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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필재, 유승렬 지음 / 부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CEO' 하면 무엇부터 생각나는가. 적어도 나에겐 '최고경영자'라는 멋진 타이틀 보다, 凡人들과 다르게 하늘의 간택을 받고, 어려움없이 뚝딱 자리를 꿰차는 사람들이라는 편견이 강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CEO에 대한 편견을 깨고 존경심을 샘솟게 하는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어보자.
CEO 역시 인간이다. 어려움, 괴로움, 슬픔, 어떤 종류의 고난이 닥치더라도 '하늘에서 부름을 받으면 나타나는 마징가제트'가 있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문제를 해결되어 룰루랄라 태평한 사람들이 CEO 같았다. 경제난은 금융권들이 달려들어 부채를 갚아주고, 개인 일은 부하들이 수족이 되어 해결하고, 집안에 일들은 집사가 달려들어 해결할 것 같은,,, 그래서 고민이라고는 없는 사람들이 CEO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CEO들이 말했다. 'CEO도 멘토가 필요하다'라고,,, 그들 역시 곤혹스러운 순간이 있으며 그 때마다 가이드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CEO 자리가 편해 보이세요? 그럼 한번 해보세요. 겉으로 보이는 CEO의 일은 실제 업무의 5%도 안된답니다."
CEO 역시 휴식을 원한다. CEO는 '일중독'일것 같다. 그래서 회사와 물아일체가 되어 끊임없이 회사만, 일만,,, 생각하는 일하는 기계!가 바로 CEO. 그러나 CEO들도 나와 다를 바 없이 휴식을 갈망하고 있었다. 심지어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처럼 '안식년이 주어지면 가장 하고싶은것?'에 대한 답으로 CEO들은 대답했다. 공부!
CEO들은 연예인이다. 부와 명예를 가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이 아닌, 일거수 일투족이 집에, 회사에, 나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쉽게 행동할 수 없는 연예인중에서도 슈퍼스타이다. 소유경영인인지 전문경영인인지에 따라 자신의 롤이 정해지고, 영역을 벗어나는 일을 할 경우에 이권다툼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자신의 돈도 마음데로 쓸 수 없다. 노동의 댓가(?)로 벌게된 수입은 회사 자본금으로 들어가고, 이에 따라 소유권이 정해지며, 집안과 회사의 안위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CEO들은 남다른 시각을 가졌다. CEO는 접근하기 힘든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회사에 투영시킨 자들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CEO는 샘표식품의 박진선 사장이다. 철학자의 마인드로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경영의 핵심이라는 그는, 직장이 곧 사람이며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 처럼 일터를 만들고 있었다. '겸손하고 사심이 없는 사람'이 최고의 인재라는,,, '사람' 본위의 그의 생각은 당장이라도 샘표 직원으로 일하고 싶게 만든다.
사실 조직개편, 구조조정, 비전, 경영방침, 연봉협상 따위의 조직관점의 이벤트가 있을 때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더 나아가 수긍하고 받아들이기 전에 '나같은 사원 나부랭이의 마음을 누가 알겠어. 윗 사람들끼리만 신난거지.'라며 사내반동분자가 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나역시 CEO들의 마음을 모른건 매한가지였다.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자원인 CEO들에 대한 보고서이다. 저자들이 2년여에 걸쳐 100여명의 CEO들에게 설문 조사를 하고 패널을 구성하고 이야기들을 정리해 낸 책이다. 각 주제마다 CEO들의 대답이 통계로 제시되며, 대한민국의 대표 리더 CEO들이 답변에 대한 부연설명을 해놓았다. 즉, CEO가 되고 싶은 혹은 CEO의 시각으로 직장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공부를 하기 전에 인간이 먼저되라.'라는 또래 친구들끼리 나눴던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학창시절 시험 스트레스로 헐크가 된 친구가 있으면, 소크라테스의 탈을 쓰고 서로 농담처럼 던져주던 말이었다. 이 말이 무색하게 직장인이 된 후엔 이런 말을 자주 주고 받았다. '돈 벌 궁리만 하지 말고,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봐라.'라고,,, 이런 말을 들을 때, '어떤 방법으로?'라고 반문하지 말자.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CEO보다 더 직장을 잘 이해하는 CEO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