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담아줘 새소설 2
박사랑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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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담아줘

 

책 소개에서 알고 있었지만 아주 크지 않으면서 가벼운데다 깜찍하고 발랄하고 예쁜 책이다. 아이돌 덕질의 경력이 제법 긴 일명 빠순이 삼십대 여성들의 이야기.

 

객관적인 나이는 중요하지 않고 그들에게 멋지고 행복을 주는 아이돌(?)은 나이를 떠나서 모두 오빠이다.

여기에는 세 명의 삼십대 빠순이 3명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화자 디디, 그리고 그녀의 첫 빠순이 동료이자 영혼의 친구들 얭과 제나....

그녀들이 ... 처음으로 만나게 된 건....수능이 끝난 고3... 같은 아이돌을 좋아해서 콘서트에서 만나게 되었다. 고향도 성격도 성적도 습관도 성향도 많이 다른 애들이었겠지만 아이돌로 하나 된 그녀들은 이후 새로운 오빠로 갈아타면서도 계속 친분을 유지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각자 공부도 하고 연애도 하고 취업도 하면서 각자의 삶을 개성있게 살아가지만 일반인들에게 함부로 알리고 싶지 않은 덕후의 삶을 공유하며 또 더 없이 공감하면서 비슷한 듯 다르게 재미있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십대부터 시작한 그녀의 덕질 라이프는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이 반짝 인기있다 해체되고 여러 가지 부침을 겪는 동안 새로운 오빠들을 찾게 되고 또는 덕질을 끊는 것도 선언하고는 하지만 다시 새로운 오빠를 만나게 된다. 그녀들은 이제 그들이 오빠라 부르는 애들의 이모뻘이 되지만 떨어지는 체력과 순발력 등등은 밀릴지언정 삼십대 직장 여성들의 경제적 여유(?)라는 이점을 가지고 든든한 호구랄까...팬으로서 돈도 많이 쓰고 어렵게 표도 구하고 굿즈나 상품들도 마구마구 사들이면서 행복해한다.

 

사실 이 책은 아이돌 팬들의 이야기도 참 재미있었지만... 디디의 방황과 고민, 그리고 그녀의 오빠들의 변천사와 시련... 유야의 사고로 가게 된 일본 여행 거기서의 만남... 그리고 돌아온 일상들 말이다.....그러나 이 책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함께 하는 친구들 자체이다.

남들은 연애하고 결혼하고 엄마도 되고 하지만 아직 그들은 한참 나이 어린 오빠들을 쫓아다니며 울고 웃으며 살고 있어 남들에게 한심하게 보여질지도 모르지만 ...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는 친구들이 있고 또 일상을 열심히 살아나가는 그녀들의 모습이 참 유쾌하고 좋아 보인다.

 

나도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면서 알게 된 것은.... 나이가 들어도 좋은 건 좋은 거였다는 것이다. 약간 팬심이나 덕후의 기질, 빠순이의 기질은 어리다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든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아직도 팬클럽을 쫓아다니지는 못 하지만 좋아하는 이들의 콘서트를 다니거나 굿즈를 사거나 하는 것은 좋아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그녀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다가왔고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님이 후기에 그렇게 썼더라

 

한 살 더 먹었지만 나는 연애 대신 달달한 팬질을 다시 시작했다. 거리감에 무력감에 울게 될 걸 알면서도 또다시 사랑에 빠졌다. 사실 그들은 천사보다는 악마에 가까웠다. 내 일상을 흔들고 현실을 뒤엎으며 생활을 조이는. 나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들을 보고 싶었고 더 가까이로 가고 싶었다. 그들은 별이고 꿈이었다. 꿈 없이 일상에만 갇혀 살아가는 내게 그들은 우주를 건네주었다. 나는 꿈의 언저리를 맴돌고 맴도는 행성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내 우주에 불을 켜주었다. 나는 그 흔들리는, 흐릿한 불빛에 의지한 채 걷는다. 사랑하는, 그들에게로.(p.267~268)

 

그래... 이렇게 꿈을 주고 행복을 주는 그녀들은 참 행복해 보인다.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나이 40대에도 아직 좋아하는 것이 있고 쫓아다닐 수 있는 공연도 있는 나 자신에게도 잘 하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은 것 같다.

