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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픈 것이다 ㅣ 위픽
J. 김보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위픽읽기
제목이 눈에 띄었다.
뭐가 헤픈가? 사람?
아니다. 여기서 헤픈 건...‘기이’, 기적과 신비 같은 거, 어려움, 고통, 좌절, 절망, 그런 거...
줄거리 - 소설의 무대는 진부 이씨 가족이 한데 모인 장례식장이다. 주인공 ‘주은’이 암 투병 끝에 생을 마감한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자리이기도 하다. 주은은 상주로 ‘손님맞이’를 하며 지난날을 후회한다. 자신이 “좀 더 신비를 믿는 사람이었다면, 더 종교적이었거나 쉽게 미신을 믿는 사람이었거나 몽상을 신봉하는 사람이었더라면”(40쪽) 어머니는 회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함께 여행을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아, 내가 그렇게 집에 환자 있을 때 묫자리 바꾸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41쪽) 사이비 종교부터 풍수지리까지, 오랜만에 모인 진부 이씨 가족들은 온갖 ‘기이’를 늘어놓고, 자연스럽게 섞여든 기이들은 서로 자신이 진짜라며 자리다툼을 한다. “한 번만, 한 번만이라도 내가 본 것을 볼 수 있다면”(70쪽) 좋겠다는 큰아버지의 간절한 바람에 주은은 저도 모르게 자신도 매일 기적과 신비를 본다며 쏘아붙인다. 지쳐서 잠에 빠진 주은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손을 잡고 ‘기적과 신비’를 넘나드는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김보영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처음으로 내가 사는 주변을 배경으로 쓴 소설”(78쪽)이라고 밝히며, 《헤픈 것이다》를 SF가 아닌 사실주의 문학으로 정의한다. 기이 현상을 겪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조금쯤 있고, 그 모든 것이 한낱 망상일 수는 없으며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에 달렸다고 짚어낸다.
어머니의 초상 날... 기이가 일상이며 자신만의 신비로운 세계를 어머니께 얘기했던 그녀가...
어머니가 떠나시고 비로소 자기 만의 세상을 그나마 좋았던 곳을 넘나드는 이야기...
책속에서
기이는 흔해빠진 것이다.
잡풀처럼 무성하다 못해 경이마저도 주지 않는다. 널려 있다 못해 진부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이에 삶을 침해당할 이유도 없으며, 신비를 접했다고 현실의 삶을 굳이 새로이 해석할 까닭도 없는 것이다.
아,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이 사람은 너무나 잘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 오만해진 나머지, 신비가 얼마나 헤픈지 모르는 것이다.
세상이 불가해로 이루어져 있음을 믿어본 적이 없기에, 일생 딱 한 번 찾아온 비현실을 저 혼자에게만 쏟아진 은총인 줄로만 안다. 홀로 선택받은 자라는 증명인 줄로만 안다.
유체이탈을 하곤 했던 청소년기가 생각이 났다.
나도 그런게 한 때는 굉장히 흔한 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야기 속에서 그녀가 어머니께 안내하는 신비로운 장소들이 흥미로웠다.
나는 어떤 곳을 상상하며 헤메었을까?
나는 이 작가 님을 처음 만났지만, 그녀의 SF가 궁금해지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