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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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약력에 내 눈을 확 잡아 끈 부분이 있었다. 군사학교 중퇴. 이 중에서도 '군사학교'. 몇몇 지인들은 군대에 가서야 '책'이란걸 읽기 시작했다고 했지만 '군사'와 '문학'은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서점에서 접한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표지에는 군인들이 있었다. 그래서 저자의 작품들 중 '군사학교' 약력을 가장 잘 표현한 듯 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한 마디로 고립된 지역의 군인들에 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 판탈레온 대위와 그가 조직한 특별봉사대. 그 조직의 결성, 임무 수행, 그리고 해산을 그린 소설이다. 진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말이 생각났다. 이 소설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심지어 소설 속 인물이라 칭하는 - 혹 아닐 수도 있으니까 - 자의 연락을 받았다고 말이다. 그나저나 사람들은 이 소설을 왜 '블랙코미디'라고 하는걸까?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단연 '판탈레온 대위'이다. 군대가 곧 자신인 이 대위는 군 명령에 대한 절대 복종을 삶의 원칙으로 한다. 어느 날, 이 완전무결한 대위에게 인생의 오점이 될 만한 명령이 떨어진다. 그러나 어쩌랴. 고민도 잠시, 군대를 위해 태어난 사람답게 그는 여느 명령들처럼 아주 훌륭하고 완벽하게 수행해낸다. 판티랜드를 창조해내면서.

 

그리고 한 집단이 존재한다. 소위 말하는 '婦'들의 이 집단은 홍등가에만 존재하는게 아니었다. 판티랜드에도 있었다. 열렬한 직업애와 끈끈한 우정, 동료들에 대한 신의, 심지어 뛰어난 업무 수행력까지 갖춘 이 집단은 판티랜드의 핵심이다. 그들의 문제는 오로지 그 능력이 너무 우수하다는 것 뿐이다.

 

또 한 집단이 존재한다. 질서, 복종, 명령, 규율 등의 단어와 어울리는, 그 이름도 찬란한 '군대'라는 집단이다.  무슨 체계와 단계는 그렇게 복잡한지 오고 간 서신들은 숨 막히게 딱딱하다. 그래서일까? 문제 상황에 대한 그들의 해결방안 또한 답답하기 그지없다. '언 발에 오줌 누기'로 해결한 문제가 더 꽁꽁언 발로 되돌아오면 추운 날씨를 탓할 뿐이다. 

 

그리고 또 한 집단이 더 있다. '믿음'을 주는 이 집단은 익숙치 않은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설교한다. 그래서 배척당하지만 그럴 수록 사람들은 더 깊은 신앙심을 갖는다. 결국 수많은 찬가와 형제, 자매들을 남긴다. 현실에서 사라지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어떤 절대자보다 더 확실하게 존재한다.

 

이렇게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네 가지의 주체들로 이루어진다. 저자의 요점이 뭘까? 서문에서 저자는 '진지한 어조로 쓰려했던 이 이야는 익살과 농담과 웃음을 요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즉, 어울리지 않는 속성을 지닌 주체들이 만들어내는 '있으니만 못한 세상'이 그 요점이 아닐까? 그래서 이 소설이 '블랙코미디'였던 것이다. 다각도에서 일어나는 대화가 버무려지는 전개 방식과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게 표현한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노벨 문학상이 괜히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에게 수상된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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