한 살 더 먹었지만 나는 연애 대신 달달한 팬질을 다시 시작했다. 거리감에 무력감에 울게 될 걸 알면서도 또다시 사랑에 빠졌다. 사실 그들은 천사보다는 악마에 가까웠다. 내 일상을 흔들고 현실을 뒤엎으며 생활을 조이는. 나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들을 보고 싶었고 더 가까이로 가고 싶었다. 그들은 별이고 꿈이었다. 꿈 없이 일상에만 갇혀 살아가는 내게 그들은 우주를 건네주었다. 나는 꿈의 언저리를 맴돌고 맴도는 행성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내 우주에 불을 켜주었다. 나는 그 흔들리는, 흐릿한 불빛에 의지한 채 걷는다. 사랑하는, 그들에게로.(p.267~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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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 앗코짱 시리즈 2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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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

 

유즈키 아사코 소설

권남희 옮김

 

이봄

이 책을 본 적은 많지만 읽을까 말까 했었는데 기회가 왔다.

 

아주 작고 예쁜 책이다. 펼친 순간 금방 읽히는 매력적인 책이다.

여기는 짧은 이야기 4편이 있다. 이 아이들이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옛날 예능...[진실게임]처럼 모든 이야기에 가게 도쿄 포토푀&스무디가 나온다. (실제 마지막 2번째는 고베와 오사카 지역에서의 이야기다.)

 

따뜻하고 고마운 이야기이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

(늦여름 지하철 앗코짱)

우울한 아케미...‘도쿄 포토푀&스무디의 아사코를 만나다.

 

취업 빙하기 예쁘지도 능력이 출중하지도 않은 스스로 찌질하다고 생각하는 에노모토 아케미는 유명 푸드기업인 이타와 그룹의 고객관리업무에 취업하게 되었고 입사 후 바로 배치된 선술집 체인점의 점장 업무에서 24시간 주문을 받는 독신자 대상 배달 서비스의 오퍼레이터 부서로 이동한 것은 작년 봄이다. 권위적이고 폭군 기질의 팀장 밑에서 이 부서의 클레임 처리까지....이런 것들은 정신을 마모시킨다. 언제 쉬어 본 지 기억도 안 나게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안팎으로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것 같은 그녀는 새벽 시간 도쿄 지하철의 환승 구간을 죽을 상을 해서 지나가고 있다. 그 아침...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 주스판매대의 체격이 큰 여성이 무료캠페인 중이라며 시금치랑 고마쓰나랑 사과 스무디’(변비에 좋다네)를 건넨다. 당황하며 스무디를 받아들고 지하철을 탄다. 맨날 편의점에서 대충 주먹밥, 빵 등으로 끼니를 떼우는 그녀가 날 채소를 먹은게 얼마만인지...다음날 다시 찾은 그 곳의 명칭은 도쿄 포토푀&스무디이다. 잃어버린 정기권을 찾으러 간 그 곳에 주인이란 여성 앗코짱은 답답한 회사 지정 정기 출근 루트말고 다른 곳을 권하며 또 강제로 스무디를 안긴다.(망고, 당근, 현미 감주..)...한 고객이 그런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여기 스무디를 계속 마시면 일을 잘 하게 된다...’. 다음 날도 ... 스타일을 바꿔바라...간섭하자 쫓아올까봐 정기 루트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회사를 왔더니 회사에 앗코짱이 스무디 배달을 왔다.(적양배추, 거봉, ..눈의 피로에 좋다네)...그리고 권위적인 팀장에게 한 소리 하고 간다.(앗코 짱의 이름은 구로카와 아쓰코.. 그녀는 도쿄 포토푀&스무디의 사장이래) 그랬더니 팀장이 일찍 가라네.. 오랜만에 그녀는 푹 잔다. 다음날 그녀는 다시 앗코짱을 만나며 부당한 근무여건을 얘기해주고 자신을 좀더 사랑하고 자신에게 좀 더 맞는 장소를 찾아보라며 멜론 스무디를 안긴다. 마지막 금요일 오늘은 앗코짱이 아예 가게를 맡기고 도망갔다. 예전 부하직원이라는 여자가 다녀가고.. 좀 있다보니 스크린 도어에 기대 있는 작은 남자가 보인다. 그에게서 4일 전 플랫폼으로 뛰어들고 싶어하던 자신이 모습이 보이고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스무디를 한잔 건넨다. 어디선가 나타난 앗코짱... ‘당신에게 왜 말을 걸었는지 알겠어?’...라고 다가 온다. 그리고 말하는 이야기...

