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소설 세 얼간이
황승윤 지음, 비두 비노드 쇼프라·라지쿠마르 히라니·애브히짓 조쉬 각본 / 북스퀘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알 이즈 웰, 알 이즈 웰, 알 이즈 웰,,, 다른 곳에 새로운 둥지를 틀는데 남다른 고통을 겪었던 한 대리님의 대화명은 일년이 넘은 지금까지 '알 이즈 웰'이다. 사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으며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한 친구의 핸드폰 대기화면이 '알 이즈 웰'이다. 아직도 예전 남친이 꿈에 나와 울면서 잠에서 깬다는 친구의 책상 앞에 붙어있던 글귀도 '알 이즈 웰'이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내 질문에 공중전을 하고 있는 친구가 말했다. "3idiots라는 영화에 나오는 말이야"

이것이 어언 2010년 10월. 영화가 개봉되기 전 그리고 책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세 얼간이]는 너무도 유명했다. 알 이즈 웰.

 

천재들만의 학교 ICE에 입학생 중에는 라주, 파르한, 란초라는 세 명의 '얼간이'들이 있다. 사진을 찍고 싶지만 아버지 말을 거역할 수 없는 파르한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좋은 직장에 취업해야만 하는 라주다. 그리고 성적과 취업이라는 고리타분한 잣대를 들이미는 학교에 반기를 드는 란초다. 여기서 핵심은 란초다. 그저 만들고 부수고 분해하기를 좋아하는 진짜 '공대생'인 란초는 획일적 교육과 적성과 꿈을 묵살하는 환경에 유쾌하게 도전한다. 암기만이 살길이라고 믿는 친구에게는 '강간'을 선물하고 교과서에 적힌 정의가 진리라고 믿는 교수에게는 '고리타분한 대답'으로 응수한다. 그리고 내가 human-being인지 lion인지 또 다른 자아성찰을 하게 만든 다음과 같은 말도 남긴다.

 

"서커스 사자는 채찍의 두려움으로 의자에 앉는걸 배우지만, 그런 사자는 잘 훈련됐다고 하지 잘 교육됐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우리 마을에 경비가 있었는데, 야간 순찰을 돌 때마다 이렇게 외쳤어. 알 이즈 웰~ 그래서 우린 마음 놓고 잘 수 있었지. 그런데 하루는 도둑이 들었던 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경비는 야맹증 환자였어! 알 이즈 웰이라고 외쳤을 뿐인데 우리는 안전하다고 생각한 거야. 그날 난 깨달았어. 사람의 마음은 쉽게 겁을 먹는다는 걸. 그래서 속여 줄 필요가 있어..." 

 

책을 읽으면서 란초, 파르한, 라주가 끊임없이 내 머리 속을 뛰어다녔다. 얽메이지 않는 그들 모습과 미래가 사뭇 나와 대조적이어서 우울하기도 했다. 그러다 꿈과 희망과 미래라는 긍정적 단어의 향연에 빠져들어 또 다시 몽롱해지기도 했다. 한 마디로 나를 들었다놨다했던 소설이다. 영화는 보지 못했으므로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겠다. 그저 책을 덮고 나서 끊임없이 되뇌였다. 알 이즈 웰. '열정'과 '소신'과 '결과'라는 단어들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내게 이 말을 꼭 들려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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