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 작가의 책이 또 나왔다.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고등어]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등 많은 이의 가슴을 울리는 작품들을 냈던 공지영 작가. 마침 2011년 새해 벽두부터 그녀의 이상 문학상 수상 소식도 들린다.

 

"지리산"

 

자연과 시간이 시작되는 곳, 산악인 뿐 아니라 많은 범인들이 찾아드는 곳, 작가는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에서 그 곳에 있는 '어떤 이들의 삶'에 대해 말해준다. 그 주인공은 바로 버들치 시인, 낙장불입 시인, 함태식 옹, 고알피엠 여사, 내비도 최도사, 강병규 사진작가, 수경 스님까지. 이들 처럼 정직하게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를 실천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年稅 50이면 집 한 채가 마련된다. 시를 짓고 글을 쓰고 자연을 가꾼다. 가끔 지리산 동무들과 술 잔을 기울이고 그들만의 공연을 연다. 연봉 200만원이라 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소하고 즐겁고 유쾌하고 싱그럽다. 이들의 얘기를 읽고 있노라면 무릉도원 혹은 이상향이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 '신선처럼 살고 싶다'는 꿈이 평생 이루지 못할 만큼 아득한 것은 아니란 것도 알게 된다. 단, 가진 것이 없거나 지금 가진 것을 모두 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에는 박진감, 애틋함, 슬픔 따위의 소설적(?) 감정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세속적 지표를 떠나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분명한 메세지는 있다. 도시 생활의 번민이 '必要惡'아니고 단지 '惡'이란 걸 일깨워 주는 책이랄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공지영 작가에게 서운한 점이 딱 두 가지 있다. 하나, [나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읽으며 눈물 한 방울, 숨고르기 한 번, 책 덮고 되새김질 한 번을 반복했던 반면 이번엔 섬세하게 감정의 밑바닥을 건드리는 멋진 문장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 둘, 공지영 작가의 책이 점점 처세서 혹은 에세이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것.(쓰는 데로 읽지 무슨 장르를 따지냐고 하면 할 말 없다;) 그리고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인데 그녀의 절절한 아픔들을 깊이 있는 소설로 승화시킨다면 정말 멋진 글이 나오지 않을까?  

 

종합적으로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공지영의' 이름이 붙어도 될 만하나 그냥 오며가며 편하게 볼 책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더러운 세상'에 치가 떨린 다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단, 책을 읽자마자 50만원 들고 지리산으로 갈 생각은 말자. 도둑이 집에 들었을 때, 가진 것 없다고 미안해하며 카드 비밀번호 알려 줄 용기가 없다면.

 

** 한 구절

 

"보수가 뭔 줄 아니? 잘못된 거 수리하는 게 보수야. 진보는 뭔 줄 아니? 다른 사람보다 부지런히 보수하는 진짜 보수가 진보야.(75p)"

 

"...지리산은 참 이상해요. 누가 와도 어울려요. 조선백자처럼요. 조선백자는 베르사유 콘솔에 올려놓아도 시골집 뒤주에 놔둬도 어울리잖아요. 중국의 자기도 일본의 도자들도 그렇지는 못하죠. 지리산은 백자처럼 누구라도 품는 그런 산인 거 같아요.(268p)"

 

"꿈을 이루고 싶은 열망이 이 모든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는 순간(2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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