역마다 플랫폼 끝에 파란 조명이 켜져 있단다. 파란색은 사람의 판단을 냉정하게 하는 힘이 있대.플랫폼에 그 조명을 켜놓은 뒤로 자살이 줄었다는군.(p. 57)

조명 하나 때문에 투신 자살이 줄어들 듯 파란 빛의 효과처럼... 사람의 일생을 늘리는 것도 줄이는 것도 그런 별것 아닌, 한심하고, 사소하고, 없어도 아무도 곤란해 하지 않을 것들이지..스무디 한자, 아침을 잘 먹는 것.....자기만족이지만...쉽지 않지만 중요한 건 본인의 건강해지려고 하는 의지...그러며 단거 없는 마지막 스무디를 먹는데...(시금치, 고마쓰, 케일, 당근 스무디).. 첫날 쓰게 느꼈던 스무디가 이제는 달다. 그리고 앗코짱은 다시 만날 수 없게 되고 아케미는 새로운 발을 내디딘다.

 

한여름 3시의 앗코짱

 

한 때 출판사에서 근무하던 사와다 마치코가 다시 예전 상사 앗코짱을 만난다. 회의 때 간식을 준비하는 미치코는 회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 걱정이 많다하고 앗코짱은 새로운 케이터링 서비스라며 저렴한 가격에 오후 3시의 티타임을 제안하며 일주일간 저렴한 가격에 자신이 회사로 찾아온다고 한다. 여름인 지금 이번 크리스마스에 판매할 소형 샴페인의 전략회의를 해야할 지금... 일주일간 오후 3시에 매일 30분씩 티타임을 가지게 된다. ‘Everything starts with tea’

등나무 바구니, 하얀 레이스 앞치마를 한 앗코짱은 흰 테이블보를 깔고 제대로된 티 찻잔 세트를 가지고와 뜨끈한 얼그레이와 쇼트브레드를 내놓는다. 화요일은 오이샌드위치와 다르질링, 수요일은 빅토리아 케이크와 차는 우바(스트레이트 후 우유를 넣으래). 목요일엔 스콘(클로디드 크림, )과 아삼(우유를 듬뿍 넣음), 마지막 날... 샴페인과 영국의 전통 레시피로 만드 크리스마스 푸딩(영국 이야기 책에 많이 나온다고 한다. 푸딩에서 은으로 만든 골무를 찾은 사람에게 행운이 찾아온다고 한다.)... 암튼 이런 멋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앗코짱은 사라지고 회의는 멋지게 마무리되고 미치코의 인생도 새롭게 반짝인다.

 

도코는 일 때문에 도쿄에서 고베로 내려 온 디자이너다. 개인 플레이에 익숙한 그녀가 이사 온 이 동네는 유명한 베티라는 멧돼지 스토커가 있다. 암튼 얘들을 통해서 주변 이웃들과 엮여 함께 살게 되는 이야기

 

우메다역 언더월드

면접을 보러 오사카에 하루 전날 밤 온 사에는 태어나서 처음 한큐 우메다역에서 면접시간까지의 시간을 떼우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이바라기현의 본가를 떠나, 때마침 캠퍼스 근처에 사는 할머니 집에 들어가 살게 되어 4년동안 구니타치를 거의 떠난 적이 없는 그녀는 졸업 앞둔 구직자... 서류를 넣고도 합격되는 데가 없는데 오랜만에 오사카에서 불러줘 사실 확 가고 싶은 회사도 아니고, 장거리 연애나, 할머니를 떠나 사는 것도 엄두가 안 남에도 불구하고 면접을 왔다. 비도 오기에 지하공간에서 잘 찾아가려 했지만 일본의 지하철 특히 우메다역이 너무 복잡한 관계로 간발의 차이로 면접장에 늦게 들어가 면접도 못 보고 돌아오는 길에 맛있는 거라도 기분전환 삼아 먹어보려했지만 실패...그러다 결국 자기처럼 헤메고 있는 다른 면접자를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자기에게 맡는 일을 찾아보려고 다시 마음 먹는 이야기..

