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경제가 압축 성장을 하면서 앞다투어 재벌들이 생겨나고, 그
아까운 돈을 막대한 상속세 피해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 값비싼 명화들이었다. 그림은
부동산이 아니라 동산이기 때문에 세금 추적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림은 현찰에 비해서 간수하기가
너무나 간편했다. 국제적인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명화들은
500~600억짜리가 수두룩한데, 그 돈을 5만
원짜리 현찰로 물려주려면 그 부피가 어떨 것인가. 그런데 그림은 달랑
1개일 뿐이었다.
(49)
국가는 그동안 출산 장려를 위해서 10조가 훨씬 넘는 돈을 썼다고
발표하고 있는데, 출산율은 1.9명에서 해마다 줄어 1.05명에 이르러 있었다. 그 여실한 통계는 담당 공무원이 얼마나
‘헛돈 퍼대기 잔치’를 신바람 나게 벌였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역효과에 대해서 책임지는 공무원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출산 장려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었다. 10조가 넘는 그 엄청난 국민
세금을 헛쓰고도 공무원은 책임지지 않고, 국민들은 따지지 않고, 참
좋은 나라가 아닐 수 없었다. 어느 사회학자는 ‘민족 소멸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우려했지만, 김혜온 같은 신유행족들은
갈수록 늘어날 기미가 눙후했다.
(192-193)
“예, 지금 한국이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혀 규제가 안되는 재벌들의 횡포인데, 재벌들의 온갖 횡포가 계속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고 있고, 직접 당하기도 하면서도 왜 국민들이 대대적인 불매운동 한번 벌이지 않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오히려 그런 대기업에 서로 먼저 취직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사교육이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구상에 이런 이상스러운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또 가끔 정치투쟁을 일으켜 성공시키기도 한다. 이 난해함은
피카소 그림보다 더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런 식에요.”
(208)
장우진은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 같은 게 없느냐’고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그건 한국 국회의 망신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그런 국회의원들이 활개 치는 나라에서 사는 국민이라는 것이 창피스러웠기 때문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만 누리는 것이 아니었다. 국정감사권으로 관여 분야가 20~30군데씩이나 많아 직권 남용을 무한대로 저지를 수 있었고, 각종
관공서를 무제한으로 출입하면서 도열 영접까지 받아가며 음성적 이권 행위를 얼마든지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212~213)
“비결? 비결은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약간씩 있을 뿐 서유럽 여러 나라들의 정치 상황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 나라들이 오늘날과 같이 되는 지난 400여 년에 걸친 노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시민들의 자각과 노력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 자각과 노력이란 다름 아닌 시민들의 직접적인 감시와 감독을 말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권력은 감시와 감독 그리고 견제가 없으면 반드리 횡포하고 부패하고 타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고, 또 인간의 속성입니다. 그 좋은 증거가 봉건시대의
절대왕정들입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란 시민들이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조화시켜 창조해 낸 화초이고, 그 화초는 철저한 감시와 감독을 하지 않고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없는 것입니다. 서유럽 여러 나라의 시민들은 서로서로 보고 배우며 그 감시와 감옥 조직을 철저하게 가동시켜 오늘날의 민주정치의
꽃을 피워낸 것입니다.
(214~215)
“민주국가 국민에게는 국가에 대한 의무와 권리가 동시에 주어져 있습니다. 국가 또한 국민에 대해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국법을 준수하는 것은 의무이고, 국민이 위임한 모든 권력을 철저하게 감시 감독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입니다. 그 권리 행사는 바로 시민단체를 통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민단체
수만 봐도 한국인들은 국민으로 직무 유기를 너무 크게 저지르고 있습니다. 한국 인구가 대략 5천여만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그 많은 인구에 비해 활발히 활동하는
시민단체 수가 몇십 개에 불과하다니,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민주주의를
포기해 버린 국민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의 감시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권력자들은
그 순간 광야의 포식자 하이에나로 돌변하게 됩니다. 그건 권력자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권력 자체의 속성이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국민이 감시 감독을 소홀히 하는 직무 유기를 저지르는 것은 모든 권력자들에게 맘대로
직무 유기를 저지르라고 기회를 주고 허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국민이 저지르는 가장 큰
어리석음과 망상은 정치인들이 자기네가 원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주리라고 믿고 방심하는 것입니다. 결론은
이것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심장이 뛰듯이 살아 움직이지 않고서는 그 사회와 국가는 병들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는
시들어 꽃을 피울 수 없다는 것은 절대 불변의 사실입니다.”
(283)
이태복 : 그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정유 4사를 몬스터(괴물), 그로테스트(grotesque)하다고 합니다. 괴기하다고 표현해야지요. 정부가 그렇게 힘이 없느냐, 왜 정부가 정유사들의 엄청난 폭리를
보장해 주고 있으냐는 겁니다. 정유사들의 탈세와 각종 비리가 심각한데 어떻게 한국과 같은 지식 수준이
갖추어진 나라에서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못내 궁금해하고, 또 이상스럽게 생각합니다.
(309)
이태복 : 그렇습니다. 우리는
국민석유의 공모가 성공하면 바로 바이오디젤 30퍼센트 혼합을 주장하고 환경 기준을 강화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에 플라스마 토치를 진입부와 배기 부분에 설치해서 석탄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80~90퍼센트를 제거하자, 또 오염 발생 제조업제의 감독 강화, 그리고 재생에너지, 태양광 등 에너지 정책 전환 캠페인도 준비했는데, 공모가 뜻대로 안 되면서 후속 작업을 못 한 채 매일 하늘을 쳐다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기자 : 아니, 석탄발전소에
플라스마 토치를 설치하면 미세먼지 80~90퍼센트를 제거한다구요?
이태복 : 그 기술은 한국의 국책 연구 기관이 개발한 기술입니다. 그들의 주장처럼 80~9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은 확실합니다. 한국에서 실용 효과가 입증되면 중국에 대량으로 수출할 수 있고,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는 물론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에 수출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인데 왜 수용을 한 하는지
그 내막을 알 수가 없습니다. 참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352)
그런데 어느 양심적인 법학 교수가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야만 국가다. 왜 공무원과 교사와 언론인 들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가. 그 법은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가적으로 최고 수준의 화이트칼라 그룹의 시민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국가 사회의 민주 발전을 막대하게 저지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권력을 쉽게 장악하고 통제하려는 군부독재의
유산인데 민주 정부 이후에도 계속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권력 이기주의 속성이다. 그 통제를 풀면 백만 공무원들이 권력의 속박과 압력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게 되어 훨씬 개성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해 가며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저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공무원은 공무원이기 이전에 자연인이고, 그러면 모든 시민이 누리는
기본권을 공무원도 누리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존재이지
특정 정권의 하수인들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정권의 하수인들로 속박당하고 부려져 왔습니다. 이것도 필히 고쳐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