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한 때는 '백화점 사장 딸'을 꿈꿨는데, 요즘엔 '대형서점 사장 딸'이 탐난다. 서점에 갈 때마다 눈에 밟히는 책이 너무 많아 마음이 번잡하다. 난 한 페이지 작성에도 몇 일을 고민하는데, 어디서 이렇게 다들 책을 뚝딱 만들어 내는지. 벌써 한 해의 1/4가 지나갔다.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는 의미에서, 눈에 밟혔던 4월 '자기계발' 신간들을 정리해본다.
                        

그들의 생각을 훔치다 | 동아일보 파워인터뷰팀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유행과 전 국민 오디션화 열풍과 맞물려 많은 사람들이 '멘토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김태원처럼 '아름답다'고 말해 줄, 신승훈처럼 함께 '울어줄', 이은미처럼 진실한 '가르침'을 전해줄, 김윤아처럼 함께 '즐겨줄', 그런 멘토들. 멘토들을 찾고 심리 저변에는 인생이라는 자신의 '항로'에 확신을 얻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우리가 찾는 멘토들이 있다. 시골의사 박경철, 만화가 김수정, 아나운서 정연주 등 자신의 분야에서 '좋은 생각'으로 '모범'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감흥'을 주는 멘토들이 있다. 나와 그들을 비교하지 말자. 그들의 생각을 한 번 배워보자. 생각하는 각도가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잊지말자. '그들의 생각을 훔쳐' 우리가 누군가의 '멘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낙관론자들이 빠지는 무모한 실수 12가지 | 마티아스 뇔케 

'긍정적으로 생각해' '좋은 생각만 하면 뜻하는데로 이뤄질거야' 이런 말, 이제 지루하다. 맞는 말이긴 하다만 좋은 생각만 하며 장미빛 미래만 꿈꾸기엔 현실이 너무 다이나믹하다. 이에 대해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비관주의자인 마티아스 뇔케가 '비관론'이 삶에 얼마나 유익한지에 설명한다. '비관'이라는 단어를 혹시 '염세주의'나 '사디즘'으로 오해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비관주의'라는 말에는 혹시 발생할 지 모르는 일에 대한 '준비'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지겹게 낙관주의자들의 말만 들었다면 새롭게 비관주의자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또 하나의 도전 아닐까?

 
 

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 | 제임스 웨슬리 롤스 

일본 지진 이후, 전 세계가 자연 앞에 떨고 있다. 과연 우리 나라는 안전한가. 살아가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생존'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 제임스 웨슬리 롤스는 가족 생존 대책에 대한 글을 오랫동안 써 온 사람으로서, 현재는 '로키 산맥'의 은신처에 살고 있다. 그의 책을 읽는 다고 '생존'의 확신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분석한 일본인들의 사고 대처 능력, 사고의 확산이 인간 본성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나면, 두려운 자연 앞에 조금은 초연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탁월함에 미쳤다 | 공병호 

공병호님의 책은 말 그대로 '널려'있다. 이 분의 책들을 보고있노라면 책 찍어내는 공장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도 이 책이 눈에 들어 온 이유는 기존 책들과의 '차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간의 책들이 그 동안의 그의 위치에서 말할 수 있는 일종의 '방법론'이었다면 이 책은 저자 '공병호'에 관한 것이다. 산 정상에 오른 후, 아래 경치를 말하는 것은 쉽지만 정상에 오르기 까지의 과정을 말하는 것은 무척 조심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거만 혹은 오만, 자랑 이라는 단어들로 흑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위의 단어들보다 신뢰, 믿음이라는 말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의 '탁월함'이 어떤지 무척 기대되는 책이다.  
 


 
토요일 4시간 | 신인철  

이 책의 첫번째 토막 소제목이 뭔지 아는가? 바로 '<무한도전>으로 시작해 <1박2일>로 끝나는 주말'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주말은 침대 혹은 소파에 누워 리모컨을 돌리며 예능 버라이어티를 섭렵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주말의 4시간이 우리의 인생을 180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만 바꾸고 그냥 편하게 살자'고 맥빠지는 소리 하지 말자.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생산적으로 사용하며 자신의 가치를 한껏 드높일 수 있을 때를 말한다. 저자의 이력도 무척 눈에 띈다. 저자를 알기 위해서라도 꼭 한번 독파해보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의도 - A Friend in Nee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여의도'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벚꽃 축제, 63빌딩, 한강, 여의도 공원 정도가 아닐까? 그러나 내게 여의도는 좀 다르다. 한 때 난 여의도에서 일 했던 적이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인 바로 그 건물에서. "수트쟁이들 사이로 예쁜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직장 그리고 된장녀 놀이를 한껏 부추겨주는 맛있는 커피가게들" 처음 여의도 발령을 받았을 때 난 이런 환상에 젖어있었다. 그러나 실상 그 곳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도 결국 위액을 토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링거를 맞아가며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일했었다. 얘기가 샜다. 아무튼-_-

