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들에게 들려주는 행복의 길 청소년 철학창고 6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홍석영 옮김 / 풀빛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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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낯설고 생소한 이름 니코마코스. 그리고 니코마코스 윤리학.
 하지만 어쩐지 윤리 이야기를 하기보다 행복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본래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완역하면 500쪽 가까이 되는 분량이 될테지만 내가 고른 이 책은 무려 '청소년 철학창고' 도서이기에 단출하다.

 그래서 비교적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단출하게 편집된 책이라고 해도 역시 고대 굴지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유행가 가사를 흘려 들으며 '읊조리듯'이라는 표현처럼, 조금은 모순된 독서를 했던 것 같다.

 

왠지 어렵지만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나 나름의 방식은 다른건 흘려 읽고 읽고 싶은 부분이 나오길 기다리다 그런 부분이 나오면 그것만 기억하고 생각하려 하는 것이다.

 그렇게하면 딱딱하다거나 거칠다거나 심지어 난폭하기까지한 책들까지도 읽은 책 목록에 아무 가책없이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후후.

 

이 책은 제목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에서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이라는 소제목을 붙여서 출간한 것 같다.

 소제목에 '행복의 길'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이 내용 전체를 반영한 것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었다.

 

시작부터 한다는 말이 '행복이 최고의 선이다'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행복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우리들 범인들이 생각하는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뭐 이런 어려운 행복이 다있어!, 행복해지기 전에 하늘나라 가겠네."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철학자가 이야기하고 철학자의 삶 속에서 추구하는 행복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철학자에게 있어 무엇이 최고의 선이겠는가?

 두말 할 것도 없이 철학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동물과 어린아이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는데 그 이유가 "정신적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면 느낌이 팍! 오지 않는가?

 

행복을 이야기하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을 꺼내든다.

 그리고 모든 정념들의 지나침이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인 '중용'을 강조하며, 그 정념을 규정하고 이상적인 상태인 '중용'을 실천하기를 강조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덕은 크게 도덕적인 덕과 지적인 덕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긍정할 수 없는 항목도 적지 않았다.

 뭐, 워낙 시대적으로 격차가 심하기에 고대와 현대 사이의 가치관의 차이를 감안하면 눈감아 줄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딱 한가지만 빼고.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 내용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하는 '정치적 정의'에 관해 설명하며 예로 든 것이다.

 

"정의롭지 못한 행위를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정의롭지 못한 사람은 아니다."라는 말로 시작된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명은 정치적 옳음이다.에서 끝이난다.

 

난 여기서 딱 한마디가 떠올랐는데, "모르는 사실입니다."라는 청문회 혹은 기자회견에서 자주 마주하는 '말말말'의 선두주자 말이다.

 이런 생각만은 본받지 말았으면 한다.

 

정치를 하는 사람은 깊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깊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을 한 것에서 '정치적으로 정의롭지 못하다.'

 

서둘러 수습을 해보자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결론적으로 "이성에 따르는 관조적 활동이 완전한 행복이다."라고 말한다.

 '신'이라는 존재에 가장 가까운 인간의 성품이 바로 '이성을 통해 관조적 활동'을 하는 것이기에 신과 가까울 수록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덧붙여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그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철학자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정말 행복해지고 싶으면 생각없이 살지 말아라.는 단순한 진리다.

 

우리에게 행복으로 가는 길을 일러주고자 친절히 각각의 정념들의 중용을 이야기하고 그 뜻을 밝게 알리기 위해 특징들, 혹은 그것을 가진 사람들, 갖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을 제법 상세히 살펴가며 이야기를 해주고는 있지만 수천년 전 사람의 사상, 가르침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되려 오해만 늘었는지도 모른다.

 이 사람이 살던 시대는 어떤 시대였기에 저런 것이 진정한 행복이요 정의라고 믿었을까?라며 불신의 눈초리를 하고선 그들의 다음 책을 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 다시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

 그들끼리도 서로 인정할 수 있는 것, 부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있었고 후에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는 모습도 보인다.

