼저할게. 윌은 어렸을 때부터 봉사활동을 자주 했는데, 지금도 외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단다. 그와 달리 딸 매기는 중고등학교 때 완전 문제아였단다. 술 담배뿐만 아니라 마약도 하고 그랬어. 그랬다가 철이 들어서 피렌체로 미술 공부하러 떠났단다

에이바는 그렇게 알고 있었지. 그런데 매기는 몇 달 전에 학교를 자퇴하고 프랑스 파리에 왔어. 파리로 올 때는 작가지망생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서 파리에 왔어. 헤밍웨이를 좋아해서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따라 가곤 했단다. 하지만 이내 예전 십대 때 했던 것을 하기 시작했어. 술 먹고, 약을 하고약을 준다고 하면 아무 남자가 따라 가고매기의 행적을 말해주기 어려울 정도로 폐인의 생활을 했어. 정작 본인은 마약 중독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아무도 매기를 말릴 수가 없었어. 자신은 이미 통제력을 잃은 상태였어. 어디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어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았어.

 

 

2.

1월의 책은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에이바는 이 책을 사랑 타령하는 책으로 보았고 읽다가 지루함마저 느꼈어. 그래서 영화로 줄거리를 대신 익히고 독서모임에 나갔단다. 책을 읽지 않고 영화만 본 것이 들통이 나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 그렇게 에이바는 독서 모임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어. 혼자 지내는 생활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런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것도 익숙지 않았던 거야. 그리고 에이바는 여전히 전남편 생각이 자꾸 떠올라서 독서든 토론이든,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2월에 진행한 <위대한 개츠비> 역시 매기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 그렇다 보니 독서 모임에서 다른 회원들과 관계도 어색하고 서먹서먹했어. 그리고 여전히 외로웠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사랑 없는 만남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이 외로움을 채워주지는 못했어. 3월에 읽은 <안나 카레니나>… 그 두꺼운 책이 에이바가 자신에게 딱 맞는 책이라고 했어. 그 두꺼운 책을 금방 완독했단다. , 아빠도 언젠가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감히 엄두가 나질 않아서 펴지 못하고 있었지. 그런데 <오만과 편견>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에이바가 재미있게 읽었다니아빠도 더욱 읽어보고 싶구나. 그리고 그 두꺼운 소설의 강력한 첫문장이 인상적이었단다.

================================

(164)

처음 알았다. <안나 카레니나>가 천 쪽이 넘는 책이라는 걸. 정확하게 말하자면 천팔 쪽이었다.

책을 펼쳤다.

첫 줄을 읽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불행한 가정은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소리 내어 읽었다.

짧은 문장이지만 이보다 더 맞는 말이 또 있을까. 에이바는 감탄했다.

================================

그렇지만 여전히 독서모임에서는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이 말할 차례가 오면 당황을 하여 엉뚱한 말을 하기도 했어. 다른 회원들이 에이바가 고른 책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책을 찾을 수 없다고 하니까 얼떨결에 작가가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거짓말을 해버렸어. 이것도 당황해서 한 말이었어. 하지만 어렸을 때 읽은 책의 작가가 지금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랐어.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말이야.

4월에 소개된 책은 마르케스의 대표작 <백 년 동안의 고독>이란다. 이 책도 유명해서 책제목은 알고 있는데, 읽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아빠가 읽는데 엄두를 내지 못하는 책 중에 한 권이란다. 4월이 되자 에이바도 서서히 모임에 녹아들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힐링을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단다.

 ================================

(226)

에이바가 방을 둘러보았다. 존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니크는 즐거이 몰입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루스는 인덱스카드를 손에 꼭 쥐고 흥분해서 서 있었다. 오너가 강의하듯 설명을 하고 있었다. 다이애는 드라마틱하게 화장한 눈에 검붉은 입술을 하고 있었다. 키키는 몰스킨 수첩에다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애초에 에이바를 이 모임에 참여하도록 도와준 좋은 친구 케이트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목소리 높여 토론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이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따스함과 안온함이 에이바의 마음을 채워주었다.

================================

 

 

3.

독서 모임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어느날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어. 독서회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페니가 지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이야. 그 소식을 딸이 전해주러 독서모임에 왔는데, 그 딸이 이야기하기를 페니가 죽기 전에 에이바에서 무엇인가 남겼으니 집에 방문을 해달라고 했어. 에이바는 너무 뜻밖이라 당황까지 했어. 페니와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거든.

그런데 에이바에게는 심각한 일이 생겼어. 매기의 전화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매기가 건 것이 아니고 어떤 프랑스 남자였는데, 매기가 실종되었다고 전화한 것이야. 금방 끊어버려서 다시 전화를 했지만 이번에는 전화를 받지 않았어. 에이바는 걱정이 되어서 아들 윌과 전남편 짐에게까지 연락을 했단다. 다행히 며칠이 지난 뒤에 매기로부터 연락이 왔어. 먼저 피렌체 학교를 그만두어 미안하다고 했고, 폐렴에 걸려서 일주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했어. 에이바는 매기의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사실 매기는 엄마한테 거짓말을 했어. 매기가 약물 중독으로 쓰러져 있는 것을 어떤 사람이 신고해주어 병원에 실려갔던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매기는 길거리에서 죽었을지도 몰라. 매기는 일주일간 고통스러운 약물 치료를 받고 퇴원했단다. 매기는 마음을 다짐했어. 약물을 하지 않겠다고

사실 그 전에도 다짐을 몇 번이나 했지만 지키지 못했어.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어. 왜냐하면 약물을 잊을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았거든. 어떤 마담이 운영하는 서점이 끌려서 그곳에서 하루 종일 책을 보면서 지냈어. 그 서점의 마담은 겉으로는 깐깐했지만, 마음은 착해서 매기에게 먹을 것을 주기도 하고, 서점에 일자리도 마련해주었어. 서점의 마담이 보살펴준 또다른 아이 즈느비에브와도 친해졌어. 그렇게 매기는 약물중독의 무서운 세계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기 시작했단다.  

