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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ㅣ 시-LIM 시인선 1
고선경 지음 / 열림원 / 2025년 1월
평점 :
지난 겨울 오랜만에 광화문 교보문고를 갔었다. 지방에 살고 있고 출장도 없고, 여행도 잘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기에 광화문 교보문고 갈 일이 정말 드물고, 몇 번 가본 적도 없지만 정말 꿈의 공간이고 아름다운 장소다. 근처에 있으면 정말 자주 갔을 곳이지. 거기서 이 책을 만났다. 너무 예쁘고 눈에 띄는 얇은 책들이 마구 마구 쌓여 있었다. 시집이라니... 그러고 돌아보니 예쁜 시집이 많다.(유행인가?) 근데 제목을 다시 봤다. 토마토? 심지어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제목조차 상큼하다.
2025년 6월 28일 바다도서관
눈이 부신 여름을 맞은 바다 도시 부산에서 바다도서관이라는 행사를 했었다.
민락 수변 공원 한 켠 야외에 한 달 정도인가 주말마다 멋진 바다도서관을 운영했다.
예쁜 텐트도 있었지만, 그늘 없는 멋지긴 한데 난감한 햇빛이 내리 쬐는 보기 아름다운 곳에서 책을 읽고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었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했는데 그 중에서 작가 님 모시고 북토크 하는 시간들도 있었는데, 북토크를 죽어라 쫓아 다닐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전 주의 ‘천선란 작가 북토크’를 놓치고 너무 아쉬워하다 부랴부랴 신청할 수 있는 작가 님 강연을 다 신청하고 급하게 시집을 사서 달려갔다.
엄청 눈부신 날이었다. 관객이 앉은 자리나 작가님 있는 무대나 햇빛이 쨍쨍, 햇빛을 피해 무대위 차양을 옮겨 가며 사회자 님과 작가 님이 말씀하셨고 그 앞의 스탠드 석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관객들은 종이 모자나 부채 등으로 해를 정면으로 대치하지만 이래저래 그늘을 찾고 피해가면서 열심히 집중했다. 그리고 바다가 바로 옆에 있는 방파제, 거기서 불어오는 후덥지근 끈적하지만 아직은 시원한 바닷바람이 살살 불어오고, 갈매기도 살짝 날아다니고, 아이가 난입하다 저기로 뛰어가기도 하고 멀리 배가 지나가는 것도 보이는 정말 비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한더위는 아닌 여름 날 빛과 바람과 의욕적인 사람들이 함께 한 곳, 작가 님의 강연은 산뜻하고 담백하고 명확했으며 질문하는 독자분들은 너무나 똑똑하고 멋진 질문들을 해주셨다.
그리고 함께 시를 낭송했다.
나는 시를 잘 모른다. 교과서에 나온 시 정도 밖에 모르고 그나마 독서클럽 미션 덕분에 몇 개의 시집을 읽고 필사를 하면서 시의 맛을 알아간다. 원래 가볍고 산뜻한 글을 좋아하는 편인데(나는 단순한 인간이다.) 시들은 제법 다 깊이가 있고 심각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작가 님의 시들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도 않고 읽기에 편하고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은데 표현이 참 좋다.
낭송 당시 [샤워젤과 소다수] 시집을 들고와서 읽어주신 분들도 많은데 거기 시도 참 좋았다. 더 상큼한 느낌...
새로운 작가 님과 비현실적 낭만적인 공간에서 함께 한 이들이 너무 좋아 더욱 좋았던 시. 고선경 작가 님의 팬이 될 것 같다.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
남은 것이 필연적으로 환기시키는 ‘사라짐’은 “우리가 만나서 왜 헤어져야 하는지”(「폭설도 내리지 않고 새해」)라는 질문을 불러온다. 상실이나 불행 앞에서 무너진 시적 주체는 이 질문을 곱씹지만, 끝끝내 자신을 “무너지고 또 무너질 때마다 번번이 일으켜 세”(「도전! 판매왕」)우며 계속해서 다짐한다. 친구들의 이름을 계속 호명하며,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혼자서 간직하지 않으리라고. 우리가 만나서 나눈 기쁨뿐만 아니라 이 슬픔 또한 충분히 슬퍼하기로. 어떻게 해도 충분해지지 않는 슬픔이라면 오히려 미래의 가능성을 더 많이 기대하고 더 많이 다짐하기로.
그러므로 우리는 “끝낼 인생이 남아 있다”는 말이 “끝내주는 인생이 남아 있다”(「신년 운세」)로 바뀌기까지 ‘나’의 곁에는 수많은 ‘너희’가, ‘우리’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게 한 모든 타자를 향해 건네는, ‘나’도 “너의 팬”이라는 말. 이 시집은 시인이 독자에게 건네는 한 알의 고백이자 축하, 행운의 부적이다.
고선경(지은이)의 말
아삭아삭할 겁니다
겨울을 견뎌 본 심장이라서요
2025년 1월
고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