 

황우진은 전형적인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모습을 닮았다. 그럴 듯한 직장을 다니지만 가족들을 위해 직장에서 갖은 모욕을참아내고 퇴근 후의 한 잔으로 그 속을 달랜다. 매일 그렇게 벌어대는 돈은 다 어디가는지 하루하루 생계가 걱정된다. 그런 우진에게는 힘들 때마다 나타나는 친구가 있다. 올블랙을 뽐내는 친구 정훈은 어릴 적 우진이 괴롭힘을 당할 때 빨간 망토를 하고 나타나는 '슈퍼맨'이자 '정의의 사도'였다. 우진이 친구 정훈을 떠올리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빚을 빌미로 아내가 몸을 팔게하는 조폭, 뒤통수를 치는 직장 내 후배. 결국 '죽을 만 했던' 그 둘은 죽었다.

 

이 영화의 장르는 '심리 소사이어티 스릴러'라고 한다. 우진의 반전 때문에 '심리'이고, 여의도에서 일어나니 '소사이어티'고 살인과 사건이 존재하니 '스릴러'라고 하는 듯 한다. 한참 영화에 푹 빠져 지내던 시절 개봉한 영화인데 제목이 낯선걸 보면 어지간히 흥행이 안된 모양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다음 장이 짐작되는 추리 소설을 보는 듯 했다. 마지막 반전은 그럴듯 했지만. 그래서 별 2개 반!! 그리고 [여의도]를 보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황우진'같은 인물들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 많다는 거다. '살인'만 빼고. 그게 이 영화의 결말보다 더 슬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브 & 드럭스 - Love and Other Drug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세상에는 모든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일반적인 '과정'이란 것이 존재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는 학창시절처럼. '사랑'에 존재하는 '일반적 과정'이란 '냉랭한 여자에게 접근하는 남자-고백하는 남자-관심이 사랑으로 변하는 여자-절절한 사랑에 빠진 여자와 흥미를 잃은 남자-결혼 혹은 break up'이 아닐까? [러브 앤 드럭스]에서는 좀 다르다.

 



 

'사랑'따윈 옵션이라 여기는 남자 제이미가 있다. 미남형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그는 여자를 꾀는 법을 알고 있다.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매기가 있다. 이름을 외우는 것도 벅찬 약들을 매일 복용하며 살아간다.

 

 

 

'영업사원 남자와 환자인 여자가 운명처럼 사랑하게 되더라'에서 끝났다면 난 이 영화에 별 1개도 온전히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분명한 차별화 포인트가 존재한다. 첫째, "난 저질 속물이야. 형편없는 인간이라구. 평생 누구한테도 관심이 없었거든. 그런데 자긴 날 다르게 봐줬어..."라는 대사에서 느껴지듯 한 사람에게 최고였던 '돈'이라는 가치가 어떻게 '사랑'으로 옮겨가는지 알 수 있다. 'power of love'랄까?  둘째, 파자마 파티에서 믿기지 않는 일을 겪은 후, 조시의 변화이다. 전혀 미국적이지 않은 결론이지만 이 부분은 특히 마음에 든다. 셋째, 약 값의 문제. 턱없이 비싼 약 때문에 노인들이 버스를 타고 먼 길을 오간다. 주인공들의 로맨스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아마 감독이 가장 강조하고자 했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간질간질한 로맨스에 어떤 시사점을 더하고 싶었을 테니까.

 



 



 

한 마디로 [러브 앤 드럭스]는 참으로 중립적인 영화라고 하겠다. '관계'에만 집중된 듯한 사랑을 '파킨슨 병'으로 수위를 조절했고, 가벼운 로맨스로 빠지기 쉬운 내용을 '약'을 통해 사회화 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V약의 개발 과정까지!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 웃음과 감동을 함께 준 [러브 앤 드럭스] 당당하게 별 4개 반!!!!