 

과거의 가르침을 현재에 도입하거나 선전하기 위해 그 시대를 다룬 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 때의 가르침과 현재의 가르침의 차이의 인식, 교훈의 획득, 지식의 습득도 궁극적인 목적은 될 수 없다.

 다만 통찰을 위한 넓은 생각을 키워 세상이라는 큰 강을 건널 수 있는 디딤돌 하나를 놓기 위해 과거의 가르침은 책이 되어 우리 앞에 놓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어떤 것에는 동의할 수 있어도, 어떤 것은 현재에는 제발 그렇게 되지 말기를 바랬던 것처럼.

 그 시대에는 철학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래도 난 자주 책들을 오독하는 실수들을 범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용서해주는 책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다.

 

다음에는 완역된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마음 먹고 읽어봐야겠다.

 철학은 분명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마음 가는대로 생각하고 결론 내려도 용서받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학문이 아닐까 싶다.

 문득 그 넓은 마음이 닮고 싶어 그들이 남겨둔 이야기를 읽어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낭만적 몽상도 해본다.

 

덕을 덕이라고 하는 이유는 남이 나에게 잘해 주는 것보다는 내가 남에게 잘해 주는 데 있고, 또 비천한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고귀한 일을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58쪽

 

법은 경우에 따라 모든 사람들, 또는 가장 훌륭한 사람들이나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공동 이익을 위해 제정된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보면 국가 공동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조건들이 많아지게 하는 행위를 옳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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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도파민처럼 짜릿한 행복 처방전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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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독일의 의사 출신 코미디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이 코미디를 하는 이유가 참 별나다.

 말하자면 "의사는 하루에 상담을 해봐야 몇명을 하겠나? 공연을 하면 같은 시간에 수백 수천배의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다." 정도로 요약되고, 어떻게보면 숭고하기까지 하다.

 

유난히 유쾌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렇듯 이 책의 저자 역시 막무가내로 긍정적이다.

 단지 '긍정적 사고'를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긍정적 삶'을 실천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을 기쁨으로 삼는 것이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슬그머니 적어둔 이야기라 삶의 목표와 삶의 모습을 일치시키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 책의 첫 느낌은 '재밌는 의도로 쓰여진 재밌는 구성의 책이구나.'였다.

 그 느낌에 더해 '펭귄이다'라는 느낌도.

 

요 녀석이 그 '펭귄'인데 이 책의 마스코트다. 참 귀엽고 깜찍한 모습.

책을 빠르게 넘기면 오른쪽 하단에 그려진 이 녀석이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저자가 '내용물'이라고 표현한 내용들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행복이 혼자 오지 않는다며, 행복과 함께 오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이런 저런 농담에 버무려진 '내용물'들을 하나 하나 풀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해, 다른 사람, 우연, 즐거움, 행동, 여유가 저자가 이야기하는 행복과 함께 오는 내용물의 정체다.

 

당연한 것을 쉽게 설명하기란 무척이나 어렵고, 누구나 아는 것, 혹은 많은 사람이 이미 이야기한 것을 색다르게 이야기 한다는 것 또한 무척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 독특한 맛이 난다.

 

무엇보다 굳이 설명하려 들거나 이해시키려는 '가르침'이 담기지 않은 선선한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마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테니 이 책을 읽는 이들은 마음 내키는 대로 읽고 받아들이세요."라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아마 책이 저자의 생각보다 두껍게 나왔던 모양이다.

 이렇게 친절하게 단 한장에 자신이 '내용물'에 담았던 말을 요약해 주셨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이 책은 책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즐길거리'라든가 '볼거리'로 여기면 좋을 것 같다.

 행복에 대한 저자의 철학을 한마디로 드러내려는 의도를 가진 책이 아니기에 이론적으로 분석하려 든다면 이 책은 잘못 선택한 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선으로 '평가'하려 한다면 딱딱하고 거칠은 일주일쯤 공기중에 방치해 말라비틀어진 식빵 맛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행복은 불행의 부재"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연 그 다운 정의다.

 저자 역시 그의 이 말에는 동의를 표한다.

 우리가 우울함을 느끼는 대부분의 이유는 우리에게 부족한 것 때문이다.

