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인생
제이시 두가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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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머리의 예쁜 소녀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웃고 있다.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녀가 바로 납치되어18년간 감금당됐던, 'Jaycee Dugard'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뼈저리게 깨달은 건 단 한 가지다. '어린 시절의 환경은 누군가에게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흔적을 남긴다'는 것.

 

Jaycee는 11살의 나이에 성범죄 전과가 있는 필립에게 납치당한다. 수갑이 채워진 채 필립이 가지고 오는 양동이에 생리 현상을 해결한다. 창문이 수건으로 가려진 좁은 방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낸다. 필립은 Jaycee에게 음식을 갖다주고 세상 얘기를 해주고 그녀가 물어보는 것들에 대답을 해준다. 그렇게 필립은 Jaycee 세상의 전부가 된다.

 

<도둑맞은 인생> 중간중간에는 이런 류의 문장들이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중략)...왜 도망치지 않았지?', '왜 필립의 말을 그렇게 잘 듣지?', '인터넷으로 가족들에게 연락하려고 생각해보지 않았나?' 나도 그랬다.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알면서 메일이나 기타 방법으로 외부에 연락을 취하지 않는 그녀가 답답했고 경찰관 앞에서 '납치당했다!'고 소리치지 못하는 그녀가 한심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알았다. Jaycee는 연락을 취하거나 소리칠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는 것. 필립이 전부였던 그녀에게 필립이 말해준 것들 외에 다른 일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것.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오직 필립 뿐이었다면? 그 사람없이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면?

 

'어릴 적 경험들이 남기는 흔적'에 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필립의 납치도, 이를 방관한 낸시도, 필립이 정상이라고 믿는 펫도, 필립을 감시하면서 18년간 Jaycee를 알아채지 못한 경찰관도 모두 Jaycee에게 남은 흔적들을 채우고 있다. 사람의 기억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담아 색안경을 씌워준다. 그 색을 없애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참 다행인것은 Jaycee는 더할나위 없이 잘 이겨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녀는 다른 이들에게 충고하기까지 한다. "어떤 고달픈 상황이라도 견뎌내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그냥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내면도 무사히 지킬 수 있다고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10p)

 

가슴이 애리는, 영화같은 글이다. 사람에게 주는 타인의 영향과, 내 주변의 환경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책, Jaycee Dugard의 실화 <도둑맞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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