 

 

4.

얼마 전에 세상을 뜬 페니의 딸이 다시 찾아왔어. 페니가 에이바에서 전해주려고 했던 것을 전해주기 위해서야. 그것은 바로 에이바가 인생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던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책이었어. 페니는 예전에 에이바의 엄마 살럿과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했어. 그래서 페니는 에이바에게 그 책을 주려고 했던 거야.

..

한편 어느날 에이바의 전남편 짐이 찾아와서 이야기하기를, 파리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했어. 페렴으로 병원에 입원한 줄 알았던 매기가 사실은 폐렴이 아니라 헤로인 중독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거야. 지금은 어디에 있는 줄 모르고다시 에이바는 딸 매기에 대한 걱정을 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또 하나의 걱정.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책의 저자 로절란드 아든을 모셔오기는커녕 어디 있는지도 찾을 수도 없었어. 인터넷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았어. 예전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를 출판한 출판사의 편집장을 찾아보니 이미 돌아가셨고…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놀라운 소식은 그 편집장의 딸이 바로 페니였다는 거야. 그래서 다시 페니의 집의 찾아가서 계약서를 보게 되었지 그곳의 적혀 있는 이름은 로절런드 아든이 아니고 살럿이었어. , 로절런드 아든은 바로 에이바의 엄마 살럿이었던 거야.

.

1970….

살럿과 비어트리스 자매는 어린 시절부터 둘이 아주 친했고, 둘다 책읽기를 좋아했어. 그래서 결국 같이 서점까지 냈단다. 살럿은 결혼을 하고 두 딸을 낳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어. 그러다가 행크를 만나 사랑에 빠진 거야. 그리고 그날 사고가 난 거지. 그 이후 이모는 사고 이후 무작정 떠나겠다며 파리로 갔고 그곳에서 우연히 다시 서점을 내게 되었어. 그리고 살럿은 소설 쓰기로 상처를 치유했는데, 그 소설이 바로 로절런드 아든이라는 필명으로 쓴 <클레어에서 여기까지>였어. 하지만 결국 치유하지 못하고 일년 뒤 강에 빠져 죽은 것이야.

.

에이바는 매기를 찾는데 도움이 될까 하고 이제는 은퇴한 경찰 행크 아저씨를 찾아갔어. 에이바는 엄마와 행크 아저씨가 예전에 그렇고 그런 사이란 것을 모르고 있었지. 행크는 옛날 일을 떠올리며 강물에서 엄마의 차만 발견되었고, 끝내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어. 당시 사고 정황과 경찰의 감각으로 행크는 살럿도 비어크리스와 함께 파리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에이바에게 믿지 않았어에이바는 매기를 찾고자 파리를 가겠다고 했는데, 행크 아저씨도 도와주겠다고 같이 가겠다고 했어. 사실 행크는 다른 사람을 찾기 위한 파리행이었던 거야. 파리에서 에이바는 이모 비어트리스와 재회를 했어. 그런데 이모 비어트리스가 운영하는 그 서점에서 매기도 만났단다. 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반가움과 안도감이란매기를 보살펴주었던 서점의 마담 주인이 바로 비어트리스 이모였던 거야.

비어트리스와 매기는 물론 그들이 이모할머니와 조카손녀 사이라는 것을 몰랐고 말이야. 행크는 살럿의 행적을 물어보았어. 비어트리스는 당연하다는 듯 살럿은 오래 전에 죽었다고 이야기했어. 에이바는 매기를 만나 건강한 모습을 보고 걱정을 덜어내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어. 하지만 행크는 파리에 며칠 더 있겠다고 했단다. 며칠 간 서점 주변에 잠복해 있다가 드디어 살럿을 만났단다. 행크의 생각이 맞았다는 거야. 행크와 살럿그들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나게 되었어. 얼굴에는 주름 속에는 그들의 젊음과 사랑이 남아 있었을까?

 

 

5.

그 해 마지막 책 모임이 있던 날이었어. 에이바는 미안하다며 지은이를 초대하지 못했다고 했어. 그러면서 지은이는 바로 오래 전에 돌아가신 자신의 엄마라고 이야기했어. 북클럽 회원들이 다들 괜찮다고좋은 책 추천해 주어 고맙다고 이야기를 할 때 문이 열렸단다. 행크였어. 그리고 그 뒤에 어떤 할머니가 따라 들어왔지. 그것은 바로 살럿이었어. 살럿은 울면서 딸 에이바에게 용서를 구했어. 그리고 자신이 쓴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책은 오직 에이바를 위해 쓴 책이라고 했어. 그 오랜 세월 살럿은 스스로 감옥 같은 생활을 하면서 죄를 받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에이바에게 큰 상처를 준 것 또한 사실이란다.

하지만 모두 다 지나간 일용서와 사랑만 남아 있을 뿐부모와 아이들 간에는 어떤 조건과 이해관계가 필요 없단다. 오직 사랑만이 있을 뿐 너희들과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하기를 바라며, 오늘 독서편지는 여기서 마칠게~~~~

아참 이 소설에서 소개한 책 10권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단다. 아빠가 읽은 것은 3권이구나. 다른 책들도 꼭 읽어봐야겠구나.