그래서 우울증은 '없음'의 병이라고 한다.

 

금메달 선수와 은메달 선수와 동메달 선수 중 누가 가장 불행할까?

동메달 선수?

아니다.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은메달 선수다.

이유는 물론 간발의 차로 금메달을 놓쳤기 때문이다.

 반대로 동메달 선수는 가장 행복하다. 하마터면 동메달조차 놓칠뻔 했으니까.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대도 상관없이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우리에게 '없는 것'을 생각하며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스스로 불행해지는 길을 택한다.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더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욕심이 끝이 없는 것처럼 불행도 끝모르고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정말 행복할 수 밖에 없는 순간보다 되려 가장 불행한 순간에 가장 큰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단지 이론적인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좌절 속에서 절망 속에서 반짝이는 행복으로 이어진 길을 찾아낸 성공담을 우리는 수없이 보고 듣는다.

 

행복에 대한 팁은 다이어트에 대한 조언과 비슷하다고 한다.

 완벽한 다이어트 법이 있다면 또 다른 다이어트 법이 나올리가 없는 것처럼 행복으로 가는 확실한 길이 있다면 누구도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을 특별한 것에서 찾으려고만 하면 행복만큼 찾기 어려운 것이 없을 것이다.

 행복을 주는 파랑새 이야기에서도 결국 파랑새는 어디에 있었나?

 

우리는 현재를 조금 더 즐겨야 한다.

 갖지 못한 것, 모자란 것, 부족한 것에 대한 소유욕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누구나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단점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아주 작은 단점까지 보완해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느라 자신의 장점까지 잃어버리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는 대신 자신의 장점을 더 갈고 닦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관점의 차이, 자세의 차이가 행복의 차이를 결정 짓는 것이다.

 주위, 다른 사람의 행복은 나의 행복이 될 수 없다. 나의 현재를 보고 나만의 미래 나만의 행복을 찾으려는 노력만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이 책의 끝 부분에 '펭귄'이야기가 나온다.

 펭귄의 짧은 날개와 둥그런 몸, 더 짧은 다리라는 단점이 어떤 장점으로 펭귄의 삶 속에서 작동하는지.

 우리의 '단점' 혹은 '장점'에 대한 인식 방식을 한번쯤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현재에 충실하며 불행이라고 부르는 파도를 넘어 행복한 항해를 즐기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나도, 우리도.

 

 

행복에 대한 팁은 다이어트에 대한 조언과 비슷합니다. 만약 어떤 다이어트 방법이 정말로 그렇게 효과가 좋다면 지금처럼 다이어트에 대한 온갖 말들이 난무할 리 없습니다. 16쪽

 

그런데 행복은 언젠가는 지나가며, 이것은 불행도 똑 같습니다. 그러므로 행복한 감정의 반대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없음'의 병입니다. 41쪽

 

컵이 반이나 차 있는 것인지 반쯤 비어있는 것인지를 결정하기 전에 컵 속에 들어있는게 무엇인지 한 번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93쪽

 

이처럼 고통은 은혜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지키고 더 큰 불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존재 합니다. 248쪽

 

우리가 자신을 남들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우리가 남들에 대해서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기 때문입니다! 397쪽

 

사람들은 자신이 잘할 수 없는 일과 두려움을 주는 일 모두 닥치는대로 덤벼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무슨 일이든 할 수는 있씁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의미가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4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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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Young Adult 세계명작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양정화 엮음 / 꿈꾸는아이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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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아릿하니 가슴 한켠에 저림을 남기는 이야기였다.

 가장 닮은 느낌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었을까?

 거기에 더해 허허로움과 어처구니없음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느낌도.

 

이 책에 대한 감상은 책을 2/3이상 읽었을 때까지도 "무슨 소설이야 이거?"라는 말로 대체 시킬 수도 있을만큼, 핵심도 주제도 목적도 보이지 않은채 내 머릿속에서 겉돌고 있었다.

 그랬던 것이 갑작스런 사고를 통해 이야기의 흐름과 함께 반전한다.

