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해피투개더>에는 재간둥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신봉선이 있다. 그녀는 재치있는 입담과 몸놀림 혹은 번뜩이는 멘트로 게스트를 웃게 만들고 시청자를 행복하게 한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아나운서와 신봉선을 대조하며, 프로그램에서 특정인이 갖는 의미에 대해 적은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의 요지란 '신봉선은 못 생겼으므로 스스로 웃겨야 한다' 였다. 그 블로그의 주인공은 그 글로 하여금 많은 이웃들을 잃었었다.

 

美醜의 기준

 

작가 박민규는 보편성을 띈 듯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그 기준으로 생기는 편견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표지의 벨라스케스 그림으로 상징되는, 그림 속 우측의 난쟁이 하녀에 관한 이야기다. 키가 작고,  얼굴도 명확히 보이지 않는, 심지어 우측 구석에 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그녀가 바로 이야기 속의 '그 여자'다. 그리고 퍽 잘생긴 나는 그 여자를 사랑한다.

 

나와 그녀

 

외모는 돈보다 더 절대적이야. 인간에게, 또 인간이 만든 이 보잘것없는 세계에서 말이야. 아름다움과 추함의 차이는 그만큼 커, 왠지 알아? 아름다움이 그만큼 대단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만큼 보잘것없기 때문이야. 보잘것없는 인간이므로 보이는 것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야. 보잘것없는 인간일수록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세상을 사는 거라고. 219p

 

그녀에 대한 나의 마음과 그녀의 태도에 대해, 뭇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여자들에 대새 시시콜콜 떠드는 듯 하지만 사실은  진지하고 철학적이며 더 나아가 사회적이기까지 한 아름다움에 대한 잣대를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보잘것없는 인간일수록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세상을 사는 거라고.'

 

아마 작가 박민규는 나와 그녀의 사랑을 '테마'로 미라는 잣대로 들이대는 사회를 '풍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한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요한의 뾰족한 생각들은 그래서 일반으로 받아들여지는 사고방식들을 실랄하게 헐뜯고 비꼰다. 하지만 소설에서 다루는 건 사랑이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사랑. 한 마디로 사회적 고찰을 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연애소설이다.

 

문창과를 졸업한 지인이 작가 박민규에 대해 침을 튀며 설명했던 이유를 알것 같다. 술술 읽히면서도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을 파고든다. 너무 절절한 감정 표현이 마치 내 것인양 안타까워서 혹은 묵직한 화살이 내 마음 악마를 찌르고 죽인 듯 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말이 머리를 떠나질 않는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