1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2 :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3 :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4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 년 동안의 고독>

5 :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6 : 배티 스미스 <브르클린에는 나무가 자란다>

7~8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9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0 : 커트 보니컷 <5도살장>

11 : 로절런드 이든 <클레어에서 여기까지>

 

여기서 로절런드 이든의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는 소설 속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작품이니까 이건 빼고 9권이 되겠구나.

 

PS :

책의 첫 문장 : 모퉁이를 돌자 에이바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책의 끝 문장 : 지금은 그저 붙들었야 했다, 단단히.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8-08-10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심쿵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9권을 죽기전에 다 읽어야겠습니다!!!

bookholic 2018-08-10 08:42   좋아요 0 | URL
이 소설에서 소개한 9권의 책들은 설문 조사를 통해서 상위에 든 책을 골랐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시대를 초월해서 좋아하는 책들인 것 같아요...
카알벨루치님도 즐독하시고요... 곧 다가올 주말, 시원하고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카알벨루치 2018-08-10 09:15   좋아요 1 | URL
오늘 불금이고 내일 주말이네요!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사네요“백년의 고독”이 신선합니다 감사해요 북홀릭님 독서일기는 정말 촘촘하고 꼼꼼하고 묵직합니다! 즐건 하루 되세요!

bookholic 2018-08-10 21:29   좋아요 1 | URL
아이고, 카알벨루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레삭매냐 2018-08-10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흔한 책소개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닌가 보네요.

북홀릭님의 리뷰를 보고 나니 한 번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bookholic 2018-08-10 08:49   좋아요 0 | URL
책 제목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그랬구요...
레삭매냐님처럼 책과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 책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늘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고맙고요, 시원하고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목나무 2018-08-10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냥 책을 소개하는 그런 에세이로 이 책을 분류해버렸는데 아니었네요.
덕분에 이 책 읽어보고싶어졌습니다. :)

bookholic 2018-08-10 21:24   좋아요 1 | URL
이 책 출판사에 앞으로 책제목 잘 지으라고 알려주어야겠어요..^^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시원함도 같이~~~
 















(16-17)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최영미 <선운사에서>

(28)

사랑이란 두 개의 심장을 가까이 포개는 거다. 두근거리며 안았을 때, 안긴 그의 두근거리는 심장이 느껴질 대 우리의 심장은 더 두근거리게 된다. 둘의 가슴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엄청난 파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 파동은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블랙홀 한 쌍이 합쳐져 생겨난 중력파와 다름없다.

(58)

무릇 욕망의 과잉은 예술적 성취에 오히려 해가 되는 법, 그러기에 대체로 아마추어가 전문 작가보다 더 감정이 풍부하고 진실하고 의욕적인 편이지만, 예술적 결과는 그에 비례하지 않는 것. 하지만 철없고 순수했던 그 시절, 열정으로만 가득 차고 미숙했던 그 시절이 그래서 아름답고 그리운 것 아니겠는가.

(70)

이야기보다 목소리를, 목소리만이 아니라 침묵까지 듣는 것이 진짜 경청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도 퍽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궁극적인 전언(傳言), 곧 메시지가 아닐 때가 많다. 어떨 땐 그냥 말하는 것 자체가 그의 목적일 수도 있다. 진짜 말하고픈 전언이 표면의 전언과 반대일 때도 있다. 그러기에 고생한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행복해하는 목소리가 들린다면 진실은 목소리에 있지, 이야기에 있지 않다는 것 아니겠는가. 더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은, 차마 말할 수 없는 침묵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71)

시를 읽는 일이 대저 그와 같다. 시에서 이야기만 추려 읽는 것은 충분한 일이 못 된다. 우리는 시인의 목소리를 읽고, 침묵마저 읽어야 한다. 말한 것과 말한 것 사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사이, 말로 하지 못한 것까지, 아니 시인 자신도 모르는 것까지, 보이지 않는 암흑까지 경청하며 읽어야 한다. 물론 시인이라고 해서 제 목소리에 취하지 않는 자는 아닐 것이다. 다만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목구멍이 아닌 귀로 들으려 애쓰는 자인 것은 분명하다. 그는 타인 대신 아파하고, 신음해 주고, 끙끙 앓는 소리로 간신히 침묵을 뚫고, 침묵을 소리처럼 흘리는 자이기 때문이다.

시를 읽는 마음으로 타인의 목소리를 읽고, 시인의 마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읽는 것, 그리하여 오동나무 소녀에게 목소리를 담아 주고, 엘리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며, 인어 공주의 목소리를 회복해 주었으면 싶다.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며, 인어 공주의 목소리를 회복해 주었으면 싶다. 목소리를 회복해 주는 것, 그것이 이 불통의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는 태도이자 방식이었으면 싶다. 목소리가 살아야 사람이 산다. 목소리는 곧 그 사람이니까.

(80)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떠나간 사랑을 한탄하는 듯하지만, 청춘의 세월이야말로 내가 잘못해 떠나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 억울함으로 어디선가 볼멘소리가 들릴 법도 한데, 잠시 흥분하는가 싶더니 이내 담담해진다. 그래서 더 애절하다. 가는 세월, 가는 청춘과 더불어 조금씩 잊혀 가는 것이 인생임을 받아들이려는 듯, 화자는 깨달음처럼 정의를 내린다. 산다는 건 매일 이별하는 거라고. 매일 하루하루와 이별하는 거라고. 이제 진짜 서른을 맞이한 것이다.

