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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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TV로 혜민스님의 특강을 시청한 적이 있다. 우연히 보게 된 그 프로에서 혜민스님은 청중들에게 "절 따라해보세요."라며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몸아, 나는 네 덕분에 행복하게 살고 있어. 가끔 다른 사람 때문에 너를 혹사시키고 힘들게 했지만, 그 때도 나를 떠나지 않고 계속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내 몸아 미안하다. 나쁜 생각들로 계속 괴롭혀서. 그리고 고맙다, 내 몸아. 지금까지 나를 잘 지켜줘서. (중략)' 많은 청중들이 혜민스님의 말을 따라하며 가슴을 어루만지고 눈물을 흘렸다. 아마 스님의 담백하지만 낯선 그 말들이, 각자의 마음에 알알이 밖혀 몸과 정신을 치유시켰기 때문일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바로 그런 책이다. 치유의 책. 정화의 책.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누군가 인생의 정답을 알려주면 그대로 따라할 자신 있다고. 일말의 의심없이 그 가르침을 따르겠노라고 말이다. 

 

나와 같은,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바로 '나미야 잡화점'이다. 잡화점에는 사람들의 사연이 그득하다. 부모님의 야반도주를 따라가야 할지, 호스티스라는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경기에 출전해야 할지,,, 고민을 적어 편지를 보내면 잡화점 할아버지가 답장을 적어주신다. 답장은 장난같은 진담, 진짜같은 농담이다. 한 마디로 우문현답. 답장을 읽고 또 편지를 쓰든, 조언을 실천하든 혹은 무시하든, 선택은 주인공들의 몫이다.

 

실타래처럼 얽힌 사건들,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주인공, 범인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에피소드, 예상치 못한 반전, 이런 것들이 일반적인 '추리'의 요소 아니었던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그 요소들이 아주 색다르게 등장한다. 서로 얽히다 못해 운명과 같은 끈으로 엮인 주인공들이 있다. C를 읽다보면 A의 이야기고, B를 읽다보면 또 A의 이야기라, 결국 A가 B더라 라는 식이다. 또 사건의 실마리는 가장 주변인물이지만 전체적인 뼈대를 잡고 있는 이들에 의해 밝혀진다. 더불어 기막힌 반전도 존재한다. 그래서 '기적같은 추리를 말한다'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설명한 수식어가 괜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책을 읽고 상관관계 제로인 혜민스님이 생각났다는 건 이 책이 어느 정도의 치유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일게다. 가끔 누군가에게 내 인생을 맡겨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내 갈 길이 여기가 맞습니까? 나는 지금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까? 어제 가지 않은 그 길이 정답은 아니었겠지요? 백번 흔들려놓고 백 한번째 흔들릴 때만나야 할 것 같은 책이다. 어른들을 위한 힐링 소설이라고 하면 될까? 보는 내내 따뜻했던, 아름다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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