 

아무리 가벼운 소재로 적어내려간 이야기라도 철학이 담겨있지 않은 책, 무엇도 생각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책은 읽다가도 던져버리는 못된 버릇을 버릴 수가 없다.

 단순히 시류에 올라타 목적없이 휩쓸려가면서 그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들의 감정마저 분탕질치고 지나가는 이야기를 경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오전에 내던졌던 책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아직 가난했고, 무능력했고, 이름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녀도 그를 사랑했다.

 

둘은 곧 떨어지게 되었고 기다림에 지친 그녀는 황금의 빛과 안정을 쫓아 그를 떠난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포기하지 못하고 그녀를 되찾기 위해 부와 유명세를 얻기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불법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다시 순간의 달콤한 시간이 지나가고 예기치 못한 사고는, 비극적 결말을 위해 필연적으로 일어나고 만다.

 그는 죽고, 진실은 그의 꿈의 뒤쪽, 광막하고 어두운 도시 저쪽에 녹아 없어져 간다.

 

몇번이나 던진 질문이지만 이 책의 제목이 왜 위대한 개츠비? 무엇이 위대하다는 것일까? 하고 갸웃거릴 수 밖에 없다.

 사랑하는 한 여자를 위해 5년 동안이나 한시도 포기하지 않고 잊지도 않고, 그 사랑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그가 위대한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의 죄마저 짊어진 사랑이 위대했던 것일까?

 

생전에 수없이 많은 파티를 열고, 수 많은 사람이 그의 초대를 받아 찾아왔고 또 초대되기를 기다리더니 죽은 뒤엔 그 많은 사람 중에 단 한사람만이 그의 죽음을 기리기위해 찾아오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신뢰받지 못한 역설적 위대함일까.

 

그는 사랑에 실패했고 남겨진 것은 그를 기억하는 몇 사람의 슬픔과 안타까움,  물길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남겨진 이들만이 꿈꿀 수 있는미래뿐이다.

 

허무와 공허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에 발견하게 되는 근원적 빛, 그 빛의 눈부시게 밝음과 눈부심에 눈뜰 수 없는 모순을 발견해야했던 이야기였다.

 사랑마저 허무를 낳는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단지 사랑도 허무하게 스러지고 녹아 없어지는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그의 위대한 행적과, 그의 위대한 사랑을 알고 기억하는 사람이 남아있었다는 것을 위로로 삼아본다.

 

-- 이런 사람만은 되지 말자고 결심하게 만들었다는 것만은 확신한다. --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다. 톰과 데이지, 그들은 경솔한 인간이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부숴버리고 난 뒤, 뒤로 물러나서 자기들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다른 사람들이 치우도록 하는 족솔들이었다. _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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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간
데이비드 폴레이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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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간, 자신이 쓰레기차가 되거나 쓰레기차에게서 쓰레기를 뒤집어 쓰게 되는 상황을 면하게 하는 3초의 법칙이 담긴 책이다.

 

쓰레기차란 쓰레기같은 감정, 즉 사람들을 불쾌하고 괴롭게 만드는 부정적인 감정을 품고 다니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 책은 20년 전 저자가 어떤 택시기사를 통해 얻은 교훈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느날 택시를 타고 가던 저자는 어떤 난폭한 운전자로 인해 사고가 직전까지 간다. 하지만 적반하장 격으로 상대 운전자는 택시기사를 향해 심한 욕을 퍼붓는다.

 그런데 이  택시 기사의 반응이 놀랍다.

 자신을 욕하고 있는 난폭한 운전자를 향해 웃으며 친철하게 손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택시기사가 해준 말이 저자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택시기사의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쓰레기차 같아요. 절망감, 분노, 짜증, 우울함 같은 쓰레기감정을 가득 담고 돌아다니거든요. 쓰레기가 쌓이면 자연히 그것을 쏟아버릴 장소를 물색하게 되지요. 아마 그대로 내버려두면 그들은 당신에게 쓰레기를 버릴 거예요. 그러니 누군가가 얼토당토 않게 화를 내고 신경질을 부리더라도 너무 기분 나빠히자 마세요. 그냥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어주고는 다른 일로 주의를 돌리세요. 제 말을 믿으세요. 틀림없이 전보다 더 행복해지실 겁니다."

