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 - 나는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
윤정은 지음 / 북포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그녀는 새침해 보였다. 다른 작가들과 달리 자신의 책을 참석자들에게 풀지(?)도 않았다. 이후 일정이 있다며 일찍 자리를 뜨는 바람에 질문할 시간도 없었다. 올 봄에 있었던 한 북 콘서트에서의 일이다. 한 마디로 그녀의 첫 인상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또, <하이힐 신고 독서하기> <20대 여자를 위한 자기 발전 노트>등 2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책을 주로 냈던 그녀에게 '철학'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이 책은 그 생각을 180도 바꿔주었다.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는 책을 통해 사유하고 얻어진 윤정은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이다. 각 챕터마다 자신의 일상 혹은 생각과 그에 얽힌 의미있는 책에 대한 해설이 곁들어져 있어 마치 그녀의 독후감 리스트를 보는 것 같다.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의 윤정은 판이랄까? 그래서 더 쉽게 저자의 깊은 사고에 접근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과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북소리의 음률이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와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인가?" (151p)

 

예전에 인생을 나뭇잎에 비유한 글을 봤다. 제 각기 다른 모양의 잎들이 모여 한 그루의 나무가 이뤄지는데 우리네 삶은 이 한 그루를 이루는 각각의 나뭇잎이라는 것이다. 즉, 나무(사회)라는 틀에 있지만 다른 나뭇잎(타인)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나의 잎새(나)를 바꿀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구절도 그런 뜻이 아닐까?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른 얼굴과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서로 다른 잎새를 가진 나뭇잎들처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타인의 눈에 근사해 보이기라는 '목표'를 위해 살아간다.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를 읽으면서 '자신의 봄'을 지키며 자신의 '잎새'데로 살아가는 저자 윤정은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경험이 있어 '있어 보이는' 직업을 갖을 수도 있고,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만큼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편안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북소리에 따라 '진정한 작가'가 되기 위해 책을 찾고 사유한다. 그리고 글로써 풀어낸다.

 

선택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내게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를 통해 본 저자 윤정은의 모습은 그 어떤 채찍보다 쓰렸다. 아마도 난 입으로는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작가'를 외쳤지만 내심 '돈도 잘 벌고 이름을 날려 허접데기 글이 나와도 잘나가는 작가'가 되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보물을 대하듯 책을 사랑하는 그녀의 자세에 감동받고, 깊이 사유하는 태도에 나 자신을 반성했던 것 같다.  

 

50여권이 넘는 양서들과 가슴 속에 평생 남을 만한 어구들이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윤정은 작가의 책.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 진로 따위의 고민으로 하루하루가 힘겹다면,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내일이 두렵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매일매일 방황하는 내 자신을 달래주자.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고. 더불어 점점 내공을 쌓아가는 윤정은 작가의 다음 작품들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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