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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 - 빛나는 20대, 너의 눈부신 꿈을 이루기 위한 청춘지침서
이지성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권칠인'이라는 영화 감독이 있다. <싱글즈> <뜨거운 것이 좋아> <참을 수 없는>등의 영화로 여성들의 결혼과 사랑에 대해 자주 얘기하는. '이지성'이라는 작가가 있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리딩으로 리드하라] [꿈꾸는 다락방] 그리고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이라는 신간을 내놓은. 베스트셀러 작가.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을 읽으면서 난 '권칠인'감독이 떠올랐다. '니들이 여자를 알아?'라는 질문과 함께.
이지성 작가는 20대 여자에게 조언하기를 참 좋아한다. '30대에 성공한 인생을 살려면 20대 - 10년간 - 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발전해야 한다. 뭔가를 해야 한다. 그래, 맞는 말이다. 적어도 30대의 삶이 20대를 근간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맞으니까. 그런데,,, 여자 인생이 그 10년만에 다 결정나는거면,,, 난 이미 끝난거네? ' 20대에 최고의 여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모두 끝마쳐야 해. 30대에 정신 차리면 늦어.(43p)' 이 말은 너무 극단적이지 않습니까?
'교대 출신, 선생님을 하다가 법대 진학, 지속적인 작가의 꿈, 퇴짜, 퇴짜, 퇴짜, 결국 베스트셀러 작가. 써내는 족족 1등' 그의 수식어다. 책에는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 낸 글이 참 많다. 배고픔을 참고 꿈을 짓밟히고,,, 그렇지만 끝내 꿈을 이뤄낸 그의 경험들. 그것은 참 멋지고 감동적이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전적으로 수긍이 가진 않는다.
친구가 없고 20원으로 버티고 극한의 경험을 많이 해서 일까? 조언하는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어서일까? 그는 모든 말을 너무 단정적으로 한다. 조금의 빈틈도 없어 숨이 막힌다. '이렇게해!' '저렇게해!' 느낌표가 수백만개는 생략된 것 같은 말들이 너무 많다. 바로 이 시점이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작가는 분명 많은 여성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인터뷰를 해본 결과 이런 조언들을 쏟아낸 것이리라. 하지만 작가가 만난 여성들이 '대한민국 전체 여성'은 아니다. 20대 여학생들 중 '돈 많은 남자 만나 시집 가자'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은 '남자'에 기대기 보단 '나를 키우자. 발전시키자'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그리고 '얼굴이 예쁘면 성공한다.'는 생각 역시 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외면 보다는 내면을 가꾸자.'의 비중이 더 높다. 한 마디로, 그가 증거로 들이민 사례들은 다수가 아니라 소수라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에 대한 의미도 너무 지엽적이다. 물론, 책에서는 '내실을 가꿔 힘을 키워라'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케이스는 '예전엔 돈도 없고 지지리궁상' 이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세계 3위 기업에 다니고, 연봉이 몇 억이더라'라는 것이다. 결국, '돈'과 '출세'를 얻는 순간,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은행과 정부의 말도 안되는 억지와 논리에 시민혁명에 버금가는 학생 운동을 권하면서 그들의 생각에 편승하는 주장을 펴는 건, 자승자박 아닌가?
나 너무 흥분했나? 그래, 맞다, 흥분했다. 책 읽으면서도 씩씩댔다. 여자들을 무슨 '골빈 깡통'으로만 아는 것 같아서. 그래도 그의 말이 전부 틀렸다고 하진 않겠다. 처절한 경험을 많이 한 만큼 남들이 쉬 하기 어려운 속 깊은 조언들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 예는 바로 다음과 같은 말이다.
1. 고통스러웠던 지난 며칠의 경험에서 내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
2. 이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더 나은 나를 위해 도약할 준비가 되었는가?
3. 내년 오늘, 지금을 돌아보고 후회하는 대신 자부심을 지금부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 생각들은 잘못했다, 틀렸다 여겨지는 내 행동들을 돌아보고 반성해 의미를 찾고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바로 내가 그랬다. 지난 주, 상처받고 뜯겼었다. 거짓말로 속이는 친구들에게 화가 났고, 프리랜서 직함을 우습게 아는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꼈고, 쉽게 타인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진절머리가 났었다. 그런데 위 세 가지 질문에 대답 하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난 주의 일들을 통해 난, '사람'이라는 존재를 조금 더 알았고, 화만 낼게 아니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았고, '우정'과 '신의'와 '진실'이란 가치를 내가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깨닭았다. 그래서 이지성 작가가 조금은 고마웠다.
'읽어야 할 책, 읽지 말아야 할 책' 어떤 표현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대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상처 받을 순 있지만 결국엔 치료해 주는 책'이라고. 더불어 작가에게 배울 점이 더 있다. "하루하루의 기분과 타협하지 않는 근성",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밀어붙이는 배짱", "작가로서 타인의 비판을 수용할 줄 아는 자세".
by http://minerva1156.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