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 Loveholic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세상에 참을 수 없는 일이 과연 몇 가지나 있을까. 사실 참을 수 있는 일보다 없는 일이 더 많을 듯도 하다. 어쨌든 그 수를 막론하고 가장 해결하고 싶지만 그게 잘 안되서 참기 힘들지만 반드시 참아야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두 여자 주인공은 세상에서 만나는 딱 두 부류의 여성을 대표한 것 처럼 보인다. 작가를 꿈꾸는 출판사 직원 지흔. 폭탄주를 즐기며 입에 걸레를 문 듯 걸걸한 욕을 마음껏 구사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애가 없다'는 이유로 출판사에서 제일 먼저 짤리고 7년 연애한 남친마저 뜨뜨 미지근하다. 술김에 놀린 술병 덕에 말 그대로 알거지가 된다. 경린은 그야말로 딱 - 소위 말하는 현모양처 - 아내이다. 남편의 아침상을 차리고 넥타이를 정갈하게 매주며 후세 양성에 힘쓴다. 잘 나가는 남편 덕에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살지만 반복의 지겨움을 느낀다.

 

 

 

이 두 여성의 삶은 두 남자의 등장으로 복잡해진다. 이 시점에서 약간 짜증이 난다. [싱글즈] [뜨거운 것이 좋아] 등의 작품을 통해 지속적으로 여성 이야기를 다루고자하는 권칠인 감독의 의도는 매우 높이 사나 그가 여성을 말하는 방식은 지극히 - 개인적으로 -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와닿지 않는다! 항상 여자의 삶의 방향성은 '남자' 혹은 '아이'에 의해 결정된다.(출판사 권고사직 사유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주체적'으로 뭔가를 이루고 꾸미고 변화하는 '여성'의 모습도 결국 '남자'라는 테두리 안에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걸까?

 



 

여튼 이 영화에서도 경린은 남자로 인해 안정궤도에 있던 삶이 뿌리채 흔들린다. 그리고 이것이 주인공 네 명의 삶을 바꾸는 시발점이 된다. 서로 실타래처럼 얽힌 관계는 '이제 행복하지?'라는 지흔의 질문과 '좋아보이는 미소'를 짓는 경린의 대답으로 마무리된다. 파국으로 치닫을 줄 알았던 영화가 의외로 소소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김이 새기도 한다. 여기서 잠깐, 꽂힌 대사를 한번 살펴보자.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은 뭐든지 확실한 지흔에게 명원이 '지흔씨는 참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한다. 여기에 대한 지흔의 대답. "열심히 사는 거 자랑아니예요, 열심히 안 살아도 잘 사는게 자랑이지." 그래, 맞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잘 산다는 거. 뭔가 밑도 끝도 없이 대박을 꿈꾸는 철부지의 희망사항 같지만 더럽고 치사해도 세상에 이런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열심히해도 안될 때가 있고 노력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갑자기 타이밍이라는 이름으로 뭔가가 뚝 떨어질 때. 사랑도 연애도 결혼도 그런건가? '열심히 하지 않아도 잘 하면 좋은' 그런거.


명원과 게임 후 지흔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나 하나만 입 다물면 모두 다 행복해 지는 건가." 얼마 전, 친구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내가 입 열면 한 둘 다치는게 아냐." 역치가 낮은 까닭에 나는 안 봐도 될걸 봤고 안 들어도 될걸 들었고 몰라도 될걸 알았다. 뭐,,, 내가 알고 있는 사실보다 더 어마어마한 일들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엄청나게 불편한 진실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들은 꼭 민감도 높은 몇 사람에게 몰리는 경향이 있다. 당사자들의 번잡한 마음도 모르면서. 바로 나처럼! 지흔도 마찬가지. 크~ 고달픈 인생이여~

 

'참을 수 없다'는 평이 대부분이라 정말 기대없이 본 영화였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작가적 삶'을 사는 지흔의 모습을 통해 반면교사 삼을 수도 있고 남녀관계의 정점으로 점철되는 결혼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 매우 흡족한 영화였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대사도 많았던,,,,,,. 김흥수의 야생마 눈빛과 추자현의 자유로운 모습이 오랜 여운을 남기는 영화 [참을 수 없는.], 난 기꺼이 참을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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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제 - 700년의 역사, 잃어버린 왕국!
대백제 다큐멘터리 제작팀 엮음 / 차림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백제에 대해 내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광활한 국토를 장군의 기상으로 넘나들었던 기마민족 고구려, 찬란한 예술 문화를 꽃피운 신라, 그렇다면 백제는,,,? 현재의 증거는 과거이므로 미래를 예측하려면 사학을 공부하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역사에 대해 특히, 백제에 대해 참으로 무지했다는 것을 [대백제]를 읽으며 깨닭을 수 있었다.

