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중년 여성의 모습을 이리도 섬세하고 현실적으로 표현학 작품이 또 있을까? '도시코'라는 인물로 표현되는 그 모습은 너무 절절하고 마음이 아파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을 훔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코의 이야기는 크게 세 단계로 볼 수 있다. 남편의 죽음을 시작으로 한 정신적 충격, 혼란 그리고 방황, 마지막으로 새로운 정체성의 확립이 그것이다. 남편을 갑작스레 잃어 숨이 막힐 지경일 때, 그녀는 남편에게 10년 넘은 불륜의 상대가 있었음을 알게된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부족함이 없었고, 행복하진 않았어도 불행할 일도 없었던 그녀의 삶에, '배신'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운다. 도시코는 분향을 드리는 와중에도 남편에 대한 증오와 배신감에 치를 떨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 수많은 현실적인 문제가 도시코 앞에 나타난다. 얼마 안되는 재산을 갖겠다고 다투는 남매, 형식적인 위로에 불과한 친구들의 말들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스스로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 도시코는 일탈을 행한다. 캡슐호텔이라는 낯선 곳에서 그녀는 '인생극장'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고 스스로의 자아를 찾기에 이른다. 칸막이에 불과한 방에서 목놓아 울 수 밖에 없는 도시코의 삶은 헌신하고 헌신하고 헌신하지만 자신의 설움은 가슴켠에 묻어둔채 꺼내어 보일 수 없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인것 같아 울컥한다. 노다와 미야사토, 엽서를 파는 아가씨, 그 누구도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인생극장' 말이 정답이다. 그 어떤 사람들도 같은 모습일 수는 없다. 나름의 사연과 각자의 비밀이 있는 법이니까,,, 자신의 우유부단함을 극복해 가고자 하는 찰나, 그는 남편의 메밀국수 모임의 멤버 중 쓰카모토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남편의 배신감에 힘들어 하면서도, 다른 이성에게 정을 줘버린 도시코.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요구할 용기를 갖게된다. 남편과 살면서 한 번도 꿈꿔보지 못했던,,, 

 

   도시코의 이야기는 너무 슬퍼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그 모습이 이웃나라 일본의 모습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은 너무 비약일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어머니'라는 존재들은 모두 도시코와 같은 응어리가 마음에 있을 것이다. 꿈 많던 소녀시절을 등지고 어느새 희생과 버림의 태도만이 몸에 배어버린,,, 그래서 나를 알아달라고 하기엔 너무 늦은 듯한,,, 하지만 작가는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도시코는 남편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계기로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을 찾았지만, 세상의 어머니들, 아니 여자들은 언제라도 희생이라는 알을 깨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고,,, 한 인간으로서의 욕구에 충실하며 자신이라는 자아를 아껴도 괜찮다고 말이다.

 

   우리 중년 여성들의 삶은 슬프다. '결혼 당초에 산, 시대에 뒤쳐졌지만 바뀌기도 번거로워 거기 두고 쓰고 있는 가구,,,(본문 중)' 가구같은 존재.  중년 여성들의 모습이 모두 그렇다고 비약하기는 어렵지만, 공감가는 부분도 있는것은 부인할 수 없으리라. 여성들은 늦기전에 자신의 내면을 보자. 그리고 남성들은 항상 옆에 있어 소중한 줄 몰랐던 동반자를 알아주자. 그녀의 속에 얼마나 뜨거운 열정이란 것이 있는지,,, 그런 점에서 <다마모에> 이 책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는 겪게될 중년이라는 모습을 알려주기에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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