 

마지막으로 "올 겨울, 모든 연인들에게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라는 부제는 괜히 붙은 게 아니란 걸 말하고 싶다. 애인과 보기에 무척 적합한 영화! 단, 나쁜 남자를 표방하는 남친들은 주의하자. 제이미가 하는 절절한 고백은 여친들에게 내 남자를 한 번쯤 검증하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김미월 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일곱 명의 '여성' 작가들과 '비'의 만남. 극한의 감수성을 경험시켜 줄 것 같은 책이다. '비'는 고집스럽게 한 방향으로 흐른다. '비'만큼 중력에 복종하는 순종적인 자연물이 있을까.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에는 일곱가지 '비' 소설이 있다. 서로 다른 일곱 명의 작가들처럼 그들이 만들어낸 '비' 소설들은 모두 다르다. 인물의 모습, 상황, '비'의 등장 시점 까지, 동일한 부분은 오로지 '비'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감히 여성 작가님들의 작품에 왈가왈부 할 수 없지만 지극히 내 편의데로, 색깔로 각 소설들의 느낌을 전달해 보겠다.

 

첫 번째 소설, 장은진 님의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티슈,,, 눈 송이를 따라한 듯, 누군가 장난을 친 듯, 하늘에서 날아오는 부드러운 티슈. 지붕에서 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티슈는 어쩌다 모은 '소유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 오는 어느 날, 비를 따라가듯 추락한  한 사람의 모습을 보고서 난 문득 '티슈는 요긴하게 쓰인다.(47p)'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한 가지 큰 배움을 얻어간다. "문득 삶이란 마음먹기에 따라 가벼울 수도 상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장의 티슈처럼 말이다.(48p)" 연회색의 소설.

 

두 번째 소설, 김숨 님의 [대기자들]이다. 그녀의 [물]을 읽으며 창조적 시각의 진면목을 느꼈다. 그런데 이 소설 역시 만만치 않다. 한 치과에서 난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순서는 네 번째. 점심 시간이 지났는데도 진료는 시작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기자 중 한 사람이 말한다. '비가 와요!' 비를 구경하러 창에 붙어 선다. 세 번째 남자가 기다림에 지쳐 돌아간다. 난 세번째가 된다. 또 다른 대기자와 카운터 간호원들에게 설명한다. '난 세번째예요.' 가발을 사달라는 엄마의 전화에 난 말한다. '난 세번째예요.' 그는 여전히 대기하고 있다. 코발트블루의 소설.

 

세 번째 소설, 김미월 님의 [여름 팬터마임]이다. 문학 소녀를 좋아하던 문학 소년, 그 소년을 좋아하던 진. 전단지에서 우연히 봤던 한 시구절을 외워 적어 당선 되었는데, 그건 유명한 시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문구였다. 진실과 창작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진의 마음을 대변하듯 하늘에선 비가 내린다. 남자친구의 엉뚱한 반응에 질문한다. '너 천둥과 번개 중에서 어떤 게 먼저 치는지 알아?(104p)' 그 때, 하늘에서는 천둥도 치지 않고 번개도 치지 않고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맑은 초록색의 소설.

 

네 번째 소설, 윤이형 님의 [엘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꽂히질 않았다. '마법'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판타지소설에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 내 취향이 한 몫 했으리라. 엘로라는 일종의 힘을 움직이는 마르한과 소녀가 등장한다. 마법으로 빗방울을 만들어 쓰고, 도둑질을 하고, 고양이를 쳐다본다. 남녀의 사랑인지, 엘로라는 마법인지, 잘 파악이 안된다. 책 전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소설인데 잘 모르겠다. 마법스러운 일들이 많이 등장하므로 가벼운 노란색이 적합하겠다.

 

다섯 번째 소설, 김이설 님의 [키즈스타플레이타운]. 자본주의적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토사물을 먹으라고 윽박지른 경험이 있다는 한 유치원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어린이'라는 약자들이 얼마나 끔찍한 일들을 당하고 있을까. 또 다른 종류의 토사물을 아이들에게 억지로 먹이는 원장 부부가 있다. 원장이 그 범죄의 중심에 있고 아내는 그의 파트너다. 남편의 모습을 보며 어릴 적 소름끼치게 싫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아버지의 음흉하고 교활한 눈빛을 닮은 남편의 눈에 유리 조각을 꾹 집어 넣는다. 비가 개인 하늘은 반짝인다. 하드코어 빨간색의 소설이다.

