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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소녀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김영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No Et Moi
나는 노를 길들였다. 노는 나를 떠났다.
루는 월반을 두번이나 한 영재다. 하지만 지적미성숙아이다. 노는 노숙자이다. 태어날 때부터 노숙자는 아니였지만,,,, 보통 사람들이 꺼리는 그런 노숙자이다. 이런 노와 루는 서로를 길들여져간다.
루는 오스테를리츠 역에 사람을 구경하러 간다. 그곳에서 노를 만난다. 몇푼이 절실한 노를 만난다. 그런 노를 루는,,, 인터뷰 주제로 삼는다. 노는 돈을, 루는 발표 대상을, 서로의 조건을 충족시킨다. 발표 후, 노를 한 동안 만나지 못한 루는 노를 찾아 나선다. 노를 다시 찾는다. 루는 노에게 따뜻함이 필요함을 느낀다. 따뜻한 이불과 침대와 노가 머물 다뜻한 집을,,,그렇게 노는 루의 일부분이 되어 간다. 노가 사람의 삶이란걸 살기 시작하면서 점점 루도 노의 일부분이 되어간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길들여져 간다. 하지만, '루네 가족모임'이라는 일은 둘이 같을 수 없음을, 동일한 동갑내기 사람일 수 없음을 말해준다. "너도 가야 하는거야? 너는 안 가면 안돼?" 오스테를리츠역에서 만날 때의 노라면, 과연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너와 난 다르잖아, 루,,,' 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함께 트렁크를 끌며, 노가 한때,,, 그나마 몇 푼이라도 있어야 했던 때에, 돈을 줘야 머물 수 던 곳에 머문다. 맥도날드를 먹으며, 지린내 나고, 깨끗하다고 절대 말할 수 없는 그곳에서 하루밤을 보낸다. 루가 벽지 문양을 세는 동안 노는 서로의 '다름'을 생각했던 걸까? 우리는 함께인 거지, 루, 너는 나를 믿지, 나를 믿어주는 거지, 우리는 함께인 거지, 루,,, 노는 떠나버렸다.
작가는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져가는 세상을 말하고 싶었던것 같다. 하지만 종국엔, 기름과 물처럼 섞일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 대면할 일이 절대 없을 그 어떤 사람들 조차,,, 뜻모를 기회를 통해 닮아가고 필요로 해가는, 얼핏보면 따뜻한 세상을 말하고 싶었던것 같다. 아니면, '개는 거두어도 노숙자는 자기 집에 들이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고 싶었던것 같다. 루의 생각대로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명만 도와주고 함께해준다면 아마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거다.' 하지만, 더도 덜도 말고 노숙자는 노,숙,자이기에 사람이 아니라 노숙자이기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현실을 벌하고 싶었을 거다. "언제나 사정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복잡하다."
나보다 누구랑 더 친하네, 나를 미워하네, 좋아하네 따위로 울고 웃던 학창시절이 참 많이 생각났다. 나도 노처럼 그 누군가에게 길들여졌고 그러길 원했지만 사회에서 말하는 '차이'로 인해 장벽을 두고 멀어졌는지도,,, 소박하게 숨쉬듯 고르게 작가가 적어놓은 이야기들은 성장소설이지만 너무 현실적이어서 안타깝다. 하지만 예전의 장밋빛 추억을 되새김질 하기엔 참 좋다. 그리고 마음을 콕콕 집어내는 아름다운 표현들은 독자를 절절하게 만든다. 아련한 학창시절을 생각하며, 여린 동심으로 돌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