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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평점 :
오랜만에 리뷰를 적습니다. 리뷰라 하면, 객관적으로 무엇에 대해 적어 타인의 호기심을 발동시켜야 하거늘, <제노사이드>의 리뷰는 그 리뷰의 정의를 잘 따르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블랙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한 이 소설의 내용을 적는 것은 스포일러와 진배없고, 둘째, 감히 이 방대하고 복잡, 미묘한 이야기를 압축한다는 것 자체가 본인의 능력치를 벗어나고, 셋째, 이 책은 리뷰를 보든 안보든 꼭 읽어볼 만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아는게 많을까?' '전공도 다른 분야를 어떻게 이리도 자세히 알까?' '어떤 참고문헌들을 어떤 방법으로 소화했을까?' '나도 그렇게 한다면 저 사람만큼 알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제노사이드를 읽는 동안에도 그러했습니다. 작가인 다카노 가즈아키는 영화를 공부했던 사람입니다. 군인으로 전쟁에 참여한 적도, 약학을 전공하며 신약 개발에 참여한 적도, 또 정치가가 되어 정세를 논하며 정책을 편 경험도 없습니다. 그런데 <제노사이드>에는 그 내용들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도대체 가즈아키는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내용들을 체득하고 머리에 심어 소설 속에 녹일 수 있었을까요? 그 과정 속에서 작가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겠지만(아마도), <제노사이드>라는 작품을 세상에 나온 현재, 저는 그의 능력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제노사이드>를 극찬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일본인 작가인 다카노 가즈아키는, 일본의 부끄럽다할 수 있는 자국의 역사를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르완다 학살, 독일 나치 등에 대한 언급이 그렇고 주인공의 입을 빌려 그런 일들을 표현한 방법이 그렇습니다. '그런 적 없다'고 말뺌하기보다 더 무서운 게 '모른다'인데, 다카노 가즈아키는 '있다'에서 더 나아가 '잘못됐다'고 서슴없이 말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자기 코 앞만 바라보기 바쁜 현재에 역사를 알고 생각을 하고 기준을 세워 평가를 할 수 있는 그의 깜냥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제노사이드>는 '제노사이드 : 특정 집단을 절멸시킬 목적으로 그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는 행위'라는 네이버 지식백과 사전의 의미보다 더 방대하고 깊이있는 내용을 다뤘다는 것입니다. 허무한 결론으로 685p를 넘길 때 적잖이 맥이 빠지지만 엄청난 내용을 쓰고 쓰고 또 쓰다 지쳐 그리하지 않았을까 짐작하며, 리뷰같지 않은 리뷰를 마칩니다. 그런데 왜, '에마'는 그 모습을 그려주지 않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