 

이 책의 이야기들이 어쩜 이렇게 예쁜지... 사회초년생, 취업준비생, 외로운 사람들의 상황과 마음을 담담하게 담아 내면서 어찌보면 판타지 같고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해결책을 살~짝 제시해주고 ... 아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뭔가 힐링이 되는... 좋은 책이다. 다른 것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역마다 플랫폼 끝에 파란 조명이 켜져 있단다. 파란색은 사람의 판단을 냉정하게 하는 힘이 있대.플랫폼에 그 조명을 켜놓은 뒤로 자살이 줄었다는군.(p. 57)

조명 하나 때문에 투신 자살이 줄어들 듯 파란 빛의 효과처럼... 사람의 일생을 늘리는 것도 줄이는 것도 그런 별것 아닌, 한심하고, 사소하고, 없어도 아무도 곤란해 하지 않을 것들이지..스무디 한자, 아침을 잘 먹는 것.....자기만족이지만...쉽지 않지만 중요한 건 본인의 건강해지려고 하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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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
이루리 지음 / 북극곰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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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아름다운 책이고 행복을 가득 준 책이다.

표지에는 노란색 줄이 있고 빨간 목도리를 하고 자전거 타는 곰이 있다. (나는 자전거를 잘 못 탄다. 내게 자전거는 뭔가 자유롭고 평화로움의 상징이다.) 그것만으로 좋았는데... 책 속에는 정말 많은 그림책이야기가 있다. 뒷목차를 보니 56권의 그림책이 여기에 소개되었다.

 

나름 책을 본다고는 했지만 그림책은 아이책들 중 전집류로 보았거나 유명한 작가 작품 찾아본게 다였던지라 여기서 소개된 대부분의 책은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었다. 아름답고 참신하며 기발하고 감동적인 많은 책을 소개 받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루리 님의 취향은 정말 나랑 비슷하다. 나는 그림체 중요시 한다. 첫인상 안 좋으면 안 펼치는 편이다. 사실적인거 사람나오는 그림책 별로다.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교훈`지식 그런 거 안 좋아한다. 비슷한 취향을 고백하신 작가님이 소개하셔서 그런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모든 책들이 구미가 당겼다.

다양한 그림책 이야기가 있는데다가 (스포일러는 없이 만드신 대단한 노력) 예쁜 그림책 그림들도 많고 재밌거나, 찡하거나, 놀라움을 주거나... 암튼 모든 책들이 맘에 들었다.

특히 기발한 책이 많이 땡겼다. 맨날 소설만 읽다가 웹소설을 읽게 되었었는데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이 존재하고 정말 많은 작가들이 존재해서 진짜 깜짝 놀랐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림책에도 정말 다양한 작품이 존재하고 재기발랄하며 기발하거나 공포이거나 시화나 명화 같이 고급지거나 웃기거나 찡하거나.. 정말 새로운 접근, 새로운 시도, 새로움이 넘쳐나는 작품들이 너무나 많아서 .... ... 나의 시야가 많이 좁았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고 그림책도 한번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보았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 이렇게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이 있고 그만큼이나 넘치게 맛 봐야할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영화와 아름다움 음악과 멋진 그림들과 공연들과 여행지가 많다는 것은...

 

가장 유쾌한 책들, 인상깊었던 책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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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처음 방문을 잠근 날 - 자존감, 효능감을 높이는 독서처방전
최희숙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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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가 처음 방문을 잠근 날

 

최희숙 지음

 

이 책은 한참을 잊고 있었다. 나는 사실 실용서나 자녀 교육서 등은 거의 읽지 않는다. 나는 책을 순전히 재미 추구를 위해 읽고, 나 좋을라고 읽고, 행복하려고 읽기 때문에... 실용서는 뭔가 재미없을 것 같기에, 자녀 교육서는 내가 잘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는게 두렵고 짜증이 나서 접하지 않는 편이다. 고백하자면.. 아마도 나는 이 책을 그냥은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평단에 응모를 하게 되었고 당첨이 되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보통은 서평 책이 빨리 오는 편인데... 이 책은 한 달 정도 만에 온 거 같다. 그래서 거의 잊고 있었던 게 맞다. 표지가 이쁘지 않았다. 제목도 우울하고.. 그렇지만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서평하기로 한 책은 항상 꼼꼼히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몇 년 전에 서평을 많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무조건 응모하고 무조건 열심히 했는데... 그 때 너무 힘들었다. 내가 왜 이래야 하나.. 일도 해야하고 아이도 키워야하고 살림도 살아야 하는데 숙제처럼 쌓여있는 책으로 내 삶에 기쁨을 주던 존재였던 이 짐이 되었고 행복하지 않았기에... 서평단은 다시 안 하리라 마음 먹었다. 올해 본의 아니게 시간이 나고 마침 좋은 책도 많았기에 다시 서평단을 도전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읽고 싶은 책만, 좋아하는 책만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고 그나마 도전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기에...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책을 보고 즐겁게 서평을 하고 있다. 또 나도 사서 읽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도 만만치 않기에 이 정도가 딱 좋고 행복하다. ) 이 책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그냥 자녀 교육서나 심리학자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나의 첫인상은 책 제목을 보면서 바로 깨졌다.

