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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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불편한 편의점>으로 유명한 김호연 작가의 SF 스릴러 소설 <파우스터>를 읽었단다. 책 제목을 보면 괴테의 <파우스트>가 곧바로 떠오른단다. 맞아. <파우스터>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해서 쓴 소설이야. 아빠는 <파우스트>라는 소설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읽어 보지 않았단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책에서 괴테와 <파우스트>를 소개해 주어서 단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모른단다. 괴테 나이 81살에 <파우스트>를 썼다는 것만 생각이 나는구나.

<파우스터>의 책소개에 보면 괴테의 <파우스트>에 대한 내용이 잠깐 언급되더구나.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파는 대신 젊은 육체와 쾌락을 선사 받은 늙은 학자 파우스트의 번뇌와 구원을 담은 작품이라고 했어. 영혼을 파고 젊음을 받은 내용이구나. 이 소설에서는 약간 비슷한 것 같구나. 젊음을 다시 사려고 하는 파우스트 같은 이들이 나오니까김호연 님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파우스터>는 술술 읽혀단다. 그냥 스릴러 소설이라고만 이야기해도 되는데,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SF 스릴러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앞에 SF를 붙인 이유는 머릿속에 연결체라는 장치를 넣어서 다른 사람의 뇌를 조정하는 내용이 나와서 그랬어. 자본주의 시대의 탐욕과 세대 갈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소설 <파우스터>.

그럼 지금부터 이야기해줄게. 가능한 짧게.^^


1.

주인공 박준석.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투수로 FA를 앞두고 있었어. 그는 FA가 되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단다. 그래서 FA를 앞둔 한 해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임했고, 결과도 좋았단다. 박준석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일찍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의 헌신적인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준석은 없었을 거라고 준석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었어. 앞으로 몸 건강을 유지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만 하면 그의 꿈은 이뤄지는 것이야.

그런데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하고 정신을 잃었다가 병원에서 눈을 떴는데, 최경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준석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당신의 머릿속에 연결체라는 것이 있다. 그 연결체를 통해 다른 사람이 당신을 조종하고 있다. 일부러 교통사고를 냈다. 미안하다. 교통사고를 일부러 낸 이유는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아야 준석의 머릿속 연결체가 멈춘다, 그 연결체가 멈춰야 그들이 우리의 대화를 엿듣지 못한다. 이 연결체를 머릿속에 심은 배후를 같이 잡자.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헛것을 들은 것인가.

최경은 자신의 아버지도 이 연결체 때문에 돌아가셨고, 준석의 옛 애인 지수도 이 연결체 때문에 죽었다고 했어. 아니, 이 여자가 준석의 애인 지수는 어떻게 아는 거지? 최경은 자신의 아버지는 지수의 연결체에 접속해서 지수의 머릿속을 해킹했다고 했어. 지금은 준석의 연결체가 멈췄기 때문에 그것을 가동하기 위해 그들은 어떤 핑계를 대고 준석에게 뇌수술을 받게 할 것이라고 했어. 그들은 누가인가? 먼 옛날 준석의 머릿속에 연결체를 넣어둔 사람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최경을 사라졌단다.

준석이 교통사고로 정신을 잃었었지만, 다행히 다른 곳은 크게 다지지 않았단다. 야구를 하는데도 큰 지장은 없었어. 그런데 진짜 최경의 말대로 의사는 뇌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뇌수술을 받았단다. 얼마 후 최경이 또 준석에게 나타나 이번에는 그들의 침입을 알 수 있는 장치를 주겠다고 했어. 며칠 동안 고민했던 준석은 최경과 함께 그들을 잡겠다고 마음 먹고 그 장치 설치를 허락했어. 정수리 부분의 가늘고 긴 침을 꽂았단다. 그리고 누군가 준석의 머리의 연결체에 접속을 하게 되면 정수리 부분이 뜨거워졌단다. 그렇게 준석은 누군가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을 알게 되었어.


2.

케빈은 미국 교포 3세로 메피스토 코리아 지부장이었단다. 메피스토라는 회사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서 따온 이름인 것을 알 수 있었어. 메피스토라는 회사를 잠깐 소개를 해줄게. 이 회사는 비밀리에 회원을 모집하는 비밀 회사야. 회원은 주로 돈 많은 노인들이란다. 돈은 많고 몸은 허약하지만 다시 젊음을 즐기고 싶은 욕망 가득한 늙은이들. 그들에게 젊음을 다시 되찾아주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이 메피스토란다. 회원이 거금, 보통 수십억을 내면 젊은 사람 몇몇을 후보로 보여주게 되고, 그 중에 회원이 한 명을 선택을 하면 선택당한 사람은 건강검진이나 수술을 받게 된단다. 그 사이에 그 사람의 머릿속에 연결체를 심게 되는 거야. 당사자는 그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자신의 머릿속에 연결체가 심어지는 것도 몰라. 그 회원은 파우스트가 되는 것은 연결체를 심은 젊은이는 파우스터가 되는 거란다.