 

결국 택시기사가 말하는 쓰레기차는 다른 사람일 수도 있고, 나 혹은 당신일 수도 있다.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을 누군가에게 쏟아낼 때,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간에 그 순간 당신도 쓰레기차같은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 책은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쓰레기차가 될 수 있는 상황을 현명하게 면할 수 있게 해주는 지혜를 적고 있다.

 그 지혜를 한마디로 말하면 "3초간"이고 조금 더 길게 말하면 "부정적 감정에대해서 무시하기"다.

 부정적 감정이란 화를 유발하는 쓸데없는 감정을 이르는 말로, 그런 부정적 감정이 가득차게 되면 자신의 상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그럼으로써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쏟아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감정의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3초의 법칙이다.

 

책 속에서는 3초의 법칙을 숙달할 수 있게해주는 감정 지키기 연습법을 3장에 걸쳐 20가지를 소개하고 각각의 연습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사례를 자신의 경험 속에서 찾아 적어두고 있다.

 

비슷한 책들을 많이 봤지만 이 책은 그런 책 중에서도 비교적 이해가 쉽고(직접 경험한 사례가 담겨있어), 각 장의 끝머리에 각 장을 요약해 핵심적인 실천법을 연습할 수 있게 돕고 있어 숙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특별히 눈에 띄는 것으로 '무시하기'라는 과감한 답을 제시함으로써 눈길을 끌었다.

 

현명하게 나의 감정을 통제하고,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해가 되는 쓰레기 감정을 투기하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툼과 갈등을 멀리하고, 원만하고 애정어린 대인 관계를 위한 기분좋은 긍정 심리학을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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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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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47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다보니 참 많은 것이 담겨있다.

 그래서 무슨 감상을 적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핑계를 대신해 내 나름으로 생각해본 "이 책에 적합할 것 같은 읽는 순서"를 적어두기로 한다. 

 

먼저 이 책의 구성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련다.

 총 4부 더하기 역자의 말 더하기 작가 연보 합 847페이지.

 짜맞춘 듯 각부는 각각 약 200페이지 분량.

 

제 1부 환상, 제 2부 풍자, 제 3부 추리, 제 4부 공포.

 

나의 "이런 순서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크게 두가지를 기준으로 해야겠다.

 첫번째는 에드거 앨런 포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경우이고, 두번째는 "그게 누구야?", 혹은 "이름은 들어봤지."의 경우가 되겠다.

 참고로 나는 후자에 속했다.

 

사실 '거의' 누구에게 이렇게 잃으면 좋겠다며 간섭, 혹은 선입견이 될지 모를 사족을 붙이지 않는 편인 아닌 내가  이런 지침까지 세운 데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간만에 최근 읽었던 어떤 책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아득한 절망(조금 과장하자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건 뭐 이미 '난해하다'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무지무지 난해했기 때문에 이 글을 적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잃으면 더 재밌게, 더 깊이 음미하며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나름의 '즐김의 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가 앞에 적어놓은 글로 "이 책이 그렇게 어려웠어?"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버리길 바란다.

 꼭 그렇지만은 않으니 말이다. 다만 사용 순서와 방법의 문제다.

 아무리 좋은 자동 장치도 사용에 서투르면 구식 수동 장치만큼도 못써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면 좋으리라.

 

본론으로 첫번째 에드거 앨런 포를 아는 사람은(이미 이 책 정도는 읽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앞에서부터 읽어 나가도 상관 없다.

 마음대로 읽고 싶은 부분을 펴고 읽어가시길.

 이미 에드거 앨런 포를 아시는 당신은 얼마든지 이 책의 진미를 즐길 수 있을테지요. 자신만의 방식으로.

 

중요한 것은 두번째 쪽이다.

 난 보통(거의 틀림없이) 거의 모든 책을 앞에서부터 쭈욱 읽어나간다. (심지어 문제집을 풀 때도 그렇다.)

