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와 함께한 수학 일기
알렉산더 즈본킨 지음, 박병하 옮김 / 양철북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육아서를 잘 안 읽잖아. 엄마가 아빠한테 가끔씩 육아서를 읽으라고 할 때는 아빠가 너무 좋아하는 책만 읽었나 싶기도 하더구나. 책에 있는 내용이 다 맞는 것도 아닌데, 꼭 육아서를 읽어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하면서 말이야. 아빠는 너희들과 함께 마음 가는 대로 놀고 싶은데 말이야. 그러다가 얼마 전에 읽은 조국 교수의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 소개된 책 한 권을 알게 되었어. 알렉산더 즈본킨이라는 러시아 사람이 쓴 <내 아이와 함께한 수학일기>. 조국 교수님이 소개한 육아서라면 믿을 만 할거야.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이란다.

지은이가 자신의 아이들과 그 친구들을 모아놓고 수학을 가르치면서 있었던 일을 적은 책인데, 그 아이들이 나이가 너희 또래와 비슷해서 책을 적당한 시기에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지은이 알렉산더 즈본킨. 이 사람은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어. 그는 자신과 아이들과 활동을 기록한 육아일기를 썼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니까 책으로 출간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대. 그리고 그는 아이들과 함께 한 수학 동아리를 통해 논문도 쓰고, 이 활동이 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졌다고 하는구나. 책날개에 보니, 당시 러시아에서는 그가 쓴 일기는 유아 수학 교육의 고전으로 불릴만하다는 극찬을 받았고, 그의 이런 동아리 활동에 영감을 받아 다른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실험을 하기도 했대. 지은이 자신도 교육적인 일에 하게 되고그 길로 전향을 해서 지금은 프랑스 보르도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교수로 있다고 하는구나. 이 책은 아이들이 다 크고 난 후 아이들의 당시 기억을 더하고, 지은이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서 출간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1.

너희들이 태어나기 전에 사실 아빠도 지은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어. 나중에 아이들이 생기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잘 가르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주기적으로 시간을 잡고, 너희들의 눈높이에 맞게 놀면서 공부하는, 그런 것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물론 지은이처럼 일기로 남길 생각까지 한 것은 아니고...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더구나. 생각이 실천으로 가기까지는 얼마나 먼 지 새삼 깨닫게 되었어. 그래서 지은이가 더욱 대단해 보이기도 해. 아빠는 평일에는 늦게 퇴근하기 일쑤고, 일찍 퇴근하는 날이 있어도 힘들다고, ",우리 각자 놀자" 이런 소리나 하고... 주말도 공부보다는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밖에 나갔다 오면 지치고... 너희들이 마법천자문을 좋아하면서 전에는 그래도 잠깐 한자 공부를 했었는데... 너희들이 아빠와 함께 하는 한자 공부를 즐거워 했는데.. 그 한자 공부를 한 지도 무척 오래되었구나. 지난 주말에도 너희가 한자 공부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빠가 피곤하다는 핑계로 다음에 하자고 했지.

요즘 우리 막둥이가 바둑 공부를 같이 하자고 해서, - 사실 아빠가 누군가에게 바둑을 가르쳐줄 실력이 못되잖아. - 어린이들을 위해 이세돌이 쓴 바둑책을 들고, 같이 하곤 했는데, 그것도 꾸준함을 잃어버렸지.. 생각해보니, 아빠가 좀 잘못했네^^ 그리고 1호는 좋아하는 학습만화 <놓지마 과학>을 보면서 같이 읽고 과학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한두 번 하고 말았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한번 해볼까? 이번에는 시간표를 짜서, 좀 꾸준하게... 일이 있어서 못하면, 보강하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2.

