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듯이 섬뜩한 여인의 눈빛이 살아있는 [얼음공주]의 표지는 늦더위의 푹푹함을 날리기에 충분했다. 내게 추리소설이란 작가가 만든 범인이 내가 추리한 범인과 일치했을때, 그 때 성취욕을 주는 도전과제와 같았다. 하지만 이번 [얼음공주]는 시작부터 작가의 필력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책장을 덮어도 그 여운이 꽤 오래 지속된다. 어느 여인의 죽음을 계기로 스웨덴의 작은 마을 - 피엘바카 - 에서 숨막히는 사연들이 낱낱이 공개된다. 인간사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이 한 사건에서 드러난다면 과장일까? 자신의 배우자를 사랑하고 아끼는 부부애. 자식을 지키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모성애. 같은 경험을 촉매로 뭉친 친구들의 우정, 미워도 사랑하기에 지켜야 하는 가족간의 애증. 보고싶고 서로 갈구하는 연인들의 열정. 복수를 할줄 아는 과감성. 사건을 파헤치는 행동력까지 책을 읽는 내내 인물들에게 보여지는 다양한 감정들을 보며, '피엘바카'가 인간세상을 압축해논 도시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마을 미스터리'라는 약간 생소한 장르를 통해 사회에서 접하게 되는 군상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된 느낌이다. [얼음공주]의 관전포인트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첫째, 안나와 루카스. 자칫 이 부부의 이야기는 주변 사건으로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본 카밀라 레크베리는 이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안데르스 사건과 대조를 통해 극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사랑이라는 공통분모하에 참고견디는 여인과 극단적 돌파구를 마련한 여인. 둘째, 아니카와 파트리크. 사건의 전모를 알고보면 모두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었다. 그러나 결말은 파국. 밝은 감정이 극한의 결과를 가져오는게 작가는 두려웠을까? 아니카와 파트리크라는 인물들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의 긍정적인 결과도 보여준다. 셋째, 얀과 닐슨. '사람'이라는 존재는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나름의 사연과 아픔과 고민을 가지며, 또 그것들을 이겨내고 개선하고 발전시키며 각자를 다독이는게 살아가는게 세상만사이며 재미가 아닐까? 따라서 겉모습만 보고 손가락질 하는 것은 금물! 추리소설인 만큼 스스로 파헤쳐보는 재미가 쏠쏠한 얼음공주! 덕분에 스포일 방지를 위해 서평에서도 말을 아껴야했다. 무더위를 날리며 사람사는 세상을 알아가는 교훈도 있으니 이 보다 더한 한여름의 선물이 있을까! [얼음공주]라는 미스터리 소설을 통해 올 여름을 이겨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