자존감, 효능감을 높이는 독서처방전’... 책의 저자는 심리상담사이자 독서지도사라고 하신다. 20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은 아니시고 사설 독서`논술 선생님이신 것 같다.

머리말을 읽고부터 이 책이 끌렸다.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 책을 읽었다. 갈 곳이 없을 때 도서관에 갔다. 잘 살고 싶어서 나를 훼손시키지 않고 터널을 지나고 싶었다. 외로움이 몰아쳐서 누구라도 붙잡고 싶을 때,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내게 고독하라고 말했다. 고독 속에서만이 성장한다고 모든 중요한 일은 어려운 거라고 말해주었다. 답을 몰라 헤멜 때는 잠시 그 생각을 서랍 속에 넣어두라고, 어떤 문제를 겪고 있다는 건 그걸 해결할 능력이 지금은 내게 없다는 것이니 잠시 서랍 속에 그 문제를 넣어두라고 했다.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는 걸 잊지만 않고 있으면 언젠가 답이 찾아온다고. 그렇게 릴케는 나의 품위를 지켜주었다.~~~ 아이의 걸어 잠근 문이 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방문을 열기 위해 방문 앞에 서 있지 말고 내가 커야 한다는 것이다. ~~ 먼저 내가 채워져야 했다. 내게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고, 없는 걸 주려고 하니 지치고 거칠어졌다. ~~내게 성장이란 지식의 덧붙여짐이라기보다 기존의 무지가 깨지는 과정이었다. 무지와 왜곡된 생각이 깨지는 만큼 성장했고, 성장은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는 선물을 주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수업 때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살림노트를 쓴다고 한다. 이 노트에는 무엇이든 살리는 이야기를 적는데 그것이 나를 살리는 격려의 말도 되고, 몸을 살리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 먹는 것도 되는데 이러한 것들을 매일매일 3가지씩 기록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만큼이나 저자는 죽음에 주목한다.(실제 죽음 뿐 아니라 기운 빠지게 하는, 풀 죽게 만드는, 작아지게 만드는 것들... 우리를 살고 싶게, 또는 죽고 싶게 만드는 것들은 큰 일이 아니라 작은 말, 표정, 기억들이라고...) 어느 아파트 옆에 무덤이 있다는 말에... 자신은 그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매일 이런저런 고민하며 빠듯하게 살다가 집에 들어오며 무덤을 보면 모든 것이 죽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오래동안 독서 지도를 해 오시고 논술을 가르치셔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글들이 좋았다. 내가 읽어왔던 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이 책에서 본 것들은 다시 읽고 싶어졌고 봤던 영화인데도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이야기들로 다시 보고 싶게 했다. 읽는 내내 서평을 위해 줄일 수 없을만큼 자체로 좋은 문구가 많아 평소 책에 줄치거나 표시해두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나지만... 너무 좋은 곳이 많아 이거.. 어떡하나... 망설여졌다.

아이에게 선택, 결정하게 하라는 말도 좋았고.... 마지막 글 [당신이 옳다]에서 보았듯 나도 내 아이에게 나 스스로에게 자유를 주고 싶기도 했다.

얇은 책이지만 서평은 그 어떤 책보다 쓰기가 어려운 편에 속하는 참 생각 거리 많고 읽을 거리 많고 곱씹을 것 많은 좋은 책을 읽게 되어 정말정말 감사하다.

급한대로 좋았던 구절... 급히 옮겨본다

 

내게 없는 것을 주려 하니 거칠어졌다.

p.40

책이 주는 선물

책 읽기가 주는 혜택도 부모가 먼저 맛보았으면 좋겠다.