 

여섯 번째 소설, 황정은 님의 [낙하하다]이다. 이 소설은 '떨어지고 있다'로 시작해서 '상승하고 있다'로 끝난다. 우리가 서 있는 세상은 외계인이 거꾸로 본 세상의 모습일지 모른다. 내가 지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건, 제 삼자가 봤을 때 자판을 만들고 있는 건지 모른다. '떨어진다. 떨어지고 있다. 삼년 째 떨어지고 있다.'는 '농담이 아니다. 떨어지고 있다. 상승하고 있다.(218p)'의 동일한 표현일지 모른다. 전체적인 묘사가 너무 멋지다. '호상'과 '죽음'에 대해 묘사한 부분(202p) 한 귀퉁이에는 내가 적은 '표현의 끝'이라는 메모가있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의 느낌을 풍기는, 통통튀는 주황색 소설이다.

 

마지막 소설은 한유주님의 [멸종의 기원]이다. 죽어가는 할아버지는 말씀하신다. "불행하거라.(222p)"  할아버지는 날씨표시상자를 주셨다. 왕의 등 뒤에서 막으로 얼굴을 가린 왕비처럼 신비롭고 어둡다. 아버지와 대화를 하다 문득 할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다. 코에 물방울이 떨어진다. '불행하거라.' 그렇게 다시 시작된다. 왕이 날씨를 다스리고, 건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다시. 신비한 보라색의 소설이다.

 

소설 하나를 읽을 때마다 리뷰를 적어놓을걸 그랬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표현이 안된다. 이 책 한권에 담긴 소설 일곱 편은 작가들의 빨주노초파남보 개성데로 다양하다. 몽환적이면서 사실적이고 혼란스러우면서 깔끔하다. 이성을 잠시 던져두고 마음으로, 감정으로 흠뻑 취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내가 '심장이 쪼그라든다'며 침을 튀겨 홍보하던 영화가 한 달도 안되 극장에서 철수했는데,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왜 이렇게 롱런하나 싶었다. 도대체 이 영화 매력이 뭐길래라며 '요즘엔 어른들이 영화를 많이 보시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이 영화 롱런할만 했다. 두번, 세번 봐도 감동적이고 부모님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문화 선물이다.

 

'로맨스의 끝' 바로 이런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몇일 전 트위터에서 '막 사랑에 빠졌을 때 무슨 말을 하세요?'라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다 개나리 유아원 어린이 입에서 나올 것 같은 유치뽕짝 대답을 했더랬다. '나랑 같이 책 읽을래?'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철부지 감정과 진중한 감정 사이에 있을 때, 이런 말도 제법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 '그대를 사랑합니다.'

 


송씨 할머니는 '송이뿐'이라는 이름을 갖게된다. 한 노부부의 뒷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늙고 싶었는데'라던 할머니의 바람은 아주 예쁘게 이루어진다. 늦게 만난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 만석이 할아버지를 웃게 만드셨다. 만석이 할아버지는 걸죽한 욕짓거리를 내뱉는 나쁜 남자다. 하지만 그는 송씨 할머니를 위해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리신다. 가죽 장갑을 끼고 행복해하는 할아버지는 '사랑이 만들어주는 행복한 삶'에 대해 뼈속까지 아로 새겨주신다.

 



 

군봉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 상영 시간 내내 심장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할머니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심장이 터져라 뛰는 할아버지 모습은 '빨리 빨리 쫓아와라!'며 윽박지르는 옛날 남자들도 아니었고, '모든 걸 다줄께'라며 달콤한 말만 뱉어대는 오늘의 남자들도 아니었다. 그냥 '할머니를 지극히 사랑하고 아끼는'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네 분의 모습은 우리가 바라는 모든 인간적인 것들을 품고 있다. 우정, 사랑, 행복, 죽음. 눈시울이 붉어져 군봉 할아버지의 비밀을 지켜주는 만석할아버지는 '친구'를 아끼는 진짜 우정을 보여준다. 아내가 아파할 때, 소리없이 흐느끼는 군봉 할아버지의 모습은 증명하고 확인하려드는 요즘의 '사랑'을 반성하게 한다. 글을 깨치고 말동무를 하며 서로 아끼는 네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통해 '행복'한 삶을 정의하게 만든다. 또, 울고 있는 가족들 앞에서 슬며시 미소짓는 만석 할아버지를 보며 기꺼이 받아들이는 괜찮은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내공있는 연기자들의 모습은 대사 하나 하나, 장면 하나 하나를 암기하게 만든다. 죽을 때, 행복한 미소를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다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마디 건네보자. "그대를 사랑합니다." 리뷰 칸 별이 다섯 개라서 무척 아쉬운, 진심으로 별 스무 개는 주고 싶은 그런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