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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머리가 터질것 같을때 나는 소설을 읽는다. 요즘은 그냥 심심해서 읽을 겨를이 없으므로 소설을 접할 시간은 거의 없었는데 전공서적을 읽으며 스트레스로 가슴이 답답할때, 믿어지지 않겠지만 소설을 보는 것이다. 문자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문자로 푸는 격이다. 그러나 어찌 우리가 외형의 같음만 말하겠는가, 의미가 다름을.
미국 소설은 읽을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건조하다. 마치 건조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는 감성적인 사람이 되어 보려고 애쓰지만 그 본성을 숨길 수 없는 것처럼 미국 사람이 쓰는 소설은 재미는 있고, 메시지는 묵직해도 어쨌든 건조하다. 이건 소설뿐만이 아니라 철학 역시도 마찬가지다. 영미철학은 마치 과학 같다. 과학의 문제를 풀어가듯이 철학적인 주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이 영미철학이다. 아마도 그쪽 사람들의 스타일이리라.
이 소설, 동성애자에 관한 소설이다. 나는 아직도 동성애자라는 사람들을 솔직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가 다 뭔가, 아마도 내 눈앞에 동성애자가 있다면 동물원의 동물을 구경하듯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관찰할 것 같다. 이성은 그러지 말자고, 그냥 우리의 유전자 하나가 삐걱거려서 장애인이 있듯이 그들 역시도 유전자 하나가 삐걱거려서 이성애를 하지 못하고 동성애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러하지 못한다. 나와는 다르다는 것, 성격이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몸이 다른 것은 내게는 당연하지 못하다. 이것도 편견이라면 편견이겠지만, 이것도 교육의 힘이라면 힘이겠지만, 이것도 그 거창한 도덕이라면 도덕이겠지만 어쨌든 내게는 낯설다.
그러나 어쨌든, 전 세계에는 이미 동성애자들이 많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커밍아웃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고, 그들이 내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가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쯤은 나도 안다. 그냥 나와는 다른 것이다. 그 다른, 두 남자가 함께 살다가 한 남자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소설은 이미 한 남자가 세상을 떠난 그 날부터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그 남자, 짐이 없다는 것, 좁은 집에서 어깨를 부딪히며 요리를 해 먹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티브이를 보고, 한 침대에 누워 잠을 자던 그가 없다는 것 때문에 또 다른 한 남자, 조지는 쓸쓸하다. 조지는 짐이 없는 집에서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서 강의를 하고 동료 교수와 점심을 먹고, 학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짐을 좋아했던 한 여자를 찾아가 술을 마시고, 그리고 그도 죽어간다. 이 풍경은 이성애로 뭉쳐진 부부가 사는 풍경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들이 갔던 식당, 그들이 갔던 술집, 그들이 갔던 시골, 함께 쇼핑카트를 밀고 다녔던 쇼핑센터, 한 남자가 좋아했지만 다른 남자는 좋아하지 않았던 식료품들, 조지는 짐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짐이 없는 세상을 살면서 그의 흔적을 느끼고 그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아마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은 만나지겠지만 그는 짐은 아니다. 그는 짐이 다른 다른 사람일 것이다.
이웃의 여자는 조지와 짐을 향해 특별한 비난을 퍼붓지는 않았고, 자신도 교양인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마치 특별한 사람을 보는듯하지도 않았고, 적어도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했다. 아니 실제로 이해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집에는 초대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짐이 사라지고 나자 여자는 조지를 초대한다. 조지와 짐은 둘이 있을때는 이상한 부류였지만 이제는 조지 혼자이므로 이상하지 않다. 그저 평범한 이웃의 남자에 불과하다.
짐이 떠난 후 하룻동안의 일을 그린 이 소설은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동성애자의 속마음을 그대로 그려내 보여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그들도 우리들 이성애자들처럼 사랑의 감정이 같다는 것이다. 허긴, 다를게 무어가 있겠는가. 사랑은 만국공통어이므로, 다만 표현 방식만 다를뿐이겠지. 그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끊임없이 반복했던 그 '같다'는 느낌은 나를 촌스럽게 만들었다.당연히 같아야 하는걸 같구나 느끼는 것은 촌스럽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재미? 뭐 그저 그렇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엿보고 싶다면 읽어도 무방하리라. 나와 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면, 이해까지는 아니어도 좋다. 이미 우리는 새로운 것을 이해하기에는 나이가 들었다. 그냥 지금껏 살아오던 방식으로 쭉 살면 그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