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지르고 살기로 했다
제니퍼 매카트니 지음, 김지혜 옮김 / 동아일보사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영양가 높게 구성된 일주일 식단, 빳빳하게 다림질 된 와이셔츠, 각 잡힌 정장바지, 밭에서 방금 수확해 온 듯 싱싱한 식재료, 개미가 미끄러질 듯 깨끗하게 세척된 식기,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는 거실, 섬유유연제 향을 머금고 포근하게 말려진 빨래,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향긋한 냄새까지. ‘여성에서 아내가 되는 신분변동이 얼어나자 내게는 많은 과제가 주어졌다. ‘살림꾼이라는 말로 포장된 집안일이 그것인데, 이 중 최고가 바로 청소.
 
<나는 어지르고 살기로 했다>의 저자 제니퍼 매카트니도 비슷한 상황이었던 걸까. 그녀는 어지르고 사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라며, ‘이제는 정리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당신의 진짜 삶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심지어 학술지 <심리과학>의 연구결과를 언급하며 많은 물건을 소유한 사람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 잘 받아들이고, 더 창의적이며, 훨씬 더 똑똑하다(p.15)’고 소유하고 어지르기를 권한다.
 
그렇다면 저자의 의도는 정리하기’, ‘버리기혹은 미니멀 라이프가 옳지 않다고 하는 걸까? 책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정리가 삶의 질이 더 나아진다고 강조하는 사회(p.92)’라고 지적한다. , 어지름, 놓아두기, 쌓아두기는 나쁜 것’, 정리하기, 버리기는 좋은 것으로 구분 짓는 편견 아닐까. 이는 어쩌면 가사노동을 강요하는 사회적 편견까지 닿을 수 있는 문제일 테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는 정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라(1), 쌓여있는 잡동사니를 탓하지 마라(2), 우리가 사는 집을 다양한 방식으로 어지럽히자(3), 물건에 따라 어지르는 법이 다르다(4), 집 밖와 인터넷 공간도 어지르자(5), 물건은 소중히 간직하되 저장 강박은 피하라(6)인데, 포인트는 결론에 있다. 저자는 결론에서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잡동사니 체크리스트까지 제시한다.
 
책은 여러 모로 특별하자. 맥락 없는 고양이 그림, 뒤죽박죽 폰트와 글씨체. 저자는 글씨만 있는 책 안에서도 여러 형태의 어지름을 몸소 보여주며 독자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하지만 저자의 유머 코드는 내용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종일관 재미있지만 책을 덮고 나면 다소 허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쯤 읽어보자. 정리하기와 어지르기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괴로움을 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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