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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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은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p.300)” , 정치적 목적에 충실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인데 그 증거는 저자의 여러 작품에서 발견된다. 1938년작 <카탈로니아 찬가>에서는 사회주의의 이중성을 묘사했고, 1949년 출판된 소설 <1984>에서는 미래의 관료화된 국가에 대한 공포를 그렸다. 소설 <동물농장>도 같은 계보를 따른다고 할 수 있다.

 

동물농장의 주인은 동물들이다. ‘인간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 동물은 모두 평등하다는 슬로건 아래 동물들은 질서와 규칙을 만들어 그들만의 세계를 이뤄나간다. 어느 날, 농장의 리더인 돼지들 간의 주도권 쟁탈전이 일어난다. 스노볼과 나폴레옹, 두 돼지는 풍차 건설을 두고 서로 대립한다. 육탄전을 방불케하는 싸움에서 나폴레옹이 이겨 풍차 건설은 무마될 듯 보인다. 그렇지만 나폴레옹은 사실 스노볼의 주장 풍차를 건설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은 본인의 의견이었으며 스노볼이 인간과 결탁해 동물농장을 와해시키려 했다고 거짓 정보를 유포한다. 다른 동물들은 자연스레 승자인 나폴레옹의 편에 서고 스노볼은 농장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사건들의 주범으로 지목받게 된다.

 

여기서 독자들은 의구심을 가질 지도 모르겠다. 나폴레옹의 말이 사실일까? 다른 동물들은 이를 믿고 있는 걸까? 질문에 대한 답은 동물들이 투표에 임하는 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 ‘제대로 따질 말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면 그들 중 몇 명은 항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끝내 할 말을 떠올리지는 못했다.(p.54)’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느끼지만 다른 동물들은 돼지들이 낸 의견에 반박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순응한다.

 

귄위적인 나폴레옹, 같은 말만 반복하는 양, 일만하는 복서, 비관적인 벤자민 등. 농장의 동물들은 인간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결국 작가는 동물농장의 모습을 통해 인간 세상을 드러내고 싶었던 건 아닐까. 특히 평등을 외치면서 계급을 나누고, 지식 또는 정보의 차등을 이용해 특권을 누리는 정치의 영역을 비판하고자 했던 건 아닌지 짐작하게 한다. 더 나아가 책을 읽으며 독자는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내가 바로 의견을 내지 못하는 동물은 아닌가? 변화나 조종을 인지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통치를 평화라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는 아닌 지 소설은 되묻는다.

소설 <동물농장>1945년 세상에 등장했다.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 트로츠키의 반목이 있었던 때다. 정치인들은 정권 탈취만을 좇았고 군중들은 이를 무기력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 당시는 사상통제라는 명분하에 정치적 검열이 자행되던 시대기도 했다. 작가는 정치적 목적이 결여된 글에서 허튼 소리를 하거나 의미 없는 문장을 적었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동물농장>은 당시의 복잡한 정세와 한 나라의 정치를 녹여 저항하고 싶은 작가의 심정을 로써 표현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함축적이다. 반면 이야기의 주인공은 동물들로 누구나 쉽게 따라갈 수 있다. 작가 조지오웰 특유의 유머와 풍자를 통해 그가 폭로하고 싶었던 실상에 다가가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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