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이 모퉁이에는 이상한 사람들, 즉 몽상가들이 살고 있습니다. 몽상가, 좀 더 자세히 정의하자면 그는 인간이 아니라, 그러니까 이를 테면 무슨 중성적인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대체로 다른 사람이 근접할 수 없는 구석에 정착합니다. 마치 한낮의 햇빛까지도 피하려는 듯이 그 속으로 기어드는 거죠. 그리고 일단 자신의 안식처에 숨어들면 달팽이처럼 아예 자기 구멍에 찰싹 들러붙습니다. 적어도 이 점에서 그는 생물이자 동시에 집이기도 한 저 흥미로운 동물, 거북이라 불리는 것과 유사하죠.

 

(57)

세월이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가! 그리고 또다시 묻습니다. 그래, 너는 이 세월 동안 무엇을 했는가? 너의 황금 같은 세월을 어디다 묻어 버렸는가? 살아 있었던 거냐 아니냐? 그런 다음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조심하라고, 세상은 점점 냉혹해지고 있어. 몇 년 더 지나면 또 우울한 고독이 뒤따를 거야. 목발을 짚고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는 노년이 찾아오겠지. 그리고 그 뒤에는 우수와 권태가 뒤따를 거야. 너의 환상 세계도 빛을 잃겠지, 그리고 꿈은 시들어 낙엽처럼 떨어지고 마침내 사라져 버리겠지…… , 나쓰쩬까! 혼자, 전적으로 혼자 남는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겠지요. 심지어 아쉬워할 것조차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잃어버린 모든 것도, 지금의 모든 것도,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어리석고 동그란 원, 그저 한낱 꿈이었으니까요!

 

(115)

그러니까 나쓰쩬까, 너는 내가 모욕의 응어리를 쌓아 두리라 생각하는가! 내가 너의 화사하고 평화스러운 행복에 어두운 구름을 드리우게 할 것 같은가, 너를 신랄하게 비난하여 너의 심장에 우수의 칼을 꽂을 것 같은가, 너의 가슴이 비밀스러운 가책으로 고통받고 행복의 순간에도 우울하게 고동치도록 만들 것 같은가, 네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제대(祭臺)를 향해 걸어갈 때 너의 검은 고수머리에 꽂힌 저 부드러운 꽃 중에 단 한 송이라도 나로 인해 구겨져 버리게 할 것 같은가…… , 천만에, 천만에! 너의 하늘이 청명하기를, 너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밝고 평화롭기를, 행복과 기쁨과 순간에 축복이 너와 함께하기를! 너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어느 외로운 가슴에 행복과 기쁨을 주었으니까!

, 하느님! 한순간 동안이나마 지속되었던 지극한 행복이여! 인간의 일생이 그것이면 족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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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04-04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야!! 너무 좋아요^^

bookholic 2022-04-05 00:02   좋아요 1 | URL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