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 한 서번트 이야기
캐슬린 루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렉스>는 렉스라는 복합장애를 가진 아이와 이 아이를 세상 속에 융화시키려는 어머니의 노력, 그리고 이 아이가 음악이라는 다리를 통해 세상으로 넘어오는 이야기 이다. 렉스의 어머니인 캐슬린에 의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가슴 아프고, 그 승리의 순간들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 맺게 한다.
 

  캐슬린은 '아이의 뇌에 이상 물질이 감지됩니다.'라는 얘기를 렉스가 태어나기 전부터 듣게 된다. 그 후, 시각장애, 언어장애, 행동장애, 심지어 자폐까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나쁜 병명들은 다 듣는 것처럼 해가 갈 수록 하나씩 하나씩 그 심각성을 더 해간다. 하지만 캐슬린은 그 병명들과 그로 인한 좌절감에 빠져들지 않는다. 렉스를 지키기 위해 세상과 싸워 나간다. 아들을 알기 위해 의학책을 뒤지며 공부를 하고, 법률을 알아 엉터리 교육의 실체를 밝히며, 음악적 재능을 키워주기 위한 헌신도 아끼지 않는다. 그녀가 렉스에게 벌어지는 엉터리 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 학교에서 벌이는 투쟁은 정말 눈물겹다. 아이의 8시간이라는 교육시간을 쥐고 있는 담임과 적이 아닌, 협력자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면서도 아들에게 꼭 필요한 주장을 하는 모습은 모성애의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아이의 상태를 명확히 파악하지도 않고, 평범한 아이들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선생님들에게 법적 근거와 의학적 상식을 바탕으로 요목조목 반박하며 주장을 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이런 어머니의 노력을 아는지, 결국 렉스는 모든 장애를 극복해 나간다. 그 어떤 아이들보다도 밝고, 활기차게, 또 극적인 방법으로 승리해 나간다.

 

"사랑해요, 엄마!"

 언어장애를 가졌다고, 그래서 사인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렉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캐슬린이 이 말을 들을 때는, 내 마음이 다 먹먹했다.

 

 렉스는 또 음악이라는 천재성을 나타낸다. 이 천재성이 없었다면, 렉스라는 아이의 일화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렉스가 복합장애를 가지고도 어떻게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음악적 감각을 가졌는지는, 영원히 밝혀 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복잡한 이유로 인해 렉스는 소위 말하는 음악적 '석학' 또는 '천재'들보다 우수하고, 그렇기 떄문에 감동을 준다.

 

 렉스가 성장해 가며 그와 어머니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장애'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고 극복해 나가는 그들의 환경이 부러웠기 떄문이리라. 예전에 장애우학교에서 보조교사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보조교사들을 교육 시키는 교감 선생님의 말이 가슴에 박혔었다.  "선생님들은 장애아들의 활동을 돕고, 봉사활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편안한 복장으로 옵니다. 하지만 그러지 마십시오. 이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통해서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과 다른 사람들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장애아들이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의 한정된 범위를 탓하는 말이 었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 나라는 아직 '장애'라는 말에 관대하지 못하다. 안쓰럽다는 시각과  삐딱한 편견을 가지고 '한 인간'으로 대하지 못한다. 하지만 렉스가 자라는 환경에서는 이 편견들이 그닥 활기를 치진 못했다. '자유롭고 적절한' 교육을 가능한 '최소의 제한적 환경'안에서 지원 받을 수 있으며 25분짜리 체육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법률로 규정되어 있다. 또, 시각장애센터와 같은 전문 교육 시설도 존재하며, 필요하다면 학부모가 선생님들과 학생의 수업과정을 토의 할 수도 있다. 렉스가 쉽게 쉽게 세상으로 들어왔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우리네 환경과 다른 그들의 문화를 보면서 부러웠다. 아직 우리는 너그럽지 못하다. 이 장애에 대한 속좁음을 해결하기 위해 나라가 시설을 확충하고 교육제도를 튼튼히 하며, 나아가 장애에 대한 편견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어쨌든, 렉스라는 한 아이의 이야기가 나를 국가와 제도에 대한 비판까지  이끄는 걸 보면 이 책이 정말 대단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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