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교수의 의학세계사 - 주술사부타 AI 의사까지, 세계사의 지형을 바꾼 의학의 결정적 장면들!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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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서민 교수의 책 중에 아빠가 가장 먼저 읽은 것은 <기생충 열전>이라는 책이란다. 신선한 충격의 도가니였어.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주위에 선물도 하고 그랬지. 그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그 이후에 서민 교수의 책들을 몇 권 더 찾아서 읽고, 신간이 나오면 관심 있게 살펴 보았단다. 그런데 <기생충 열전>만한 책을 만나지 못했어. 첫 번째 책이 너무 좋아서 그 이후 기대치가 너무 상승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서민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기생충 관련된 책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의 책들을 많이 쓰신단다. 이번에 아빠가 읽은 책은 서민 교수 자신의 전공 분야와 가까운 주제를 다룬 책이란다.

<서민 교수의 의학세계사> 그러니까 의학 관련된 역사를 다루는 책이야. 서민 교수가 아니고 다른 의학 교수가 의학세계사를 썼다면, 읽어볼 마음이나 가졌겠니. 서민 교수가 썼다고 하니 쉽고 재미있게 썼겠지, 하고 책을 들었단다. 의학세계사라고 하는 다소 쉽지 않은 주제였지만, 서민 교수답게 글을 쓴 것 같구나. 일단 읽기 편해서 좋았단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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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991년 알프스 산을 오르던 독일인 부부가 얼음 속에서 엎드려 있던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냉동된 덕분에 시체는 잘 보존되어 있었다. 처음에 경찰은 이 사람이 혹시 실종됐다던 학교 선생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이상한 점이 많았다. 시체에 도끼며 화살 같은 것들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학자들은 그가 기원전 3400년경에 죽은 신석기시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발견된 곳이 외치계곡이어서 이름을 외치라고 했다. 얼음에 갇혀 있었는지라 아이스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5000년 전 인간이 원형 그대로 보존됐다니, 한바탕 난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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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얼음 속에서 발견된 5000년 전의 인간 외치. 얼음 속에 있는 외치의 시신은 온전치 보전되어 있었단다. 그의 몸에 여러 곳에 문신이 새겨져 있었어. 그런데 문신이 있던 곳을 보니 그가 병을 앓고 있던 부분과 같았대. 그래서 그 시절에는 문신이 치료의 한 방법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는구나. 이 책은 이 외치라는 신석기시대의 인물이 시간을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심장병을 고칠 수 있는 의료기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단다.

그러면서 의학에 있어서 굵직굵직한 사건과 위대한 발견들, 유명한 의사나 의학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세계를 뒤흔든 병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단다. 유명한 의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아무래도 가장 먼저 히포크라테스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아직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있잖니. 그를 의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처음으로 의학을 과학으로 만든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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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2)

그를 의학의 아버지라 부르는 이유가 선서 때문만은 아니다. 히포크라테스 이전의 의학은 주술적인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질병=신이 내린 징벌로 여기던 시대였으니, 마법사가 병을 치료한다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니다.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기원전 377?)는 모든 질병에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환자의 소변을 맛보기도 하고, 폐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보기도 했으며, 환자가 호흡하는 모습과 안색 등을 살피기도 했다.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고 제거해야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점에서, 히포크라테스야말로 의학을 과학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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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 히포크라테스가 있다면 로마에서는 갈레노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지만, 의사들한테는 아주 유명한 사람으로 오늘날까지 가장 많이 인용된 의사라고 하는구나. 이븐 시나를 비롯하여 이슬람 지역의 오래 전 의사들도 소개해 주었어.

기독교가 장악한 중세시대에는 의학도 많이 발전하지 못했고, 중세를 거쳐 천연두 백신을 만들어낸 제너에 관한 이야기도 주었단다. 소젖을 짜는 여인들이 우연이 우두에 걸린 소와 접촉을 했는데, 그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제너가 우두를 이용하여 천연두를 걸리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대. 그래서 만든 것이 천연두 백신이었어. 인류 역사 최초의 백신이었어. 이후 천연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병에 대한 백신 연구가 이루어졌고, 오늘날까지 이어졌단다. 옛날에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 아가들이 죽는 경우가 많았는데, 백신이 발명된 이후에는 백신으로 예상접종을 하게 되어 영아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영국의 채드웍과 존 스노라는 사람이 있었어. 전염병이 물을 통해서 전파된다는 것을 깨닫고 물 관리를 국가에서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공중보건의 중요성을 각성하게 한 사람들로 인류 건강에 기여를 한 사람들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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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169)

