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광시곡 1
김주연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천재 음악가와 음울한 분위기는 마치 <오페라의 유령>을 떠올리게했다. 그러나 '가면'에 가려진 얼굴이 아닌 '음악'에 가려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예술'이라는 이름은 극단적 감성을 허용되는 유일무이한 분야가 아닌가 싶다. 합리와 이성이라는 딱딱한 기준이 추앙받는 현대에 감정의 기복이 오히려 존경받는다. 이런 특별한 예술, 그 중에서도 음악. 하얀 종이위에 재밌게 그린 그림들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오선 속에 그려진 음표들은 듣는 이로 하여금 희노애락을 모두 느낄 수 있게 한다.

 

<살인광시곡1>에는 이 음악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심에는 영애, 서연, 안유상이 있다.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던 영애, 사고와 함께 절단난 음악가의 삶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완벽한 가정을 꾸려나간다. 하나, 둘, 셋. 규칙과 절도로 정의되던 그녀의 삶이 함께 음악을 꿈꿨던 동창들을 만나는 순간, 불규칙의 블랙홀에 빠져든다. 그리고 신의 구원처럼 등장하는 명우.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서연. 자신의 삶을 표현한 新환상교향곡. 그러나 이 곡을 완성하기까지의 서연의 사연은 아득하기만 하다. '영혼의 대화'로 정체를 드러내는 서연의 이야기는 음악에 함몰된 처절한 음악가의 모습이다. 마지막 안유상. 한 소녀의 살인용의자로 지목된 비상한 사고력의 교수. 그의 자백을 받아내려 하면 할수록 드러나는 심리한 교수의 과거. 그 속에 묶인 진실.

 

1편답게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앞으로 전개될 사건들의 윤곽을 그려주는 이번 책은 다른 1권들과의 차이점이 있다. 첫째, 리듬감이 느껴지는 묘사. 작가가 음악과 버무려 표현해내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극의 전개라기보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기분이다. pianississimo, ardente, adagio antabile,,, 음악의 깊이에 따라 인물들의 심리곡선이 굴곡을 그린다. 책을 덮을 때 즈음엔, 사연있는 노래를 우연찮게 라디오에서 들었을 때처럼 애잔한 여운이 깊게 남아있다. 둘째, 깊게 혹은 얕게 끊어주는 문장. 자칫 지루해 질수 있는 발단부분이 리드미컬하게 느껴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작가의 문장력일 것이다. 그림을 눈 앞에 보이듯 섬세하게 묘사하는 교향곡의 호흡과 영애가 명우에게 빠져드는 묘사의 호흡은 그 차이를 확연히 보여준다. 다음 악장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짧게 끊어주는 맛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

 

예정일보다 늦게 도착한 책은 참 나를 애타게 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받은 작가로부터의 엽서. <살인광시곡1>과 어울리는 흐릿한 비오는 날의 엽서와 정갈하게 쓰여진 작가의 글은 참으로 남다른 인상을 심어주었다. 작가의 첫번째 장편소설이었기 때문일까. '처음'이라는 말처럼 설레이고 싱싱하며 열정적인 말은 없을 것이다. 그런 '처음'의 모든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김주연 작가의 <살인광시곡2> 이 더없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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