지은이 알렉산더 즈본킨은 1980년에 첫째 아이와 친구들을 대상으로 처음 수학동아리를 시작했고, 19813월부터 수학일기를 쓰기 시작했대. 처음 시작할 때 아이들의 나이가 만 4세에서 만 5세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그의 목적은 먼저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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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조금 이상하긴 해. , 어쩌겠는가, 내가 자꾸 말하는 걸 또 반복하자면 이렇다. “그래도 괜찮다. 이미 정해져 버린 진리를 알려주려고 내가 수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니고, 내가해야 할 건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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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고, 어린 아이들을 이해시키려고 하지만, 잘 안될 때 혼자 화를 삭히는 모습도 그대로 기록되어 있어. 논리적인 것에 대한 답을 물어볼 때, 아이들은 논리가 아닌 자신의 경험에 의해 답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이런 부분을 읽을 때면 아빠도 고개를 끄덕였단다. 어른의 사고방식과 기준으로 아이들을 판단하거나 생각하면 안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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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적음의 크기에 대한 정의도 그랬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했어. 누군가 많고 적음을 정확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그들이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면, 그들은 많고 적음에 대한 정의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거야. 예를 들고, 길고 짧음을 많고 적음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거야. 이렇게 지은이의 수학동아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뿐만 아니라, 하나 둘 아이들을 이해해 나가는 계기도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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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동아리에 참가하는 아이들이 4명이라서,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내성적인 아이는 논리적 사고를 잘하고, 외향적인 아이는 기하를 잘한다는 의견도 내놓았어.

...

 

3.

너희들 같은 어린이에게 수학을 가르치라고 하면, 보통 더하기 빼기가 전부라고 생각했어. 가끔씩 더하기 빼기 공부를 같이 했잖아.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왜 다른 분야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지은이는 어린 아이들에게 수학의 전반적인 분야를 다루었고, 그 수단으로는 게임이나 놀이를 이용했어. 집합, 확률, 조합, 순서도, 명제, 암호까지... 아빠도 지난 주말에는 이 책에서 확률에 관련 것을 너희들에게 해보라고 했어. 주사위 2개를 던졌을 때 두 주사위의 합이 어떤 게 많이 나오는지 해보는 거야. 1부터15까지 쓰고... 그래, 너희들도 몇 번 던지더니,, 1, 13, 14, 15는 나올 수가 없다면서.... 지우개로 지우려고 했잖아. 그리고 또 몇 번 굴리다가 12는 나오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이유까지 정확하게 설명을 하면서 주사위를 굴렸어. 가장 먼저 20번이 나오는 숫자가 어떤 거냐고... 한번 해보라고 했는데... 아빠는 당연히 7이 먼저 스무 번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7이 먼저 도달했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 10이 먼저 스무 번에 도달을 했어.... 대략 난감... 이론과 실전은 역시 다른가 보구나. 그래도 이 게임의 원리를 설명해주어야겠다고 했는데, 너희들이 모두 배고프다면서, 식탁으로 가버렸어... 나중에 다시 설명을 해주어야겠구나...

아빠는 혼자 남아서 가만히 생각해봤어. 7이 나올 확률은 6/36. 10이 나올 확률은 3/36. 주사위의 합이 10이 나오는 개수가 7이 나오는 개수보다 먼저 20개에 도달할 확률은 얼마나 되지? , 머리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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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확률에 대해서만 너희들과 함께 해보았는데, 너희들도 좋아하는구나. 이 책에 나온 다른 것들도 한번 해봐야겠구나. 너희들에게 확률이라는 지식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고, 호기심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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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방진 게임도 했다고 하는데... 마방진을 하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린 것 아닌가 싶은데.. 너희들에게도 한번 문제로 내봐야겠다... 너무 어려우면 가운데 들어가는 숫자는 힌트로 주어도 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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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를 설명하는데 그렇게 신기한 방법이 있는 줄 몰랐어. 우리집에 바둑돌로 해볼 수 있을 것 같더구나. 이것도 한번 너희들과 해봐야겠구나. 그러니까, 바둑돌 여러 개로 직사각형을 만들지 못하는 개수를 찾는 거야... 10개는 5개씩 2열을 만들면 직사각형을 만들 수 있고, 12개는 4개씩 3열을 만들면 되고, 15개는 5개씩 3열을 만들면 되지. 이런 숫자들은 소수가 아닌 거야. 하지만, 13이나 17 이런 건 정확하게 직사각형을 못 만들어. 바둑돌이 부족하거나 남게 되지. 이런 숫자들은 소수가 되는 거야.. 소수를 찾는 좋은 방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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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거듭될수록 난이도도 조금씩 올라가고아이들의 학습능력도 부쩍부쩍 늘었어. 두 배인 도형 만들기... 도형을 하나 그려 넣고, 그것에 각 변의 길이가 두 배인 닮음꼴 도형을 그리는 법, 이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꼭 기억해 두었다가 해봐야지... 그리고 15퍼즐도 아이들에게 해보라고 했어. 15퍼즐은 작은 퍼즐판인데 숫자가 1부터 15까지 써있는 정사각형이 있고, 칸은 16개가 있어서 그 안에서 그 정사각형 조각을 움직일 수 있는 거야. 그래서 숫자를 1부터 15까지 차례대로 정렬시키는 거.. 아빠도 어렸을 때 그거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숫자로 된 것도 있지만, 그림으로 된 것도 있었어.. 이 부분을 읽고, 이 퍼즐을 너희들에게 사주면 너희들이 재미있게 할 것 같은데...  그런데 이 퍼즐을 어디서 사지?