그리고 파우스트 회원은 파우스팅 머신이라는 기계를 눈에 쓰게 되면 파우스터의 연결체에 접속이 되어 파우스터의 뇌를 정복하게 되고 파우스터가 보고 말하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함께 하게 되는 거야. 마치 자신이 그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게 돼. 젊음을 다시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지. 각 파우스트들은 파우스터가 어떤 사람이 되게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게 되는데 그 목표를 두고 파우스트들은 경쟁을 하게 된단다. 배팅액까지 걸고 경쟁을 했단다.

박준석의 파우스트는 이태근이라는 하는 사람이었어. 10여년 전부터 준석을 조정했고, 이태근의 목표는 준석을 메이저리그에 진출시키는 것이었단다. 이게 그 목표가 거의 눈앞에 와 있는 것이지. 다른 경쟁자들의 파우스터들이 사고나 치고 폐인이 되기 일쑤인데 준석은 차근차근 이태근의 목표에 다가서고 있었단다. 그러니 이태근은 메피스토 코리아 내에서 최고의 파우스트로 인정을 받고 있었어. 다만 이제는 나이가 많아서 준석을 접속하는 것은 주로 준석이 선발 등판하는 날만 접속을 한단다.

최근 새로 들어온 회원으로 백남선이라는 할머니가 있는데 사채업으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번 사람이란다. 백남선은 차은민이라는 가난한 미술학도를 파우스터로 선택했단다. 백남선은 차은민의 주변인들에게 돈을 써서 차은민이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게 한단다. 차은민은 그런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미술에 전념하게 되게 된단다.


3.

최경과 준석은 몰래 만나면서 배후의 세력들을 찾아냈단다. 준석은 자신의 주변인물들 중에서 의심 가는 사람들을 조사하고, 그들은 배후에 황지용 교수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어. 최경은 부자 오빠의 인맥을 통해 황지용 교수와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되는데, 황지용 교수는 사전에 눈치를 채고 그 자리에 이태근도 몰래 초대했단다. 최경은 이태근의 수하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죽고 말았단다. 박준석과 함께 힘을 모아 끝내는 배후 세력을 처단할 것이라 생각했던 최경이 이렇게 소설의 중간 부분에 죽다니, 예상치 못한 전개구나. 최경도 사실 경호원 임실장을 데리고 갔었는데 임실장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단다. 임실장도 죽고 말았어.

이제 준석이 혼자 맞서야 하는 상황이었어. 파우스트였던 최경의 아버지가 남긴 공책에 메피스토의 실체가 다 기록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기억났어. 하지만 그것이 어디에 있는 줄 몰랐단다. 준석은 혼자 추적을 하다 보니 모든 것이 쉽지 않았지만, 백남선의 파우스터 차은민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최경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박준석은 차은민에게 접근했단다. 그리고 차은민에게 파우스터의 진실을 이야기해줬어. 차은민 또한 박준석이 처음 느낀 것처럼 멘붕이 왔지. 이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단다.

박준석 역시 이태근의 몰락을 위해 노력을 하는데오늘은 결말은 이야기하지 않을게. 이태근의 몰락은 약간은 예상했던 반전으로 몰락하게 되었다는 것만 이야기해야겠다. 이 소설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술술 읽히면서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했단다. 지은이 김호연 님이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하셔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어.

그런데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단다. 첫째는 그냥 연결체를 빼서 버리면 안되었나 하는 생각이야. 박준석 정도면 몰래 외국으로 도망을 가서 그걸 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야. 멤피스토에서 추적을 해올 수도 있겠지만, 충분이 그들을 빼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사전에 준비만 잘 한다면 연결체를 빼는 것은 짧은 시간에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

두번째 아쉬움 점은 이런 내용상의 아쉬움이 아니라, 지은이의 실수가 아쉬웠단다. 박준석이 선발 등판에서 퍼펙트를 한 경기가 있어. 야구에서 퍼펙트는 한 이닝에 세 사람만 모두 아웃으로 처리해서 9 이닝 동안 한 명도 1루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어마무시한 기록이란다. 그러므로 9이닝동안 27타석(각 선수별로 3타석씩)으로 끝나게 된단다. 9이닝의 마지막 타자는 9번 타자가 된단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퍼펙트 게임의 마지막 타자로 4번 타자가 등장한단다. 극적인 요소로 쓰려고 그런 것 같은데 퍼펙트 게임의 마지막 타자가 4번 타자인 것은 너무 큰 실수인 것 같더구나. 아무튼 이 두 가지 아쉬움을 빼면 괜찮은 스토리 라인에 자본주의 탐욕과 세대 갈등을 소설로 잘 엮은 것 같았단다. 김호연 님의 작가들의 소설들을 앞으로도 가끔씩 눈 여겨 봐야겠구나.

, 그럼 오늘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마운드는 투수의 무덤이다.

책의 끝 문장: 준석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맥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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