콜레라뿐 아니라 나쁜 대장균, 장티푸스, A형 간염, 소아마비 등 수많은 질병이 물을 통해 전파된다. 가난한 나라들에서 이런 질병들이 쉽게 유행하고, 사망자도 많이 나오는 이유도 상하수도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이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늘 안전한 건 아니다. 1993년 미국 밀워키에서 발생한 와포자충이라는 기생충 질환은 40만 명의 감염자를 낳았고, 그중 69명이 죽었다. 이 사태의 원인은 밀워키에 물을 공급하던 물탱크 둘 중 하나가 오염된 탓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물 관리야말로 국가가 신경 써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법적 토대를 마련한 채드웍도 큰일을 했지만, 집집마다 다니면서 콜레라 역학조사를 했던 존 스노가 아니었다면 인류는 훨씬 더 큰 희생을 치렀어야 했으리라. 그가 공중보건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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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사람만 더 소개해 주어야겠구나. X선을 발견한 뢴트겐이라는 사람이야. 그가 1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사람으로 이름은 알고 있었어. 어렸을 때 어린이 백과사전 같은 데서 처음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구나. 그런데 그의 인성이 그리 훌륭했던 사람인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구나. 너희들에게 그의 그의 인성을 배웠음 하구나. 노벨 물리학상으로 받은 상금을 과학발전과 장학금을 위해 기부했을 뿐만 아니라, X선에 대한 특허 소유도 거절을 했다는구나. 자신은 자연에 있는 X선을 발견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이야. 참 멋진 사람이로구나. 너희들을 위한 뢴트겐에 관한 학습 만화나 위인전을 한번 찾아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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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1901년 뢴트겐은 엑스선의 발견으로 제1회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상금을 뷔르츠부르크대에 과학 발전과 장학금을 위한 기금으로 기부했다. 이후에도 뢴트겐에게 엑스선으로 특허를 내자는 독일 기업의 제안도 거절했다. 엑스선은 자신이 발명한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이니 모든 인류가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허라는 제약이 사라지자 누구나 자유롭게 엑스선에 관해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엑스선 관련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이 2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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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계를 뒤흔든 질병들도 많단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흑사병이구나. 이 책에서 흑사병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아주 무서운 병이야. 세계 인구의 1/3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병. 중세시대 이 흑사병이 널리 퍼졌을 때, 약을 써도 잘 듣지 않으니까, 가톨릭 사제들의 기도로 병을 낫게 하려고 했지만, 사제들의 사망률이 일반 사람들보다 더 높았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이 흑사병으로 인해 가톨릭을 비롯한의 신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대. 흑사병에 대처를 하면서 인류는 의학에 발전도 이루였다고 하는구나. 방역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고, 전염병에 퍼지지 않도록 사람들을 일정기간 격리시키는 검역도 시작하기 시작했다는구나.