(85)

원숙하면 곧 썩기 일수다. 그러나 썩지 않으려면 원숙함의 반대 길로 가야 한다. 나이 먹었다고 달관하고 도통한 척하지 말고, 아이가 되어야 한다. 서른이 아니라 마흔, 쉰이 넘어도 어린아이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시인은 그래야 한다고, 그것이 인생 공부의 교훈이라고 설파하는 것 같다.

(112)

이제는 유행어처럼 즐겨 쓰게 된 말. “이 또한 지나가리라문제는 이 말을 고난의 시절에만 쓴다는 것이다. 원래 이는 구약 성서의 인물 다윗이 기쁠 때 교만하지 않게 하는 동시에, 절망에 빠지고 시련에 처했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말로 반지에 새긴 글귀가 아니었던가. 기쁜 오늘 하루도, 힘든 오늘 하루도, 이 또한 모두 지나가리라. 그러기에 전인권은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노래에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 하지 않았던가.

(121)

일생을 살지만 매일 살 수 있는 것은 하루밖에 없다. 그렇게 하루하루, 그러다 어느 날, 그날도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편에 인생의 마지막 빨간 석양이 물들 때, 그때 나는 왜 여기에 서 있느냐고 묻지 않을 것이다. 많이 미안하고 부끄럽긴 하겠지만, 사랑과 혁명이 어찌됐든, 그것도 따지지 않을 것이다. 유대를 나눈 이들과 헤어지는 슬픔이 아주 크겠지만, 떠나는 게 내 잘못은 아니니 서로의 발잔등을 보며 위로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냥 올리버 색스처럼 감사할 것이다. 긴 하루 짧은 인생이든, 짧은 하루 긴 인생이든, 매일이 축복이었다고 여기까지 축복이었다고. 그리고 종소리를 들으며 다시 또 설렐 것이다.

(195)

시 한 편 순산하려고 온몸 비틀다가

깜박 잊어 삶던 빨래를 까맣게 태워버렸네요

남편의 속옷 세 벌과 수건 다섯 장을

내 시 한 편과 바꿔버렸네요

어떤 시인은 시 한 편으로 문학상을 받고

어떤 시인은 꽤 많은 원고료를 받았다는데

나는 시 써서 벌기는커녕

어림잡아 오만 원 이상을 날려버렸네요

태워버린 것은 빨래뿐만이 아니라

빨래 삶는 대야까지 새까맣게 태워 버려

그걸 닦을 생각에 머릿속이 더 새까맣게 타네요

원고료는 잡지구독으로 대체되는

시인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시의 경제는 언제나 마이너스

오늘은 빨래를 태워버렸지만

다음엔 무얼 태워버릴지

속은 속대로 타는데요

혹시 이 시 수록해주고 원고료 대신

남편 속옷 세 벌과 수건 다섯 장 보내줄

착한 사마리언 어디 없나요

                      - 정다혜, <시의 경제학>

(238)

그에 이어지는 장면에서 바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라틴어가 나온다. 중세 기독교 시대를 지배했던 언어가 지상의 명령처럼, 하나의 성스러운 주문처럼 학생들에게 던져진다. 영화 속 한글 자막은 한결같이 이 구절을 현재를 즐겨라또는 오늘을 즐겨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번역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원래 영화에서는 카르페 디엠에 대해 이야기하기 직전, 키팅이 한 학생에게 장미꽃 봉오리를 따려면 바로 지금이니 언제나 시간은 쉼 없이 흐르고, 오늘 이렇게 활짝 핀 꽃송이도 내일이면 시들고 말지어다라는 로버트 헤릭의 시 <To the Virgins, Make Much of Time>을 읽힌다. 그러나 나서 장미꽃 봉오리를 따려면 바로 지금이니의 정서를 가리키는 라틴어가 곧 카르페 디엠이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는 때를 놓치지 말라는 의미로 이해함이 적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 중력파를 찾는 LIGO와 인류의 아름다운 도전과 열정의 기록
오정근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예전에 상대성 이론 관련된 책을 볼 때, 아직 중력파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단다. 그 전까지 중력이라는 것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중력도 결국 파동으로 전달이 되는 것이구나 생각했었단다. 아빠는 그때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이지.. 그렇게 중력파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나서 얼마 뒤, 인터넷을 통해 중력파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그전에 아빠가 중력파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면 그냥 넘겼을 기사였는데, 중력파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인지 그 발견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게 되었단다. 이정도 대단한 발견이면 중력파를 발견한 사람들의 핵심멤버는 노벨상을 타겠구나. 그런 생각도 했었단다. 작년인가 그 중력파를 발견한 사람들, 즉 라이너 바이스 교수, 배리 베리시 교수, 킵 손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탔단다.

그 때 중력파 발견 기사를 읽으면서 언젠가는 중력파에 관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중력파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지 얼마 안되어 중력파에 관한 책이 출간되었었단다. 그것도 번역서가 아니고 지은이가 우리나라 사람이야. 너무 장삿속 아닌가? 싶어서 그 책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 그런데 그 책을 이번에 읽었단다. 아빠가 최근에 <중력, 우주를 지배하는 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중력파에 대한 이야기가 몇 번 나왔어. 그래서 이 책이 생각나더구나. 그래서 다시 검색을 해보았더니, 평이 괜찮았어. 그래서 읽었단다.

