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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싶은 스무살, 연애하고 싶은 서른살 - 심리학, 상대의 속마음을 읽다
이철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어이하여 이 책이 내 책장에 꽂혀있을까, 한국경제신문사는 무슨 연유로 이런 책을 출판했을까. 여기 있는 이론들을 실전에 적용하면 완벽에 가까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난 서른인데 여전히 사랑하고 싶다.
찜질방에서 식혜를 마시며 읽을 책을 찾다가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제목을 보고 내 책장에 쉽게 안착시키지 않는 종류의 것임을 알고 피식 웃었다. 헌데 또 의외로 이 책은 인문분야로 분류되고 있다. 아무튼 <사랑하고 싶은 스무살 연애하고 싶은 서른살>은 찜질방에서 식혜를 마시며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었다.
사랑, 정말 힘들다. 어떤 종류의 인간관계가 쉬울까마는 그 중 남녀 관계에서 이뤄지는 사랑이 최고봉이라고 하겠다. 소개팅을 통해서는 양방향 추파는 찾기 힘들다. 단방향이거나 양방향이 되려다가 한 쪽이 신호 보내기를 포기하기 일쑤다. 미팅은 더하다. 신호 보내기는 어림반푼어치도 없고 그저 하루 재밌게 노는데 의의가 있다. 참여하는데 의의가 있는 올림픽정신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상황들에 대해 이철우 사회심리학 박사가 해법을 내놓고 있다. 자기제시, 도어 인 더 페이스, 인상조작 등 다양한 심리이론을 들어 그것들을 설명한다. 또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눈으로 보지 못해서 혹은 귀로 직접 듣지 못해 구체화하지 못했던 '비언어'의 힘과 효과를 알려준다. 그 중 비언어적 표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특징을 설명한 부분은 아주 설득력있으며 그간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남자들 때문에 속터졌던 일들을 단박에 이해하게 해줬다.
'호의 = 언어적 표현(0.07) + 표정(0.55) + 말투(0.38)' 이 공식 가운데에서 남성이 주로 의존하는 것은 언어적표현(7%)와 말투(38%)다. 두 가지를 합해봐야 고작 45%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돌려 말을 하면, 즉 말의 내용과 말투에 변화를 주면 남성들이 받아들이는 정보량은 뚝 떨어진다. 사정이 이럴진대 돌려 말하면서 남성들이 알아듣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107p) 여성들이여~ 이제 우리는 직설화법을 익힐지어다. 하하.
인간 심리를 다룬 책들이 줄곧 기존 실험들과 예시들을 나래비세워 설명하는 구조를 띄고 있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 <회복탄력성>부터가 그러지 않았나 싶다. 이 책도 다름없다. 다양한 외국 학자들의 이론이 등장하고 저자는 연애 상황에 대해 해설해 주는 형식이다. 그래서 '외국 이론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좀 다르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심리' 범주에서 설명했으니 그냥 넘어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아무튼 이 책은 내겐, 남녀 관계의 오묘함을 외국 이론들로 설명한, 쉽게 읽히는, 자기개발 분야의 모습을 하고 의외로 인문분야에 속해있는, 찜질방에서 식혜를 마시며 읽기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