인류의 역사가 이어지면서, 난치병과 불치병을 하나씩 정복해 나가게 되었어. 그렇게 오늘날 일부 국가에서는 기대수명이 90살이 넘기도 했대. 하지만, 여전히 정복하지 못한 병이 있으니 암이라는 병이란다. 우리 몸 어디서든 암세포는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암은 아직 정복하지 못했대. 어떤 썰에 의하면 암 진료가 의사들의 가장 큰 돈벌이라서, 일부러 암을 정복하지 않았다는 음모론도 있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했겠냐. 아무튼 미국 정부가 몇 십 년 동안 돈을 쏟아 부었지만 암에 대한 큰 성과는 없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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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루니의 예상과 달리 과학자들은 암과의 전쟁에서 참패했다. 1971년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미국 정부는 220조 원을 쏟아부으며 암 연구를 독려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에서 암으로 죽은 사람은 56만 명으로, 1971년보다 오히려 23만 명이 늘었다. 암과 싸우던 과학자들이 패배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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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푸른곰팡이로부터 얻은 페니실린이라는 최초의 항생제. 아빠는 이것이 얼마나 위대한 발견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잘 몰랐단다. 영국 문화원에서 전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난 80년간 세계를 바꾼 사건을 조사했는데, 거기서 페니실린이 2등을 했다는구나. . 아빠는 페니실린이 지난 80년 안에 발견되었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었고, 그것이 세계를 바꿀만한 대단한 발견이라는 것도 잘 모르는데, 온 세상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더욱 놀랍더구나. 설문 조사를 한 전세계 1만 명이 아빠처럼 평범한 보통 사람 맞나? 혹시 의사들을 상대로 한 조사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아무튼 페니실린은 그렇게 위대한 발견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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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페니실린의 등장과 함께 인류의 평균수명은 1950년대 50대에서 현재 80대 이상으로 늘었다. 혹자는 페니실린이 없었다면 현재 인구 수가 절반 이하일 거라고도 말한다. 페니실린의 위력은 다음에서 알 수 있다. 영국문화원이 전 세계 1만 명을 대상으로 최근 80년간 세계를 바꾼 사건을 뽑아달라고 요청했는데, 1위는 ‘www’, 2위가 바로 페니실린 대량생산이었다. PC 보급, 원폭 투하, 소련 붕괴보다도 앞선 순위라니, 놀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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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위대한 발견이 여러 개의 우연들이 만났다는 점이야. 누구간의 실수, 우연히 서늘한 여름 날씨 등 여러 개의 우연이 만나 발견된 페니실린. 페니실린이 발견된 이야기도 재미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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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곰팡이에 의해 성장이 억제된 그 세균은 상처만 났다면 잽싸게 달려와 인명을 살상하던 포도상구균이었으니, 그 물질이 분리돼 약으로 만들어진다면 당시 40대 언저리에 머물던 인류의 평균수명을 20년쯤 늘려줄 터였다. 그러니 플레밍은 인류의 운명을 뒤바꿀 엄청난 발견을 한 셈이었다. 여기에는 운도 따랐다. 푸른곰팡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곰팡이가 아니다. 그런데 아래층에 있던 동료 과학자가 푸른곰팡이를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창문을 통해 날아와 플레밍이 키우던 세균의 배양접시로 들어간 것이다. 여기엔 배양접시를 배양기에 넣어두지 않고 휴가를 가버린 플레밍의 부주의도 한몫을 했다. 또다른 행운은 푸른곰팡이는 원래 낮은 온도에서 자라는데, 그해 여름 런던의 날씨가 그다지 덥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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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미래의 의학은 또 어떤 역사를 써나갈까? 인간 평균 수명 100세 시대는 정말 올 것인가? 암도 정복할 수 있을까? 요즘 AI가 여기저기 많이 활용되고 미래에는 여러 직업군을 대체한다고들 하는데, 의사도 AI로 대체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병을 진단하는데 있어 컴퓨터보다 사람이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고 하는구나. AI의 진단이 좀더 정확해지고, 인간적인 기능 그러니까 친절함 같은 것까지 탑재하게 된다면, 불친절한 의사들은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친절한 의사들도 많지만, 불친절한 의사와 간호사들도 있으니까 말이야. 병원에 갔다가 불친절한 의사와 간호사로 인해 기분이 확 상해서 병원문을 나설 때, 빨리 AI로 대체되어야 해.. 이런 생각을 하곤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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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중국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계가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일 확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새로운 병이 생겨나는구나. 이 새로운 병으로 인해 중국에서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부디 빨리 치료제가 만들어져서 더 이상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어느 분이 묻습니다. “왜 역사를 배워야 하죠?”

책의 끝 문장 :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1930년대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하기 전까지, 인간은 장미 가시에 찔리기만 해도 일가친척을 불러 유언을 전해야 했습니다. 사소한 상처로 인해 감염이 발생하면 사망으로 이어졌던 것이죠. 페니실린으로 시작해 각종 항생제들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아마 근교 지역에서 흔히 열리는 장미축제에 가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유명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사인이 바로 장미 가시에 찔려서 발생한 감염이었으니까요. - P6

이븐 시나는 뛰어난 의학자이기도 했지만, 그의 지식은 철학과 논리학, 종교학, 형이상학까지 뻗어 있었다. 때문에 그를 아리스토텔레스와 비교하기도 한다. ‘그게 말이 되느냐’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가 이슬람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 P96

신항록 개척시대 이후 인류의 기호품으로 소비되어온 담배와 건강의 상관관계가 밝혀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다국적 담배회사는 과학자들과 비밀리에 계약을 맺었고, 과학자들은 담배가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숨겼다. 1963년에 이미 흡연이 암을 유발하고 니코틴이 중독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면, 담배회사는 1990년대까지도 이를 부인했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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