 

[대백제]의 대전제는 일본의 뿌리는 '백제'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자국은 그렇다치고 일본은 도대체 왜? 그것은 바로 일본 천황가가 '백제의 화원'이란 사실에 근거한다. 일본의 천황가 혈통의 시초인 오진왕조가 고구려 광개토 대왕에게 밀려 일본 열도로 망명한 웅진 출신, 즉 비류계 백제 왕이었으며 일본의 한 고서에 '백제와 일본이 같은 혈통임을 증명하는 모든 문서를 칸무시대에 불태웠다.'는 기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천궁녀자왕'은 잘못된 사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의자왕은 왜 이런 평가를 받고 있는 걸까?  그것에 대해 삼천궁녀의 진실과 당대 사람들의 의자왕에 대한 인식을 빌어 증명하고 있다. 첫째, 낙화암의 삼천궁녀는 15세기 말 시인들이 부여에서 읊조린 시구절 가운데에 들어 있는 말이었다고 한다. 둘째, 삼국사기에서는 의장왕을  海東證子 칭했으며, 이는 공자의 제자 증자와 같이 효심이 깊고 형제간의 우애가 깊은 사람이라는 극찬이라고 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의자왕을 부패와 타락의 역사로 인식시키는 국사교육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일본에 뿌리내린 백제의 패션에 대한 설명도 있다. 각종 무덤에서 발견되는 금관 상식과 금 귀걸이, 청동 거울 등의 유물은 고대에 일본에 까지 영향을 줬다는 것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고대 일본인들에게 '백제 스타일'은 최신 유행이자 상류계층의 상징이었다는 것! 무령왕의 금제 관식은 후지노키 고분의 금공 관식과 유사하며 나주 복암리에서 출토된 금동 신발은 에다후나야마 고분에서 출토된 신발과 같은 계보를 잇는 다고 한다.

 

[대백제]는 대백제 다큐멘터리 제작팀에 의해 탄생한 책이다. 방송에서도 구석구석 밝히기 어려운 한 나라의 실체를 한정된 책에서는 어떠했겠는가? 결론적으로, 깊이는 부족하지만 '백제'에 대해 재고할 기회는 충분히 제공했다. 그러나 자막을 이어붙인 듯 정리되지 않은 글과 화면을 캡쳐한 듯한 사진들의 두서없는 배열이 '진실'을 알리는 역사서로는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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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터 - 너와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
임은정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연리지'가 있다. 영역싸움에 의한 또는 영양분을 얻기 위한 투쟁으로 태생이 다른 두 나무는 결국 서로의 조직을 합쳐 한 몸이 되어버린다. 여기 한 병실에서 연리지가 된 두 그루의 나무가 있다.

 

눈이 있지만 볼 수 없고 생각은 있지만 말할 수 없고 몸은 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있다. 그들은 사소한 사람들이다. 아니 그렇게 되버렸다. 없어진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지 않는,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는, 그리고 혹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고생하느니 잘갔네'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없는 존재들이 되 버렸다.(343p)  한 때 세상은 내 눈 아래만 있었다. 어떤 기준의 절대치는 모두 내 차지였다. 하지만 언제나 인생은 예상치 못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했던가. 그나마 다행인건 옆에 있는 다른 나무에 비해 난 '틱' 반응을 보이며 일종의 행동이란 것을 할 수 있다.

 

[1미터]는 행복요양원의 한 병실에 있는 두 식물인간 - 강찬과 찬강 - 의 이야기다. 설정이나 구도가 영화 [죽이고싶은]와 오버랩 되지만 두 사람에게는 비누 담긴 스타킹이 허락되지 않는다. 강찬이 찬강에게 묻는다. "혹시 이런 생각 안해봤어? 만약 그 날 수영을 안했다면,,, 만약 누군가 나를 조금 더 일찍 발견했다면,,, 만약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면,,," 강찬의 질문에 찬강은 "신은 죽을 때까지 영혼을 기른다."고 대답한다. 잘난 만큼 원망이 컸던 강찬은 병실에서도 까칠하다. 그러나 떨어지는 나뭇잎만 봐도 까르르 거릴 나이에 이 곳에 온 찬강은 그의 거친 말도 부드럽게 안아준다. 두 사람의 방은 요양원의 안식처가 된다. 두 나무만 누워있으니 비밀얘기가 있을 땐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연애 감정도,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도, 누군가에 대한 원망도. 두 그루 나무는 아무 말도 건낼 수 없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말한다. 덕분에 모든게 잘 해겼됐다고. 들어줘서 고맙다고.

