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6 - 2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6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수탈이 본격화 된다. 토지조사와 신회사령 등이 내려진다. 일본(혹은 친일세력) 토지를 빼앗긴 소작인들은 광산이나 나무를 하러 산에 들어간다. 회사령으로 조선 내 건물의 대부분은 일본의 소유로 전락하고 농민들 삶은 더욱 팍팍해진다. 이에 의병, 의적, 동학당의 운동들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조선의 국운을 걱정하는 관수, 서의돈, 이상현 등이 등장하고 환이(구천)도 이런 세력에 일조하는 듯하다.
 
1부에서 운명론적인생관을 보이던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 모두 평등하고 중요한 존재라는 관념이 확산되고 있다. 양반들의 대화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전파되고 있다. 길상의 독백이다. ‘애기씨 어릴 적에 나무를 깎아서 신랑 신부 양반 상놈 기생에다 중놈, 뜻대로 소원대로 다 만들어드리긴 했습니다만 난 나무토막은 아니오! 피가 통하고 썩는 살점을 가진 사람이란 말입니다! 최서희! 당신하고 꼭 같은 사람이란 말입니다!(p.94)’ 생떼를 쓰듯 길상과 결혼을 하려 하는 서희에 대해, 길상은 과거 모셨던분에 대한 의무감과 인간 길상이 느끼는 바에 대해 상충됨을 느낀다. , 옷매무새를 보고 냉랭하게 대하는 주모를 보고 관수가 한 마디 내뱉는다. “보소 서울각시, 각시 씨애비 씨에미 그라고 서방도 다 그렇기 누데기옷을 입고 살아왔소. 그거는 그렇다 치고 또 니는 머꼬? 술판이나 닦는 계집 푼수에 누굴 보고 괄시하고, 차벨할 개뿔이나 있다 그 말가?” (p.306)
 
서희는 여전히 여장부 스타일로 그려진다. 회령에 길상이 살림을 차렸다는 얘기를 듣고 길상을 앞세워 회령으로 간다. 여관에 혼자 버려두자 서희는 직접 옥이를 찾아간다. 옥이를 침모로 오게 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돌아오는 길에 길상을 위해 목도리를 산다.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길상에게 아이처럼 울며 떼를 쓴다. 용정으로 오는 길, 서희의 마차가 사고를 당하게 된다. 간호 도중 길상이 꿈을 꾸는 데, 길상과 서희가 별당아씨와 구천의 관계와 유사해질 듯한 신호처럼 느껴진다. 곧 큰 전쟁이 시작될 듯하다. 서희,길상의 사랑전쟁. 환이의 독립전쟁, 조선을 둘러싼 일제와의 전쟁
     

<발췌>

소문이라는 것은 흔히 사실보다 한발 먼저 가는 수가 있다. (p.8)
 
그들의 접근할 수 없었던 거리는 길상과 서희 사이의 거리이기도 하다. 서희의 대상으로서 상현은 사모(思慕)와 기혼자(旣婚者), 이 두 상극 선상(相剋線上)의 존재요 길상은 야망(野望)과 하인(下人), 그러나 이것은 반드시 상극된 것은 아니다. (p.10)
 
일본의 입김이 들어간 일관성이라면 그건 절망이지요. (p.17)
 
불덩이 같은 슬픔이, 생명의 근원에서 오는 눈물 같은 것이, 무엇 때문에 슬픈가. 무르익은 봄날 보랏빛 꽃이 포도송이같이 주렁주렁 매달린 등나무에는 크고 퉁겁고 윤이 흐르는 곰벌만 찾아왔었다. 스산한 가을 바람이 부는 들판의 작은 꽃에는 무슨 벌레가 찾아드는 겔까. 심장을 쪼갤 수만 있다면 그 가냘픈 작은 벌레에게도 주고, 공작새 같고 연꽃 같은 서희애기씨에게도 주고, 이 만주땅 벌판에 누더기같이 찾아온 내 겨레에게도 주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운명신에게 피 흐르는 내 심장의 일부를 주고 싶다……. (p.19)
 
사람의 마음도 산천같이 씻겨졌다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글쎄올시다. 사람의 마음이 빗물에 씻겨진다면야 공자 맹자가 무슨 소용이겠소.” (p.22)
 
참으로 욕망 무한, 슬픔 없는 목숨이며 비렁땅 꽃 한 포기 새 한 마리 없는 황막한 인생이다. (p.38)
 
길상의 두려움은 서희에 대한 자기의식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를 보는 데 있었다. (p.88)
 
애기씨 어릴 적에 나무를 깎아서 신랑 신부 양반 상놈 기생에다 중놈, 뜻대로 소원대로 다 만들어드리긴 했습니다만 난 나무토막은 아니오! 피가 통하고 썩는 살점을 가진 사람이란 말입니다! 최서희! 당신하고 꼭 같은 사람이란 말입니다!(p.94)
 
파상(波狀)같이 연거푸 밀어닥치는 혼란에 지쳐 빠져서 이제는 의식의 반 이상이 대상도 없는 막연한 곳에 한눈을 팔고 있는 상태였다. (p.101)
 