이 책이 중력파 발견을 발표하자마자 이 책이 출간된 이유가 있더구나. 중력파가 발견된 것은 2016 2 12.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16 2 29. 사실, 이 책은 2015년에 출간하려고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2015 9월에 중력파로 의심되는 이벤트가 발생했다고 했어. 아참, 중력파로 의심되는 파동을이벤트라는 용어를 써서 이야기를 한대. 이 책의 지은이 오정근님은 그 이벤트의 결과를 보고 책을 출간해야겠다는 해서 책의 출간을 좀 미루고, 2016 2월 드디어 의심 이벤트가 중력파로 최종 확인이 되었다는 거야. 그런 출간 스토리가 있었다고 하는구나. 책이 깔맞춤으로 출간된 것 같구나.

 

 

1.

1916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단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중력은 중력파에 의해 전달된다고 예견을 했어. 그런데 중력이라는 것이 너무 약해서 중력파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했어. 중력파의 정의는 질량을 가진 물질이 받는 힘의 변화로 인한 에너지가 파동으로 전달하는 것을 이야기한대. 아빠가 이해하기로는 중력을 전달하는 파동이라고 생각했어.

=========================================

(41)

중력파는 에너지가 전달되는 일종의 파동이다.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전파되어 나아가는 것과 유사하게 시공간에서 전파되는 파동이다. 중력은 우리가 주변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경험하고 있는 힘이다. 질량을 가진 물질은 무엇이나 중력이라는 힘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경험적으로 중력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물질이 받는 힘의 변화로 인한 에너지가 파동으로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뉴턴 중력이론의 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

.

그럼 중력파는 어떻게 검출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길이의 물질이 중력파에 의해 얼마만큼 변화되었는가로 측정을 해야 한다고 했어. 중력파가 아주 약하다고 했잖아. 그래도 검출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강력한 중력파가 있어야 한다고 했어. 강력한 중력파라고 했지만, 감지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정도로 약하다고 했어.

그럼 강한 중력파가 발생하는 것은 언제인가? 먼저 쌍성계가 있어. 두 개의 별이 중력으로 인해 서로 돌고 있는 별들을 쌍성계라고 해. 이 두 별은 서로 공전하다가 합쳐져서 하나의 별이 된다고 하는구나. 그 두 별이 서로 끌어당겨 하나의 별이 되는 것이 바로 중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야. 그때 강력한 중력파가 나온다는 것이야.  두 번째는 중성자별인데.. 중성자별이라는 것은 중력수축이 이루어져 원자구조가 붕괴되고 중성자만 있는 별을 이야기해. 이 중성자별에서도 중력파가 발생한다고 하는구나.

=========================================

(57)

아주 급격한 중력파를 발생시키는 천체로는 쌍성계 외에 폭발체에 해당하는 천체가 있다. 초신성이나 감마선 폭발체와 같은 것이 그것이다. 초신성은 백색왜성과 같은 죽은 별이 주변의 동반성으로부터 물질이 유입되어 에너지를 공급받으면 핵융합의 재점화가 일어나서 폭발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폭발은 동반성과의 병합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게 될 때에도 일어난다. 또는 아주 질량이 큰 별의 중심핵이 붕괴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중성자별을 만들게 되고, 지속적으로 수축하는 별의 물질이 중성자별 표면을 때려 바깥으로 별의 물질을 폭발적으로 발산하는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폭발의 과정은 시공간에 급격한 변화를 주어 중력파가 발생한다.

=========================================

마지막으로 빅뱅 이후 급팽창했을 때 강력한 중력파가 생겼을 것이라고 했어.

 

 

2.

많은 과학자들이 중력파를 발견하려고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했단다. 여러 가지 현상과 실험을 통해서 중력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간접적인 증거들은 많이 찾아냈어. 하지만, 직접적인 검출은 쉽지 않았어.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들그 역사를 이 책에서는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단다. 중력파를 검출 가능한 장비가 처음 등장한 것이 1960년대였단다

조지프 웨버라는 사람이형태의 검출기를 만들었어. 소위 바 검출기의 붐을 만든 사람이었단다. 그리고 1968년 그는 중력파를 발견했다고 발표를 했어. 당시 이것은 대단한 발견으로 칭송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일반상대성 이론의 붐이 일기도 했대.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아 그의 데이터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많은 과학자들이 바 검출기를 이용하여 재시도했지만, 중력파를 발견할 수 없었단다.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재현이 되어야 한다는 데 있어. 그러나 이 발견의 가장 중요한 것은 재현이 되지 않았고,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데이터 조작의 의심이 있었대.

결국 조지프 웨버의 중력파 발견 발표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이 났단다. 하지만, 그가 만든 바 검출기는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가장 솔루션이라고 인정받았어. 이후 과학자들은 바 검출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극저온 바 검출기로 업데이트해서 열진동에 의한 잡음을 없애려는 노력도 했어. 그렇게 1980년대까지 이어졌단다.

그러다가 1990년대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한 중력파 검출기가 등장했대. 바 검출기보다 정밀도가 더 좋아졌지만 문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거야. 감히 개인이나 단체에서 만들기에는 비용이 너무 비쌌어. 나라에서 지원을 해주어야 했어. 미국은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었기 때문에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한 중력파 검출기를 만들게 되었대. 그것이 LIGO(라이고) 프로젝트라고 했어. 땅도 많은 면적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었어. 1990년대 처음 시작했는데, 첫 번째 관측 시작이 2005년이라고 했어. 그러니 얼마나 어려운 작업이었던 것인지 알 수 있겠지? 돈은 많이 들어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다 보니 비판을 받기도 했대. LIGO 검출기의 정확도가 얼마나 대단한 지 설명해주는 글이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

(138)

이 거울들, 특히 레이저 빛을 최종적으로 반사시키는 출력 테스트질량 거울은 거의 4킬로미터 밖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 설계와 시공이 매우 정밀해야 한다. 거울로 입사되어 반사되는 빛의 각도가 항상 일정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그 표면이 매우 매끄러워야 한다. 특히 레이저 빛이 집중되는 중심부 2인치 정도에서는 거의 300억 분의 1인치 정도의 오차를 유지하고 매끄럽게 가공되어야 한다. 만약 거울의 크기가 지구만 하다면 거울 정밀 오차는 평균적인 산의 높이가 1인치 이내에서 튀어나오지 않아야 하는 수준의 정밀도이다.

