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세월호가 인양되었을때 나는 이 세상이 거짓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잠깐 의심했었다. 마침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고, 그 탄핵의 뿌리가 세월호에 있다고 믿었는데 마침 3년동안 맹골수도의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거짓말처럼 떠올랐다. 네가 가라앉으면 내가 떠오르겠다는 신의 약속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의심도 했었다. 그 세월호는 음악으로, 그림으로, 시로 재생되었고 김탁환에 의해서 소설로도 재생되었다. 김탁환에게 세월호의 무엇이 거짓말이었을까.

소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허위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설은 소설로만 읽을 일이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또 소설은 소설로만 읽을 수 없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거짓을 파헤치기 위한 지난한 작업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에 매달렸고, 나는 멀리서 텔레비젼이나 신문이나 떠도는 말들을 통해 세월호를 풍문으로만 들었다. 처음 들어보는 팽목항이 자주 뉴스에 나왔고, 어디선가 들어본적도 있었던 맹골수도가 자주 오르내렸으며 그 바다가 그리도 거칠어서 세월호 같은 배 하나쯤을 삼키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은 예전에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예전의 일이었다.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전한 지금, 세월호 같은 배가 아무리 맹골수도의 물길이 사납다 한들 그곳을 무사히 지나가지 못하고 물길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히 풍문으로 떠도는 음모론을 믿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배 하나가 맹골수도를 무사히 지나가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이 배와 함께 운명을 달리했고, 하필이면 어린 애들이 그 희생자라는 팩트에서 내 생각은 머물렀다.

 

그러나 김탁환은 나처럼 순진무구하게 뉴스를 모두 믿은 것은 아니었나 보다. 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왜 저자가 이 소설을 써야만 했는지 알것도 같다. 세월호가 맹골수도의 허리를 지나가지 못하고 침몰된 그 사실에서 출발한 이 소설은 그 이후 인간의 허위의식이 얼마나 큰 참사를 만들어내었는지를 잠수사를 통해 보여준다. 민간인 잠수사와 해경, 해군 등 비민간인 잠수사들간의 관계, 여기서 민간인이라는 것은 해경, 해군 등의 관의 밥을 먹는 사람과 절대 동급은 될 수 없다. 우리 삶도 그러하듯이 민간인들은 언제나 관의 통제하에 그들의 관리를 받지만 관의 의식은 알지 못한다. 민간인들은 자기들이 살아가는 방식대로 그들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평등의식이야말로 순진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생명을 걸고 시신을 모셔오던 민간인 잠수사의 사고사 때문에 한 민간인 잠수사가 기소를 당하고 재판을 받고, 무죄 선고를 받지만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우리 사회의 구역질 나는 허위와 마주한다. 세월호는 바로 이 허위의식의 폭발과도 같은 것이었다. 총체적으로 발현된 허위의식이 세월호와 마주한 순간 우리나라는 극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진다. 아이들을 눈 앞에 두고도 구조하지 못했던 사실, 민간인 잠수사만이 아이들의 시신을 모셔올 수 있었던 사실, 극한의 작업환경에서 노출된 직업병인 잠수병을 제대로 치료해 주지 못하는 국가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 오해하고 기만하는 여론, 이런 것들 속에서 잠수사들은 병에 걸리고 아이들은 죽었고, 유가족은 상처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거짓말이다'.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이 거짓말인 것이다. 우리는 그들, 곧 국가를 믿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그들을 위해 희생한 민간인은 버려지는 것이다. 아니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일, 그 고귀한 일들은 무시당하고 조롱받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다고 소설은 이야기를 통해 말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세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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