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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금주에 방영된 <성균관 스캔들>은 각색의 결과물이 원작을 뛰어넘지 못함을 여실히 입증했다. 선비들 도포에 금속 커플링이라니,,, 차라리 가락지가 등장했어야 했다! 이렇게 드라마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읽어버린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2>, 그 피날레는 생각보다 소박했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에서는 잘금 4인방의 다사다난한 규장각 스토리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정치 입문과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여기서도 전편과 마찬가지로 '윤희를 중심으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고 선준의 지혜와 재신의 용감함, 용하의 능숙함으로 아주 똑똑하게 문제들을 해결하더라.'라는 식의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룬다. 약간의 식상함에도 불구하고 이 마지막 편이 마지막 다울 수 있는 건 단연 '홍벽서'다. 성균관에서의 홍벽서 사건이 그 정체를 밝혀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규장각의 홍벽서는 군왕의 지지에 힘입어 진정한 정치 개혁을 꽤 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또 하나 이야기의 큰 줄기는 '사랑'이다. 선준과 윤희의 사랑은 시리즈 네 권 중 가장 애절하고, 여기서 윤희가 마냥 낭군의 손길을 기다리는 여인네로만 그려져 조금 아쉽다. 그러나 황 판교 여식과 윤식의 사랑이 감초처럼 등장하고, 재신과 다운이 점점 부부의 모습을 갖춰가는 장면은 성장 소설의 압축판 같은 느낌을 준다.
이 밖에 암행어사 출두, 궁녀 추문 등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네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일어난다. 처음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마지막 권을 만들어내는 저자의 마무리가 너무 성급한 듯, 개연성 떨어지는 부분이 참으로 많이 발견된다. 왕이 어떻게 홍벽서의 존재를 알았는지, 정무는 왜 갑자기 윤희를 마음에 들어했는지, 청벽서는 왜 등장한건지, 궁녀들은 왜 추문을 만든건지, 윤식은 왜 아내를 조선에 남겨두고 가는지, 또 정무가 어떻게 윤희네 식솔을 숨길 수 있었는지 등등,,,.
이렇게 의욕적으로 '잘금 4인방'스토리를 다 읽어버렸고, 드라마도 곧 종영을 하는 듯 하다. 아직 금속 커플링의 굴욕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해결될지 지켜보는 문제가 남았지만 간만에 관심있게 봤던 이야기가 끝을 낸다니 아쉬움이 크다. 윤희의 스마트한 문제 해결 능력과 선준의 넘쳐나는 학식, 용하의 산뜻한 미소가 내내 그리울 것 같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하지마라. 습관된다."의 걸오가 너무 그리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걸오가 읊조린 명대사 한 마디 기억하자.
'사람들이 비겁해지는건 지키고 싶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