=========================================

..

, 이제 중력파를 검출해야 하는데 도대체 이 중력파의 정체는 어떤 것인지도 몰랐어. 언제 어디서 날라오는지도 몰랐고,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몰랐고그야말로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라고 할 수 있어. 그래도 미국을 뒤로 이어 몇몇 나라에서 레이저 간섭계를 만들기 시작했단다. 그래서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는 커버리지가 넓어졌어. 그리고 그들은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서로 협조했단다. 일명 라이고 과학협력단도 구성했어. 이 책의 지은이 오정근님도 이 모임의 회원이었단다.

라이고 검출기는 이제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으면 되었어. 그러던 중 2010넌 중력파 의심 이벤트가 발생해서 한 때 흥분의 도가니였어. 하지만 그것은 가짜 중력파임이 밝혀졌대. 그리고 2015 9월 다시 중력파 의심 이벤트가 발생했대. 이번에는 신중을 가하고 검증에 노력을 했대. 이 시점에 두 개의 중성자들이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시점과 맞아 들었어. 그리고 오랜 검증의 시작을 걸쳐서 현시 시간, 2016 2 11(우리나라 시간 2 12) 공식으로 중력파 최초 발견을 발표했단다.

 

 

3.

그럼 중력파의 발견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발표하고 중력파를 예견한 지 정확하게 100년 만에 중력파를 검출한 것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어. 그러나 그것보다 저 중요한 것은 우주 관측의 큰 변화라고 하는구나. 지금까지 관측은 전자기파에 국한되어 있었고 이것은 관측의 한계가 있었대. 그런데 중력파는 전자기파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까지 작용한다고 했어. 우주의 시작을 알래는 빅뱅 때 생겨난 중력파도 발견할 수 있다는 거야. 그러면 우주의 탄생의 비밀을 좀더 정확하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이야. 그렇게 우주 관측 수준을 한 단계 올려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는구나.

=========================================

(230-231)

현재까지 전체의 관측 수간은 전파의 다양한 파장의 영역으로 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자기파라는 가시광선을 포함한 수단에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중력파는 전자기파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인 우주 초기나 블랙홀의 주변과 같은 강력한 중력장에서 역시 제한이 없이 작용한다. 특히 우주의 여러 성간 물질 등과 상호작용하는 빛과 달리, 중력파는 그 세기가 매우 약하긴 하지만 다른 여러 신호의 간섭 없이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도달한다. 따라서 이러한 중력파를 새로운 관측 수단으로 삼는 것은 현재의 관측 수준을 한 단계 올려주고 현재까지 풀리지 않는 우주의 비밀을 밝히고 새로운 발견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

.

가까운 일본만 해도 중력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일본도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한 중력파 검출기를 만들고 있어. 하지만 우리나라의 중력파 연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다고 하는구나. 그나마 최근에 중력파에 관한 행사도 개최되었는데, 2015년 중력파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대. 그리고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만들어서 라이고의 데이터 분석에 협조를 하고 있다는구나. 우리나라가 기초 과학에 투자하는 돈이 적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잖아. 앞으로는 이런 것도 좀 변해서 기초 과학에 많이 투자하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

이번 책을 통해 아빠는 중력파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고, 중력파를 검출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지 처음 알게 되었다. 다만 아쉬었던 것은 아빠는 이 책을 통해서 중력파에 대한 내용이 많았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보다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해 온 노력과 중력파 검출기의 역사에 대한 내용이 더 많았다는 것이야. 아빠가 기대했던 것과 다른 내용에 약간은 실망도 했단다. ,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PS :

책의 첫 문장 : 2016년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입니다.

책의 끝 문장 : 이 책을 읽고 미래에 중력파 천문학에 헌신하게 될 어린 학생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6-17)

숨지 말 것

  - 에리히 프리트

시대의

일들 앞에서

사랑 앞으로

숨지 말 것

또한

사랑 앞에서

시대의 일들 속으로

숨지 말 것

(24)

그렇게 못할 수도

   - 제인 케니언

건강한 다리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시리얼과 달콤한 우유와

흠 없이 잘 익은 복숭아를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개를 데리고 언덕 위 자작나무 숲으로 산책을 갔다.

오전 내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누웠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은촛대가 놓인 식탁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벽에 그림이 걸린 방에서 잠을 자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기약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어느 날인가는

그렇게 못하게 되리라는 걸.

(27)

그렇다. 우리의 소소한 일상은 얼마나 축복된 시간인가. 살아 있다는 것은 큰 기회이다. 특별한일상들이 사라질 날이 곧 올 것이기 때문이다. 물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두 발로 땅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다. 삶은 수천 가지 작은 기적들의 연속이다. 그것들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고 시인은 말한다. 시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행간마다 늦기 전에 깨달으라라는 말이 숨어 있다.

(40-41)

그 겨울의 일요일들

   - 로버트 헤이든

일요일에도 아버지는 일찍 일어나

검푸른 추위 속에서 옷을 입고

한 주 내내 모진 날씨에 일하느라 쑤시고

갈라진 손으로 불을 피웠다.

아무도 고맙다고 말하지 않는데도.

