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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평점 :
꿀벌과 천둥
나는 정말 일본 소설 매니아다.
거의 좋아하는 작가들을 집중적으로 읽는 편이라 사실 계속 읽고 있고 작품 수는 많이 읽었지만 다양한 작품을 많이 읽지는 못 했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일본서점대상....(이거 대중적이더라고...)...사실 나는 유명한 문학상...은 영 소화가 안 되는 타입이라 그런 상에는 그러려니 하지만 이건 제법 괜찮았다. 대중성이 있더라고...
암튼 사설이 길다. 내가 이 책을 산 이유가 이렇게 길다.
온다 리쿠... 사실 그녀의 작품도 제법 읽었다. 내가 읽은 여댓권 읽은 그녀의 책 중 학창시절이랄까 성장소설이랄까 그런 작품들은 참 좋았다. 특히 ‘밤의 피크닉’.... 그러나 그녀의 작품 중 아리까리 미스테리...등은 소화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야기 꾸리는 능력은 높이 산다.
그녀가 일본 서점대상 1위와 나오키상 역사적인 첫 동시 수상을 이루어냈던 작품이라고 대대적인 홍보가 있었고 표지도 너무 이쁘고 무엇보다 음악에 관한 책이라고 하여 안 살 수가 없었다. 일찌감치 수록 cd와 함께 사들여 여름방학에 읽으려고 하였으나 시기를 놓쳐 이번 긴 연휴에 느긋하게 읽었다.
아... 너무 좋다.
오랜만에 정말 아까워서 아껴 읽은 책이다.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열리는 2주 정도의 기간... 그 콩쿠르에 참가하는 참가자와 관계자들의 이야기와 콩쿠르가 열리는 과정을 그린 소설인 이것은.... 너무나 생생해서 음악이 그려지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지금 콩쿠르를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놀라운 소설이다.
나는 공연을 참 좋아해서 지방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공연을 극장에 찾아가서 돈과 시간을 투자해 가며 적지 않게 본 사람이다.(물론 소싯적 이야기이지만...zz)... 원래 뮤지컬, 콘서트 등을 좋아해서 보게 된 공연이지만 그러다 보니 클래식 음악회도 보통 사람들보다는 좀 본 편이기도 하다. 클래식 공연은 지루할 때도 있지만 가끔 깜짝 놀랄만큼 나도 모르게 감동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클래식...이라는 말이 그냥 붙는게 아닐만큼 오랜시간 사랑받는 음악들 , 오래도록 지속되는 악기들은 확실히 좋은 뭔가가 있다. 잘 모르지만 나는 그런 악기들 중에서 피아노를 가장 좋아한다. 물론, 듣는 걸 싫어하지는 않고 많이 들어본 음악도 많지만 도통 제목도 작가들도 연결이 안 되고 굳이 알기 위해 노력해 본 적도 없지만...
암튼 그런 나이지만 이 소설은 정말 아름다운 음악들을 시각화 시켰고 작품을 찾아 듣고 싶게끔 만드는 다양한 욕구들을 안겨 주어 좋았다. 나는 콩쿠르 대회에 대해 1도 아는 바가 없었는데 여기에 얼마나 자세하게 나오는지 실로 전문가가 된 기분이다. 평소 TV오디션 프로를 보며 감동 받고 짠해 하는 나지만 클래식콩쿠르 대회는 천재들만 나오고 잘나고 대단한 사람들의 그들만의 잔치라고 함부로 생각했던 걸 반성하게 되었다. 1,2,3차 예선에서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많은 작품을 준비하는지 몰랐고 그렇게 준비가 힘든지도 몰랐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콩쿠르 대회가 이렇게 긴장감 넘치고 생생하게 묘사되다니... 그런데다가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참가자들... 이 작품의 주인공이랄까 하나하나의 인물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것.
꿀벌 왕자로 불리는 정말 천재(16세) 양봉업 아버지의 자연 속 아들 가자마 진... 피아노가 없다는 그는 그야말로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천재 소년이다.
에이덴 아야(20세)... 한때 천재소녀로 불렸던 자연속에서 음악을 보고 느끼던 그녀....갑작스런 이유로 업계를 떠났다가... 다시 8년 만에 부활을 시도하며 아직은 방황하는 피아노 소녀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19세) ...줄리어드 음대생으로 미국 대표로 참여했지만 일본`프랑스 등 다양한 혈통이 섞인 라틴계 키 크고 잘 생긴 미남으로 이 아이도 천재.
다카시마 아카시(28세) ...참가자 중 가장 노령으로 성실하고 다정한 성품의 노력형, 결혼하고 애도 있는 그는 피아노를 접고 악기점 점원으로 살아가지만 마지막으로 1년 동안 직장과 연습을 병행해가며 이 대회에 참여했다.
이들 외에도 다수의 이들 100명이 1차 참가 , 2차 24명, 3차 12명, 본선 6명...
여기 모두가 1등 했으면... 하는 마음...
모든 음악들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 외에도 관련 심사위원들, 주변 지인들...하나같이 악역도 없고 이야기도 예쁘다. 무엇인가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집중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의 모습은 실로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여길 보면서 정말 모두에게 상을 주고 칭찬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꼭 천재가 아니더라도 음악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토닥여 주고 싶은 책.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나도 한번 이런 대회에 가서 보고 싶기도 하고... (아니야 아무래도 너무 힘들까?)
암튼, 좋은 음악을 듣고 싶게끔 만든... 책... 나는 지금 현재 JTBC '팬텀싱어2'에 푹 빠져있는데.... 그 음악에 빠져 살란다.
아무튼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