 

무엇이 나를 달리게 하는가?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기형도 님은 질투 덕에 그렇게 아름다운 글을 남겼고 저자의 딸이 어느 순간 놀랍게 성적이 오른 것은 가정의 위기라는 불안과 공포였기에 행복하지 않았다고 하였고 현재 먹고 살기가 괜찮은 친구지만 가난했던 과거 때문에 항상 돈을 좇는다고 한다는 그녀의 글을 보고 과연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p. 57

결핍, 나를 온전한 존재로 믿는다는 건 뭘까?

~~ 아이의 온전함을 믿는다는 것은 잘 살고 성공한 것을 믿는다는 것이 아니다. 무탈하게 살아갈 것을 믿는다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삶을 살든 아이가 삶의 주인이고 그 모든 것을 겪어낼 가치가 있다는 걸 믿는 것이다. 그것이 믿어지니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보다 앞서던 발걸음의 속도를 늦추는 것은 꽤 어렵지만 필요한 일이었다. 그것은 빼앗은 왕관을 돌려주듯 아이는 삶의 주인이 되고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일이었다.

 

자살을 시도한 아이에게 ~~[캐스트 어웨이]영화를 보고... 그 아이의 인생영화는 이 것이란다. 비행기 조난사고를 당했던 척이 무인도에 갖혀 다양한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포기할 무렵 파도에 실려온 판넬을 돛으로 이용해 탈출 4년 만에 돌아왔을 때 살아야했던 이유였고 그리워했던 연인 켈리는 이미 결혼해서 애까지 있는 상태... 걱정하는 친구에게 척은 말했단다. 켈리도 자신도 정확히 계산했기에 켈리는 잊기로, 자신은 섬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거센 파도가 판넬을 가져다주었고, 켈리를 다시 잃은 지금, 너무나 슬프지만 또 살아갈 거라고. 파도가 무엇을 가져다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Who knows what the tied could bring?”....이 이야기 덕분에 아무리 힘들어도 무조건 버티자고 자신을 다독인다고...

 

P.108

사랑과 수용, 그것이 그렇게 자녀 삶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란 걸 알았다면 부모는 밥을 먹이듯 아이를 사랑하고 감정을 읽어주는 것에 열심을 냈을 것이다. ~~~ 한 가지 좋은 소식은 나이 들면서 지혜도 함께 자란다는 것이다.

~~[앵무새 죽이]에 또래 아빠보다 나이가 많은 50살 가까운 아빠를 아쉬워하는 딸아이에게 옆집 아줌마는 말한다. “너희들은 행운인 줄 알아야 한다. 네 아버지 나이의 철학을 단단히 누리고 있으니까. 만일에 말이다, 네 아버지가 지금 삼십 대라면 너희들의 삶도 무척이나 달라져 있을 게다.”

지금은 부모로서 부족한 것 같고 아이와 힘든 관계에 있을지라도 지금의 모습이 끝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과정 중에 있는 것이다. 과정 속에서 피하지 않고 오늘을 충분히 경험하다 보면 보너스로 나이가 주는 철학도 덤으로 얻는다. ~~~ 긍정이라는 말은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러한 것을 보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긍정이다. 우리는 자녀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편견 없이 긍정할 필요가 있다.

 

p. 115

치히로처럼 우리가 성장했을 때를 되돌아보면 혼자 무언가를 책임져야 할 때였던 것 같다. 아무도 의지할 곳 없이 혼자 고뇌하고 결정하며 책임을 감당할 때 폭풍성장을 한다. 그러니 좋은 환경만을 주려 너무 애쓸 필요도 없고 부족한 환경이라고 너무 주눅들 것도 없다. 어려서 결정하는 경험을 해보지 않고 어른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주변 의견에 따라가거나 누가 대신 결정해주기를 바라는 어른 아이가 되기도 한다.

 

~ 아이가 TV를 보고 있는 동안 잔소리하는 건, 화면 뒤에 숨어 있는 전문가 1,000명과 싸우는 것과 같다고 한다. 마케팅 전문가, 소비 심리학자, 행동 심리학자, 기획 전문가 등이 화면 뒤에서 아이의 마음을 유혹하는데 TV를 끄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시간을 두고 아이가 공부나 TV, 핸드폰 등에 대해 얘기할 때까지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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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눈의 고양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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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눈의 고양이

-미야베 미유키

 

 

목차

 

()

열어서는 안 되는 방

벙어리 아씨

가면의 집

기이한 이야기책

금빛 눈의 고양이

편집후기

 

미야베 월드 2막 에도 시리즈 중 흑백의 방시리즈는 이걸로 벌써 5권 째인가?