 그런 습관이 이 책 앞에서 나를 무너뜨렸다.

 

 에드거 앨런 포를 전혀 혹은 거의 모르는 당신께는 먼저 840페이지부터 847페이지까지 이어져 있는 작가 연보를 읽어보시길.

 시간이나 장비에 여유가 있으신 분이라면 그가 활동하던 시대적 배경과 그의 생애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읽는다면 금상첨화.

 

그런 후 1부를 건너뛰고 2부를 읽는다.

 2부는 제법 흥미진진하기에 워밍업에 좋습니다.

 그런 다음에 비로소 1부를 펴고 읽기 시작합니다.

 이야, 제가 왜 이렇게 배치를 했는지는 읽으시는 분만은 아실테지요. 흐흐흣.

 그 다음은 읽고 싶은 대로 읽습니다.

 

사실 한 편 한 편에 대해 감상을 적어가며 읽고 있었지만, 단편들의 모음집이고 이해 불가 판정 작품도 생기고, 난해 판정은 널리고, 이해 혹은 즐김을 초반엔 찾기가 너무 힘들어 하나하나 적어나가는 것이 읽어가는 호흡을 자꾸 끊는 것 같아 "책을 즐기자"하는 생각으로 그만 두었습니다.

 

그렇게 한 뒤에야 비로소 속도가 붙고 마침 재밌는 부분들을 만나서 즐거이 읽어 내려갔습니다.

 제 경우엔 초반의 고비를 넘고 나서는 무척 속도감 읽게 내려갔습니다.

 역시 고전의 반열에 드는 작가의 작품이다보니 이야기의 짜임이나 구성 전개가 무척 매끄럽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해 불가 판정 작'은 예외지만요.

 

현대적인 문체나 소재, 전개에 익숙해지다보니 고리타분하고 뭔가 시시하다고 느끼게 되는 부분은 아쉽다기보다 되려 씁쓸했습니다.

 내가 언제부터 맵고 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버린 것일까?하는 달갑지 않은 깨달음이 말이죠.

 

이 책에 실린 소재들도 그 당시엔 정말 충격적이다 못해 엽기적인 수준이었을 것을 생각하니 우린 얼마나 무뎌진 것일까? 하는 반성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모든 감상을 제쳐두고 이런 이야기를 적고 있는 것은 아마 '고전에서 되새길 수 있는 순수함'을 이야기 하고 싶어서 였습니다.

 

작가의 창작에 있어 부정할 수 없는 고려 요소 중 하나가 독자인 것은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끈질기게 인기가 있든 없든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만 써 내려가는 작가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학계라고 경제의 원리가 존재하지 않을테니 가난한 작가가 언제까지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써나가는 자세를 관철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작가는 독자가 원하면서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됩니다.

 아, 어쩌다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이 독자가 원하는 것일 경우도 있겠습니다. 이것이 최선이 되겠군요. 정정합니다.

 

이 얘기와 전혀 상관 없다고 생각 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순수함의 회복"을 외칠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한 광기가 지배하는 낭만도 철학도 없는 작품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요?

 아마 읽는 순간의 팽팽한 긴장감, 스릴, 짜릿함은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그러면 그 다음은요?

 

최초의 추리 소설이라는 '모르그 가의 살인'이 실려있기에라거나 에드거 앨런 포라는 위대한 작가의 상상, 창작, 고뇌와 묘사, 풍자가 담겨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담고 싶어했을 순수한 열망을 떠올리며 이 책을 돌아봅니다.

 

두껍다고 하면 무척 두꺼울 수 있는 이 책이 무척이나 술술 읽히는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했을까요?

 무엇이 나에게 책장을 넘기게 했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최초'라는 것의 의미, '기원'이라는 말이 품은 속 뜻의 어떤 다른 면을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애써 적어둔 감상들을 내팽개치고 보니 뭔가 허전한 것 같기도 하지만 오늘은 허전한대로도 좋을 듯 합니다.

 

철학과 낭만이 담긴 추리, 공포의 맛을 보시겠습니까? "예", 라면 자 이제 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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