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자네한테는 적이 끊이지 않을 테니까. 복수의 여신들이 가련한 오레스테스를 늘 따라다녔듯, 질투가 자네를
늘 따라다닐걸. 질투 혹은 선망, 뭐가 됐든 남이 가진 것을
탐하는 마음. 누군가는 자네의 아름다운 용모를 선망할 것이고, 누군가는
체력을, 누군가는 훤칠한 키를, 누군가는 출생을, 누군가는 지력을 탐내겠지. 자네가 더 높이 오를수록 질투도 더 커질
거야. 자네는 어디서나 적에 둘러싸이고 친구는 없겠지. 남자건
여자건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될 거야.”
카이사르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 말을 들었다.
(219-220)
“내 뜻을 오해하는군. 나는
지금 현실적인 공직이 아닌 야망에 대해 얘기하고 있네. 카이사르 자네는 스스로 완벽하길 원해. 자네를 불완전하게 만들 일은 어느 무엇도 일어나선 안 돼. 자네는
지금 그 소문이 부당해서 신경을 쓰는 게 아니야. 자네가 괴로운 건 그 소문이 자네의 완벽함을 손상시키기
때문이야. 적절한 시기에 모든 면에서 모든 방식으로, 완벽한
명예, 완벽한 출세, 완벽한 전력, 완벽한 명성. 그리고 자네가 스스로에게 완벽을 요구하듯 자네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완벽을 요구할 거야. 완벽에서 벗어난 자는 사정없이 내치겠지. 생득권에 대한 내 집착이 날 갉아먹었듯, 완벽함에 대한 집착이 자네를
갉아먹을 거야.”
(291)
“당신 타고난 성격대로 해요. 그냥
붙잡고 해치워버려요.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신경쓰며 머뭇거리다간 상황이 제멋대로 돌아가기 일쑤예요. 그러니까 고민하지 말아요. 남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도 걱정하지 말고요. 그러다 일을 그르쳐요.”
(315-316)
두려워. 너무 두려워! 죽는
게 이렇게 두려울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어. 이건 숙명이야. 피할
수 없어. 곧 있으면 끝난다. 그리고 나는 다시는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못하겠지. 나는 아무도 아니게 된다. 무(無). 그 운명에는 고통이 없다. 꿈조차
꾸지 않는 무지(無智)의 운명. 영원한 잠. 왕관 대신 놀라의 풀잎관을 쓴 로마의 왕이었던 나,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는 사람들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게 된다. 그것이
유일한 불멸의 길이다. 살아 있는 자들의 세상에서 기억되는 것. 나는
회고록을 거의 마쳤어. 다 쓰지 못한 분량은 겨우 한 권 정도다. 그
정도면 미래의 역사가들이 나에 대해 판단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가이우스 마리우스를 영원히 죽이고도
남지.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회고록을 쓰지 못하고 죽었어. 나는
썼어. 그러니 내가 이길 거야. 내가 이겼어! 지금까지 내가 거둔 모든 승리 중에 가이우스 마리우스에 대한 승리가 내겐 가장 중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