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겠습니다 (민트) - 책을 읽는 1년 53주의 방법들 + 위클리플래너 매일 읽겠습니다
황보름 지음 / 어떤책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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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나는 회사에서 책을 한 권 받았다. 내가 쓴, 심지어 제목에 내 이름이 들어간, 나의 책이었다. 회사에서 진행한 글쓰기 교육에 참여하게 됐고, 또 타이밍이 잘 맞아 교육 과정의 성과물로 단독 저서를 내는 것으로 결정나 '나만의 책'을 갖게 된 것이다. 이름하여 <OOO의 독서일기>. 어떤 주제로 쓸 것인지 논의하면서 나는 대뜸 읽은 책들에 대해 쓰고 싶다고 했다. 마침 블로그에 끄적인 리뷰나 서평이 몇 편 있었고 틈 날때 읽어둔 좋은 책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내가 쓴 17편의 글을 모아 책 한권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오해하지 말자. 서점에서는 팔지 않는, 나에게만 총 200부가 주어진 [비매품] 책이다.)  

원고를 쓰기 전에 <매일 읽겠습니다>를 읽었다면 어땠을까. 황보름 저자의 책을 읽으며 많이 후회했다. 이렇게 쓸걸! 구성을 이렇게 잡을걸! 이런 내용은 나도 생각했었는데! 저자가 읽은 책이 내가 읽은 것들과 제법 겹쳐(심지어 내 원고에 들어간 책도 있다) 내 생각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좋은 롤모델을 뒤늦게 발견했다는 생각이 계속 나를 붙잡았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감히 책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말하지 못했으려나? 그럴 수도 있겠다. 너무 솔직하고 담백하고 재미있고 심지어 유익한 에세이라서 따라하기 힘들어 보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게 있다. 저자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휴대전화를 만드는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회사를 그만뒀고, 가능하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이공계를 졸업하고 휴대폰과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글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글밥을 조금 먹다가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녀는 읽고 쓰는 일을 묵직하게 밀고 나가 현재에 다다랐고, 나는 읽고 쓰다 생활고를 못 이겨 지금의 회사(공학적 지식을 요하는, 글쓰기와 상관없는)에 들어왔다는 데 있다. 이렇게 결론내렸다. 내가 졌다. 나는 감히 당신처럼 글 못 썼을 거요!

'너는 책에 무얼 바라니?'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게 이어진다. 책을 읽으며 단단해지길 바란다. 덜 흔들리고, 더 의젓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오만하지도, 순진하지도 않게 되길 바란다. 감정에 솔직해지길, 하지만 감정에 휘둘리지 않길 바란다. 거창하게는 지혜를 얻길 바라고 일상생활에서는 현명해지길 바란다. 세상을 이해하고 인간을 알게 되길 바란다. (p.121)

저자는 '책'에 대한 생각을 자유자재로 풀어놓는다. 어떤 책을 읽었고, 그 책이 왜 좋았고 혹은 왜 불편했고, 어떤 식으로 책을 대하는지. 책이라는 우주를 떠돌며 살피고 분석하고 탐험하고 만끽한 감각과 서사가 글에 온전히 녹아있다. 총 53개의 주제로 설명하고 있는데 - 베스트셀러 읽기, 고전읽기, 독서모임, 문장 수집의 기쁨 등 - 이는 일년이 53주기 때문이란다. (해당 책은 위클리플래너가 붙어있다)플래너 구성과 엮기 위한 출판사의 전략일 수도 있는데, 나는 이 마저도 '매일 책을 읽고 느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즉 피를 빨아먹어야 살 수 있는 흡혈귀처럼, 매일 책을 읽어야 숨쉴 수 있는 진정한 '책 덕후'의 진면목인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정말 졌다 졌어.

부럽고 아쉽고 얄궂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참으로 읽는 맛이 난다. 하나의 주제와 연결된 각 꼭지의 명언이 그렇고, 저자의 개인사를 적당히 섞어가며 책 내용과 엮는 묘미가 제법이라 일기장을 훔쳐보는 설레임마저 느껴진다. 나는 책을 읽으며 독서습관 두 가지를 바꿨다. 새 책을 들일 때 헌 책을 버리기(혹은 선물하기), 책에 밑줄 그으면서 보기가 그것이다. 첫번째는 제한된 책장에 읽은 모든 책을 꽂을 수 없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저 어쩌다 보니 갖게된 독서습관인데 이번에 황보름 저자의 책을 읽으며 둘 다 지키지 않았다. 날짜가 적혀 있지 않아 언제고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리라 두고두고 쓸 요량이고, 도대체 어떻게 혹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을 때 펴볼 '독서 바이블'과 같은 책으로 여겨졌기 떄문이다. 나는 요즘 <매일 읽겠습니다>를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있다.  특히, 새해맞이 독서계획을 세우고 있는 분들에게. 정갈하고 솔직하고 재미있고 따뜻한 글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책에 대한 글을 좋아하는 사람, 힘들 때 책을 찾는 사람,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 지 모르겠는 사람. 두루두루 도움이 될 수 있는, 한 사람의 솔직한 글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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