 

정상인들과 대화할 수 없는 두명은 서로 '주파수'를 맞춰 점점 연리지가 되어간다. 1미터의 간격만이 그들에게 주어진 - 영원히 허물 수 없는 - 장벽이다. 두 사람에게는 서길자여사, 상혁, 소연, 원장님, 살자와 같은 친구들도 있다. 이 친구들은 자신을 화장실 구석의 '걸레'로 표현한다. 쓰이고 뜯겨 때가 묻어 쓸모없어진 걸레.

 

식물인간들의 사랑은 [소나기]에서 처럼 깨끗하고 순수하다. 그리고 걸레라고 말하는 군상들의 마음은 [내 생의 마지막 저녁식사]에서처럼 아름답다. "함께 있을 때의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한 일들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가 있음을(371p)" 알려주는 진정한 사람들이라고 할까? 강찬과 찬강이 속삭이는 사랑들은 부자유스런 몸과 비례해 더 깊고 의미있는 메세지를 담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나도 혼란스러운 시절이 있었다. 30년 넘게 세상을 살아왔는데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답을 알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고 억울했다. 착하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살면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바보 같다'고 무시 했고, '그렇게 살아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겠느냐'고 비아냥거렸다. 남녀 간의 사랑과 인생살이는 내개 비슷하게 비열하게 느껴졌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래서 찬강과 강찬이라는 두 그루의 나무가 등장하지 않았을까 한다. 세상은 오히려 '바보 같고' '무의미'하다고 여겨지는 존재들에 의해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증명하기 위해서.

 

신년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시는 어른신을 본 적이 있다. '가족과 움직일 수 있는 몸을 가진 것 만으로도 다 가진 것이다.'라는. 우리가 항상 배고픈 이유는 그 동안 너무 많이 먹어서 위가 늘어났기 때문인지 모른다. 물리적 위보다 마음과 감정과 사랑의 위를 키울 수 있는 좋은 책, [1미터]였다.  

 

** 좋은 구절 **

 

밖의 상황을 방 안에서 듣고 있던 건장했던 식물인간, 아니 식물인간에서 동물이 된 그 사람은 울고 있었다. 34p

 

사람이 그렇다.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관대할 수 있지만 자신의 영역에 조금이라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나타나면 날카로워진다. 131p

 

인생을 뭔가에 빗대어 비유하자면 뭐가 있을까요? 여러 가지 비유가 있겠지만 누군가는 인생을 신 사탕에 비유했다고 하죠. 겉으로는 달콤한 것 같지만 막상 입에 넣으면 시고 쓰고 참을 수 없어서 뱉어버리고 싶은 맛.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뱉으려야 뱉을 수 없어 삼켜버려야 하는 것. 그게 인생이라고 했다고 하죠. 167p

 

'눈으로 직접 봐야 안다'며 사람들은 직접 보면 진실을 알 것 같지만 사실 우리가 눈으로 제대로 보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만 봤다. 177p

 

세상일이라는 게 다 자기가 맡은 일이 시시콜콜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제 색깔을 내려고 하지만 멀리서 신이 바라본다면 그것은 희미한 바탕색에 알록달록 무늬가 생긴 것같이 보일 것이다. 어두운 바탕에 알록달록 무늬가 늘어갈수록 세상은 촌스러운 몸빼 바지가 된다. 246p

 

예전에 세상사에 찌들어서 말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었대요. 그런데 그 사람이 아무도 없는 대나무 숲에서 일 년 동안 그대로 있다가 치료가 됐대요. 268p

 

그들은 사소한 사람들이었다. 없어진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지 않는.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는. 그리고 혹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고생하느니 잘갔네'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없는 존재들. 343p

 

함께 있을 때의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한 일들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가 있음을... 371p

http://minerva1156.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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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뛴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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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연기자의 빛나는 연기와 '모성'으로 몰입시키는 내용이 일품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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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성
영화
평점 :
개봉예정


이준익 감독이라서 더 기대되는 영화! 예고편 만으로도 심장이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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