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 루소의 [사회계약론] 등을 지속적으로 읽게 했죠."

"매 년 초, 학기가 시작 전에 필수 도서 목록을 주고 개인별로 선택해 독후감을 쓰는 과제를 내줬어요." 

"대한민국으로 식으로 말해 초/중/고 통틀어 12년 동안 기본 교양으로 배운 과목이 '종교'였어요."

"고등학교 1,2 학년때는 '심리학', 3,4 학년 때는 '철학'이 필수였어요."

 

외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들의 말이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 말하는 해외와 국내의, 상류층과 일반층의 교육 차이를 읽으면서 대단히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난 내 귀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일까?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날까? 혹시 저자가 뻥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 (뻥이라고 믿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책에서 묘사한 현실은 리얼이었다. 그나마 차이가 있었다면, 그리스어나 라틴어 원전이 아닌 그 나라의 말로 읽었다는 정도다.

 

이 책의 결론은 간단하다. '인문고전독서'가 필요하다는 것. 지난 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인문 고전 열풍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설'이나 '베스트셀러'보다 '인문' 코너에 발을 더 내딛게 되었고, 이 열풍에 편승하는 '인문어쩌고' 시리즈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서점 평대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문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작가의 설명은 이렇다. 첫째, 국내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까닭(평화상 제외) 둘째, 우리가 익히 아는 명사들 - 장한나, 이병철 회장, 정주영 회장, 정약용, 워런 버핏 등 - 의 인문학에 대한 열망. 셋째,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써. 작가가 말한 사례 중 가장 충격적인 몇 토막을 보자.

 

"저는 교사를 고용해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플라톤의 [국가] 같은 고전이죠. 이런 책은 아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에서 왜 철학 고전을 가르치지 않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요... 플라톤의 [국가]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같은 철학 고전을 읽지 않으면 훌륭한 미국 시민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문 고전은 우리 선조들이 소중하게 읽었던 것입니다. 알다시피 우리 선조들은 인문 고전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정부 체제를 만들어 냈습니다." (45p)

 

미국의 유명 배우 윌 스미스의 인터뷰 답변이다. 고등학교 학력을 지닌 윌 스미스가 자식 교육을 홈 스쿨링으로 채택한 것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이렇다. 어쩌면 그가 미국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두고 미국 최상류층에 편입한 뒤 그들만의 '다른 교육'을 목격했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라고.

 

리드 칼리지 시절에 접한 플라톤과 호머에서 시작해서 카프카에 이르는 인문고전 독서 프로그램이 애플 컴퓨터를 만든 결정적인 힘이 었다고 말한 스티브 잡스는 심지어 다음과 같은 말도 한다. "만일 소크라테스와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가 가진 모든 기술을 그와 바꾸겠다.(162p)"라고.

 

앞, 뒤 빽빽하게 제시된 많은 사례들은 '인문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 뼈 속까지 느끼게 한다. 더불어 이런 생각도 한다. '이런 책이 왜 이제 나왔지?'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기 전, 이지성 작가를 참 불편해했다. 여성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내는 무모함이 꺼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 덕에 화났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책 후반부에는 년차 별로 읽어야 할 고전리스트가 있다. 고전이라 하면 다른 책부터 먼저 섭렵한 후 덤벼들어야 할 것 같은 '책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된다고 본다. 더불어 '책하고만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일정의 위로도 된다. 가족들이 굶어죽을 때 책만 수백번 보는 이덕무를 '책만 보는 바보'라고 했던가? 이지성 작가는 '책만 보는 바보들'은 자신의 두뇌를 깨우는 동시에 나라를 성장시키는 잠재력으로 다방면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해 준다.

 

소녀 시절에 읽었던 [꿈꾸는 다락방]은 나를 구름 위에 있는 듯 방방 뛰게 만들어고, 지난 주에 읽었던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에서는 나를 이지성 안티로 만들었다. 그러나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나를 인문고전 마니아로 만들었다. 너무 일관성 없어서 작가한테 미안할 지경이다. 열 몇 권의 책을 낸 이지성 작가는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집필할 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안티 팬에서 그냥 팬으로 살짝 돌아선 입장에서 한 마디 해 드리고 싶다. '힘들만 했습니다. 이제라도 이런 책을 써주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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