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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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회색인간>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오유(오늘의 유머)의 공포게시판에 올라온, 댓글로 소통하며 고친, 10년간 공장에서 일하며 지은 글. 작가의 등장배경이 유독 눈에 띈다. 어떤 글일까? 어떤 내용일까? 무엇보다 오유에 등장하는 간증(?) 댓글들이 궁금증을 일으킨다. 얼마나 대단할까?
     
소설 <회색인간>은 작가 김동식의 글 300편을 묶은 신간소설 세 권 -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 중 첫 번째 단편집으로 총 24편을 담고 있다. 각 이야기 속 인물들은 인류와 외계인, 다수와 소수,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등으로 나뉜다. 인물들은 부귀, 영생, 탈출, 생존을 위한 과정을 겪는데 모든 단편에는 반전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결말을 일종의 권선징악이나 인과응보로 읽히는 부분이다. 단편 <신의 소원>을 보자. 어느 날 인류의 머릿속에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신의 메시지가 울린다. 헌데 빛의 기둥이 범죄자, 군인, 장애인 등 특정인을 가리킨다. 사람들은 조금 더 ‘완벽’하고 ‘적절’한 소원을 빌기 위해 그 사람들의 ‘흠’을 찾고 결국에는 죽이고 만다. 결국 마지막에는 빛이 – 흠결을 찾아볼 수 없는 – 한 소녀를 비춘다. 사람들은 안심하고 소녀는 소원을 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인간처럼 똑똑해졌으면 좋겠어요!” 이야기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사람들은 물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바퀴벌레도 그 물음에 대답해줄 수 있는 세상이, 와버렸다. (P.85)
     
이기적인 인류에게 형벌이 주어지는 반전이다. 작가의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는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이다.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상, 인류 최후의 지성들이 만든 벽이 있다. 그 벽을 통과해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한 소년과 소녀는 각자의 방법으로 살아남아 어렵사리 그 벽에 도달한다. 벽 너머에서 소년과 소녀를 살펴본 지성들은, 식량 부족 등을 이유로 한 명만 벽 안으로 들여보내려 한다. 지성들의 대다수는 마음속으로 소녀를 응원하지만 결과는 소년으로 결정. 소녀가 마지막 남은 초코바를 소년과 나눠먹은 후, 그 쓰레기를 무단 투기해 비도덕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때 선택받은 소년은 품 안에 마지막 남은 통조림을 혼자 먹기위해 숨기고 있었다.
     
책은 빠르게 읽힌다. 호흡이 급하고 전개가 빠르다. 순수하게 문장만 툭툭 던져놓는데 독자의 눈과 감정은 거침없이 쭉쭉 내지른다. 읽기 시작하면 마지막 장을 덮기 전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한다. 홀힌다고할까.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옥의 티’를 발견했다. <아웃팅>의 ‘공치열이 설마 하는 생각에 다급히 김남우를 돌아보았다. (p.68)’이라는 문장인데 해당 단편에는 김남우가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챕터에 있던 문장이 잘못 복붙(복사+붙이기)되어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고 두 가지 바람이 생겼다. 김동식이라는 작가를 한 번 보고 싶다. 글에서 드러나는 번뜩임과 추천사에서 느껴지는 순박함이 어떻게 어우러져 있을까. 또 하나는 나머지 두 권의 소설을 읽고 싶다는 거다. 마지막 권을 보고 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번뜩임, 이 반전 속에 눈물을 빼는 감동이란 어떤 것일까. 오늘 밤은 나머지 두 권을 주문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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