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3
이규정 지음 / 산지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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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사할린> 마지막 3권의 이야기를 할 차례구나. 이 소설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지은이 이규정 님이 오랜 시간 동안 취재를 하고 쓰신 것이니까 때문에 등장 인물의 이름은 허구일 수 있지만, 그 인물들의 삶은 실제란다. 소설에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그 사람들의 인생이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사람들의 인생이 모두 실제로 그러했다는 생각을 하니, 참 안타깝더구나. 강제로 끌려간 사할린 땅에서, 조국이 해방이 되어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어쩔 수 없이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 하긴 하지만, 가슴 속에 얼마나 많은 한()이 맺혀 있을까.

….

세월이 흘러 1960년대에 들어섰어. 이제 누구나 사할린은 소련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냉전 시대 소련과 우리나라는 왕래가 어려운 사이였어. 사할린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것은 이젠 더 어려워졌어. 우리나라 정부에서 신경이라도 쓰면 모를까, 외면하고 있으니 더욱 힘들었지. 사할린의 우리 동포들은 예전부터 각자 도생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가 보구나.

남아 있는 이들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갔어. 그들의 아이들, 그러니까 사할린 동포 2세들은 우리말보다 러시아 말을 더 잘했어. 그곳에서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겠지. 어떤 아이들은 공부를 잘해서 사할린을 떠나 러시아 본토로 공부하러 가기도 했어. 이젠 한국 사람이 아닌 사할린 사람으로 러시아 사람으로 살아갔단다. 그래도 자기 자식들은 같은 한국 사람과 결혼해주길 바랬는데, 사랑에 국경이 있는가, 러시아 사람들과 결혼하는 2세들도 있었단다.


1.

이문근은 사할린에 있는 동포들 중에 몇 안 되는 지식인이었단다. 그래서 동포들이 상의할 일이 있거나 어려움에 빠졌을 때 이문근을 찾아왔단다. 이문근은 그곳에서 우리 동포들의 정신적 지도자가 되었어. 아내 최숙경을 찾아 해방이 되고 나서 사할린에 온 이문근. 최숙경은 이미 사할린을 떠나고, 이문근은 사할린에서 발이 묶이고이후 최숙경에 대한 소식을 듣지도 못한 채, 세월만 하염없이 흘러가고

어느덧 1980년대에 들어섰고, 이문근도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단다. 1988년에는 남한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소식도 들려왔어. 이런 일을 계기로 남한과 왕래가 가능해진다면 고향에 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이들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이젠 그들이 사할린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고향을 가더라도 다시 사할린으로 돌아와야겠지..

사할린 사람들은 그 동안 꾸준하게 고국으로 편지를 보냈단다. 하지만 그 편지들이 제대로 고국으로 오기는 쉽지 않았어. 앞서 이야기했지만, 소련과 남한은 사이가 좋지 않아 편지도 쉽게 오갈 수 없었거든. 그런데 오랜 시간을 걸친 편지들이 하나 둘 고향 땅에 도착하기 시작했단다. 사할린에 살고 있는 정상봉이 보낸 편지가 동생 정상규에게 도착을 했고, 최해술이 보낸 편지는 뒤늦게 그의 그의 아들 최상표에게 도착했고, 이문근이 보낸 편지도 결국 조카 이철환에게 도착했단다.

편지를 받은 이들은 반가운 마음에 답장을 해주었어. 이문근도 이철환의 답방을 받았단다. 조카인줄 알았던 이철환이 자신의 양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최숙경이 끝내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 하지만 최숙경은 이문근이 죽은 줄 알고 피폐한 삶을 살다가 일찍 죽었다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었어.

이 얼마나 슬프고도 허망한 소식이었을까. 희망이라는 것이 이렇게 삶의 끈과 관련이 있던 것이란다. 최숙경은 이문근이 죽었다고 알고 있어 희망을 잃고 일찍 삶을 마감하고, 이문근은 언젠가 최숙경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하나 때문에 살아있었고 말이야. 최숙경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문근은 1여 년 뒤 병으로 그만 죽고 말았단다. 때는 1991년이었어. 안타깝게도 그 당시 대한민국에서는 사할린의 가족을 둔 대한민국 국민들의 사할린 방문이 준비 중이었단다. 최숙경은 만나지 못해도, 이철환은 만나 볼 수 있었을 텐데


2.

이철환은 이문근과 소식이 닿은 이후, 이문근이 죽은 줄 모르고 사할린 이산가족모임에 가입하여 사할린 방문을 준비했단다. 이철환, 최상필, 김종규 등은 모두 2차에 가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1991 5 22일 드디어 사할린으로 향했단다. 소설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얼마나 감개무량했을까. 당시 사할린은 소련의 땅이고 소련에 개방의 바람이 들어오긴 했지만, 자유가 통제되던 사회주의국가였단다. 사할린에 도착한 이들은 그런 제한에 낯설고 낙후된 시설에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가족들을 만난다는 희망 하나로 기쁘고 들떴단다. 이철환처럼 안타깝게 만나려고 했던 가족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들도 있었지만그래도 사할린에서 지낸 가족들의 흔적과 그를 기억하는 다른 사할린 동포들과 만남을 통해 아쉬움을 털 수 있었단다. 이철환은 이문근이 남긴 일기장과 유품을 통해 이문근을 만났단다.

소설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단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아빠도 사할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끌려가서 돌아오지 못한 사실을 알지 못했단다. 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보다 지금은 또 한 세대 이상 흘렀으니, 그 후손들은 러시아 사람들이 다 되었지만, 그 와중에 많은 이들은 아직도 우리말을 하고 우리 풍속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 같구나. 그들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오늘 편지는 이만 마치련다.


PS:

책의 첫 문장: 1975 5월 얼어붙었던 대지가 풀리고 수목에는 나뭇잎이 파릇파릇 돋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비행기는 망망대해의 바다 위를 전속력으로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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