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특급 열차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여행을 떠난다면 지금 살고 있는 세상과는 다른 곳, 희한하고 자유롭고 거침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 어떤 황당한 일을 해도 그러려니 하는 곳으로.

그러나 나이가 들고 보니 여행도 때가 있고, 이제는 떠난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십 대 때처럼 들뜨지도 않게 되고, 그때처럼 떠나고 싶어 몸살이 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갈까 말까 망설이는 때가 더 많다. 이 얼마나 황망스러운 일인가. 나는 내가 죽을 때까지 떠나고 싶어서 몸살을 앓을 줄 알았지 떠나는 일을 망설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지금도 여행을 떠나는 일을 거절하지는 않는다. 갈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가고 본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사진도 별로 찍지 않고 그냥 조용히 다녀온다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누군가 전화를 걸어오면 통화료를 아끼기 위해 전화를 받지 않는 정도이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 전화를 걸었는데 자꾸 끊어진다면 여행 중일 뿐이다.

 

잠시 후, 음식이 테이블에 놓여졌는데, 음식이라고 나온 게 구운 양고기 다리가 반쪽이나 되었다. 그는 어이가 없어 가벼운 음식을 시키지 않았느냐고 따졌지만 외려 천연덕스러운 답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래도 가장 비쩍 마른 놈입니다. 이 섬 전체를 뒤져 보십시오. 장담컨대 그것보다 작은 놈은 구경하지 못할 것입니다.

얼마나 기이한 사람들인가. 그렇지만 그것은 파타고니아의 관문인 칠로에 섬의 사소한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곳으로 여행을 떠날 날도 있을 것이다. 더 늙기 전에. 나는 나이 오십이라는 것이 나를 이렇게 변화시킬 줄은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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