삭풍 열사 속에 육신을 묻으려고, 한 달에도 몇 번씩 넘나드는 국경에서 너는 무엇을 보았나. 고향 잃은 가난한 내 겨레가 이불 짐에 솥단지 하나 얹고 두만강을 건너는 것을, 영팔이아재는 청인들 땅을 부치러 떠났고 용이아재는 벌목꾼이 되어 떠났고 이 사내는 마우재 고깃배를 타다 돌아왔다. 그렇지. 높은 곳에 좌정해 있었던 지난날의 이부사댁 나으리, 슬기로운 선비로 우러러보았던 이동진 씨. 그 사람조차 지금 내 눈에는 개새끼로 보인다. 그런데 너는 어떠냐? 너는! 한 계집아이를 잊지 못하고 꾀꼬리 새끼를 잊지 못하고 넌, 넌 더한 개새끼다! 한데 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지? 무엇을 타협하려 했나? 서희와 혼인할 생각을 했지? 당당하게 좋아하는 여자를 거머채는 게 뭐가 나쁘냐구? 아니, 아니다. 종신 종놈이 되어서라도 서희 곁에 있고 싶은 게 너 본심 아니었나? 안 그렇단 말이냐? 떠난다 떠난다 하면서 왜 못 떠나지? (p.109)
 
서희가 알기로도 길상에게는 좋은 혼처가 많았다. 그것을 다 마다하고 볼품없고 가난에 찌든 아이까지 딸린 과부와의 관계를 숨기지 않고 떠벌리고 다녔다는 것은, 그것이 길상의 슬픔이라는 것을 서희는 비로소 느낀다. (p.119)
 
출가한 몸으로서 정행을 아니하고 십계를 지키지 아니한 업보 탓인 듯하오. 이곳은 정처 아닌 허공산야, 고독지옥이오. (p.136)
 
토지조사...(중략).. 양복쟁이들 서슬에 놀란 농부는 엉겁결에 도래질인데 어느덧 논가에 깃대가 꽂히고 새끼줄을 치고. 나라 아닌 일본 정부의 소유로 기록되는 것을 땅임자는 곡괭이자루만 매만지고 천치처럼 입을 헤벌리며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 같은 판세에 훤하게 사태를 아는 친일파 무리들이 죽치고 앉았을 리 없지. 애매한 둔답을, 위조한 도장 꾸러미로 유유히 착복했던 것이다. (p.218~219)
 
괴승이 되고 요승이 되면은 힘이 절로 생기 게요. 땅 밑에서 썩을 황천객한테 지장경 외느니보다 살아 있는 사람 위해 칼을 드는 편이 극락길에 가까울 게요.” (p.240)
 
첫째는 백성들이 의병에 넌더리를 낼 것이라는 셈이고 실컷 시달린 끝에 토벌대가 들어간다면 환영을 받을 것이란 속셈이겠지요. 화적 놈들 목표가 왜놈들 아닌 백성일진대 얼마 동안 관망한다 해서 손해볼 것 없잖습니까. 결국 그러니 불 지르고 재물 뺏고 여자를 겁탈하고 그런 포악한 행위 그것도 가증스럽기 짝이 없으나 그것에 못지않게 근심스런 것은 일본에 저항하는 일체 행동에 대해서 민심이 멀어져갈 것이란 점이오. 악랄한 왜놈들이 노리는 게 바로 그것, 민심이 깨어지고 흩어지고 종래는 왜병들에게 협력하는 사태까지 빚어진다, 생각할 수 있는 일이지요. (p.246)
 
신회사령이란 작년 십이월 조선총독부에서 기왕에 있었던 회사령을 한층 보강하여 공포한 것이다. 그것은 가혹한 식민정책의 일환으로서 일본의 경제계 독점을 조장하고 조선인 자본의 진출을 막아보자는 데 목적이 있었다. 소위 회사설립을 허가제로 해서 까다롭고 악랄한 조건으로 조선인에게는 되도록 허가를 아니하는 방침, 그것은 조선인이 설립한 회사가 삼십 개에도 미달인데 비하여 일인이 설립한 회사는 백 개를 넘어서고 있다는 실정만으로 설명이 된다. (p.252~253)
 
제 부모라 해서 남의 말 끝까지 들어보려 하지도 않고 사리를 헤아려보려 하지도 않고 덮어놓고 맞서려 드는 그게 뭔 줄 아나? 양반흉내야 흉내. 그놈의 형식의 효도라는 것 말일세. 우리 똑같이 밥 먹는 입 가지고 같이 좀 공정해지자구. (p.254)
 
민속이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라는 게지. 대문에 그것은 그 민족의 전통이다, 이거야.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손 치더라도, 경제사정이 윤택해진다손 치더라도 전통이란 물건이 아니다, 그거야. 그러니 기계로써도 그거를 맨들 수 없고 돈으로 그것을 살 수도 없는 게야. 그래 그 일본사람이 말하기를 이렇게 기계만 돌아가는 세상이니 소중한 민족의 오랜 유산들이 날로날로 소멸하는 판국이라 슬프다! 일본도 이러하거늘 침략을 당하고 정복을 당한 나라에서야 오죽하랴, 그러더란 말이야. 그래! 자전거 한 대 사온 것보다 무속이라도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온 내가..(중략)..그 악랄한 왜놈들이 미신이다! 미신이다! 하고 무당 잡으러 다는 게, 그래 그게 조선 근대화 작업인 줄 알어? 도포가 어딨어? 갓끈이 어딨어? 깡그리 조선 것은 없이해보고 싶은..(p.268)
 
보소 서울각시, 각시 씨애비 씨에미 그라고 서방도 다 그렇기 누데기옷을 입고 살아왔소. 그거는 그렇다 치고 또 니는 머꼬? 술판이나 닦는 계집 푼수에 누굴 보고 괄시하고, 차벨할 개뿔이나 있다 그 말가?” (p.3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