잠이 깬 나는 몸속까지 스몄던 추위가

타닥타닥 쪼개지며 녹는 소리를 듣곤 했다

방들이 모두 따뜻해지면 아버지가 나를 불렀고

나는 그 집에 잠복한 분노를 경계하며

느릿느릿 일어나 옷을 입고

아버지에게 냉담한 말을 던지곤 했다

추위를 몰아내고

내 외출용 구두까지 윤나게 닦아 놓은 아버지한테.

 

내가 무엇을 알았던가, 내가 무엇을 알았던가

사랑의 엄숙하고 외로운 직무에 대해.

(46)

필요한 것은 사랑받지 않을 용기이다. 사랑을 구걸하지 않으려면 고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군중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강둑에서 자신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사람들이 당신을 곁눈질로 쳐다보면 당신도 곁눈질로 보며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모순 덩어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모순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머리만으로는 멋진 춤과 음악을 만들 수 없다. 사람들이 나를 추방하기 전에 나 스스로 추방자가 되어야 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신이 준 선물이다.

(52-54)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

   - 마샤 메데이로스

습관의 노예가 된 사람

매일 똑같은 길로만 다니는 사람

결코 일상을 바꾸지 않는 사람

위험을 무릅쓰고 옷 색깔을 바꾸지 않는 사람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걸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이다

열정을 피하는 사람

흑백의 구분을 좋아하는 사람

눈을 반짝이게 하고

하품을 미소로 바꾸고

실수와 슬픔 앞에서도 심장을 뛰게 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보다

분명히 구분하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이다

자신의 일과 사랑에 행복하지 않을 때

상황을 역전시키지 않는 사람

꿈을 따르기 위해 확실성을 불확실성과 바꾸지 않는 사람

일생에 적어도 한 번은 합리적인 조언으로부터 달아나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이다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삶의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

자기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이다

자신의 자존감을 파괴하고 그곳을 에고로 채운 사람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는 사람

자신의 나쁜 운과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비에 대해

불평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계획을 포기하는 사람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 묻지도 않고

아는 것에 대해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이다

우리, 서서히 죽는 죽음을 경계하자

살아 있다는 것은

단순히 숨을 쉬는 행위보다 훨씬 더 큰 노력을

필요로 함을 기억하면서

(100-102)

절반의 생

- 칼릴 지브란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

절반만 친구인 사람을 접대하지 말라

절반의 재능만 담긴 작품을 탐닉하지 말라.

절반의 인생을 살지 말고,

절반의 죽음을 죽지 말라

절반의 해답을 선택하지 말고

절반의 진리에 머물지 말라.

절반의 꿈을 꾸지 말고

절반의 희망에 환상을 갖지 말라.

침묵을 선택했다면 온전히 침묵하고

말을 할 때는 온전히 말하라

말해야만 할 때 침묵하지 말고

침묵해야만 할 때 말하지 말라

받아들인다면 솔직하게 받아들이라.

가장하지 말라

거절한다면 분명히 하라

불분명한 거절은 나약한 받아들임일 뿐이므로.

절반의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고

그대가 하지 않은 말이고

그대가 뒤로 미룬 미소이며

그대가 느끼지 않은 사랑이고

그대가 알지 못한 우정이다.

절반의 삶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대를 이방인으로 만들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그대에게 이방인으로 만든다.

절반의 삶은 도착했으나 결코 도착하지 못한 것이고

일했지만 결코 일하지 않은 것이고

존재하다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그때 그대는 그대 자신이 아니다.

그대 자신을 결코 안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대의 동반자가 아니다.

절반의 삶은 그대가 동시에 여러 장소에 있는 것이다.

절반의 물은 목마름은 해결하지 못하고

절반의 식사는 배고픔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절반만 간 길은 어디에도 이르지 못하며

절반의 생각은 어떤 결과도 만들지 못한다.

절반의 삶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지만

그대는 할 수 있다.

그대는 절반의 존재가 아니므로

그대는 절반의 삶이 아닌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한 존재하는

온전한 사람이므로.

(112-113)

역사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 베르톨트 브레히트

일곱 개의 성문을 가진 테베를 누가 건설했는가?

책에는 왕의 이름들만 적혀 있다.

왕들이 울퉁불퉁한 돌 덩어리를 직접 날랐는가?

그리고 수없이 파괴되었던 바빌론

그때마다 그 도시를 누가 재건했는가?

황금으로 빛나는 리마의 건설 노동자들은

어떤 집에 살았는가?

만리장성이 완성된 날 저녁

석공들은 어디로 갔는가?

위대한 로마제국에는 승리의 개선문들로 가득하다

누가 그것들을 세웠는가?

로마의 황제들은 누구를 딛고 승리를 거뒀는가?

끝없이 칭송되는 비잔티움제국에는 궁전들만 있었는가?

전설의 대륙 아틀란티스에서조차

바다가 그곳을 집어삼키는 밤에 사람들은

물에 빠져 죽어 가면서 그들의 노예를 애타게 불렀다고 한다.

젊은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다.

그 혼자서?

카이사르는 갈리아인들을 물리쳤다.

적어도 취사병 한 명은 데려가지 않았을까?

스페인의 필립 황제는 자신의 함대가 침몰하자 울었다.

그 혼자 울었을까?

프리드리히 2세는 7년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혼자 승리했을까?

모든 페이지마다 승리가 적혀 있다.

누구의 돈으로 승리의 잔치가 열렸을까?

십 년마다 위대한 인물이 나타났다

그 비용은 누가 부담했을까?