흑백’, ‘안주’, ‘피리술사’, ‘삼귀’....까지 읽었다.

지난 삼귀에는 새로운 인연이 찾아왔더랬다. 미시마야 차남인 도미지로와 고서상 간이치의 등장이 반가웠었지. 이번 편부터는 미시마야 주머니 가게의 흑백의 방에서 괴담을 듣는 이가 오치카 아가씨 말고 도미지로가 한 명 더 늘었다. 이렇게 된 게 더 좋을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이야기 책에서 처음 나오는 이야기가 굉장히 꺼림직하고 으스스하여 둘이 듣는게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도미지로는 읽고 난 후 그림을 그리는데 그것도 참 좋았다.

 

열어서는 안 되는 방....간절히 바라는 것을 이루어주는 존재가 있는 방(대가만 치르면 무엇이든 이루어 주는 신), 그러나 세상에는 공짜가 없기에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는 아주 소중한 것을 바쳐야했기에 자기만을 생각하는 사람들로 인해 그야말로 파국으로 달려간 어느 집안 이야기와 거기서 살아남은 아이(헤이키치)가 어른이 되어 옛날을 회상하며 들려주었던 이야기... 상당히 오싹했다는 것.

벙어리 아씨... 몬모 목소리를 가진 아이(요괴를 부르는 목소리란다.)였던 할머니가 들려주었던 자신의 목소리 때문에 살아왔던 힘든 삶과 그로 인해 엮였던 어떤 성에서의 기억 벙어리 아씨의 이야기.... 은근히 귀여운 이야기였고 따뜻한 이야기였다. 목소리 때문에 말을 잘 하지 않았던 오세이는 항상 외롭고 위축되었지만 귀머거리이든 어떤 노부부 집에서 손짓발짓을 해가며 의사소통을 하지만 따뜻하고 행복하게 하녀살이를 하며 살다 노부부가 돌아가신 뒤, 어느 지역 영주님의 오스즈 별궁(영지에 있는 두 번째 마님 성)의 말을 잃은 어린 따님의 요강지기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그 별궁의 아이 귀신 잇코쿠를 만나게 되고 아씨의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잇코쿠 님도 떠돌이 극단의 큰 거미인형에 실어 보내주게 되었던 것.

가면의 집... 근처에 불이 났고 왜 불인 났는지를 알려주는 .... 어떤 여자아이가 들려주는 가면의 집 이야기.. 잘못된 범죄랄까 나쁜 것들을 담아 가둬놓고 있는 가면의 집에는 파수견으로 이 아이를 들인다. 근성이 비뚤어진 사람이 발견하기 쉬운 가면은 형태가 그럴 뿐.. 사실 세상에 나가서는 안되는 이매라는 것이고 가면의 집은 이들을 봉해 놓고 감시하는 곳이다. 나쁜 마음을 먹고 사는 사람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가면의 유혹... 결국 그 아이가 유혹에 넘어가 가면을 놓쳐 주변에 불이 났다는 이야기... 착하게 살 일이다.

기이한 이야기책.... 효탄코도라 불리는 세책방의 간이치가 드려주는 기이한 책 이야기.... 자신의 집에서 세책일을 하던 주베에라는 분과의 인연과 그의 삶에 다가온 책....이 책을 읽으며 필사하는 사람에게는 저주랄까...자신의 죽는 날이 보이는 책....그리고 막간에 추가된 어느 할머니의 여섯 번 결혼한 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던 오치카 아가씨는 결국 오랜 생각에 잠기게 되고 ... 주머니 가게에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아픈 과거를 극복해 나간지 3년째.. 뭔가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느낀 그녀.... 결국 간이치오치카가 이로서 엮이게 되는 이야기... 이제 흑백의 방에도 찾아오는 새로운 변화

금빛 눈의 고양이...‘오치카의 경사를 앞두고 도미지로가 이야기 듣는 사람으로서 바뀌게 되고 그 시작 겸 연습 겸 처음 듣는 이야기...도미지로의 형이자 미시마야 장남 이이치로가 들려주던 그들의 어린시절에 관계된 금빛 눈의 고양이이야기... 따뜻한 이야기여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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