..

순서도에 대한 것도 그래.. 아빠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순서도를 처음 본 게 고등학교 때인 것 같은데 말이야. 그것을 애들한테 가르쳐 주는 게 가능할까? 그는 그 순서도를 통해서 아이들이 문제 해결하는 절차를 배우게도 하고, 나아가 설계도도 작성할 수 있게 했어. 그런 것을 보면서, 너희들을 비롯한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아빠와 같은 어른들이 너무 과소평가한 것은 아닌가 싶구나.

아빠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책에서 보고 너희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을 더 적어봐야겠구나. 스피로그래프란 것이 있어. 지름이 다른 톱니바퀴들에 작은 구멍을 넣고 거기에 연필을 넣고 큰 톱니 안에 작은 톱니를 굴리면 다양하고 재미있는 그림들이 나와. 아빠도 어렸을 때 이런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놀이를 스피로그래프라고 하는구나. 이것도 어디서 사고 싶은데, 어디서 사야 하지? 이 책을 통해 아빠가 잊고 있었던 옛 기억들도 떠오르게 되는 계기가 되어 좋구나.

 

4.

이 책에는 재미있는 퀴즈들도 많이 나왔어. 이 책에서 본 8x8 면적의 네모가 13x5 면적의 네모로 변하는 놀라운 문제이건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데, 그 비밀을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그 답이 있었단다. 아빠가 이 문제를 회사 사람들한테 내봤더니, 다들 신기해 하더구나.

그리고 21층에 사는 어린 아이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내려갈 때는 1층까지 내려가는데, 올라올 때는 18층까지만 올라오고 나머지 세 개 층은 걸어 올라온다. 왜 그럴까?

그리고 어떤 아이가 1층에서 5층까지 올라왔는데, 그만큼 다시 올라가면 몇 층일까?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10층이라고 할 텐데, 신중함을 키우는 문제가 아닐까 싶구나.

..

지은이의 아이들이 수학만 한 것은 아니래.. 이렇게 영어도 하고, 다른 놀이도 했었어. 사실 아빠도 예전에 공동육아라든가, 재능기부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것을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었어. 그래서 책소개를 보고 이 책을 더 보고 싶었고, 읽으면서 계속 공감을 했었던 것 같아. 그러나 경제활동과 아빠의 내성적인 성격. 그리고 주변 환경공동육아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책을 덮고, 아빠는 반성을 많이 했어. 공동육아는 둘째치고, 너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다는 반성. 너희들이 무엇인가 하자고 하면, 자꾸 다음으로 미룰 핑계를 대고 말이야. 이 책을 읽고 아빠가 다짐을 했어. 일 년 일 년이 금방 지나가는 것을 보면, 너희들이 곧 커서, 아빠를 찾지 않은 나이가 될 텐데, 지금이라도 열심히 너희들과 몸을 부딪혀 놀고 공부하고 그래야겠다고다시 한동안 하지 않았던 한자공부부터 다시 해 볼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기대하지 말고, 놀 듯 공부하듯 새로운 분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함께 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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