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잘 들어.” 애덤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가능한 한 똑바로 앉았다. 그리고 귀를 기울였다.
“남아줘.” 그 한마디를 내뱉으며 애덤은 울먹였다. (247쪽)

 

저 건너 편 세상으로 가기 전, 삶을 선택할 순간이 올까? 내 모습을 내려다보며 여행을 갈까 말까 고민하는 것과 같은 순간이 정말 주어질까? 그렇다면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혹은 영혼)은 얼마나 될까? 만약 내게 그런 순간이 온다면, '살아줘!'를 말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혹시 지금 내가 그런 얘기를 해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22살 학원에서 선생님과 면담을 하면서 '친구가 죽었어요.'를 말하고 꺽꺽거리며 울었던 기억이 났다. 젊은 사람의 죽음을 본 적이 있냐는 친구의 말에 설명도 못하고 기숙사에서 울었던 기억도 났다. 게일 포먼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친구와 그 가족들의 죽음을 보는 일 그리고 그것을 감내하는 일.

 

너무나 행복한 한 가정이 있다. 아빠, 엄마, 동생, 그리고 미아.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똘똘 뭉친 이 가정은 가을 날 창으로 들이치는 햇살처럼 따뜻하다. "모두들 눈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9p)" 그 모든 행복은 '눈' 때문에 한 순간 날아가 버린다. 즉사, 부상, 코마.

 

미아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가족 - 핏줄로 맺어지지 않은 - 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너에겐 아직 가족이 있어.(237p)" 머리카락을 살짝 뺨에 닿게 하며 속삭이는 킴의 말이었다. 아빠, 엄마는 사고 현장에서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윌로 아줌마가 여기있다. 그것은 테디도 떠났다는 것을 말한다. 가족들이 - 핏줄로 맺어진 - 모두 건너 편 세상으로 갔다. 단짝 친구 킴과 열일곱답지 않은 사랑을 만들어주는 애덤이 있다. 그리고 첼로가 있다. 첼로 소리가 내 귀를 타고 넘어오는 순간, 온 힘을 손가락에 집중시킨다. "미아?"

 

지하철에서 읽다가 책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집에 와 크리넥스 한 통을 옆에 두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화목한 가정의 한 소녀가 사고를 통해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남기까지를 표현한 이 책은 안타깝게도 실화라고 한다. 실제 주인공 소년은 미아처럼 돌아오지 못 했지만. 미아의 선택을 통해 '관계'라고 이름 붙여지는 것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가족, 친구, 사랑이라는, 내 몸과 마음을 다해 '살아야 할 이유'에 대해서 떠올렸다.

 

죽음의 문턱에 갔을 때 우리가 간절히 원하게 되는 건 무엇일까? 적어도 돈이나 직업 따위의 것은 아닐 것이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그 때' 원하게 될 그것을 위해 지금의 삶을 이뤄가는 게 살아있는 자의 마땅한 도리가 아닐까? [네가 있어준다면]이라고 말해 줄 그 어떤 것과 그 사람들을 위해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삶' 아닐까? 킴이 미아에게 말했던 '가족'이란 말이 마음 속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