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폴라의 유혹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봄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3
남궁문 지음 / 시디안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에 이런 욕심많은 자유인이 또 있을까?
<아마폴라의 유혹>을 통해저자 낭궁문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이었다. 스페인에서 토박이 생활을 하고, 남들은 평생 한번 가볼까 한 '산티아고 가는 길'을 벌써 세번이나 걸었다고 한다. 여름, 겨울에 이어 봄에 산티아고를 걸으며 그 하나하나를 소상히 기록한 이번 <아마폴라의 유혹>은 나를 단번에 그 길로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매번 그 길을 걸을때 혼자여서 였을까? 세번째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는 그의 출발은 영 시원치 않았다. 동반자로 시작한 저자의 친구는 직장의 긴급호출(?)로 얼마 가지 않아 그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항상 혼자 걷는 길을 즐겼던 저자는 내심 기뻐하는 듯도 하다. 그는 이 대장정의 길을 걸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통해, 숙소를 통해, 사진기에 담아지지 않을 듯한 숨막힌 풍경을 통해 세상을 말하고 삶을 고찰한다. 하모니카 하나로 세계 각지에서 온 나그네들이 친구가 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동행을 만들어 나가는 그의 길은 차분하고 흥미롭다. 특히,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길 원하며 한국인들을 만나도 이름을 밝히지 않는 저자의 자세는 참 재밌다. 그리고 하루를 더 동행하고픈 친구들을 두고도 인생과 삶의 만나고 헤어짐을 생각해 언젠가는 뼈저린 이별을 할 거, 끝끝내 잡지 않는 저자의 태도는 속세를 달관한 보살처럼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와 인접한 빰쁠로나를 출발로 땅끝 세상이 있는 산티아고 까지, 저자의 걸음걸음은 여유롭고 한적하다. 들판의 꽃들에게 인사하고, 그 선홍빛에 매료되어 감상에 젖을 수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가방안에 있는 빵과 과일들로 한끼를 떼우는 모습은 고즈넉하다. 시간에 지배되지 않고, 걷고 싶을 때 걸으며, (저자의 표현을 빌려) 길바닥에 자신을 내 던질 수 있는 용기가 참 부럽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나의 이 맘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난 오랜길을 걸을 체력도, 빵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버틸 수 있는 오기도 있다. 하지만 저자처럼 세상 속 나의 신분을 벗어던질 용기가 없는걸,,, 그래서 이 책이 내게 올 수 있었던 것일까?

 

  산티아고 가는 길은 정말 숨이 막힐 정도다. 저자가 보여주는 들판 가득 꽃들과 그림같은 마을 풍경,,, 도심속에서 만나는 키 높은 빌딩들과 다른 그 모습들에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부러울 수 있다. 하지만 본인처럼 직장에, 돈에, 시간에, 할일에! 그 멍에들을 벗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낭궁문씨의 책, <아마폴라의 유혹>을 통해 그것들을 조금이라도 느껴보자! 아예 안 가본 사람보다는 나을텐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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