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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에러디어 - 창조=99퍼센트 에러디어+1퍼센트 아이디어
배상문 지음 / 북포스 / 2011년 1월
평점 :
인간의 가운데 손가락을 이렇게 기막히게 쓴 곳이 있었던가. 눈치 빠른 사람은 알아차렸을 것이다. 책 표지에 담긴 공룡 머리의 정체를. 내게 '아이디어' 분야 1위의 책은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아이디어 에러디어]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우아]가 사례 중심 이라면 [아이디어 에러디어]는 이론 중심이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후자에 조금 더 마음이 간다. 그 이유는 전자가 서양의 여러 사례를 묶어 결론을 도출한 반면, 후자는 저자 본인의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서술한 참 인간적인 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창의(創意)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신입사원 혹은 신입생의 패기는 곧 창의력을 뜻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저자는 여러 번의 에러 혹은 실패를 통해 진짜 아이디어 혹은 성공을 찾으라고 말한다. 양질전환의 법칙이라 표현했던가. 여기서 포인트는 '양'이다. "남들 3시간 걸려서 한 권 읽을 때, 당신은 권당 30분씩 할애해서 여섯 권을 읽어보라는 것이다...A를 정독해서 A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과, B부터 Z까지 읽어서 A를 결과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의 차이는 크다. A만 읽어서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오류나 한계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A만 읽었을 때는 대단히 훌륭한 책인 줄 알았는데, B부터 Z까지 읽고 나면 A의 내용이 상당히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239~240p) 독서에 대한 예시지만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짠맛, 쓴맛, 단맛, 매운맛을 모두 경험해 본 주방장의 요리와 평생 쓴맛만 경험한 주방장의 요리가 어떻게 다를지는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지 않은가.
따라서 실패를 하려면 우선 무언가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 이는 직접 경험을 통해서 할 수도 있고 간접 경험을 통해서도 이룰 수 있다. 그 간접 경험의 방법이 바로 '독서'다. 많은 책을 다각도로 접하고 생각하라. 더 나아가 경험들로 축적한 내공을 '창의'로 연결짓기 위해선 글쓰기와 같은 일종의 창작 행위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저자의 말투를 빌려) '정리해보자.'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고 싶은가. 그럼 실패나 에러를 두려워하지 말라. 수백번의 실패나 에러를 경험하다보면 자연스레 원하는 결과가 도출되기 마련이다. 이 결과를 얻기 위해선 우리에게 '인풋'이 많아야 한다. 인풋은 바로 직접 경험 혹은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쌓을 수 있다."
이 책은 아이디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동시에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겐 마음의 위로가 된다. 한 문장의 살펴보자. "예술가 지망생들이 주위의 비판과 냉소를 이겨내지 못하고 도전을 포기하게 되는 이유가 자기 보호법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371)" 크~ 이과두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듯 하다. 난 이 대목을 읽으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 - 창작 - 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얻었다. [아이디어 에러디어]를 읽고나면 주변 사물이 다르게 보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내가 맨날 두들기는 키보드마저도. 이 책을 읽고 다같이 실전에 적용해보자. '누구나 소름끼치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혹시 아는가, 아이디어 뱅크로 명성을 날려 신 사업 부서에 스카웃 될지?!
** 기억할 표현 **
의지력이 약한 사람은 다른 방법을 찾아 봐야 한다. 이때 가장 손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긍정화법으로 자기를 설득하는 것이다. 30
옳은 호흡법이란 결국 숨이 찰 때 숨을 쉬는 게 아니라, 숨이 차지 않도록 숨을 쉬는 법을 말한다. 40
나쁜 결과가 나오면 큰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창조의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결과중심활동의 산물이다. 과정중심 활동에서는 절대로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는다. 45
"내가 가진 레퍼런스의 두께가 곧 나의 두께다." 62
흔히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데, 이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추체험의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추체험의 능력이 결여된 인간은 들판을 뛰어다니느 사자나 토끼와 하등 다를 바 없다. 69
뇌의 진정한 가치는 비약, 몽상, 초월 등에 있다. 이러한 단어들은 컴퓨터 용어로 바꾸면 '버그'에 해당된다. 83
모든 창작자의 고민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괴리감에서 나온다. 129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아무나 책을 읽지는 않는다. 책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데, 사람은 책을 차별한다. 다른 나라 사정까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책을 '불가촉천민' 취급하는 사람은 적어도 국민의 70퍼센트는 되지 않나 싶다. 213
오락거리들에선 시간과 돈을 잠깐의 즐거움과 맞바꾼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 독서는 다르다. 책을 일그라 투자한 시간과 돈은 반드시 시간과 돈의 형태로 이익을 되돌려준다. 213
'양질전환의 법칙'이라고 하는 것이다. 책 한 권에서 너무 많은 걸 얻으려고 하지 말고, 하나만 얻겠다는 생각을 가져라. 239
요즘 아이들은 책읽기를 '별난 취미'로 여기는 모양이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 딸이 있는데 학교에서는 교과서 외의 책을 절대 읽지 않는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소설책을 읽다가는 급우들에게 별난 애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묘한 일이다. 옛날에 비하면 요즘 애들은 훨씬 더 자유와 개성을 존중 받으며 살 텐데 훨씬 더 집단적이다. 누가 별난 것도 못 보아내고, 자기가 별나 보이는 걸 굉장히 무서워한다. 그게 다 책과 개별적으로 대면해서 세상을 깨치지 않고, 인터넷이란 집단 신경망에 제 어린 두뇌를 맡긴 탓이다. - 황인숙 [일일일락] - 248 인용
진정한개성은 내면적인 어떤 것이라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머리 염색하고 혓바닥 피어싱하고 아이폰 들고 다닌다고 개성 있는 인간은 아니다. 외려 남들 다 갖고 싶어 하는 아이폰 따위엔 관심도 없고, 그런 물건 치렁치렁 들고 다니는 걸 머쓱해 할 줄 아는 부류가 한층 더 깊이 있는 개성의 소유자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소유자들은 대개 '책과 개별적으로 대면해서' 세상을 깨친 사람들이다. 251
뇌도 사유하지만 손가락도 사유한다. 때로는 뇌가 손가락을 이끌지만, 그에 못지않게 손가락이 뇌를 이끌기도 하는 것이다. 258~259
한 사람의 진면목은 그가 실패했을 때 드러난다.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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