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김명시의 말에 늦잠을 자던 알료샤가 슬그머니 목을 빼고 바라보았다. 세 여자의 대화 속에 레닌이나 스탈린이란 단어만 나오면 잔뜩 긴장하던 알료샤였다. 하지만 고리키라는 이름이 나오면 슬며시 미소를 띠었다. 세 여자가 고리키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했다. 알료사뿐만이 아니었다. 혁명 소설가 고리키에 대한 러시아인의 특별한 사랑은 석류 알갱이처럼 붉고 투명한 연어알절임과 당근 빛깔이 나는 묽은 야채수프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인 것 같았다. 세 여자가 열차 식당칸에서 고리키 이야기를 하자 주변의 러시아인들도 알아듣고는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소련은 역시 레닌의 나라였다. 관공서 어디를 가도 1년 전에 사망한 레닌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150-151)

내가 보기엔 당신네 공산당도 오십보백보요. 나는 사서삼경도 못 읽는 촌부이지만 당신네들이 자유시에서 조선인 독립군을 수천 명이나 학살했다는 얘기를 들었소. 당신네들은 이번에 중국인 지주들을 때려죽이자는데, 아니 지금 우리가 못사는 게 정녕 그 사람들 때문이란 말이오? 오히려 반대가 아니오? 그 사람들 아니면 우리는 벌써 첫해에 굶어 죽었을 거요. 일본 놈들을 물리치자는 말까지는 알아듣겠지만 그 이상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소이다. 나는 자기네가 권력을 잡으면 다 될 것같이 떠드는 사람들 하나도 못 믿겠소이다. 어느 놈 할 것 없이 백성의 고통을 팔아서 권세를 누리려는 것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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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23-11-07 0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겠어요. 글귀가 인상적이네요.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bookholic 2023-11-07 20:54   좋아요 0 | URL
네.. 잘 모르고 있던 분을 새로 알게 된 점도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