너무도 많은 목록들

너무도 많은 의문들

(153)

한번은 오랜만에 어머니를 뵈러 가서, 이제 자식들도 다 컸으니 어머니 자신의 삶을 살라고 하면서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오늘처럼 음식을 만들어 네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음식이 너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하시면서 얼른 또 다른 접시를 내오셨다. 내가 갖고 있는 행복의 개념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던가. 나는 아직도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그 음식들이 아니면 맛을 잘 모른다.

(171)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고통이 크다. 그러나 내면의 포기가 주는 고통은 더 크다. 대시인의 시가 감동을 줄지라도, 자신이 쓴 시만큼 자기 삶의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는 시는 없다. 시를 써서 바람에 읽어 주면 바람이 머릿결을 쓰다듬어 줄 것이다. 겨울강에게 읽어 주면 강물이 얼음장 밑에서 화답할 것이다. 그러면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178)

결국 우리가 후회하는 것은 시도한 일보다 시도하지 않은 일들이다. 인생의 광물을 끝없이 캐내지 않은 광부에서 남는 것은 불만뿐이다. 행복 여부는 우리가 외부에 행사하는 통제력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시도에 달려 있다. 잘랄루딘 루미는 너는 자신이 문의 자물쇠라고 생각하지만 너야말로 그 자물쇠를 여는 열쇠이다.”라고 썼다. 자신이라는 열쇠로 어떤 자물쇠를 열려고 시도해 보았는가? 산골짜기 모래를 파헤쳐 사막을 만들려고 해 본 적이 있는가? 금을 발견하든 발견하지 못하든 쇳조각이라도 캐내 한번 깨물어 보는 것, 그것이 인생이 아니고 무엇인가?

(181)

내일(5 23)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이다. 정치인을 떠나 인간적으로 내가 좋아한 사람이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오래전, 그가 종로구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였다. 저녁 무렵이었는데, 선거 유세를 하기 위해 내가 사는 동네에 왔다. 그의 연설을 듣는 이는 선거 운동원을 제외하면 나를 포함해 서너 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그는 열정을 다해 말을 했고, 끝난 뒤 내가 인사를 하자 반가워하며 내 시집과 내가 번역한 <성자가 된 청소부>를 잘 읽었다고 말했다. 깨달음과 진리 추구는 결국 인간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라는 데 우리는 동의했다. 나에게 각인된 그의 인상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순수한 열혈청년의 모습이었다. 아름답고 정의로운 마음을 가진 그가 세상을 떠나고, 우리는 아직도 많은 문제들을 힘겹게 헤쳐 나가고 있다.

(202)

우리가 하려는 일에 대해 세상은 언제나 냐고 묻는다. 마치 자신들은 인생이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 것처럼. 인도를 가려고 하면 왜 위험한 그런 곳을 가려느냐고 묻는다. 핀란드에 오로라를 보러 가려고 하면 왜 자격증부처 따지 않느냐고 묻는다. 채식을 실천하려고 하면 채소에는 생명이 없느냐고 묻고, 무정부주의자라고 하면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 그런 질문들에는 일일이 답할 필요가 없다. 어떤 대답을 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이해시키느라 자신 안의 불을 다 태울 필요는 없다. 외롭고 쓸쓸할 때, 눈을 멀리 돌리고 산을 바라보라. 훨씬 더 외롭고 굳건한 산이 거기 말없이 있지 않은가.

(210)

어떤 사람

   - 레이첼 리먼 필드

이상한 일은 어떤 사람을 만나면

몹시 피곤해진다는 것.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음속 생각이 모두 움츠러들어

마른 잎처럼 바삭거린다는 것.

그러나 더 이상한 일은

또 다른 사람을 만나면

마음속 생각이 갑자기 환해져서

반듯불이처럼 빛나게 된다는 것

(230)

위험

- 엘리자베스 아펠

마침내 그날이 왔다

꽃을 피우는 위험보다

봉오리 속에

단단히 숨어 있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날이

(239)

(poem)의 그리스 어원은 창조하다(poiein)’이다. 시는 우리에게 너의 삶을 창조하라고 말한다. 삶에는 특별한 순간들이 있다. 비가 내리는 순간, 꽃이 피는 순간, 사랑과 고독의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 시는 그 특별한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8-08-02 0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류시화의 시집, 너무 좋아서 가슴이 설랬던 기억이 납니다. 눈물샘이 터진 기억도. 다시 시집을 집어 들어야겠는데...

류시화가 ‘이솝우화’ 신간 예약판매한다고 3천권에다 사인을 하면서 손가락이 아파서 혼났다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유명한 것과 무명한 것의 차이를 이야기하고...에밀리 디킨스는 굉장한 시인이지만, 그는 죽기전엔 무명의 시인이었다고.
만약 신이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너는 생전에 유명해지고 사후엔 무명해지길 원하느냐? 아니면 생전에는 무명하고, 사후엔 유명해지고 싶으냐?” “선택하라!” 고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까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류시화의 시를 읽으면 생각치도 못한 이런 생각을 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보이는 것과 그 반대의 이면을 들추어내서 그게 너무 좋습니다!
괜히 저도 류시화 필사하고 싶다는...

bookholic 2018-08-02 22:14   좋아요 1 | URL
시읽기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류시화님처럼 좋은 시를 선별해주고 그 시를 설명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류시화님은 좋은 시를 쓰시는 것뿐만 아니라
좋은 시를 잘 소개해 주시는 것 같아요...
류시화님의 산문도 참 좋구요~~
카알벨루치님, 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8월 되십시오~~ 고맙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08-02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좋은 시에 대한 설명이 오히려 더 시를 풍성하게 하는 듯 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