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Young Adult 세계명작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양정화 엮음 / 꿈꾸는아이들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뭔가 아릿하니 가슴 한켠에 저림을 남기는 이야기였다.

 가장 닮은 느낌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었을까?

 거기에 더해 허허로움과 어처구니없음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느낌도.

 

이 책에 대한 감상은 책을 2/3이상 읽었을 때까지도 "무슨 소설이야 이거?"라는 말로 대체 시킬 수도 있을만큼, 핵심도 주제도 목적도 보이지 않은채 내 머릿속에서 겉돌고 있었다.

 그랬던 것이 갑작스런 사고를 통해 이야기의 흐름과 함께 반전한다.

 

아무리 가벼운 소재로 적어내려간 이야기라도 철학이 담겨있지 않은 책, 무엇도 생각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책은 읽다가도 던져버리는 못된 버릇을 버릴 수가 없다.

 단순히 시류에 올라타 목적없이 휩쓸려가면서 그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들의 감정마저 분탕질치고 지나가는 이야기를 경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오전에 내던졌던 책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아직 가난했고, 무능력했고, 이름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녀도 그를 사랑했다.

 

둘은 곧 떨어지게 되었고 기다림에 지친 그녀는 황금의 빛과 안정을 쫓아 그를 떠난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포기하지 못하고 그녀를 되찾기 위해 부와 유명세를 얻기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불법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다시 순간의 달콤한 시간이 지나가고 예기치 못한 사고는, 비극적 결말을 위해 필연적으로 일어나고 만다.

 그는 죽고, 진실은 그의 꿈의 뒤쪽, 광막하고 어두운 도시 저쪽에 녹아 없어져 간다.

 

몇번이나 던진 질문이지만 이 책의 제목이 왜 위대한 개츠비? 무엇이 위대하다는 것일까? 하고 갸웃거릴 수 밖에 없다.

 사랑하는 한 여자를 위해 5년 동안이나 한시도 포기하지 않고 잊지도 않고, 그 사랑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그가 위대한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의 죄마저 짊어진 사랑이 위대했던 것일까?

 

생전에 수없이 많은 파티를 열고, 수 많은 사람이 그의 초대를 받아 찾아왔고 또 초대되기를 기다리더니 죽은 뒤엔 그 많은 사람 중에 단 한사람만이 그의 죽음을 기리기위해 찾아오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신뢰받지 못한 역설적 위대함일까.

 

그는 사랑에 실패했고 남겨진 것은 그를 기억하는 몇 사람의 슬픔과 안타까움,  물길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남겨진 이들만이 꿈꿀 수 있는미래뿐이다.

 

허무와 공허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에 발견하게 되는 근원적 빛, 그 빛의 눈부시게 밝음과 눈부심에 눈뜰 수 없는 모순을 발견해야했던 이야기였다.

 사랑마저 허무를 낳는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단지 사랑도 허무하게 스러지고 녹아 없어지는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그의 위대한 행적과, 그의 위대한 사랑을 알고 기억하는 사람이 남아있었다는 것을 위로로 삼아본다.

 

-- 이런 사람만은 되지 말자고 결심하게 만들었다는 것만은 확신한다. --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다. 톰과 데이지, 그들은 경솔한 인간이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부숴버리고 난 뒤, 뒤로 물러나서 자기들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다른 사람들이 치우도록 하는 족솔들이었다. _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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